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야기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자 나도 그저 따라 짖었다 : 장정일 <공부>

개락당 대표 2017. 6. 5. 10:13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자 나도 그저 따라 짖었다 : 장정일 <공부> 

 

 

 

"나이 50 이전까지 나는 정말 한 마리 개와 같았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어 대자 나도 따라 짖어댄 것일 뿐, 왜 그렇게 짖어 댔는지 까닭을 묻는다면, 그저 벙어리처럼 아무 말 없이 웃을 뿐이었다."

 

이탁오 <성인의 가르침>, 이 책 p.81

 

 

 

장정일

 

 

 

1962년 1월 대구 출생이다. 어린 시절의 꿈은 '동사무소 하급 공무원이나 하며서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하여 다섯 시면 집에 돌아와 발 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었다 한다. 그에게 책 읽기는 무서워하고 미워했던 아버지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군 입대와 교련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핑계로 중3을 끝으로 학교와 인연을 끊는다. 19세 때 폭력 사건에 연루, 소년원에서 1년 6개월 간을 보냈는데, 많은 양의 다양한 책을 읽었다. 심상치 않은 약력의 소유자

 

 

 

중졸 학력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독서의 힘으로 결국 유명한 문필가가 되었다. 소설가 장정일을 유명하게 만들어 준 작품은 1996년에 발표한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문학계에서는 마교수의 '즐거운 사라'에 비할 만큼 논란이 되었다. 이 때의 변호사가 강금실. 금서로 지정되어 폐기되었고 지금도 재발간이 안된다.  지금의 야설들을 씹어먹는 수위라 1996년이 아닌 2017년에 나왔어도 논란이 되고도 남을 정도라고. 앗, 그러면 읽어 봐야지.

 

 

 

장정일의 문학은 80년대의 엄숙한 지적 분위기에 대한 환멸의 표현이자, 문화 전반에 보내는 통렬한 야유로 시작되었다. 그 출발의 연장선상에서 '신세대'로 대표되는 대중 문화의 시대, 90년대라는 터전 위에서 '새로운 도시 세대의 감각', '젊은 작가의 불온한 상상력'이라 불리는 문학 세계를 펼쳐 놓았다.

 

(글 발췌 및 인용 : 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30110, 나무위키 장정일)

 

 

 

 

 

 

딸아이가 내일 시험이랩니다. 아랑곳 하지 않고 놉니다. 보다 못한 엄마가 한마디 합니다.

 

 

 

"공부 쫌 안하나?!"

"아까 했다."

"언제 했노? 못 봤다."

"했다 카이."

 

 

 

딸 아이에게 공부는 하기 싫은데 엄마가 해라 해서 억지로 하는 교과서의 암기 정도 일 것입니다. 저 나이 때 저는 어땠는지 돌이켜봅니다. 아쉽게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율곡 이이는 공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쓴 <격몽요결>에서 "공부란 평소에 행동을 공손히 하고, 일을 공경히 하며, 남을 진실되게 대하는 것" 이라 하며 "늦춰서도 안되고 성급해서도 안되며 평생 꾸준히 해나가야 하며 죽은 뒤에나 끝나는 것" 이라 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한 장정일의 공부란 무엇인지 한번 볼까요?

 

 

 

"공부란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투쟁"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마흔 넘어 새삼 공부를 하게 된 이유는 우선 내 무지를 밝히기 위해서다. 극단으로 가기 위해, 확실히 편들기 위해, 진짜 중용을 찾기 위해!" 

 

"공부 가운데 최상의 공부는 무지를 참을 수 없는 자발적인 욕구와 앎의 필요를 느껴서 하는 공부다." (p.6)

 

 

 

저자의 공부 방법은 역쉬나 '책'이었고, 이 책 <공부>는 2002년 이후로 한국 사회가 저자에게 불러일으킨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읽었던 책들의 기록입니다. 조선 후기의 역사에서 시작한 저자의 호기심은 맹자와 이탁오를 지나고, 이광수를 거쳐 모짜르트, 미국의 건국, 나치의 이념, 그리고 조봉암과 이승만으로 다시 와서 촘스키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을 거쳐 박정희로 와서야 끝을 맺습니다.

 

 

 

그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여러 권의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서로 연관이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분석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다시 연결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결론을 얻고, 자신만의 의미을 찾습니다. 신토피컬Syntopical 독서법이라 불리는 방법입니다. 가장 높은 수준의 독서 방법이자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최고의 공부법이기도 합니다.

 

 

 

그의 앎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어 보이고 그가 아우르는 공부의 범위는 인간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포함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렵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박식함과 어려운 문장에 어쩐지 좀 쫄게 됩니다. 무지를 밝히기 위해 그가 어렵게 공부한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줄 요량으로 책을 썼을텐데, 좀 더 쉽고 친절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묻어 납니다. 그 전에 너의 무지를 탓해라. 그럼에도 이순신의 마키아벨리적 결말, 조봉암과 박정희 다시 보기, 나치의 공권력 분석, 송시열의 북벌론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비수는 기꺼이 경험해 볼 만 합니다.

 

 

 

 

 

 

울 딸이 방정식을 풀고 소화기관을 외우는 것도 공부고, 아내가 도자기에 그림을 잘 그리려고 노력하는 것도 공부고, 내가 책을 읽고 읽은 바에 대해 글을 쓰는 것도 공부입니다. 여행이나 취미, 그리고 심지어 알바도 좋은 공부의 형태입니다. 저마다의 공부가 다 다를 테고, 그 방법 또한 사람마다 같지 않을 겁니다. 

 

 

 

마스트 키튼의 주인공 다이치 키튼은 공부하는 것이 인간의 사명이라 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와 그 방법을 찾아, 서두르지도 처지지도 않게 꾸준히 하는 것. 그래서 자신의 내면을 튼튼하게 하여 흔들림이 없게 하는 것, 나아가 자신이 익히고 깨달은 바를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 제가 생각하는 공부입니다.

 

 

 

서두에 나온 이탁오의 글을 읽고 저자는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 애써 발버둥을 쳤으나 돌이켜보면 나도 역시 앞의 개를 따라 짖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짖고 싶을 때만 짖을 거야!' 라고 외치고 싶지만 쉽사리 될 성 싶진 않습니다. 아직 50이 되려면 좀 남았으니 이제부터 혼자 달 보고 짖는 연습부터 시작하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