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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

건축 거장들의 소박하지만 명작인 집들 :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주택순례

by Keaton Kim 2015. 5. 28.

 

 

건축 거장들의 소박하지만 명작인 집들 :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주택순례

 

 

 

얼마전에 우연한 기회로 모교의 고등학교에 직업인과의 대화 라는 주제로 짧은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왔었는데요, 학생들이 자기가 흥미가 있는 직업을 가진 강사의 강의를 골라 듣는 그런 수업이었습니다.

 

 

 

프로필에 '집을 짓는 사람' 이라고 써 놓은게 아이들의 주의를 끌었는지, 쟁쟁한 직업인 (의사, 변호사, 선생님, 연출가, 커피달인 등등)을 제치고 저의 강의에 제일 많은 학생들이 몰렸습니다. 기분 좋았습니다....ㅋㅋㅋ

 

 

 

실제 집을 짓는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집 짓는 일과는 거리가 한참 먼지라, 내가 짓고 싶고, 살고 싶어하는 집들을 소개하는 책에는 자연스럽게 손이 갑니다. 꼭 거장들이 지은 집이 아니더라도 소박하면서 인간미가 넘치고, 그러면서도 뭔가 설계자 혹은 거주자의 아이디어가 묻어나는 집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집은 진짜 현대 건축의 거장들이 지은 집들입니다. 대학교 건축의장 시간에 배운, 이름만 들어도 알만 한 건축가들의 작품입니다. 단순한 집이 아니라 작품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작품들은 소박하고 인간미가 넘칩니다. 그래서 더 거장답습니다.

 

 

 

 

르 꼬르뷔제의 <작은집>

필립 존슨의 <타운 하우스>

알바 알토의 <코에타로 하우스>

리트펠트의 <슈뢰더 주택>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

아스프룬드의 <여름의 집>

마리오 보타의 <리고르네토의 주택>

루이스 칸의 <에쉬에릭 하우스>

르 꼬르뷔제의 <휴가 별장>

 

 

이렇게 총 9개의 주택이 소개되어 있다

 

 

 

 

 

 

스위스 남서부 레만 호숫가 인근에 위치한 집으로 르 꼬르뷔제가 부모님을 위해 지은 집이다.  18평의 긴 네모 형태의 콘크리트 집이다. '작은집' 혹은 '어머니의 집'으로 불리운다. 꼬르뷔 할배의 어머니는 여기서 36년을 사셨다. 

 

책에서는 '회유성'이 있는 순회할 수 있는 평면을 가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했다. 거닐 수 있는 집이다. 집 안과 집 밖 모두. 호수가 바라보이는 작은 거닐 수 있는 집. 정말 로망이다. 근데 저런 부지, 울나라에서 살려면 무지 비쌀텐데....ㅎ 

 

위의 사진은 책에 나오는 평면이고 아래 사진은 남향으로 난 긴 창을 통해 내부에서 바라본 레만 호수다. 평면도 오른쪽 위의 들고양이의 조망 테라스는 참 깜찍하다.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buybin916&logNo=220609338192&categoryNo=0&parentCategoryNo=0&viewDate=&currentPage=1&postListTopCurrentPage=1&from=postView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에릭 군나르 아스프룬드의 여름의 집이다. 아스프룬드는 작품은 그의 대표작인 '우드랜드 공동묘지'에서도 나타나듯 땅의 정령을 믿는 듯 하다. 땅을 건드리지 않고 그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모습이다.

 

위의 평면도를 보면, 평면은 효율성이다! 라고 주장하는 우리네 아파트와는 전혀 다른 구성이다. 효율성이라고는 눈을 똥그랗게 떠도 찾아 볼 수 없는, 쓸데 없이 넓거나 멍청한 공간이 많다. 그러나 그 공간들이 너무 매력적이다. 우리는 조그만 짜투리 공간이라도 먼가로 이름 붙여 쓸려고 한다. 그런 각박한 상식에서 벗어난 평면이다.

 

집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호수에서 불어온 바람이 지붕을 타고 내 뺨에 스치는 듯 하다.

 

사진 출처 : https://sk.pinterest.com/pin/508203139176298300/ 

 

 

 

 

 

 

빛의 건축으로 이름을 날린 루이스 칸의 에쉬에릭 하우스.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을 설계하신 그 분 맞다. 근대 건축 최후의 거장이라 불리기도. 이 주택은 건축주 마가렛 에쉬에릭을 위해 1961년에 필라델피아에 지은 집이다.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 했던 르 꼬르뷔제 할배의 그 딱딱함에서 벗어나 감성적이고도 감각적이다. 그렇긴 하지만 저 박스 형태와 통유리창은 딱 봐도 모더니즘 건축의 냄새가 진동한다.

 

위의 사진은 책에 나오는 에쉬에릭 하우스의 내부 사진이다. 루이스 칸은 자연광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것을 그의 건축에서 최대의 주제로 생각했다. (책에 이렇게 쓰여 있다....ㅋㅋ) 그래서 보이드 된 거실에는 T자 형의 빛이 연출된다. 그리고 저 책꽂이도 무지 탐난다.

 

아주 아름다운 주택임엔 분명하지만, 사람이 직접 살기엔 어떨까 싶다. 볼륨감 있는 거실이며 유리의 오픈감이며 다 좋은데, 난방비도 걱정이 되고 사생활 문제도 신경 쓰이고. 작품을 너무 현실적으로 바라봤나? ㅋ

 

사진 출처 : https://philly.curbed.com/2014/2/10/10145398/louis-kahns-esherick-house-just-sold-for-900k

 

 

 

<무도회의 수첩> 은 중년이 된 미망인이 한창 잘 나갈 때 자기에게 사랑 고백을 했던 남자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가진 불란서 영화입니다. 지은이는 그런 맘으로 자신의 맘 속에 자리 잡은 주택의 명작을 순례했다고 합니다. 멋진 일니다. 얼마나 감동했을까요.

 

 

 

사진이나 지은이의 스케치도 훌륭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건축이란, 가서 봐야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살아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공간감이나 비례감, 전체 전경이나 세부 디테일은 사진으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습니다. 건축이라는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입니다. 건축 작품을 소개한 책들은 그래서 좀 아쉽습니다. 머.. 가서 볼 수 없으니까 책을 보지만서두....

 

 

 

울나라 거장들이 지은 주택에 관한 책.... 은 없을까요? 내가 모르고 있는 걸까요? 전통건축에 대한 책들은 많지만 근대나 현대 건축에 관한 책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그것두 좀 아쉽습니다. 생각난 김에 도서관에 함 가봐야겠습니다. 혹시 정기용 선생의 자두나무 집을 소개한 책이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