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야기

언젠가는 나도 본본처럼 글을 쓸 겁니다 : 구본준 <한국의 글쟁이들>

개락당 대표 2017. 11. 25. 13:52

 

 

 

언젠가는 나도 본본처럼 글을 쓸 겁니다 : 구본준 <한국의 글쟁이들>

 

 

 

구본준은,

 

얼굴은 작은데 머리가 크다. 키는 큰데 다리가 짧다. 그리고, 기자인데 글을 잘 쓰지는 못한다. 머리를 줄이고 다리를 늘일 수는 없어도 글은 열심히 쓰면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글 쓰며 살게 되면서 책으로 세상에 홀로 서는 글쟁이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해졌다. 우리 시대의 글쟁이 18명을 만나 글은 솜씨가 아니라 시각으로 쓰는 것이며, 글쓰기는 세상과 나누는 것임을 배웠다.

 

 

 

기자 구본준은,

 

기자라는 직업이 무척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여러가지를 배우면서 월급까지 받기 때문이다. 그 재미로 13년째 기자일에 빠져 살고 있다. <한겨레> 사회부 기동취재팀장을 거쳐 지금은 문화부 대중문화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기자가 아닌 구본준은,

 

시험에 안 나오는 것들, 일상에 담긴 의미와 문화에 관심이 많다. 돌아다니며 엿본 것들을 이상한 블로그(http://blog.hani.co.kr/bonbon/ 필명 : 본본)에 담아놓곤 한다. 문자중독증에 걸려, 교양, 미술과 건축, 미스터리 소설을 1년에 200권쯤 읽는다. 인문교양은 기자로 살기 위해서, 미술과 건축은 알고 싶어서, 미스터리 소설은 그냥 좋아서 읽는다. 엘렌 라스킨처럼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추리동화를 쓰는 것이 꿈이다.

 

 

 

이 책 표지에 있는 저자 구본준을 설명한 글을 옮겼습니다. 이 책이 2008년에 나왔으니, 그 시절 기자 구본준의 모습이군요. 그 후 2011년에 건축가 이현욱과 함께 <두 남자의 집 짓기>라는 책으로 땅콩집의 열풍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2013년에는 <마음을 품은 집>이라는 가장 대중적인 건축 입문서를 펴냅니다. 그러다보니 국내 유일의 건축 전문 기자라는 꼬리표도 붙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에 이탈리아 출장중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십니다.

 

 

 

구본준은 건축 이야기를 가장 맛깔나게 쓰는 글쟁이입니다. 그는 엄청나게 박식합니다. 현대건축과 전통건축, 동양과 서양의 건축, 건축사와 건축 개론 등 통달하지 않은 분야가 없습니다. 그렇게 해박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그리고 재미있게 글을 씁니다. 그렇다고 쉽고 재미만 있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글을 읽으면 항상 마음이 따뜻해지고 포근해집니다. 무슨 마법 같습니다. 

 

 

 

어떤 건축에 관해서 검색을 하다보면 항상 걸리는 것이 그의 블로그입니다. 건축에 관한 글을 쓰는 이는 많지만, '건축 글쟁이'를 꼽으라면 저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구본준이라고 말합니다. 건축에 담긴 이야기를 글로 쓰고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도 아주 훌륭한 건축이라는 것도 그가 말해주었습니다. 근데 이젠 그의 글을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그게 너무 아쉽습니다.

 

 

 

 

잊을 만하면 툭툭 튀어나는 본본의 블로그 때문에 잊을 수가 없군요.

아직도 본본의 글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본본처럼 글을 쓸 겁니다. 꼭 그럴 겁니다.

 

사진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8&aid=0002259591

 

 

 

이 책은 건축 글쟁이(로 완전히 변신하기 전인) 구본준 기자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의 글쟁이'라는 이름으로 <한겨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들었습니다. 각 분야의 최고 글쟁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문학의 정민, 미술의 이주헌, 만화작가 김세영, 역사 이덕일, 여행의 한비야, 철학 김용옥, 변화경영 구본형, 교양만화 이원복, 교양과학 정재승 등의 18명이 그 주인공입니다.

 

 

 

글쓰기에 있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전달력이다.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줄이고, 접속사를 피해 문단을 나눈다. 문장을 줄일수록 전달력은 늘어난다. - 국문학 저술가 정민

 

 

 

미술이 좋아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고, 그런 진정성을 독자들도 감지하고 호응하는 것이다. 자기가 쓰고 싶은 책보다도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써야 한다. - 미술 저술가 이주헌

 

 

 

저는 독자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아요. 제 눈높이가 바로 젊은 독자들 눈높이에요. 전성기를 향해 항상 진행형이라는 게 젊은이들과 같은 거요. 나이 들면 사람들은 세상 다 산 것처럼 '살아보니 이렇더라'고 쓰기 십상인데 저는 반 발짝 앞에서 제가 목격한 세상을 보여주면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겁니다. - NGO 저술가 한비야

 

 

 

마흔 여섯에 오랜 직장생활을 마치면서 자신과 세 가지를 약속한다. 이제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기로, 그리고 자기 자신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의 양을 늘리기로, 그리고 마지막은 직업을 통해 누군가를 돕기로. - 변화경영 저술가 구본형

 

 

 

영화나 책이나 어떤 목적으로 공부하거나 작품을 쓰기 위해 보지는 않아요.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냥 좋아서 즐기는 겁니다. 작품을 쓸 때도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고. 모르면 못 쓰는 것이니까. - 만화작가 김세영

 

 

 

건축은 종합 학문이에요. 그래서 책을 쓰는 것도 종합적인 시각을 필요로 해요. 건축현상의 사회문화적 맥락은 물론 역사와 철학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합니다. 경제와 공학기술도 알아야 하고요. 그리고 예술적 심미안이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어요. 여기에 건축책은 글과 이미지를 함께 다룰 줄 알아야 쓸 수 있어요. 필자가 직접 이미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글과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는 책을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 건축 저술가 임석재

 

 

 

어느 분야의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쓰는 글의 가장 큰 문제는 '전문가의 편협함'이다. 글쟁이의 덕목은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써야 한다는 것이다. - 전통문화 저술가 허균

 

 

 

 

 

 

각기 다른 분야의 글쟁이들인 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글쓰기에서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독자와의 소통'입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어려운 것을 독자가 알기 쉽게 써서 전달하는 것이죠. 아이들의 글처럼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가장 훌륭한 글이라고 한 이오덕 선생의 말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글쟁이라는 직업은 몇 날은 놀다가도 영감이 떠오르면 몇 날 밤을 새워 글을 쓰는 게 아닐까 라고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일반 직장인들보다 더 엄격하게 시간을 정해서 글을 쓰고 있더군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만든 시간에 규칙적으로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자기 통제에 통달한 사람들입니다. 술과 낭만에서 나오는 글이 아니라 치열한 시간 통제에서 글은 피어납니다.

 

 

 

마지막 공통점은, 그들은 한국의 대표하는 글쟁이지만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게 아닙니다. 엄청난 노력이 있었습니다. 보통 10년의 기간 동안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쓰면서 기초를 다졌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만의 글을 써왔습니다. 그 꾸준함의 결실이 지금의 글쟁이들입니다. 책 후기에 저자 구본준이 언급한, 세상을 바꾼 평범한 공무원 레이첼 카슨의 이야기도 바로 그 예시입니다.

 

 

 

내 글쓰기 공부의 모자람을 새삼 깨닫습니다. 만번의 점프슛 연습 끝에 서태웅이라는 커다란 벽을 볼 수 있었던 강백호처럼, 글쓰기를 조금 해보니 예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땐 몰랐던 글쟁이들의 높디 높은 벽이 이제서야 보입니다. 나의 글을 쓰고자 하는 저에게는, 다다르고 싶은 목표와 넘지 못할 벽을 함께 보여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