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이야기

나를 위로하는 방법 : 최갑수의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개락당 대표 2016. 3. 8. 22:37

 

 

 

나를 위로하는 방법 : 최갑수의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기차를 타고 창틀에 턱을 괴고 앉아 있도라면, 인생이란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잘 것 없다는 게 아니라 뭐랄까, 인생이란 게 꼭 커다란 이념이나 지고지순한 사랑, 엄청남 부와 명예 같은 걸 이루어야 제대로 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냥 즐거운 음악을 듣고, 맛있는 와인과 파스타를 먹으며, 틈틈이 여행이나 다니는 인생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 P 27

 

사진 출처 : http://photo.sh/photo-i1204458914648943961_10373322.html

 

 

 

 

그의 사진들은 "무엇을 바라보려면 고독해야 한다" 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다. 이 말은 오랫동안 대상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생각해야 하며, 오랫동안 사랑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오랫동안' 해야 비로소 완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완전한 것만이 고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마음에 드는 문장을 쓰지 못하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은 내가 충분히 고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 59

 

사진 출처 : http://photo.sh/photo-i1179771868512776021_10373322.html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십대 시절보다는 이십대가, 이십대 시절보다는 삼십대가 나았다. 그리고 지금이, 과거 어느 때보다 낫다. '그때 그 시절' 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다. 내가 여든이 되더라도 이런 마음일거라는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지금이 낫다. - P 84

 

사진 출처 : http://photo.sh/photo-i1186157083338468575_10373322.html

 

 

 

 

이들의 말에 동의한다. 우리는 사무원처럼 일해야 한다. 소설가는 매일매일 글을 써야 하고 사진가는 매일매일 사진을 찍어야 한다. 화가는 매일매일 그림을 그려야 하고 피아니스트는 매일매일 피아노를 쳐야 한다. 그것 말고는 글쎄, 딱히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매일매일 쓰고 찍고 그린 것들이 모여 하나의 삶과 예술이 완성된다는 것. 재능이란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는 것. 최근 몇 년 동안 그 사실을 잊고 있다가 다행스럽게도 다시 깨닫게 됐다. - P 208

 

사진 출처 : http://photo.sh/photo-i1184461447715089449_10373322.html

 

 

 

 

 

 

 

내가 머할라꼬 이렇게 힘 빠지게 뛰고 있나....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하루 일과를 마치고 체육관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가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에 의미가 사라집니다. 이 우주에 홀로 뚝 떨어진 나를 발견합니다.

 

 

 

외롭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속에 나 혼자 있다고 생각되는 감정은 아무 예고도 없이 훅~~ 하고 옵니다. 같이 밥을 먹고, 담배를 피고, 웃고, 그러다가도 이 감정은 갑자기 찾아옵니다. 어떨 땐 온몸이 떨릴 정도로 외롭습니다. '고독이 인간을 성숙시킨다'는 말도 있지만, 이미 마흔 중반입니다. 성숙이라기 보다는 늙는다는 말이 옳겠죠.

 

 

 

이런 감정이 올때는 살결의 부대낌이 필요합니다. 외로움의 가장 좋은 치료약입니다. 나의 분신들과 살을 맞대거나 얼굴을 부비면서 뒹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내와도 그러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근데, 그러고보니, 외로울만 합니다. 가을에 이 차가운 도시로 와서 겨울을 넘겼습니다. 봄은 올듯말듯 하면서 아직입니다.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이 되었다고 생각한 건 생각뿐이었습니다. 중국에 있을 때, 혹은 압다뷔에 있을 때도 혼자 잘 지냈습니다. 라기 보다는 외로움을 달래는 나름의 비법이 있었습니다. 아, 여기서는 공개가 안됩니다. 그러나 여기 이 차갑고 투명한 도시에서는 아직 외로움을 달래는 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추운 겨울을 잘 버텼습니다. 봄은 아직이고, 그래서 외로움은 가시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혼자 잘 지내왔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합니다. 문득, 그래서 나에게 상을 주고 싶어졌습다. 어떤 상이 좋을까나~~  960그람의 성능 좋은 노트북? 투뿔뿔의 맛나고 비싼 등심? 혹은 앞치마만 두른 예쁜 언니가 해주는 러브 마싸지?

 

 

 

머리속에서 이런 상상을 하지만 발걸음은 어느덧 서점을 향합니다. 그리고 나를 위로해 줄 만한 책을 고릅니다. 여러 책이 눈에 들어오지만 결국 갑수의 책을 고릅니다. 친구 갑수가 쓴 문장은 나를 부드럽게 만져 줍니다. 편안하게 해 줍니다. 그냥 몸에 착착 감깁니다. 지하철에서, 혼자 집에서, 때론 사무실에서, 그의 글귀를 만납니다. 외로울 때, 내가 나에게 주는 상, 내가 나를 위로하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어느 해 혹독했던 겨울이 아니라 그해 추웠던 겨울, 당신의 손을 꼭 잡고 걸었던 협재해변과 귤밭 위로 내리던 찬란한 햇살, 당신의 이마에 내려앉던 노을, 그리고 당신에게 건넸던 꽃 한 다발일 거예요. 우리는 어쩌면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몰라요. - P 184

 

사진 출처 : http://photo.sh/photo-i1210156217607122562_10373322.html

  

 

 

그래도 런던은 다시 한번 꼭 가고 싶은 도시. 아, 런던 말고도 '꼭 다시 가고 싶은 도시' 야 많지. 널렸지. 시애틀이며 퀘벡, 카이로, 호바트, 팔레르모, 상하이, 방콕, 도쿄, 글래스고, 자그래브, 류블라냐 등등. 그 도시들...... 떠나올 때는 지긋지긋하다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금세 그리워지던 그 도시들. 그게 여행이지. 넌더리를 내면서도 결코 끝나지 않는 그것. 어쩌면 우리 인생은 그것들이 채우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리니까 여행. 내가 발견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소는 여행. 음울한 날, 층층이 쌓인 어둡고 울적한 구름 위 상공을 떠가는 비행기...... 런던이든, 시애틀이든, 도쿄든, 이곳 서울이든 가장 멋진 장소는 여행이다. - P 260

 

사진 출처 : http://photo.sh/photo-i1192196218557820183_10373322.html

 

 

 

 

 

커피는 식어가고 봄날은 간다.

우리는 늙어가고 여행은 점점 힘들어진다. - P 281

 

사진 출처 : http://photo.sh/photo-i1192196218557820183_10373322.html

 

 

 

 

서두르지 말 것.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것.

비난하지 말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우리 인생이 뭔가 비뚤어지고 어긋난다고 느낄 땐

낮잠을 잘 것.

 

여행하고 또 여행할 것. - P 209

 

사진 출처 : http://photo.sh/photo-i1157628824007208169_10373322.html

 

 

 

갑수는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 아니면 여행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이제 나의 손끝에서 떠나 가버렸고 여행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라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실은, 사랑은 여전히 나의 주위에 머물고, 내가 생활하고 있는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여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