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개락당 대표 2016. 11. 30. 20:58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얼마전 화장실에 앉아 핸드폰 속 여러 뉴스를 이리저리 다니다, 세월호 아이들이 남긴 마지막 카톡을 우연히 봤습니다. 내 아들에게서 온 아빠 사랑해라는 문자를 보고 징그럽게 웬 사랑타령이냐며 도착하면 엄마에게 문자 줘라고 가볍게 넘기는 아빠. 그리고 30분 후 사태를 파악한 아버지가 사랑한다 아들아, 제발…. 무사히 살아만 있어다오.” 라는 문자를 보내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아무런 방비도 없는 상태에서 훅~~ 하고 들어옵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앞이 뿌옇게 됩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런 내용은 한 두번도 아니지만, 볼 때마다 반응은 언제나 한결 같습니다. 몇 개의 짧은 카톡안에 담겨진 이야기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거실에 있는 살구를 보며 오래된 어머니 집의 살구나무에 대한 회상으로 책은 시작합니다.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합니다. 친구와 그랜드케년 여행 중에 모험을 거절하지 않고 레프팅을 한 이야기, 프랑켄슈타인과 체 게바라도 나오고 버마 승려들이 독재에 항거하여 시주 받는 그릇을 엎어버리는 시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사체를 먹는 에스키모 여인의 이야기도 나오기도 하고, 병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의 자신의 이야기도 합니다.

 

 

 

 

 

맨스플레인 Mansplain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자 Man 과 설명하다 Explain 의 합성어 인데요, 주로 남자가 여자에게 거들먹거리며 잘난 체하는 태도로 설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훈장질' 하고 비슷한 말인데요, "이리 와, 오빠가 알려줄께!"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이 말을 유행시킨 장본인이 바로 저자입니다. 저자의 다른 책 <남자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 Men Explain Things to Me> 이 숱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저술가이자 비평가이며, 인권운동가 이기도 합니다. 1961년생이시라는데, 사진은 좀 할머니 삘이 나는 군요. 하지만 미인이십니다.

 

 

버마에서 평화 시위를 하던 승려들이 군부 독재의 군홧발에 짓밟히자, 동네 사람들 수백명을 모아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의 중국 영사관 (중국은 버마 군부의 주요 후원국이었다.)으로 항의하러 가는 적극 행동파이시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 http://i-eum.tistory.com/101

 

 

 

 

 

 

 

어떻게 들을 것인가

 

 

 

리베카 솔닛이라는 이 아줌마의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폭이 아주 넓은 강물 같습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파도는 없지만, 감정 변화의 오밀조밀한 파도가 쉼 없이 넘실거립니다. 이야기의 시선 또한 다양하게 움직입니다. 따라가기가 벅찹니다. 나의 감각과 독해력이 너무 무딥니다.

 

 

 

어떤 감정이입은 배워야만 하고, 그 다음에 상상해야만 한다. 감정이입은 다른 이의 고통을감지하고 그것을 본인이 겪었던 고통과 비교해 해석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그들과 함게 아파하는 일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당신 스스로에게 해 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p.157)

 

 

 

공감을 위해선 훈련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나에게 들어올 자리를 만드는 훈련 또한 필요합니다.

 

 

 

 

 

나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비루하고 찌질하게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간는 중년의 재미없는 아저씨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그 사소한 하루는 손 안의 모래처럼 금방 사라지지만, 그것을 좀 더 오래 붙잡아 두려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것을 구체화 시키는 것이 글쓰기이며 그것들이 모여 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자아라는 것 역시 만들어지는 것, 당신의 삶이 만들어 내는 작품이자, 모든 이로 하여금 예술가가 되게하는 어떤 작업이다. 늘 무언가 되어 가는 이 끝없는 과정은 당신이 종말을 맞이할 때 비로소 끝나며, 심지어 그 후에도 그 과정의 결과는 계속 살아남는다. (p.85)

 

 

 

 

 

 

 

 

 

 

당신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 그리고 읽기와 쓰기

 

 

 

어머니의 이야기에서 시작한 리베카 솔닛의 글은 무수한 다른 이야기와 엮이고 그것이 확장되어 다른 이야기를 낳고, 그 이야기들이 어떻게 어떻게 설켜서 내 머리속에는 세월호 아이들의 이야기까지 확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머리속의 메커니즘이 궁금하기는 하다. 

 

 

 

카톡처럼 두세줄로 단박에 눈시울을 적실 정도의 이야기도 있고, 이 책처럼 담백하면서도 천천히 곱씹어 공감해야 되는 글도 있습니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 이야기들이 실타래를 풀어보면 이어져 있기도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읽는 것과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도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연상에까지 이릅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공감하고 상상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자기의 이야기도 잘 풀어나갈 겁니다.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새삼 눈에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