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야기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 : 이소희 외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개락당 대표 2018. 10. 1. 20:07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 : 이소희 외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여전히 글쓰기는, 그 중에서도 출판물은 일부에게만 허락된 '영토'입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 학위와 명성이 있는 주류의 사람들에게는 쉽게 그들의 '영토'가 주어집니다. 신문사와 잡지사의 칼럼 기고란부터 단행본과 전집의 자리까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쉽게 멸시당하곤 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페이지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글쓴이가 돈을 벌기 위해 주로 하는 일은 '성판매'입니다.

 

 

 

[중략] 글을 쓰는 이소희는 그렇게 으레 관심 없어 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기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자신의 작은 '영토'로 삼았습니다. "힘껏 외치는 투도 아니고 싸우는 투도"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만나 보아도, 그는 작은 목소리로 조용조용하게 말합니다. 그가 운영하는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의 글들도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일들과 그 일들이 있게 한 사회 구조에 대해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일기처럼 적어 내려가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기 같은 글을 읽고는 '성판매 여성'이 납작한 존재가 아닌, 다면적인 존재임을, '말할 수 있는' 사람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여는 글 중에서)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는 성판매 여성인 이소희씨가 자신의 페이스북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에 올린 글을 엮어 만든 책입니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작은 영토를 만들고 거기에 성매매를 하면서 겪은 일들과 생각을 표현했습니다. 근데 이 글이 음란물로 규정되어 페이스북 페이지가 삭제됩니다. 이 사건을 두고 많은 이들이 뜻을 모아 항의합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이소희씨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글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책 제목이 비장합니다.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요. 앞의 인용글에서도 나와 있듯 글쓰기는 일부에게만 허용된 영토입니다.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누구나 쓰진 않습니다. 이소희씨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을까요? 그 이야기를 얼마나 꾹꾹 눌러담고 살았을까요? 그 말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제목에서 저자의 심정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저자는 열여섯 살에 조건만남을 시작으로 성매매에 처음 발을 담갔다고 합니다. 가정폭력과 왕따를 당한 소녀가 가정을 뛰쳐나왔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것뿐이었습니다. 자발적으로 그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은 없습니다. 살기 위해서 그것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죠. 이것을 자발적이라고 판단하면 매우 곤란합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냐고, 그 선택을 한 너의 잘못이라고 몰아부치면 안됩니다. 그건 안그래도 힘든 그들을 아주 비참하게 만드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자 이소희씨가 요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도 안전하게 보호를 받으며 일을 하는 겁니다. 저자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인권을 보장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불법체류노동자라고 해도 노동법의 적용을 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믿습니다. 또 하나는 힘 없는 개인이 성매매 산업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기본 소득제를 도입하고, 성산업이 아닌 곳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사회를 저자는 희망했습니다.

 

 

 

 

이 대자보는 안녕하지 못하는 말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들이 썼다. 돈을 내었으니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논리에 구타당하고, 수치스런 말을 듣고, 성을 사는 남자에게는 관대하나 몸을 파는 여성에게는 돌팔매질을 하는 사회에 대해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어느 성매매 밀집 지역에 붙은 이 대자보는 다음 날 바로 '삼촌'들에 의해 떼어졌다고 한다.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대자보 형식의 글들도 아무런 통보 없이 삭제 당했다. 이에 많은 여성들이 서명하고 연대하여 규탄했다. 삭제한지 3일만에 페이지는 복구되었다.

 

사진 출처 : http://www.redian.org/archive/64298

 

 

 

 

자발적인 성매매도 처벌하는 '성매매 알선 행위 처벌법'에 대해 2016년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했다. 성매매는 인간의 신체, 성을 자본과 교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행위라고 보았다. 조용호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는데, 성매매는 신체를 이용한 여타의 노동과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자발적 성매매는 성판매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유 의지에 따라 스스로 상대방과 성행위를 결정한 것이므로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옳소!

 

사진 출처 : http://protoday.uz/ru/1352018

 

 

 

우리나라는 성매매가 아예 불법입니다. 돈으로 성을 사는 남자도, 몸을 파는 여자도, 그것을 알선하는 포주도 모두 처벌됩니다.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이 이렇습니다.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북유럽에서는 성을 사려고 하는 넘들, 그것을 알선하는 넘들만 처벌한다고 합니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는 매춘을 합법이며,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넘들만 처벌하구요, 네덜란드와 독일, 호주의 일부에서는 성판매, 구매, 알선 모두 합법입니다. 성을 판매하는 것은 합법이고 사는 넘들만 벌주는 북유럽이 인상적이군요.

 

 

 

헌법재판소가 밝혔듯이 성을 자본으로 교환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없는 사회가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시대에나 어느 장소에나 돈으로 여자의 몸을 사는 행위가 없었던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구요. 그렇다면 성판매를 하나의 노동으로 보고 합법화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이 법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의 인권을 지키기가 한결 수월해질 겁니다. 이소희씨가 바라던 사항 중 하나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내 몸을 내 뜻대로 사용하는 것을 허하라!!

 

 

 

울나라에서 매춘이 합법화 될까요? 그래서 저자와 같이 성을 매개로 하여 노동하는 여성들이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날이 얼른 올까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자신의 몸 달랑 하나 뿐인 여성들이 성매매 말고 다른 곳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사회는? 이건 매춘이 합법화 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저자 이소희씨의 바램은 쉽사리 성사될 성 싶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내는 소리는 더 귀합니다. 우리 사회에 층층히 쌓인 오래된 관습과 억압된 사회 구조를 뚫고 올라와 겨우 닿은 말입니다. 책의 말미에, 성판매자 인권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당신은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외면하지 말자고 합니다.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말들을, 나는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애써 소리내었습니다. 저자의 요구가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해결하기엔 시간이 한참 걸린다고 한다면, 지금 내가 할 일은 저자가 안간힘을 써서 한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