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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이야기

철학이 내 삶을 구원해줄까? : 이진경의 삶을 위한 철학 수업

by Keaton Kim 2016. 6. 12.

 

 

 

철학이 내 삶을 구원해줄까? : 이진경의 삶을 위한 철학 수업

 

 

 

삶은 고통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와 관계된 모든 것입니다. 내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일터의 그 오묘하고 복잡하고 꼬인 인간관계에서, 가장 가깝게는 살을 맞대고 사는 가족에 이르기까지 내가 자의든 타의든 몸을 담고 있는 모든 관계에서 나는 고통을 받습니다. 관계에서 오는 고통은 자신을 오그라들게 만들고 스스로 자책하게 되고 그래서 삶은 비루해지고 찌질해집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 관계를 끊으버리면 됩니다. 그러나 아마도 밥벌이를 그만두고 난 뒤의 고통은 지금보다 훨신 강도높게 다가오리라는 걸 잘 압니다. 정말 그럴지 한번 시도는 해봐야.....  가족이라는 관계는 끊어버릴래야 그럴수 없는 것입니다. 이 관계는 때론 고통은 안겨주지만, 그 고통보다 훨씬 큰 기쁨을 주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관계를 계속 지속해야 한다면, 갈등이 없는 구조로 만들거나 개인의 자세를 바꿔야합니다. 앞의 것은 사회구조적으로 이루어져하고 뒤의 것은 개인의 노력으로도 가능한 일입니다. 이게 쉽게 되지 않아 탈이지만.....  

 

 

 

 

 

 

그러나 고통을 겪는다고 모든 이들이 현명해지지는 않으며, 겪은 고통의 크기가 크다고 삶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감당할 수 있는 역량보다 고통의 크기가 너무 크면 고통에 '쩔어' 위축되고 작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통이 삶을 심오하게 하는 것은 단지 고통에 익숙해지는 훈련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배우려 하지 않는 자에겐 위대한 스승이나 책이 아무것도 가르쳐 줄 수 없듯이, 고통을 직시하고 고통에서 배우려 하지 않는 한, 고통은 삶의 깊이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고통은 고통을 긍정할 수 있는 자에게만 삶의 심오함을 자르쳐주는 스승으로 온다. 고통을 통해 삶에 물음을 던지며, 고통을 스승으로 삼아 다른 방식으로 살기 위한 길을 찾고자 할 때, 그 때 비로소 고통은 지혜로운 삶의 안내자가 된다. (p.48)

 

 

 

나는 나에게 고통을 주는 관계를 끊어버리려고 궁리중인데, 저자는 고통을 긍정하고 고통을 스승으로 삼으라는 군요. 아주 맞는 말이지만..... 어떻게요???

 

 

 

철학 -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인생관, 세계관 따위를 탐구하는 학문

 

 

 

다음 사전에 나와있는 '철학'의 정의입니다. 아니, 이렇게 중요한 학문이었어? 저도 좀 놀랬습니다. 이런 학문을 우리는 고등학교나 대학때 배우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어려워하구요. 이런 철학을 배운 사람들은 인생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 혹은 고통에 맞서는 법을 좀 잘 알고 있을까요? 아무래도 일반 사람들보다는 좀 낫겠지요.

 

 

 

 

 

 

책은 매일매일의 우리네 일상적인 삶에서, 매 순간마다 자유로운 길을 걸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것은 '한줌의 용기'라고 강조합니다. '사건과 자유' 편에서는 다양한 사건을, 불행한 사고로 인식하지 말고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건으로 만들자고 하고 '돈과 자유' 편에서는 헝그리한 삶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부자의 개념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헝그리하게 산다는 것은 단지 결핍을 뜻하는 것으로서의 가난이나 빈곤 속에 산다는 걸 뜻하진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가장 부유하게 사는 법이다. 역으로 곰곰이 생각해보면, 부나 부유함만큼 오해되고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부란 그저 자신이 처분할 수 있는, 대개는 돈으로 환원되거나 계산되는 경제적 자원의 양이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자본주의와 부에 대해 속속들이 연구했던 맑스는 이런 '경제적 부' 개념과 대비하여, '실질적인 부'란 필요노동시간(먹고 사는데 필요한 비용을 버는 데 사용되는 시간) 이외의 가처분시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p.135)

 

 

 

돈이 많다고 삶이 풍요로운 게 아닙니다. 정말 그럴까? 돈 버는 것 말고는 별로 하는 게 없는 삶은 단조롭고 빈약합니다. 진짜 그렇다. 하고 싶은 것을 극대화하기 위해 돈 버는 시간을 극소화하려는 헝그리 정신이야말고 부유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정말 동의하지만, 근데 이게 돈에 대한 나름의 확고한 원칙과 신념을 가진 여인이랑 사는 관계로 실천에 옮기기는 무지 어렵다.

 

 

 

'공부의 세계'에서 스타로 꼽히는 이진경과 고병권. 저자인 이진경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80년대에 졸라 대모하다 깜빵에도 다녀오셨다.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 방법론> 이라는 데모책을 필두로 <철학과 굴뚝청소부> <노마디즘> <코뮨주의 선언> 등의 많은 철학책과 사회과학책을 썼다. 그 전설적인 서울사회과학연구소(서사연)과 '연구공간 너머'에서 공부말곤 달리 할 게 없어서 졸라 공부만 하셨다... 고 한다. 머.. 공부의 달인 되시겠다. 누군가가 읽고 생각해 볼 책을 그토록 많이 내셨으니 성공하신 삶이다.

 

사진 출처 : http://news.zum.com/articles/2703668?c=07

 

 

 

선물

 

누군가를 친구로 만들고 싶다면, 누군가와 협력하고 연대하고 싶다면, 그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시작하라. (p.123)

 

 

 

친구

 

자주 만나고 어울린다고 친구인 게 아니다. 한 번을 만도 정신이 번쩍 들게 하여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하는 이, 그리하여 좀 더 좋은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이, 그게 진정 좋은 친구일 것이다. 그게 바로 스승과 제자의 역을 바꾸어가며 서로를 촉발하게 하는 친구인 것이다. (p.116)

 

 

 

능력과 욕망

 

어떤 일을 정말 잘할 수 있을지, 좋아할 수 있을지 알기 위해선, 특별한 재능이나 인연이 있는 게 아니면, 필경 고통이나 지루함을 수반하는 어려움의 문턱과 대면하고 그것을 넘어선 깊이까지 들어가보아야 한다. (p.212)

 

 

 

자유

 

자유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는 '능력'과 결부된 것이다. 삶이나 행동의 방향과 결부된 어떤 힘이나 능력이다. 그것은 여러가지 그럴듯한 선택지의 유혹 앞에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하는 능력이고, 이런저런 제약과 구속 속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는 능력이다. 억압이나 구속은 그 자체로 자유와 반대되는 상태가 아니라 자유로울 수 있는 능력이 가동되는 출발선에 불과하다. 어떤 상태에서도 우리는 그 자체로 자유롭다고 할 수 없지만, 역으로 어떤 상태에서도 자유를 향해 걷기 시작할 수 있다. (p.15)

 

 

 

철학책을 읽는 것 자체가 고통입니다. 이런 공부는 안해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머 어째라구?" 하는 즉각적은 대응에서 부터 살과 피가 되는 문장까지 다양한 반응의 실타래들이 머리속에서 복작거립니다. 

 

 

 

산다는 것이 쉬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고통을 회피하든, 고통과 직면하든, 또 그렇게 매 순간들을 보냅니다. 그런 순간들이 닥쳐올 때 이런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됩니다. 특히나 삶이 즐거울 때 보다는 힘들 때 쏙쏙 들어옵니다. 

 

 

 

지금 나에게도 자유로운 삶을 향한 '한줌의 용기'가 절실히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