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야기

돈으로 사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개락당 대표 2017. 1. 8. 12:05

 

 

 

돈으로 사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한국은 돈만 있으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다."

 

 

 

청담동에 사는 고등학생 '기춘이'는 공부에 별 뜻이 없습니다. 대학에 갈 생각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집안에서는 기춘이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강남의 용하다는 학원은 다 다닙니다. 쪽집게 과외도 받습니다. 효과가 꽤 있습니다. 공부에 성의가 있지는 않았지만 고려대 법대에 입학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금전적인 이유로 어떤 학생은 적절하고 유효한 교육을 받고, 또 어떤 이는 그렇지 못한 것은 정당하고 공정할까요?

 

 

 

'기부 입학'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찬반 논란이 많았습니다. '유라'는 말을 잘 탑니다.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대학에도 꼭 가고 싶고 집안도 꽤나 빵빵합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요구하는 성적에는 조금 미치지 못합니다. 배꽃대학은 이런 유라와 협정을 맺습니다. 10억을 받아 대학교에 입학시킵니다. 그 돈은 학교 발전에 쓰이고 또 '종범이' '병우' '호성이' 등과 같이 공부는 잘 하지만 학교에 다닐 형편이 어려운 20여명에게 장학금을 줍니다.

 

 

 

유라는 그토록 원하던 대학에 가서 좋고, 배꽃대학은 학교 발전에 필요한 제정을 확보합니다. 그리고 제3자라고 볼 수 있는 가난한 '종범이'와 그 친구들도 많은 혜택을 입습니다. 윈윈윈 전략입니다. 이게 과연 정당한 일인가요?

 

 

 

 

 

 

교도소 감방 업그레이드 / 1박에 82달러

 

미국으로 이민할 권리 / 50만 달러

 

인도인 여성의 대리모 서비스 / 6250달러

 

의사의 휴대전화 번호 / 연간 1500달러 이상

 

대기에 탄소를 배출할 권리 / 1톤 13유로

 

자녀의 명문대 입학하기 / 가격 미정

 

학력이 부진한 학생이라면 책을 읽어라 / 1권 2달러

 

비만이라면 6개월 안에 4킬로그램을 감량하라 / 378달러

 

아프거나 나이 든 사람의 생명보험 증권을 사서 피보험자가 살아 있는 동안 보험료를 납입하고 그들이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을 수령하라 / 보험 종류에 따라 수백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점점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계가 그렇습니다. 그것에 비례하여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돈으로 살 수 없었던 것들이 지금은 버젓이 돈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 꽤 됩니다. 양극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 점입니다. 실제로 이런 것들이 더 배가 아프다.

 

 

 

그가 나보다 더 부자인 것은 좀 꼴리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평등해야 할 가치가 그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내가 느끼는 허탈감과 배신감은 더 큽니다. 우리나라가 돈만 있음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많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제가 가 본 나라들 중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샌델 교수가 든 예를 보니 미국은 더 엄청나다. 천조국 답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기부 입학이나 교도소 업그레이드는 들어본 적이 없다. 부정 입학은 판을 친...  돈이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 1등은 미국인 듯!)

 

 

 

사진 출처 : http://www.insight.co.kr/newsRead.php?ArtNo=865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p.19)

 

 

 

시장의 작동 원리는 효율성입니다. 오.로.지. 효율성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러나 이것에 대해 시원하게 한방 먹이는 사례들도 존재합니다. 핵 폐기물 저장소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결정되자 시민정신의 발현으로 기꺼이 받아들인 스위스의 볼펜쉬셴 마을 사람들. 지역 의회가 주민들에게 금전적으로 보상하려 하자 찬성율이 더 떨어졌다는 이야기, 유치원 아이들을 귀가 시간 이후에 데리러 오는 사람들을 줄이려고 벌금을 매겼더니 오히려 더 늘어났다는 사례는 시장의 효율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합니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기업이 다행이 해마다 매출을 늘이고 있다고 해서 일자리도 그 만큼 늘어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개인의 매출 목표는 해마다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성과를 내는 사람입니다. 그럴만한 사람을 뽑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는 좀 못해도 서로 도울 줄 알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취직이 안됩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시장이, 아니 우리가 아직 모르는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ichin_2&logNo=220103658683

 

 

 

사회 전반에 걸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불평등이 점차 심화하면서 모든 것이 시장의 지배를 받는 현상은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이 점차 분리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을 스카이박스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는 민주주의에 좋지 않으며 만족스러운 생활방식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시민에게 공동체적 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려면 배경, 사회적 위치, 태도,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며 서로 마주하고 부딪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이를 놓고 협상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사회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p.275)

 

 

 

마이클 샌델 교수는 위와 같은 질문으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역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뭔지는 안가르쳐 준다. 역시 샌델교수다. 머, 기대하지도 않았지만....ㅋㅋ  예전에는 돈으로 살 수 없던 것들이 이제는 버젓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했으나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삽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는 있지만 그걸 살건지 말건지 결정하는 것도 역시 사람입니다. 샌델 교수이 질문에 이제 내가 대답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