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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라는 남자의 이승 여행기 : 존 윌리엄스 <스토너>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네,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걸 소풍이라고 했습니다. 소풍을 마치고 저 세상으로 돌아갈 때, 여기가 아름다웠다고 말한댑니다. 어떻게 살면 내 삶이 아름다웠다 라며 죽을 수 있을까요? 아무나 할 순 없을 겁니다. 천상병 시인쯤 되면 가능했겠지요. 이 소설은 '스토너'라는 남자의 이승 여행기입니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평범한 남자가 대학에 가고, 학문에 눈을 뜨며 교수의 길을 걷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깁니다... 2021. 7. 23.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내가 안죽였어 : 김상욱 <김상욱의 양자 공부> 1.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누가 죽였나? 완전히 밀폐된 상자안에 고양이와 독약이 든 병이 있다. 독약 병은 원자의 상태에 따라 작동이 결정되는 기계 장치에 연결되어 있다. 장치가 가동되어 병이 깨지면 독약이 나와 고양이는 죽는다. 여기서가 중요한데, 원자는 양자 역학적으로 행동할 수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와 독약병을 깨뜨릴 수 있는 상태로 동시에 있을 수 있다. 고양이는 죽었나? 살았나? 코펜하겐의 해석에 따르면 고양이는 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상자를 여는 순간 하나로 결정된다. 이게 뭥미? 고양이는 생물이라 죽은 것 아니면 산 것인데 이게 어떻게 중첩된다는 거지? 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되어 있는 상태란 건 도대체 어떤 상태란 말인가? 이 말도 안되.. 2021. 7. 22.
신여성으로 살다가 객사한 여자 : 나혜석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김우영과 나혜석은 부부입니다. 우영이 혜석을 보고 한 눈에 반해 죽기로 따라다녔습니다. 우영은 혜석보다 열 살이나 많고 또 결혼도 한 번 했었습니다. 아내가 일찍 죽었죠. 하지만 혜석에게는 진심으로 사랑을 느꼈습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면 백 번을 찍습니다. 그런 우영의 열정과 끈기에 혜석은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혜석은 세 가지의 조건을 들어주면 결혼하겠다고 합니다. 그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생을 두고 지금과 같이 나를 사랑해 주시오. 그림 그리는 것을 방해하지 마시오. 시어머니와 전실 딸과는 벌거케 하여 주시오. (p.161) 이미 혜석에게 영혼을 뺏긴 우영은 무조건하고 응낙하였습니다. 부부가 되었죠.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건이 터집니다. 프랑스에 살다가 우영은 독일로 떠나고 혜석은 파.. 2021. 7. 20.
냄새로 느끼는 세상의 풍부함과 언어의 빈곤함에 대하여 :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독일 퀼른 인근의 바헨도르프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브루더 클라우스 예배당'에 갔습니다. 미니멀 건축의 거장 피터 줌터의 작품인데요, 넓은 밀밭 한 가운데 서 있는 조그만 예배당입니다. 진흙이 섞인 전통 방식의 콘크리트 건물로 태초에 시간이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한 것처럼 들판 한 가운데 우뚝 서있습니다. 삼각형의 육중한 문은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경계입니다. 그 문을 열고 '빛이 떨어지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온몸의 감각이 털이 서듯 일어납니다. "헉!" 줌터 할배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 들어갔을 때 나오는 소리입니다. 오직 저 외마디 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어떤 형용사나 부사로도 설명이 안됩니다. 저 공간을 언어로 표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저 공간에서 제가 체험한 것과 느낀 것과 감동 받은 걸 다른.. 2021.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