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맛나는 꿈꾸는 학교 : 간디학교 <한 영혼이 자라면 온 세계가 성장한다>
밥이 맛나는 꿈꾸는 학교 : 간디학교 <한 영혼이 자라면 온 세계가 성장한다>
"들아, 캠프 어땠어?"
"재미있었어요."
"뭐가 재미있었어?"
"물놀이요. 운동장에서 친구들이랑 했어요."
"밥은 맛 나더나?"
"진짜 맛있었어요. 최고에요!!"
"감자도 캤나?"
"고추 땄어요. 쫌 힘들었어요."
"친구들은 어땠어?"
"전국에서 왔어요. 애들한테 사투리 막 가르쳐줬어요."
"왜 전화 한 번도 안했어?"
"캠프 내내 핸드폰을 맡겨 놓았어요."
"핸드폰 없어도 살만해?"
"네. 친구들이랑 모여서 노는 게 훨씬 더 재미있었어요."
"또 갈거야?"
"네, 올 겨울에도, 내년에도 갈거에요."
"그럼 간디학교에도 가는 거야?"
"그건 아직 잘 모르겠어요."
첫째 중3 산이와 둘째 중2 들이를 6일 짜리 간디 여름 계절학교에 보냈습니다. 둘이서 버스를 타고 간디학교에 갔습니다. 안 태워준다고 투덜거리면서. 집으로 오는 것도 버스를 타고 오라고 하면 완전히 삐질 것 같아 데리러 갔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캠프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있었던 일을 얘기하느라 조잘조잘 거립니다. 서울 말도 배웠다면서 자랑아닌 자랑을 합니다. 오, 서울 사람이랑 똑같다 야.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나 봅니다.
산이에게 간디학교 이야기를 이전부터 해줬습니다. 그런 세뇌가 통했는지 아님 정말 학교가 마음에 들었는지, 산이 스스로 진로를 간디학교로 정했습니다. 꼭 가겠다고 중3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 캠프를 다녀오더니 더 확고해졌습니다. 문제는 가고자 하는 의지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지만요. 경쟁율이 ㅎㄷㄷ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다
이 책은 산청 간디학교가 문을 연 지 15년이 되던 2012년에 나온 책입니다. 간디학교의 교육 원칙을 비롯하여, 학교의 여러 사정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졸업생과 선생님이 들려주는 간디학교의 생활, 강수돌 교수, 박원순 시장과 같은 각 분야의 지성들이 간디학교에서 한 특강 등, 지난 15년간 간디학교가 걸어온 발자취이자 간디학교로 대표되는 대안교육의 속살의 일부를 그대로 보여주는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세계 여러나라의 자유로운 학교의 모태가 되는 학교가 영국 서픽주에 있는 Summerhill School 입니다. 영국의 교육학자 A. S. 닐 이라는 양반이 1921년에 설립했는데,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유로운 인간'이 이 학교의 모토였습니다. 학생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고 그 자유 안에서 조화로운 인간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학교는, 그래서 수업을 받을 지 말 지, 학교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건 지에 대해서도 학생 스스로 결정을 한다고 합니다. 이 학교의 정신은 여러 나라로 전파되었고 울 나라의 여러 대안학교에도 그 영향을 주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사람으로 자라길 원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사실 없습니다. 사람마다의 가치관이 다 각양각색이라 추구하는 사람됨의 모습도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책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은, 학교가 15년이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답 없음에 여전히 고민하고, 갈등하고, 답을 찾기 위해 좌충우돌하고 있다... 는 느낌이었습니다. 문을 연 지 20년이 된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사진 출처 : 간디학교 홈페이지, 19기 채은이가 그린 교육 계획서 표지. (산청 간디학교의 전경이다. 실제 똑같다)
http://gandhi-h.gne.go.kr/index.jsp?SCODE=S0000000897&mnu=M001006007
지금 행복해라. 지금 고생하면 나중에 행복하다는 말 믿지 마라.
내 아이를 굳이 간디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이유는, 사실 뭐 거창한 그 무엇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가장 빛나는 10대 후반의 시절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첫째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보다 다양한 길을 볼 수 있어서가 둘째고, 아이들이 언제나 꿈을 꾸었으면 하는 바램이 세번째 이유입니다. 아..... 너무 거창한가??!!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시오. 지금 고생하면 나중에 행복하다는 말 믿지 마세요." <고래가 그랬어>의 발행인이자 칼럼니스트인 김규향 선생이 책에서 학생들에게 한 말입니다. 저에게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중엔 어떡할건데?'의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3년을 다른 아이에 비해 행복하게 보낸 이들이 졸업 후에는 더 행복해지고 달라질 겁니다. 이 책은 간디학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 뿐 아니라 아이의 진로나 교육에 관심이 있는 이도 꼭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그나저나 산이 이눔, 꼭 간디학교에 들어가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