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된장국 정식 하나요, 그리고 이야기도 :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
여기 된장국 정식 하나요, 그리고 이야기도.... :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
하루가 끝나고 사람들이 귀가를 서두를 무렵,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메뉴는 이것 뿐.
하지만 마음대로 주문하면 가능한 만들어 주는게 나의 영업 방침이야.
영업시간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 정도까지.
사람들은 이곳을 심야식당이라고 부르지.
손님이 오냐구?
그게 꽤 많이 온다구.
노렝에는 그저 밥집めしや 이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메뉴는 돼지고지 된장국 とんじる 豚汁 정식 달랑 하나밖에 없습니다. 술도 팔지만, 일인당 인당 세병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이 식당의 가장 큰 특징은 손님이 주문하면 엥간한 거는 마스터가 다 만들어 줍니다. 조리법을 모르면 손님에게 물어보거나 요리책을 찾아서도 기어이 만듭니다. 가끔은 손님이 재료를 가져와 만들어 달라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등장하는 음식도 아주 고급 요리나 비싼 요리는 없습니다. 왠지 그리운 느낌이 나는 소박한 서민 요리가 주를 이룹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뜨내기 손님보다는 거의가 단골 손님들입니다. 가게는 신주쿠 코르덴가 어디쯤이라고 하는데요, 그런 장소와 심야 시간에 영업을 하다보니 여기 손님들의 면면이 재미있습니다. 야쿠자는 단골로 나오고, 스트립걸에서 AV 배우, 지하세계에 종사하는 언니들, 전직 폭주족 누님들, 단역 배우들, 그리고 약간의 보통 사람들.... 그런 인물들이다 보니 가슴 한켠에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지고 있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마스터의 된장국물에 스스륵~~ 하고 녹아들어 갑니다.
심야식당의 마스터다. 책의 심야식당 같은 식당에서 마스터처럼 되고 싶어하는 이웃의 초밥집 형님이 그린 마스터다. 저렇게 그려 다시 구워 회접시로 사용한다. 오는 손님들에게 자기가 그렸다고 막 자랑한다.
15권까지 읽었지만 주인공 마스터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직 전혀 나오지 않았다. 저런 심상치 않은 칼자국은 아무한테나 있는게 아니거든. 분명 과거에 꽤나 날렸던게 분명해. 근데 작가는 아무말도 안하는게 뭔가 수상쩍어..... 본래 요리사는 아닌 듯 한데, 요리 솜씨는 꽤 좋은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군침이 돌 때도 있으니까.
심야식당의 에피소드는 훈훈합니다. 대체로 그런 결말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것도 꽤 있습니다. 이런 스토리에 이런 결말을?? 오옷??!! 이라는 감탄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한번 볼까요......
단골 손님중의 오키씨는 수많은 전설을 가진 카리스마 AV 배우다. 그를 거쳐간 여자는 천 명 넘어간 시점에서 세는 걸 관둘 정도이다. 어느 날 심야식당에서 하사마츠 부부가 오는데 어딘지 모르게 고귀한 분위기의 부부다. 하사마츠 부인은 과거 결혼전에 정략 결혼에 대한 소심한 반항으로 성인물에 출연하고 그 상대는 바로 오키였는데, 심야식당에서 마주친다. 남편이 병으로 죽고 과거의 좋았던 기억으로 오키와 하사마츠는 다시 시작하려는데..... 하지만 죽은 남편의 서랍에서 결혼전의 비디오를 발견하고는 죄책감에 그만 둔다. <151화 참마 소테 편>
'애 딸린 오오가미' 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오오가미는 프로 마작 기사이다. 어느 날 심야식당에서 오오가미 부자는 호스테스 미도리를 만난다. 소년은 엄마를 닮은 미도리와 정이 들기 시작하고 미도리도 다정하게 대해준다. 근데 미도리에게는 질이 별로 좋지 않은 호스트 출신 갬블러 기둥서방이 하나 붙어 있었는데, 오오가미는 마작에서 이 기둥서방을 탈탈 털어버리고 미도리에게서 떠나도록 한다. 그리고 오오가미와 미도리는 행복하게 산다...... 는 당연히 아니고, 그 사실은 안 미도리는 "돌려줘 나의 카즈마! 애 딸린 오오가미는 꺼져! 라고 소리친다. <193화 달걀 두부 편>
담백하고 여백이 있는 표지가 은근히 운치가 있다. 표지에 비해 내용은 주인공들의 좝이 그런지라 허거걱!! 같은 것이 꽤 나온다. 애들은 가라! 훠이훠이~~
경기가 어려워지고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 음식 방송이 늘어난댑니다. 요즘이 딱 그렇습니다. 온갖 먹방들이 나옵니다. 맛나는 음식점에 찾아 가기도 하고 화려한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급기야는 음식 대결을 하는 프로그램도 부지기수입니다. 하지만 심야식당은 좀 다릅니다. 심야식당의 메인 레시피는 바로 이야기입니다.
평탄하게 사는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그 사람이 가진 이야기는 다른 이를 위로하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심야식당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음식은 그 어떤 요리보다 힘이 있고 감동적입니다. 심야식당에 나오는 요리들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이야기' 라고 거창하게 말했지만, 기실 책 속에 담긴 에피소드들은 소소하다 못해 찌질하고, 비루하고, 아무 스토리도 없이 그냥 넘어가는 것도 있습니다. 머, 이런 별 거 없는 이야기가 다 있어? 라고 하면서 은근히 손이 갑니다. 소박한 그림체와 소박한 음식과 담박하고 간결한 이야기에 자꾸 손이 갑니다.
사진 출처 : http://joopkim.tistory.com/category/?page=8
혼자 사는 법, 혼자 먹는 술, 혼자 먹는 밥이 점점 대세입니다. 쓸쓸하고 외로워서 잠 못 이루는 밤에 허기진 배와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는 심야식당을 주위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하셨다면, 이 만화를 한번 찾아보심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