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이야기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 :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

개락당 대표 2016. 9. 25. 22:44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 -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

 

 

 

대한민국 헌법 1조

 

1.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댑니다. 헌법상에 저렇게 명시해 놓았지, 실제로 저렇지 않은 나라가 된지 좀 됩니다. 맹바기 아자씨가 말아먹고 그네 아줌마가 탈탈 털어먹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렇습니다. 현재를 반영한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자본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일부 기득권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입니다. 돈이 권력이 되었고, 그 권력이 모인 결정체가 바로 국가가 되어 버린 대한민국입니다.

 

 

 

여하간, 우리나라 헌법 1조는 국가체제의 정체성에 대해서 적었습니다. 이런 나라가 꽤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몽골 헌법 1조

 

1. 몽골은 독립된 자주 공화국이다.

2. 국가 활동의 근본 목적은 민주주의, 정의, 자유, 평등, 국가 화합과 법의 존중의 보장이다.

 

 

 

그리스 헌법 1조

 

1. 그리스 정부의 형태는 의회 공화국이다.

2. 국민 주권이 정부의 기초이다.

 

 

 

인도 헌법 1조

 

인도, 즉 바라트는 연방국가이다.

 

 

 

아이슬란드 헌법 1조

 

아이슬란드는 의원내각제 공화국이다.

 

 

 

러시아 헌법 1조

 

1. 러시아 연방, 러시아는 공화국 통치형태를 가진 민주 연방 법치국가이다.

2. '러시아 연방'과 '러시아'라는 명칭은 동일하게 사용된다.

 

 

 

다른 국가와는 달리 영국은 단일 헌법 문서가 없으며, 성문법이 아니다. 쓰여지지 않은 (Unwritten) 헌법으로 칭해지기도 한다. 마그나 카르타, 권리청원, 권리장전, 인인보호법 등을 기간으로 하고, 관습법에 근거한 여러 영역에서 찾아질 수 있다. 사진은 영국 민주주의의 시발점으로 강조되는 마그나카르타. 1215년 영국의 존 왕이 귀족들의 강요로 싸인한 문서다. 한 마디로 왕 니맘대로 하지 말란 말이야... 되겠다. 왕이 할 수 있는 일과 왕이 할 수 없는 일을 문서화했다. 처음으로 군주의 절대 권력에 제동을 걸었다.

 

사진 및 내용 출처 : 위키백과

 

 

 

국가 체제의 아이덴티티가 좀 특수한 경우가 있습니다. 왕의 나라들이나 사회주의 국가들입니다. 심지어 북한에도 샤방샤방한 헌법이 있습니다.

 

 

 

 

일본 헌법 1조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그 지위는 일본 국민의 총의에 기초한다.

 

 

 

태국 헌법 1조

 

태국은 통일된 분할될 수 없는 왕국이다. 국가 원수와 태국군의 원수로서 왕은 그 신성한 왕위에서 군림하며, 이를 범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어떠한 수단과 행위로도, 왕을 범하여서는 안된다.

 

 

 

 

중국 헌법 1조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동 계급이 지도하고 노동 동맹을 기초로 하는 인민민주주의 독재의 사회주의 국가이다. 사회주의 제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근본 제도이다.

 

 

 

쿠바 헌법 1조

 

쿠바는 자주 사회주의에 의한 독립을 누리는 노동자의 국가로, 정치적 자유의 향유, 개인적이고 집단적 인류의 일치단결을 위하여, 통일된 민주 공화국의 형태로 공익과 공공으로써 조직되었다.

 

 

 

드디어 북한 헌법 1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체 조선 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 국가이다.

 

 

 

태국은 완전히 왕의 나라군요. 중국과 쿠바는 노동자의 나라라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네요. 음... 멋져부러~~  국가의 정당성과 정체성보다 개인의 존엄성이 더 우선하여 나오는 국가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습니다. 헌법 제 1조를 보면 나라냐 개인이냐의 결론이 나옵니다. 헌법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볼 수 있는 좋은 대목입니다.

 

 

 

네덜란드 헌법 1조

 

네덜란드의 모든 국민은 평등한 환경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종교, 신념, 정치적 의견, 인종 또는 성별 등의 어떠한 배경에 바탕을 둔 차별도 금지되어야 한다.

 

 

 

독일 헌법 1조

 

1.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이다. 이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모든 국가권력의 의무이다.

2. 그러므로 독일 국민은 이 불가침, 불가양의 인권을 세계 모든 공동체의 평화와 정의의 기초로서 인정한다.

 

 

 

미국 헌법 1조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독일의 경우, 예전에는 헌법이 이렇지가 않았댑니다. 이전이라 함은 현대 헌법의 근간이 된 바이마르 헌법인데요, 1조가 우리나라와 똑 같았다고 합니다. 근데, 이게 국가 권력이 나치로 변질되고, 나라가 아주 망할 뻔한 사태를 겪고 나서는, 정신이 번쩍 들어 헌법부터 확 뜯어 고칩니다. 그래서 1945년에 개정하여 위와 같은 내용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마땅한 헌법 1조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 프랑스나 남아프리카, 브라질 등의 나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내용 참조 : 헌법재판소 블로그  http://blog.daum.net/c_court/374 

 

 

 

왕, 이리 나와! 한판 붙자~~~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이다.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서 왕과 제대로 한판 붙어서 왕의 항복을 받아낸,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사진의 프랑스 인권선언, 또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이다. 자유와 평등, 종교, 출판, 결사의 자유 등 인간의 천부적 권리는 장소와 시간을 초월하여 보편적임을 선언했다.

 

'인간의 천부적 권리는 장소와 시간을 초월하여 보편적이다." 이백몇십년 전에 이런 간지 콸콸나는 선언을.....!!

 

사진 출처 : 위키백과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소설로도 유명한 파스칼 메르시어, 요건 이 분의 필명이고, 본명은 페터 비에리 라는 군요. 그리고 본업도 철학자랩니다. 소설도 많이 쓰시고 연구도 많이 하신 아주 똑똑한 분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 분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책을 쓰셨습니다. 그것도 아주 두꺼운 책을요.....

 

 

 

인간의 존엄성. 이것을 지키기 위해 수백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도 여러 나라의 헌법 제1조에 나올 만큼 중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여태 이게 잘 안 지켜지기때문에 헌법에까지 명시한게 아닌가....)  존엄성의 사전적 의미는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고 도덕적으로 대우받을 권리를 말합니다. 당연한 거죠. 근데 이게 좀 애매합니다. 저자는 존엄성이 침해되거나 혹은 지켜지는 일상의 다양한 예시를 문학의 여러 장면을 인용하여 풀어냅니다.

 

 

 

책에 '난쟁이 던지기 놀이'가 나옵니다. 난쟁이를 실제로 던지는 거죠. 멀리 던지는 사람이 이기는. 이 놀이를 보고 분노를 금치 못하는 정의의 사나이가 나옵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사람을 던지다니.... 사람을 놀이의 도구로 쓴다는 건 인간에 대한 모독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난쟁이는 덤덤합니다. "이건 내가 선택한 직업이요. 먹고 살기 위해 이 만한 것도 없소. 스스로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존엄성이 훼손된다고 생각하지 않소. 쓸데 없는 참견 마시오!!"

 

 

 

사진 출처 : 한국일보 기사 http://book.daum.net/media/detail.do?seq=70604154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가요? 이 글을 읽으면서 얼마 전 이슈가 된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성인이 책임져야 할 성생활에 대해 국가는 신경 꺼라! 우리가 결정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생계도 달렸다!!" 라는 것이 위헌쪽의 주장이었습니다. 어려운 용어로는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성판매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헌법 소원을 냈습니다. 결과는 합헌으로 나왔죠. 그런 것을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겨 결정하는 것은 아직 시기 상조라고 높으신 냥반들이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난쟁이 던지기 놀이도 결국 법으로 금지되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개인의 의사 결정권보다 상위에 있는 가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판단에는 사람마다 좀 다를 것입니다. 제 생각도 물론 법과는 좀 다릅니다. 저자는, 남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 나는 남을 어떻게 대하는가? 나는 나에게 어떻게 대하는가? 이 세가지가 모여야 제대로 된 존엄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난쟁이 놀이에 비유하자면 난쟁이를 바라보는 제3자와 그런 제3자를 바라보는 난쟁이, 그리고 난쟁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검토해야 된다는 얘깁니다.

 

 

 

 

 

 

난쟁이 놀이의 논쟁과 더불어, 다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소수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은 정당할까, 스스로 죽을 수 있는 권리와 사람을 살려야 하는 의무에 놓인 안락사에 대한 결정은 누가 더 정당한가 같은, 판단이 아주 모호한 케이스들이 다양하게 나옵니다. 일상의 다양한 예시를 통해 우리는 존엄성의 여러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주체자로서 자기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은 이 책, 읽다가 몇번이고 던졌습니다. 주제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같은 내용이 반복이 되다 보니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삶의 품격을 높이는 단 한 권의 책' 이라고 카피 문구에 나와 있습니다만, 그건 내용을 다 소화했을 때의 이야기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도달하기에는 무던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책입니다. 두툼~~하니 삶의 격이 있어 보이는 책이기는 합니다. ㅎㅎ

 

 

 

발췌 - 균형 감각

 

 

 

여기서 말하는 균형 감각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정확히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어떤 일의 노예가 되지 않고도 그것에 진심을 다할 수 있는 능력, 즉 깊은 감정을 경험하지만 그 일이 가진 의미를 무한대로 키우지 않고 어느 일정 선에서 그치게 하는 능력입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걱정 근심에 거리를 두면서도 그것들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깁니다. 지금 당장 우리를 괴롭히는 것보다 더 크고 더 중대한 일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느끼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가 그런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지 않는 겁니다. (p.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