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찾아온 당신은 그렇게 사랑이 되었습니다 : 오드리 니페네거 <시간 여행자의 아내>
지니가 나에게 와서 소원을 빌어봐 라고 말하면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시간여행의 능력일 겁니다. 과거로 돌아가 이불킥을 하고 있는 나에게 조언을 한다거나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건 상상만 해도 흥분되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시간 여행은 영화나 소설의 단골 매뉴이기도 합니다. 백투더 퓨쳐는 시간여행 영화의 정석이라 불릴만 하구요, 터미네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억에 남는 시간여행의 영화는, 시간여행의 능력을 인지하고는 어제 동생에게 뺏긴 푸딩을 되찾는 10대의 철없이 순수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그런 엄청난 능력이 있음에도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도 될만큼 현재의 하루를 충실하게 보낸다는 <어바웃 타임> 등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유투브에서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소개해주는 영상을 보고는 재미있겠다 싶어 먼저 소설을 찾아 읽었습니다.
헨리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데, 좀 다릅니다. 애인이랑 밥을 먹고 있다가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데 마구 시간여행을 하는 겁니다. 심지어 자신의 결혼식에서도요. 그것도 자신이 알 수 없는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이처럼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능력이 헨리에겐 저주와도 같습니다.
6살 클레어는 뒷동산에서 미래에서 온 헨리를 만납니다. 그를 위해 옷과 음식을 준비하기도 하죠. 그는 먼 훗날 친구가 될거라고 합니다. 클레어는 매일 그를 기다렸고 사랑에 빠집니다. 21살이 된 클레어는 다시 헨리를 만납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28살의 그를요. 다시 그들은 사랑을 시작하고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별로 순탄치 못합니다. 시간 여행때문에 헨리가 자꾸만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사라지는 시간 여행자와 그를 기다라는 여자.....
<어바웃 타임> <노트북> 등에 나온 레이첼 맥아담스.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완전 러블리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으로 나온다. 시간 여행 전문 배운가?ㅋㅋ. 위의 사진은 다음 영화에서 퍼왔다.
혹시 잠자리에 누워서 잠이 안 올 때 신이 왜 자기한테 나 같은 인간을 보내서 장난을 치나 의아해 한 적 없어?
없어요. 난 잠자리에 누워서 잠이 안 오면 당신이 사라졌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그걸 걱정해요..... 하지만 우리가 늘 함께 할 운명이라는 생각은 전적으로 믿고 있어요. (1권 p.383)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시간 여행자의 아내인 클레어입니다. 그녀는 다른 시간대의 헨리를 만납니다. 젊은 헨리, 나이 먹은 헨리, 자신을 잘 알고 있는 헨리, 자신을 전혀 모르는 헨리, 홀딱 벗은 헨리.... 하지만 헨리에 대한 사랑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헨리가 어떤 모습을 하건 오직 그만을 사랑하는 클레어. 사랑스럽습니다.
그들도 가끔 싸우기도 합니다. 책의 말미에서 클레어는 사라지는 헨리가 반가울 때도 있다고 살짝 고백합니다. 역시 그럼 그렇지. 맨날 붙어 사는데 어떻게 사랑이 매번 똑같겠니? 사랑은 변한다구.
클레어를 보고 있자니 아주 옛날 옛적에 나를 무지 사랑해주던 아내가 생각나는군요. 그 시절 아내도 클레어처럼 그랬는데. 내가 없으면 항상 걱정해주고 기다려주고 사랑해주던 아내. 무슨 일이 있으면 꼭 함께 했고 눈빛에서 사랑의 레이저를 항상 발사하던 러블리 아내. 하긴 지금도 레이저를 발사하긴 합니다. "어이구 잉간아" 라는 레이저를요. 항상 함께 했던 아내는 지금은 내가 없어도 무지 잘 살고 내가 없어서 행복해 합니다. 역시 사랑은 변합니다. 변한다규!!!
쌀쌀한 바람에 코 끝이 매서워지는 요즘, 전기 장판에 누워 시원한 귤을 까먹으며 달달한 로맨스 판타지 소설로 추위를 녹여보는 것도 꽤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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