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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한복판의 작은 북한, 그 안에서 자유를 꿈꾸는 청춘 : 양영희 <도쿄 조선대학교 이야기>
일본에 있는 조선대학교는 도쿄의 서쪽 고다이라시에 위치한 조총련 계열의 대학교입니다. 1956년에 설립되었고 1958년에 4년제로 개편되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북한과 조총련의 지원과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조총련계 중학교와 고등학교 출신입니다. 많은 이들의 국적은, 지도에도 없는 조선입니다. 없어진 나라의 국적을 가진 것이지요. 한국 국적도 있고 일본 국적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고미영도 조총련 단체의 간부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 학교에 입학합니다. 자식이 일본인과 사귀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들에게서 결혼 상대를 찾아오라는 말을 듣고 입학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미영은 말합니다. 입학을 하고 일과표를 받아보니 이렇습니다. 6:30 기상6:45 안마당에서 조례, 방청소..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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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접두어를 붙여 부르고 싶은 자이니치 : 조해진 <우리 세희>
1.책방 밴드에 조해진 작가가 온다는 공지가 떴다. 근데 토요일 낮 시간이다. 아, 이거 애매한데. 잠깐 고민하던 찰나 책의 소개란에 재일교포 2세인 서경식 선생을 모티브로 한 디아스포라 문학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런 책이라면 당연히 읽고 가야지. 2.책을 펼치지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이야기의 힘이 대단했다. 여기서 이야기는 당연히 자이니치라 불리는, 일본에 살고 있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주에 살다가 4.3 사건 때문에 일본으로 밀항한 청년, 북송 사업으로 북한으로 간 오빠를 둔 재일교포 여성, 그리고 일본에서 나고 자랐으며, 한국에서 간첩으로 몰려 옥살이를 하고 있는 형을 둔 남자 이야기다. 3.소설 속 서정우는 서경식 선생이 모델이다. 선생을 떠올리며 서정우를 읽으니..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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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한국사 강의를 마치며 : 박태균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지난 4월부터 김해 동상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예전에 김해좋은이웃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고, 그 프로그램이 지역아동센터 경남지원단이 주최하는 지역아동센터 우수프로그램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 일련의 과정을 블로그에 썼는데, 운좋게도 이번 프로그램 담당자가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주셔서 강의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 소문으로 한국작은도서관에서도 초등 5학년을 대상으로 한국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 저녁에 동상동에 있는 다어울림센터에 모여서 두 시간씩 진행을 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에서 3학년까지 모두 7명의 학생들입니다. 담당자가 학생 대부분이 다문화 학생이라고 귀뜸을 해주었습니다. 4월에 시작한 수업은 모두 20강을 진행..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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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 마크 그레이엄, 제임스 멀둔, 캘럼 캔트
얼마 전에 사업을 하나 완료하여 정산 서류를 만들었다. 재료비로 산정된 금액은 약 200만원이었는데, 실제로 산 것은 채 100만원이 되지 않아 나머지 금액은 가짜 영수증이 필요했다. 예전 같으면 디파짓을 하거나 부탁을 하거나 했을텐데, 혹시나 싶어 챗지피티에게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감쪽같이 만들어주었다. AI의 사용빈도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요즘은 검색을 할 때도 챗지피티나 제미나이를 사용한다. 구글이나 네이버에 비해 내가 원하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줘서 즐겨 쓴다. 한때는 이넘들이 구라를 너무 치길래 "모르면 모른다고 해라"라고 몇 번이나 강조를 했는데도 거짓 정보를 줘서 신뢰도가 떨어져 멀리 했는데 요즘은 많이 개선되었다. (그래도 의심의 눈초리는 거두지 않는다.) AI를 잘 사용하는 것..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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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강순희의 인생 기록 : 유시민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지난 5월에 헌쇠 선생님께서 김해를 다녀가셨습니다. 이제 더 기력이 없어지면 못가보니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오고 싶었다고, 함께 오신 박강인, 박강혁 두 분의 따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마침 윤솔지 감독이 찍고 있는 헌쇠 선생님 다큐멘터리도 촬영을 마쳐서, 가편집을 하여 헌쇠도서관에서 상영하기로 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제목은 입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사법부의 사망선고'라 불리는 인혁당 사건과 당시 생존자인 헌쇠 박중기 선생의 삶을 조명한 영화입니다. 이를 통해 당시 국가 폭력의 민낯을 고발했습니다. 이제 편집 작업에 들어간다고 하며, 올해 말에 개봉할 예정입니다. 헌쇠도서관에서 도서관 회원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40여분의 짧은 편집본이었는데, 특별할 것도 없이 당시의 상황과 헌쇠 선생님의 회상..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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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사랑도 그렇다 : 심훈 <동방의 애인 · 불사조>
여기 비운의 여성혁명가가 있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독립운동가, 특히 여성은 거의 모두 비극의 주인공이지만, 이 여성은 기구한 운명의 끝판왕이다. 주세죽의 이야기다. 18살에 3.1운동에 참여했고, 중국으로 넘어가 공부와 혁명 활동에 매진했다. 거기서 박헌영과 김단야를 만났다. 함께 귀국하여 조선공산당을 만들고 '조선여성동우회' 같은 진보적 단체도 만들어 여성운동에 온 힘을 쏟았다. 박헌영과 결혼했으나 일본의 경찰에 쫒기는 신세가 되자 남편과 함께 만삭의 몸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으로 이주했고, 딸 비비안나를 낳았다. 이후 모스크바로 이주하여 지냈으며 코민테른의 지시로 상하이로 넘어가 공산당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남편이 체포되었다. 이에 남편의 절친이기도 한 김단야와 함께 모스크바로 도망갔다. 박..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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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머그컵 같은 글 : 안규철 <사물의 뒷모습>
잡초 우리가 그것을 싫어하고, 경멸의 뜻으로 그 이름을 불러온 것은 그들이 우리의 삶에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이다. 먹을 수 있는 곡식이 되지 않고, 하다못해 꽃이라도 보여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자리를 차지하고 우리가 키우는 꽃이나 채소가 가져가야 할 양분과 햇빛을 빼앗아 갈 뿐이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서만 생장하고 번성하며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쓸모가 없고,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수천 년 인간의 역사 속에서 혐오와 경멸을 겪으면서도 그들이 그처럼 끈질기에 종족을 보존하며 우리에게 맞서온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만약 우리처럼 생각이라는 걸 한다면, 그들에게는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가 바로 잡초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휴일..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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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어지는 도쿄의 거리 : 강상중 <도쿄 산책자>
산이가 워킹할리데이 비자를 받아 일본에 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혼자 뚝딱뚝딱 뭘 하는 것 같더니 비자는 한번에 받았다고 합니다. 일본의 어느 지방에 가면 좋을지 묻길래, 단번에 '도쿄'라고 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월세가 비싸고, 사람도 많고, 여유롭지 못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다시 일본에 살러 간다면 두말 않고 도쿄다."라고 말했습니다. 산이는 일주일 정도 고민을 하더니 도쿄로 정한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밤에 누워 있는 나를 부르더니 집을 좀 봐달라고 합니다. 도쿄에 집을 구하고 있고, 부동산에서 몇 가지 후보를 보낸 것 같았습니다. 집의 형태와 크기는 비슷했습니다. 3평 넓이의 방과 그보다 더 작은 주방과 화장실이 딸렸습니다. 6평이 채 안되는 집들이었습니다. 월세는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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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대학살의 선명한 기록 : 아이리스 장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영어 제목은 입니다. 난징대학살도 아니고 난징의 강.간.입니다. 부제는 입니다. 아이리스 장이 왜 이렇게 자극적인 제목을 지었는지 책을 읽어보니 알겠습니다. 한국판을 출간하면서 제목을 많이 부드럽게 바꾸었습니다. 이 책은 중국계 미국인 사학자이자 기자였던 아이리스 장이 1997년에 출간한 역사 보고서입니다.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중국의 수도 난징을 점령한 뒤 일으킨 대규모 학살과 잔혹 행위를 다뤘습니다. 출간 당시 서구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난징대학살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었습니다. 아이리스 장은 난징대학살을 세 관점에서 서술했습니다. 먼저 중국인의 입장입니다. 생존자 인터뷰와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참상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일본군 가해자의 입장에서도 썼습니다. 당시 일본..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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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 나쁜 책인가? : 김유태 <나쁜 책>
제목이 도발적이다. 나쁜 책이라니. 어떤 책이 나쁜 책인가. 작은 제목은 금서기행이다. 책 표지도 강렬한 빨강색이다. 눈길이 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그럼 작가는 어떤 책을 소위 나쁜 책이라고 꼽았을까. 1부 '아시아인들은 못 읽는 책'으로, 난징대학살의 기록인 아이리스 장의 , 코로나 발발 당시 우한의 통제를 기록한 팡팡의 , 매혈로 인한 중국 내 집단 에이즈 발병 사태를 정치적 우화로 그려낸 옌롄커의 , 일본 731부대를 추적한 켄 리우의 등을 소개했다. 옌롄커는 중국 내 가장 논쟁적인 작가이자 현존하는 세계 최다수 금서의 작가라고 한다. 중국 내 금서만 8권이라고. 자신을 금서 작가로 보는 세상을 두고 옌롄커는 이렇게 말했다. "금서라고 해서 다 좋은 책은 아니다. 금지한다고 해서 다 잊히..
20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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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모두 좋았다 : 메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몸살이 심하게 걸려 어제 오늘 출근도 못하고, 아니 안하고 집에 누워 있었습니다. 여름에 너무 에어컨이 켜진 시원한 곳에만 있었더니 몸이 그러지 말라고 하소연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는 있지만 그렇다고 핸드폰으로 영화 보는 것도 못할 정도는 아니라 넷플릭스를 이리저리 돌렸습니다. 그러다 이 영화 을 발견하고는, "오, 나 이 책 예전에 읽었는데." 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영화를 봤습니다. 다 보고 나서는 "이런 내용이었어? 난 뭘 읽은 거지?" 했습니다. 그래서 책꽂이에 먼지가 앉은 책을 다시 꺼냈습니다. 예전에 누군가로부터 이 책을 선물받았는데 '건지'라는 게 감자 품종의 한 종류인가 생각했던게 기억이 납니다. (사실 책 내용은 거의 기억에 남은 게 없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이라 책이 술..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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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도루트의 인연 : 황정은 외 <2026년 제1회 김학철문학상 수상작품집>
"회장님, 범도루트 다녀온 걸로 강의 한번 하시지요." 함께 다녀온 책방지기 박태남 대표는 이런 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된다면서 재촉했습니다. 물론 그 말이 옳은 건 알지만,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어버버를 남발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싶었습니다. 사실 여행에서 느끼고 깨달은 바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행기도 꽤 길게 적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데, 어버버가 문제겠습니까. 고마울 따름이지요. 그렇게 지난 6월 책방 프로그램 의 마지막 차시를 '연해주 일대 독립운동가들의 발차취'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했습니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지난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여행의 추억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말문이 잘 막히는지라 꼼꼼하게 스크립트도 준비했습니다. 그 덕에 별 사..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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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천천히 읽고 쓰는 기쁨 : 김성우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70p영화의 중심에는 버스 운전을 업으로 하고 시 습작을 게을리하지 않는 패터슨의 삶이 있습니다. 그의 시를 사랑하며 높이 평가하는 로라는 그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싶어 하지만 패터슨에게는 당장 출판할 계획도, 자신의 시가 널리 읽혔으면 하는 욕심도 없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마주치는 사물, 로라와의 대화, 마빈과의 산책길에 들르는 술집 셰이즈 바의 사건들, 운전 중에 들려오는 목소리들에 마음을 기울이고, 틈날 때마다 습작 노트를 펼쳐 그 모든 것을 엮어 텍스트를 직조하기를 놓지 않을 뿐입니다. 삶과 쓰기의 관계를 다룬 영화는 많지만 영화 이 마음 깊이 남았던 이유는 그가 삶 속에서 시를 썼다기보다는 그의 삶 자체가 시가 되어 간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패터슨은 세계에 귀를 기울입니다. 버스를 운전하..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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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손의 건축가 : 이타미 준 <이타미 준 나의 건축>
김중업 1964년 착공, 1967년 부분 사용, 1970년 완공.1995년 철거 이타미 준 石彩の教会>일본 홋카이도 93p 중에서이 자그마한 '불상이라는 조각'은 재질과 형태, 광채에 있어 뭐라 말할 수 없는 완벽함을 구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적인 균형감에는 거의 본능에 가깝도록 집요하게 추구한 강인한 형식이 있었다. 언젠가 나도 이렇듯 강인하고 단정한 건축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이루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잠시 헛꿈을 꾸었다. 102p 중에서태연자약하고 기백 넘치는 중국 자지 또한 나름대로 아름답지만, 순박하고 꾸밈없으며 마치 자유롭게 노니는 듯한 조선의 도자기에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 한없는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잔뜩 힘을 주고 추구하는 집념 같은 망..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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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이화림? 독립운동가 이화림! : 이화림 <이화림 회고록>
이화림, 이름이 낯설지 않습니다. 네, 영화 의 주인공도 이화림이었습니다. 영화 감독이 이름을 지을 때 독립운동가 이화림에게서 따왔다고 했습니다. 그 감독 이름을 찾아봤더니 '장재헌'입니다. 독립운동가 이화림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겠지요. 그 덕에 이화림의 이름은 세간에 회자 되었습니다. 이라는 제목이지만, 이 책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우리 역사서입니다. 역사소설 저리가라 할 정도로 흠뻑 빠져 단숨에 읽었습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여러 사건에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끝까지 살아남으셔서 당시의 파란만장했던 역사를 우리에게 들려주신 것이 더없이 고마웠습니다. 1.어린 시절 이화림의 멘토이자 모델은 두 오빠인 이춘성, 이춘식이었다. 오빠들이 지하실에서 소위 '삐라'를 만들면 이화림은..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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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아내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자 : 이승연 <손절사회>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간다. 몸은 지쳤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현관문을 열면 아내가 "오늘은 늦었네요." 하고 맞아준다. 옆에 있던 아들도 "아빠, 왔어요."하며 반긴다. 늦은 저녁을 아내와 함께 준비한다. 냄비에 먼저 고기를 굽고 물을 부어 커다란 김치를 넣는다. 그 사이 아내는 계란말이를 준비한다. 식탁에 마주 앉아 저녁을 먹으며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당신, 운동하더니 뱃살이 많이 들어갔네. 점점 날씬해지고. 운동 너무 열심히 하지마, 없어지겠어." "아니, 뭐야~" 설겆이는 어김없이 가위바위보다. 나와 아내는 보, 아들은 주먹이다. 내가 아닌 게 기쁘고 아들이 걸린 건 더 즐겁다. 그 사이 과일을 깎고 다시 소소한 담소를 나눈다. 배 부르고 등 따시고 실없는 말 한마디에 서로 웃어주는 저녁 풍..
202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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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요조는 스스로가 자신을 인간 실격이라 말할 정도로 개판으로 살아간다. 자기애도 강하고, 그 밑바닥에는 짙은 자기 혐오의 감정을 품고 있다. 그래서 주위의 모든 사람을 불행에 빠트린다. 그의 옆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나락의 길로 간다. 이런 인간이 옆에 있다면 한마디로 피곤하다. 정상적이 생활을 하려면 일단 피해야 한다. 하지만 요조를 만나는 여자들의 감정은 다르다. 소설의 마지막에 요조를 지켜보던 마담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 술만 안 마시면 하나님처럼 착한 아이였어요." 여자들은 요조를 세상의 위선에 때 묻지 않은, 지나치게 순수해서 부서져 버린 영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독자 평도 "이렇게 나약하고 부끄러운 나라도, 사실은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202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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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가 보여준 아름다운 드라마 : 장강명 <먼저 온 미래>
2016년 3월,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가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당사자인 이세돌을 비롯한 대부분의 관계자와 일반인들은 이세돌의 승리를 믿었다. 나도 그렇고. 일부 과학자(특히 알파고를 개발한 사람들을 포함하여)들은 조심스럽게 알파고의 승리를 예측했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우주의 원자 갯수보다 훨씬 많고, 그래서 아무리 알파고라 하더라도 이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기에 무한대에 가까운 선택지에서 인간의 직관이 컴퓨터보다는 더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4승 1패로 알파고의 승리. 그 1승이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이긴 유일한 판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알파고는 아주 불친절해서 왜 거기에 두었는지 가르쳐주..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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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소설의 감상을 도자기에 그림으로 표현하다 : 김애란 <침이 고인다>
17p어쨌든 나는 아홉 살이었고, 내겐 연주를 할 시간보다 말썽을 피울 시간이 많았다. 와장창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나거나 언니의 비명이 들릴 때마다, 엄마는 만두피를 빚다 말고 잽싸게 달려와 우리를 두들겨 팬 뒤, 다시 쏜살같이 달려가 만두를 쪘다. 엄마는 늘 바빴다. 애들은 빨리 때려서 빨리 키워야 했고, 만두는 그보다 더 빨리 쪄내여 했다. ( 중에서) 50p그녀는 매달 13평형 원룸의 월세와 의료보험, 적립식 펀드 한 개와 적금을 부어갈 만한 생활력을 갖고 있다. 아울러 만기일까지 적금을 붓기 위해선, 오늘 하루, 열심히 얼룩말처럼 달리고, 곰처럼 춤을 추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가끔 인생의 어떤 부분을 가불받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없지 않지만, 한 1년 묵묵히 공부한 뒤 공기업에 취직하..
202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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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슬픈 세일즈맨이다 :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줄거리 주인공 윌리 로먼은 60대의 노쇠한 세일즈맨이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하며 뉴잉글랜드 전역을 운전해 다녔지만, 나이가 들자 기본급도 없이 실적 수수료만 받는 비참한 처지로 몰린다. 지칠 대로 지친 그는 운전 중 환각을 보며 교통사고를 낼 뻔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그의 아내 린다는 남편을 헌신적으로 보살피지만, 두 아들 비프와 해피는 부모의 기대와 달리 30대가 되도록 제대로 된 직장 없이 방황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미식축구 유망주였던 큰아들 비프는 현재 백수 상태로, 윌리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자 갈등의 중심이다. 윌리는 현실이 고통스러울 때마다 과거의 기억이나 환각 속으로 도피한다. 성공한 사업가였던 형 벤의 환영을 보며 "내 방식이 맞았다"고 자위하고, 두 아들이 자신을 우러러보던 ..
202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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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씨에게
들이와 강이가 사는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들이의 생일이기도 했고, 이사한 집도 구경 갈겸 해서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했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아이들과 비를 맞으며 재미있게 놀다 왔습니다. 밤 늦게 집에 오니 테이블 위에 들이가 보낸 뜻밖의 편지가 있습니다. 금수씨에게 아빠 안녕. 생일을 맞아 서울에 와줘서 고맙습니다. 혼자 쓸쓸히 보내게 될까 걱정했는데 덕분에 즐겁겠군요. 나는 너무 푸른 에너지에 내 기를 다 빼앗기는 기분이 싫어서, 비가 많이 와서, 녹아버릴 듯한 더위가 싫어서, 옅은 바람이 부는 여름밤이 너무 아름다워서 여름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나의 생일이 있고, 7월이 다가오면 왠지 기대가 되는 것을 보아 결국 여름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요즘은 혼자서 많은 것을 느끼려 하고 있..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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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안을 기르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 윤광준 <심미안 수업>
그렇게 살아보니 알게 되었다. 삶의 여유가 있을 때 무엇인가를 즐기는 것보다, 삶이 고단할 때 마주한 아름다움이야말로 더 소중하고 오래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9쪽) 명작은 기본적으로 긴 세월을 견딘 작품이다. 명작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졌고, 내가 죽고 난 다음에도 남아 있을 것이다. 세월이 아주 많이 흘러도 남아 있을 것이다. 시공을 뛰어넘는 불멸성을 이미 갖췄다. 한 번뿐인 인생을 사는 인간에게 시간에 맞서 변하지 않는 대상과 마주할 때의 경험을 강렬하다. (66쪽) 그 기업가에게 물어보았다. "왜 예술이 즐겁습니까?" 이렇게 답했다. "아름다움은 느낄 수는 있지만 만들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아름다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우리에게 전달되는지를 알아가는 재미가 매우 깊습니다. ..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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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당신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 김학철 <최후의 분대장>
김학철 선생은 1916년 생이다. 따지자면 우리 할아버지 연배이다. 그러니 잘 모를 수도 있다. 나도 이름만 들었는데, 작가보다는 조선의용군 최후의 분대장으로만 알았다. 올해 초에 '범도루트'에 참가하게 되었고, 그 일정 중에 '김학철기념관'이 있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기념관을 다녀온 다음에는 '김학철'이라는 인물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고, 책도 다시 읽었다. 선생은 원산에서 자랐는데, 1929년의 원산총파업을 직접 목격했다. 그리고 1932년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 의거에 큰 충격을 받고 항일운동에 직접 뛰어들고자 19살인 1935년에 가출하여 상하이 임시정부를 찾아갔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여차저차 상하이에 도착했지만, 아뿔싸, 임시정부는 이미 옮겨가고 난 후였다. 이튿날 우리는 다시 한번 진..
20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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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 우리 엄마 : 디디에 에리봉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프랑스의 철학자 디디에 에리봉이 어머니의 노년과 죽음, 그리고 지나간 삶에 대해 돌이켜보며 적은 책이다. 책의 1부와 2부는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원에 모시는 과정과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3부와 4부는 일평생 노동자로 살아온 어머니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여성 노동자의 삶의 힘듦, 올바른 죽음에 대한 모색, 그리고 사회 연대의 필요성을 사회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적었다. 거동이 불편하고 인지가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노인의 마지막 선택, 정확히 말하자면 자녀들의 선택은 요양원이다. 그런데 요양원에 들어간다는 것은 노인에게 있어서 받아들이기 힘든 큰 변화이자 충격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마 자명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요..
202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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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무기력함과 싸우고 있다 : 모리타 아오 <네가 사라진 세계>
드라마 가 한창이다. 지인이 모자무싸 어쩌고 해서 "그게 뭐예요?" 하고 물었더랬다. 드라마는 잘 안보지만, 작가가 , 의 작가라고 해서 어떤 이야기일까 하고 호기심이 일어 몰아봤다. 그렇게 나의 시간을 들여서 본 소감은, "고윤정은 뭘 해도 예쁘다.", "구교환 찐따." 뭐 이 정도다.... 라고 하면 누가 뭐라 할래나. 어쨌든 뭐, 그렇다. 황동만과 변은아의 스토리보다 고박필름의 고대표(강말금 분)과 최필름의 최대표(최원영 분) 사이의 대립과 각자가 가진 가치관이 오히려 흥미로왔다. (나는 고대표의 가치관을 지향하지만, 실제는 최대표와 더 가까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제목이 특이한데, 이런 식으로 드라마 제목을 짓는 것도 재미있다. 제목에서 드라마의 내용이 확 다가온다. 호기심 자..
202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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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 없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 장현정 <일인일서>
산이가 일본 워킹 비자를 받았다. 조금씩 준비를 하더니만 이제 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일정을 물으니 더위가 가시는 9월 중순쯤에 일본으로 떠날 계획이라고 한다.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워킹 비자를 받았다는 것은 당연하게 일본에서 일을 하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진지하게 충고를 했다.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해라. 너의 일본어 실력에 따라 알바의 수준이 정해진다. 지금 정도의 수준이면 어두컴컴한 주방에서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 설겆이 정도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알았다고 말을 하면서도 생활 패턴은 별로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새벽까지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낮에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했다. 답답해서 일본어를 직접 가르쳤다. 책을 통째로 외우게 하고 작문을 시켰다. 그럼에도 하루에 공부하는..
202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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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는 누구인가? : 임건순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1. 묵자의 무리는 강호의 시초다. 이 묵자들의 제자들은 전국 시대에 대대적으로 무리를 지어 움직이면서 약소국에 들어가 강대국에 대한 방어를 돕는 활동을 하며 실전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어떻게 무기를 만들고 성을 방어하며 군사조직을 운영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군사 관련해서는 실전과 이론 실력을 겸비한 사람들이었죠. 이렇게 묵자 무리는 군사조직 내지 군사전문가의 성격이 상당히 강했습니다. 그런데 혼란의 시긱인 춘추전국 시대가 종식되고 통일 제국이 들어서면서 전제 왕권 시대가 닥쳤습니다. 묵자의 무리는 쓸모가 없어졌고 대대적으로 정부의 탄압을 받고 무수히 죽기도 했는데, 탄압을 피해 흩어진 묵자 무리가 협객의 시초가 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른바 강호에서 놀게 되어 그중 일부는..
20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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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상무, 솔직히 실망일세 : 슈카친구들 출판부 <지식은 지금>
나는 슈카월드의 열혈 청취자다. 슈카가 머리 짧게 깎고, 검은 뿔테 안경에,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정도로 형형할 때부터 들었다. 그리고 슈카의 옹호자이기도 하다. 최근 계엄 관련 방송과 소금빵 이슈까지 여러 논란이 있지만 나는 슈카를 지지한다. 이동형이나 오창석이 슈카를 깔 때 "너희들은 슈카를 제대로 듣질 않았구나." 했다. 슈카월드가 승승장구해서 새끼를 쳤다. '머니코믹스'를 비롯하여 '좋좋슈', '주식은지금' 등의 새끼들도 즐겨 본다. 어느 순간 알상무라는 요상한 친구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 친구 묘하게 끌린다. 평범한 숏쟁이 같은 말을 하는데, 틈틈이 촌철살인의 멘트를 날렸다. 제법 귀담아 들을 만한 이야기도 꽤 했다. 세상만사 돌아가는 이치를 어느 정도 깨우친 듯 했다. 그의 독특한 시각이 좋..
202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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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넷플릭스보다 재미있을까? : 성해나 <혼모노>
KTX를 타면 남영역을 지날 때 보이는 건물이 있다. 약간 음산한 기운을 내뿜긴 하지만, 거무튀튀한 벽돌과 수직창이 강렬하고, 비례가 조화로워 제대로 지어졌다는 인상을 주는 건축물이다. 바로 그 이름도 무서운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1976년에 5층으로 준공하여 '국제해양연구소'라는 위장 상호로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1983년 7층으로 증축었고다. 민청련의 김근태 의장이 이곳에서 고문기술자 이근안에게 고문을 당했고, 1987년에 박종철 열사도 역시 여기서 고문을 받다 죽었다. 건축가 김수근은 우리나라 현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지은 공간 사옥(현재는 아라리오 뮤지엄)은 최고의 현대건축 순위에서 항상 1등을 먹는 걸작이다. 이외에도 경동교회를 비롯하여 잠실운동장, 세운상가,..
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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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글 : 최영심 <내 마음속 오솔길>
울 엄마 '엄마'라는 단어는 불러만 봐도, 들어만 봐도 왠지 눈물이 나려 하는 말이다. 반백 년이 지난 내 삶에서 고등학교 3년, 대학 4년, 결혼해서 10년을 뺀 나머지 시간을 엄마와 함께 살았다. 대가족을 이루고 살던 집안에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할머니마저 이듬해에 돌아가시자 엄마는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우울증을 앓게 되셨고, 이런저런 여건으로 큰딸인 내가 친정집에서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살다 보니 차츰 회복이 되셨다. 논농사도 짓고 배추도 많이 심어서 김장 때는 김치 공장을 방불체 하는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가 가족들, 주변 지인들, 나의 친구들에게도 나누어 주셨다. 엄마의 후한 인심 덕에 내 인심도 후해졌다. 세월은 유수같이 흘렀고, 다시 엄마와 함께 산 지도 20년이 훌쩍..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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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자랑, 김해외국인거리 : 홍성수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특징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김해 외국인 거리'를 꼽는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김해 최고의 번화가였던 동네는 이제 원도심이라 불리며 외국인들의 천국이 되었다. 주말에 그 동네를 나가볼라치면 그야말로 외국의 어느 거리다. 동상시장에서 칼국수 한그릇 사먹고 일부러 그 거리를 어슬렁거린다. 베트남을 위주로 한 동남아시아의 친구들, 수염을 잔뜩 기른 인도와 스리랑카 친구들, 조금은 험상 궂게 생긴 중앙아시아 친구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를 닮은, 옛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들의 친구들, 이 동네는 그야말로 인종의 짬뽕이다. 그래서 분명 외국의 어느 거리이긴 한데 어디라고 특정하기는 어렵다. 내가 매일 운동하러 가는 시골의 면 체육관에도 6시 이후에는 거의가 외국인 젊은..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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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최고의 지도자인가? : 변은진 <독립과 통일 의지로 일관한 신뢰의 지도자, 여운형>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을 맞이하고, 그 중요한 시기에 나라의 지도자가 이승만이 되었다. 최악 중의 최악이다. 어쩜 이리도 꼬일 수가 있나. 이승만 욕을 하려면 몇 바닥을 써야 되지만 여기서는 그게 주제가 아니니 패쑤. 이 참에 일제강점기 시절에 가장 뛰어났던 우리 지도자 랭킹을 한번 매겨보자. (순전히 내 맘대로이니 반박하실 분은 당신의 의견이 옳다.) 안중근 장군이나 홍범도 장군도 위대한 독립운동가이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훌륭한 투사이자 지도자이지만, 무장 투쟁의 선봉에 서신 분들이라 제외한다. 1. 김구 김구 선생의 가장 큰 업적이라면 임시정부를 끝까지 지키셨다는 점이다. 그 어려운 시대 상황에서 몇 번을 옮겨다니면서도 임시정부의 명맥을 지켰다. 오직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치신 분으로 위대한 독립운..
202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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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들여다 보는 건 무서운 일이야 : 백수린 <봄밤의 모든 것>
35p마른 바람이 가늘어진 나뭇가지들을 흔들고 지나가는 소리만 간간히 들렸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빈 페이지를 펼쳤다. 무언가가 쓰고 싶었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마음을 들여다 보세요." 강사는 수업 시간에 그렇게 말하곤 했다. 글을 쓰기 위해선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하지만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지. 너무 무서워. 산이에게 물었다. 쉰 다섯 먹은 아저씨가 이제 남은 삶에서 즐겁고 가슴 뛰는 일이 무엇일까? 산이가 대답했다. 경제적으로 걱정이 없는 것, 자식들이 결혼하는 것, 그래서 손자 손녀를 보는 것, 자식들이 잘 되는 것, 개락당이 번창하는 것, 뭐 이런 것 아니겠어요? 그래, 그런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내 주변이 잘 되어 내가 행복한 것이지...
202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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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의 잊힌 인물을 찾아서 : 임경석 <독립운동 열전 02>
1. 일제강점기 여성 혁명가의 으뜸, 박원희 (1898~1928) 24p부부는 합법 공개 영역의 활동도 중시했다. 용정에 설립한 동양학원과 영고탑에 세운 대동학원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학교들은 서울파 공산 그룹이 사실상 주도하는 합법 교육기관이었다. 특히 동양학원은 급진적 학생운동의 진원지와 같은 역할을 했다. 1923년 5월에는 동양학원 학생회 주최로 강연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 , 이라는 제하의 강연을 맡았던 세 학생이 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뒷날 이 경연회는 북간도 사회운동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원희는 김사국의 아내이자 혁명가였다. 김사국은 1920년대 우리나라 사회주의 운동의 양대 산맥이었던 서울파의 지도자로 화요회와 대립했다. 화요회의 주도로 1925년 조선공산당이 탄생할 때..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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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의 잊힌 사건을 찾아서 : 임경석 <독립운동 열전 01>
1. 40만 루블의 주인은 누구인가? - 김립 암살 사건 1920년 9월 박진순과 한형권은 모스크바로부터 금화 40만 루블(현재의 가치 약 500억원)을 수령했다. 단순한 40만 루블이 아니었다. 볼셰비키 정부로부터 200만 루블의 원조를 약속받았고, 1차분으로 40만 루블을 받은 것이다. 2년 후, 1922년 8월 한인사회당의 김립이 상하이 북쪽 외곽 지역에서 피살되었다. 김립에게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오면직과 노종균으로 임시정부에 소속된 경호원들이었다. 임시정부 경무국장인 김구는 에서 그 돈은 소비에트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게 지급한 것인데, 임시정부 국무총리인 이동휘와 비서관 김립이 공모하여 횡령했다고 썼다. 임시정부는 포고문을 통해 이동휘와 김립이 파렴치한 행동을 자행하고 있고 이를 응징해야..
202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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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지배하는 유전자, 이에 반항하는 인간 : 최정균 <유전자 지배 사회>
책을 읽고 알게 된 몇 가지 사실 1.토머스 맬서스의 에 따르면 식량 공급이 인구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므로 빈곤한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는 가난한 자들의 도태는 빈민 구제와 같은 사회적 제도로 해결할 수 없고 해결되어서도 안 되는 자연법칙이라는 논리로 발전했다. 그리하여 은 근로자들의 착취에 대한 면죄부가 되었다. 당시엔 그랬다. 2.암컷들은 수컷들의 구애를 행위를 보고 짝을 선택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짝짓기의 결정권은 완전하게 여자에게 있다. 3.배우자를 고를 때, 자신과 반대 성향을 가진 이에게 끌린다. 유전자가 시켰다. 그게 건강한 2세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그 이유로 이혼한다. 이혼의 가장 많은 원인이 성격 차이인데, 이게 구라가 아니다. 4.토머스 홉스는 자연 상..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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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의 나라, 귀신들의 땅, 타이완 : 천쓰홍 <귀신들의 땅>
나는 타이완을 좋아한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가볼 요량으로 유투브에 나온 타이완의 여러 곳을 돌아보기도 한다. 왜 이 나라에 호감이 있을까? 타이완 사람을 만나보거나 그들의 문화를 많이 접해본 것도 아닌데. 아마도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았고, 그럼에도 그걸 잘 극복하고 지금처럼 잘 살고 있는 모습이 우리와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해서 그럴 것이다. 타이완에는 한족 이전의 원주민들이 살았다. 과일을 따먹고 사냥을 하고 가끔 농사도 짓고 지냈을 것이다. 그러다 1624년 네덜란드가 왔다. 원주민들을 몰아내더니 자기 땅이라고 깃대를 세웠다. 스페인도 왔으나 네덜란드가 몰아냈다. 1661년에 명나라 장수 정머시기가 와서 네덜라드를 몰아내고 명의 영토로 편입했다. 그리고 조금 뒤에는 명이 청에게 망..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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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서점 : 우쓰기 겐타로 <고양이 서점 북두당>
내가 자주 들러는 동네 책방 에도 고양이가 산다. 주인장의 아들이 기르던 고양이인데, 어찌저찌하여 책방으로 오게 되었다. 검은 녀석은 '웅이', 하얀 녀석은 '미오'다. 책방에 자리를 잡은 후로는 손님이 와도 한번 스윽 쳐다보고는 왔는갑다 하고 자기 할 일을 한다. 할 일이라고는 책 위에서 식빵 굽기, 책방 의자 사이를 어슬렁거리기, 밥 먹고 하품하고 고양이 세수하기 등이다. 그러다 사람의 손이 고프면 슬그머니 다가와 다리에 머리를 들이민다. 몇 번 쓰다듬어 주면 이젠 됐어 하고 간다. 서양 속담에 고양이는 아홉 번 산다고 한다. 세 번은 노닐고, 세 번은 방랑하며, 마지막 세 번은 인간과 함께 한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도 아홉 번 산 고양이이다. 인생을 아홉 번쯤 살고 나면(심지어 전생의 기억도 다..
20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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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 강지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p.99흔히들 빈곤층은 왜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고, 왜 절박한 순간에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왜 자신의 계급적 이해와 배치되는 선택을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가난하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재화가 없음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고 사회적 존재가 일상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대처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즉, 생존 자체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합리적 판당을 하고 미래 지향적 사고를 할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빈곤층이 전략적 사고나 내명의 강인한 힘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제목이 상당이 도발적이다. 가난한 아이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다니, 가난한 아이들은 가난한 어른이 되겠지, 라고 속으로 툭 내뱉었다. 사실..
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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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일하고 겨우 먹고살기 : 류동민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
공부는 지루함을 참는 능력 29p몇 년 전 일본에서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던 교육학자가 있다. 도쿄대학교 법학부 출신이니 적어도 학교 공부 하나는 확실하게 잘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었을 테다. 그의 주장인즉,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결국 지루함을 참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때 말하는 공부란 당연히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는 수험 공부를 가리키는 것이다. 물론 유전자에 따라서는 남달리 지루함을 잘 참아내는 선천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식이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라는 마르크스의 유명한 명제가 말해주듯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학습하며 자라느냐 하는 요인은 사람이 지루함을 참아낼 수 있는 능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저자는 근대 대..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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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가 함세웅 평전 : 김삼웅 <정의의 길, 세 개의 십자가>
이 책은 신부이자 사회운동가로 살아온 함세웅 선생의 삶의 기록입니다. 함세웅 선생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80년대와 90년대, 현대사에 굵직한 문제가 터졌을 때 항상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있었습니다. 신부들이 참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그 중심에 함세웅 선생이 있었습니다. 함세웅 선생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짠 하고 나타나는 짱가처럼, 민주화 운동에는 항상 발벗고 나섰습니다. 아니, 신부가 이렇게까지 한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선생의 헌신으로 우리의 민주화는 이만큼 앞서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몇 가지 주요 사건을 옮겨보았습니다. 1974년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출범 1974년에 유신정권은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이라는..
202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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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양과 무정의 꿈, 그리고 진옥출의 붉은 사랑 : 최산 <파란 나비>
4p 진옥출에 관한 사실史實은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1917년에 충주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초등교육을 받은 후 서울로 올라와 숙명여고보를 졸업하고 이화여전을 거쳐 일본여대로 유학 갔다는 것, 거기서 몽양 여운형과의 사이에서 딸 여순구를 낳았으나 그 직후 항일 무장투쟁에 참여하겠다며 홀로 중국 타이항산으로 들어가 조선의용군 대원으로 활동했다는 것, 그리고 그 산에서 동료 대원 허갑과 결혼했으나 그가 밀정이란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그를 사살했다는 것 정도가 전부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실 외에 이 소설에 나오는 진옥출 관련 에피소드는 대부분 픽션이다. 1.작가는 진옥출에 관한 기록을 찾으려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성과가 없어 낙담하고 있을 무렵, 진옥출이 꿈에 나왔다. "그냥 써." 그리고 ..
202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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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시작은 사랑이다 : 류동민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
류동민 교수는 알릴레오 북스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폴 크루그먼의 편에 나왔는데, 마르크스를 전공하고 충남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분입니다. 경제는 인간과 인간의 행위에 관한 학문이라고 하며 무엇보다 사람과 사회를 보는 따뜻한 시선이 좋았습니다. 헌쇠도서관에서 류동민 교수의 책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알릴레오 북스에서 경제학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보고 쉽게 풀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 또한 그렇습니다. 책은 쉬운 문장으로 조근조근 설명하지만, 마르크스의 이론들이라 그 내용이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 책으로 강의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개의 키워드로 인상적인 부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인간의 본질은 그 인간이 사회적으로 맺고 있는 관계들의 총체이다. 35p그..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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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3>
1. 악연의 시작과 끝, 벨기에와 콩고 19세기 중반 벨기에가 정신을 차리고 식민지를 찾으니 인기 있는 아시아는 모두 다른 열강들이 다 차지하고 남은 곳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아프리카의 콩고였다. 벨기에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콩고를 식민 지배했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 학살과 착취는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었다. 중노동에 항의하는 콩고인들의 팔을 잘랐는데 그 수가 무려 천만이었다. 자료를 보면서 저자도 몇 번을 확인했다고. 181p샤를 지로는 세기의 건축가였던 모양이다. 브뤼셀이 자랑하는 생캉트네르 개선문 또한 그의 작품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거대함에 압도된다. 파리의 개선문보다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벨기에 건국 50주년을 기념하여 1880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설된..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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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을 아시나요? : 조갑상 <도항>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 개요1945년 8월 24일 한국인 피징용자를 태운 일본 해군 수송선 우키시마마루호가 원인 모를 폭발로 침몰한 사건이다. 일본어로는 浮島丸事件이라 부른다. 배경일제강점기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로 일본의 본토, 사할린, 쿠릴열도 등으로 끌려가 탄광, 군수공장, 토목공사 등의 중노동에 투입되었다. 이 강제 징용은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이르러 더욱 심했다. 송환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였으나 일본에 있던 조선인 노동자의 귀국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오히려 이러한 증거를 없애고자 조선인 노동자들을 집단학살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당시 고국 조선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재일 조선인은 약 2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출항과 침몰1945년 8월 22일 우키시마마..
202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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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문총 발간 논문집 : 사준미 외 <중국항일전쟁과 한국독립운동>
이 책에는 중국의 역사학자들이 일제강점기 시절 중국에서 일어난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 관해 쓴 논문 20여 편이 수록되어 있다. 펴낸 이는 상해대한민국임시정부 옛청사 관리처다. 중국 정부는 상해임시정부 옛청사를 문물보호 단위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옛청사 관리처는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실을 만들어 관련 학자를 초빙하여 한국의 독립운동사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물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편집한 이는 옛청사 관리처의 보경문총편집위원회인데, '보경'은 당시 임시정부가 있던 주소인 '보경리 4호'에서 따 온 것이다. 보경문총편집위원회 주임위원은 사준미 화동사법대학 역사학과 교수다. 27p광복군 성립 전에 한국독립운동 내부에는 오래 전부터 무장부대가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김약산의 의..
20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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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허은 회고록 : 허은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
저자인 허은(1907~1997) 선생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의 손자며느리입니다. 의병장 왕산 허위가 재종조부(할아버지의 사촌 형제)이고 이육사의 어머니 허길이 고모입니다. 친가와 시가 모두 엄청난 집안입니다. 아홉 살 되던 1915년 가족 모두 망명길에 오릅니다. 서간도 퉁화현를 거쳐 류허현에 정착합니다. 10살을 겨우 넘긴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도와 농사를 짓고 가사를 돌봅니다. 1922년 헤이룽장성 닝안현으로 거처를 옮기고 그해 이상룡 선생의 손자 이병화와 혼인을 합니다. 혼인 후 간도의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만주지역의 독립운동가들의 그림자가 됩니다. 농사를 지어 독립운동가들의 밥을 해먹이고 옷을 지어 입힙니다. 항상 먹거리가 모자라 부업을 해서 음식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
202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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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가 고픈 독자들에게 : 오쿠다 히데오 <소문의 여자>
저자의 글 - 친애하는 한국 독자 여러분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심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이 발휘되는 건 주로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에 한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의를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때때로 타인을 비난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발동되곤 합니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인간의 해학성을 그려 보려고 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악녀 미유키가 아니라 지방의 작은도시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근본부터 악한 사람들은 아닌데도 우선 나를 챙기려는 마음에 거짓말도 하고 부정도 저지릅니다. 그들의 소행은 엄밀히 말하자면 죄지만 슬쩍 눈감아 줘도 그리 큰 영향은 없는 소소한 죄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그런 소소한 욕망을 그려 내면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자연스..
202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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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개화사상서이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 : 유길준 <서유견문>
Q. 서유견문을 쓴 유길준은 누구인가. A.갑신정변의 주역인 김옥균, 박영효 등과 함께 공부했다. 1881년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가서 '조선 최초의 일본 유학생'이 되어 후쿠자와 유키치가 세운 게이오 대학에서 공부했다.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국내로 귀국했다. 보빙사의 일원으로 미국에 파견되었고, 미국에 남아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 되었다. 1884년 갑신정변이 일어나자 학업을 중단하고 미국을 떠나 1년간 유럽 각국을 돌아다녔다. 20대 시절에 일본과 미국 유학을 했고 거의 세계일주 급의 여행을 했던 조선의 초 엘리트였다. 친일파 지식인들과 가깝게 지냈고, 본인도 일본에 우호적이었으나 일본의 조선 병합은 반대했다. 의친왕을 왕으로 세우려는 쿠데타에도 가담했으나 실패하여 일본 오가사와라 섬에 4년..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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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딱하면 파시즘으로 갈 뻔 했다 : 로버트 O. 팩스턴 <파시즘>
파시즘은 무엇인가? 487p파시즘은 '공동체의 쇠퇴와 굴욕, 희생에 대한 강박적인 두려움과 이를 상쇄하는 일체감, 에너지, 순수성의 숭배를 두드러진 특성으로 하는 정치적 행동의 한 형태이자, 그 안에서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업은 결연한 민족주의 과격파 정당이 전통적 엘리트층과 불편하지만 효과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민주주의적 자유를 포기하며 윤리적 법적 제약 없이 폭력을 행사하여 내부 정화와 외부적 팽창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정치적 행동의 한 형태' 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파시즘은 이념이나 사상이 아닌 정치적 행동이라고 저자는 정의했다. 책의 순서가 재미있는데, 파시즘의 특징과 발전 과정, 그리고 파시즘으로 알려진 여러 운동과 정당, 독재자들을 살펴보고 나서 파시즘이란 무엇인지 귀납적 방식으로 규명..
202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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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서 지중해까지 :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2>
1. 미얀마의 봄과 민주주의, 그리고 아웅산 수치 미얀마의 국부는 아웅산이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싸운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 독립을 위해 중국 공산당의 힘을 빌리려 했고, 일본과 손을 잡고 영국에 대항했다. 영국이 잠깐 물러간 사이 일본이 통치하자 미얀마 군의 수장이 되어 일본에 대한 저항운동을 펼쳤다. 일본이 패망하고 영국이 재점령하자 다시 독립을 위해 싸웠다. 1947년 영국 식민정부에 의해 암살당했다. 향년 32세. 이 아웅산의 딸이 아웅산 수치다. 수치는 1988년 귀국하여 버마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고 이 공로로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2015년 마침내 미얀마의 국가원수가 된다. 29p'악의 축' 이라크 후세인의 운명을 지켜본 미얀마 군부는 2005년 양곤에서 네피도로 ..
202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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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타파, 복어는 한국으로 보내줘 : 쥴피 리바넬리 <어부와 아들>
무스타파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에게해에서 고기를 잡는 튀르키예의 어부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여러 생각들을 무스타파에게 물어보았다. Q가벼운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죠, 무스타파. 당신이 '아빠'라고 이름 붙인 돌고래가 아기를 당신에게 데리고 왔는데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A그건 돌고래를 무시하는 발언입니다. 돌고래는 자기들끼리 활발한 의사 소통을 합니다. 심지어 뒷담화도 하는 녀석들이에요. 기쁨과 슬픔을 느낄 줄 알고 기억력도 뛰어나고 아주 영리합니다. 그들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과 지능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인격체입니다. 인간과 다른 점도 있는데, 우리보다 훨씬 선하고 순수하지요. 인간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Q아, 그렇군요...
202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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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 :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9p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다. 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를 압축하느라 삼십오 년간 활자에 찌든 나는, 그 동안 내 손으로족히 3통은 압축했을 백과사전들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나는 맑은 샘물과 고인 물이 가득한 항아리여서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근사한 생각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는 이제 어는 것이 내 생각이고 어느 것이 책에서 읽은 건지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14p그런데 밀려드는 폐지 더미 속에서 희귀한 책의 등짝이 빛을 뿜어낼 때도 있다. 공장 지대를 흐르는 혼탁한 강물 속에서 반짝이는 아름다운 물고기 같달까. 나는 부신 눈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렸다가 그 책을 건져 앞치마로 닦는다. 그런 다..
202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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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의 위대한 기록 : 봄날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46p내가 가난하고 못 배웠다고 성매매로 유입되어야 했을까? 내가 강간당하고 버림받았다고 성매매를 해야 했을까? 나는왜 성매매를 했을까? 내가 잘못한 것일까? 끝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그 이유를 찾아봤지만 나의 잘못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낸 것은 누구일까? 이 책은 18살 때부터 룸살롱, 성매매 집결지, 보도방, 티켓 다방 등을 전전하며 성매매 여성으로 20년을 살았던 여성의 위.대.한. 기록이다. 성매매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살기도 쉽지 않은데, 그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글로 썼다. 자신의 경험을 섬세하게 기록하여 기꺼이 독자들에게 나누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값지다. 작가는 동생의 학비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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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강렬하고 묵직하고 매혹적인 역사 소설 : 정찬 <발 없는 새>
90p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이 새는 나는 것 이외는 알지 못해. 날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딱 한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책의 화자(나)는 베이징 특파원입니다. 어느 날 본사의 부장에게서 전화가 와서 대뜸 영화 를 보았냐고 묻습니다. '나'는 네 번 정도 보았다고 대답하며 왜 그러느냐고 하니, 에 나온 장궈룽(장국영)이 자살을 했다며 취재를 맏깁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워이커씽은 베이징에서 만난 '나'의 친구로 술과 담배를 좋아하는 노인입니다. 하지만 이 노인은 장궈룽, 첸카이거 뿐만 아니라 경극 에서 우희를 연기한 대배우 메이란팡(매란방)와 친분이 있고, 문화 전반에 조예가 깊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워이커씽이 난징대학살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202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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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동안 서두르자 : 폴 칼리니티 <숨결이 바람 될 때>
만약 내가 암 말기의 판정을 받는다면 남은 생은 어떻게 살아야할까. 36살의 외과의사 폴은 폐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는 남은 시간이 석 달이라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일 년이라면 책을 쓸 것이며, 십 년이라면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삶으로 복귀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는 죽는 날을 기다리는 대신 여태 살아온 것처럼 살자고 다짐한다. 치료를 받기 전에 아내 루시와 상의하여 아이를 갖기로 한다. 집중적인 치료로 폴의 상태가 나아져서 통증이 진정되자 병원으로 복귀하여 수술도 한다. 딸 케이디가 태어나고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과 느끼는 바를 글로 쓴다. 점차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했으나 암은 재발하고, 폴..
20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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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 :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1>
1. 유길준의 과 이병한의 책의 시작은 유길준의 이다. 저자는 '유라시아 견문'을 준비하면서 여러 책을 읽었는데 유길준의 책에 대해서는 각별하게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하고 싶다고 썼다. 그 이유는 이 조선을 개혁하자는 제안서였기 때문이다. 32p막상 책을 펼치니 빠져들었다. 만만치 않았다. 간단치가 않았다. 과연 어설프게 아는 것은 모르는 것만 못한 법이다. 그가 궁리하는 개화開化의 개념과 방법이 발군이었다. 어떻게 조선의 근대를 자주적으로 이룰 것인가를 깊이 궁리하고 써내려간 국정개혁 제안서였다. 전혀 낯설지만은 않았다. 조선 사대부의 시무책을 잇고 있었다. 정치, 경제, 법률, 교육, 문화 등 다방면의 개혁안을 제시했던 연행록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었다. 저자는 현재를 서구적 근대의 종언이라 하며,..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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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도서관 엿보기 : 강예린 이지훈 <도서관 산책자>
도서관은 제가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주욱 잘 다니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지역엔 좋은 도서관이 많습니다. 학창 시절엔 김해도서관에 갔습니다. 라면 먹으러, 혹은 여학생 만나러 열심히 다녔더랬지요. 대학 다닐 땐 대학 도서관이 놀이터였습니다. 정기용 선생이 설계한 김해기적의도서관이 생기고는 나들이로 도서관 주위를 어슬렁거리도 했습니다. 일거리가 없어 거의 백수에 가까운 요즘 즐겨 찾는 곳은 와 입니다. 는 제가 나온 국민학교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도서관입니다. 그래서 은근히 정이 갑니다. 탁 트인 공간과 높은 층고가 보기에도 시원합니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와 더위를 피하기에도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은 헌쇠 박중기 선생이 소장하고 있던 책을 김해인물연구회에서 받아 만든 도서관입니다..
20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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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의 모습은 우리의 결과다 : 오찬호 <민낯들>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기계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를 비롯한 열두 사건을 드러내어 우리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우리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사건들입니다. 1. 살고 싶다는데도 별수 없다.- 성 소수자는 여기에 있다, 故 변희수 2. 심장이 찢어져도 별수 없다.- 말이 칼이 될 때, 故 최진리 3. 맞아도 별수 없다.-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라는 이들에게, 故 최숙현 4. 떨어져도, 끼여도, 깔려도 별수 없다.- 너는 나다, 故 김용균 5. 일가족이 죽어도 별수 없다.- 가난이 죄책감이 되지 않기를, 故 성북 네 모녀 6. 국가를 믿어도 별수 없다.- 내 몸이 증거다. 故 가습기 사망자 OOOO명 7. 우리는 더 날카로워질 것이다.-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다, 코로나 팬데..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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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트의 붉은 장미 :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콜론타이의 붉은 사랑>
여자는 노동자다. 직업은 편집공. 하지만 직접 일을 한다기보다 조직을 관리하여 잘 돌아가게 만드는 일이 주된 업무다. 그는 소년처럼 보였고 예쁘지는 않았으나 아름다운 눈을 가졌다. 공산주이자이고 볼셰비키다. 노동자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소박하고 수수하다. 남자 역시 공산주의자이나 아나키스트다. 미국에서 회계를 배워 조직의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잘 생겼으며 자유로운 영혼이다. 화려한 말솜씨를 가졌고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주위 사람을 즐겁게 한다. 조직 상부와 마찰은 있으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뛰어난 성과를 올린다. 둘은 어느 집회에서 만났고 데이트를 즐긴다. "내가 살던 고향 마을에는 시계가 없어서 우리는 별들에게 시간을 물어보았습니다." 남자는 이런 말로 여자를 유혹했고 여자도 금새 사랑에 빠진다...
2025.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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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15,500킬로미터, 중국을 보다 : 손호철 <레드 로드>
대장정은 마우쩌둥과 저우언라이를 비롯한 중국 공산상 지도부가 장세스의 국민당군을 피해 노동자와 농민으로 구성된 홍군8만 5천명을 이끌고 중국 남부 장시성을 떠나 1934년 10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약 1만 킬러미터를 이동한 사건을 말한다. 죽음의 늪과 초원 지대를 가로질렀고, 험악한 오지와 설산을 넘었고, 추위와 전염병을 견뎠다. 살아남은 이는 약 6,000명, 출발부터 끝까지 완주한 이는 3,0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죽음의 이동이었다. 저자인 손호철 교수는 이 붉은 길을 따라갔다. 사전에 준비하여 팀을 꾸려 2008년에 약 50일간 이 길을 따라 답사했다. 1차에 갈 수 없었던 곳을 추가하여 2011년에 다녀왔고, 2021년에 개정판을 내었다. 바로 이 책이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
202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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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이렇게나 삐딱하게 본다고? : 강명관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조선의 책벌레들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책 좀 읽는다는, 혹은 글 좀 쓴다는 조선시대 위인들의 고리타분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나의 선입견이었다. 강명관 선생의 예리하고 통렬한 비판이 책 전체에 삐죽삐죽 솟아있었다. 그 통렬함이 무방비의 나를 찔렀다. 조광조는 개혁을 추진하다 부패한 훈구세력에게 희생당한,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강직하고 깨끗한 인물이었다. 이황은 조선을 대표하는 대성리학자였고, 정조는 조선시대 3대 왕으로, 학문으로나 무예로나 흠결없는 다재다능한 왕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강명관 선생이 이들을 어떻게 비판했는지 살펴보자. 먼저 조광조에 대한 비판이다. 79p조광조에게는 여러 전설이 전한다. 가장 압권인 것은 이웃집 청상과부와 있었던 이야기다. 조광조의 훤칠한 모습을 흠모한 이웃집..
20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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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는 언제나 나에게 말을 건다 : 팀 마샬 <지리의 힘>
이 책은 지리라는 타이틀이 붙긴 했지만, 지리의 관점에서 본 국제 정세의 이야기다. 나라간의 싸움은 지리때문에 일어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 지리라 함은 강이나 산맥, 바다 같은 물리적 지형뿐 아니라 기후, 천연자원, 인구, 문화, 민족, 종교 등도 포함한다. 어릴적 보던 사회과부도도 그랬던 것 같다. 책은 중국, 미국, 유럽, 러시아를 포함하여 한국과 일본을 거쳐 북극까지 총 10개의 지역으로 나눠 설명하는데, 책을 펴자마자 우리나라부터 읽었다. 첫 페이지에 우리의 상황을 두어 문장으로 짧게 정리했는데, 통찰력이 보통이 아니다. 161p중국은 북한의 행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건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통일 한국의 국경, 즉 자신들의 코앞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미국도 남한..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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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제 다시 시작이다 : 염무웅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으로 이재명이 선출되었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12월 4일 새벽 1시 1분 재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헌정 사상 최초로 통과시켰다.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 표결에 부쳐졌으나 무산되었고, 12월 14일 두 번째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었다. 12월 16일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의 실형이 확정되어 수감되었다. 2025년 1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 체포되었고 구속되었다. 1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집행에 반발하여 극우세력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침입하여 폭동을 일으켰다. 3월 10일 법원의 구속 취소로 윤석열 ..
202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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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가 이재명에게 :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왜 이런 책을 썼나? 피렌체의 노련한 정치가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의 군주인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바친 책이다. 여기서 로렌초 데 메디치는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그 '위대한 자' 로렌초가 아닌 그의 손자다. 이름이 같다.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를 통치하다시피 했는데 위대한 로렌초의 아들이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쫓겨났고, 이후 손자 로렌초가 햇병아리 군주가 된다. 이 어린 군주에게 바친 책이다. 당시 마키아벨리는 모략으로 감옥에 갔다가 풀려나 낙향해서 피렌체와 자신을 위해 '주먹으로 책상을 치면서' 이 책을 썼고 왕에게 올렸다. 하지만 왕은 슬쩍 보고 치웠다. 책의 내용은 '군주는 이러해야 합니다.'가 아닌, '군주는 이렇습디다.'이다. '내가 여러나라를 다녀보고 역사도 많이 공부했는데, ..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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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보(虎視牛步)의 마음으로 걷자 : 박창희 <걷기의 기쁨>
15p걸을 때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걷기만큼 쉬운 것이 없지만, 제대로 걷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걸으면 감각이 깨어나고 머리가 맑아진다. 노폐물에 전 오장육부도 서서히 초기화된다. 잊힐 건 잊히고, 지울 건 지워진다. 머리가 가벼워지면 새로운 생각이 채워질 공간이 넓어진다. 오래 전 친한 후배가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왔다. 그보다 더 좋은 수는 없다면서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했다. 그가 보여준 사진을 보며 가고자 하는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안나푸르나가 뒷동산도 아니고 그리 쉽게 갈 수 있는 곳인가. 가끔 안나푸르나의 그 비경을 사진으로 찾아보기도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떤가. 걷는 이들의 로망아닌가. 다녀온 지인도 꽤 되고..
202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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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분배야, 이 바보야! : 폴 크루그먼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
규제를 풀고 세금을 줄이면 경제가 살아난다. 위의 명제는 참인가 거짓인가. 우리나라 보수 정치가들은 이 명제를 진리로 안다. 이명박, 박근혜, 심지어 문재인 정부도 이렇게 했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심하게 했다. 그래서 경제가 살아났는가? 미국에서 신자유주의 시작은 레이건 시대로 본다. 레이건은 1980년부터 8년간 미국 대통령이었다. 이후 아버지 부시가 대권을 잡아 4년을 집권하여 12년 동안 보수인 공화당이 집권했다. 이 시기에 경제학에서 보수에 있던 사람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수 경제학자와 정부의 경제 기획가들은 이 정책이 미국의 경제를 살릴 것이라 판단했다. 145p보수주의 경제학이 약속하는 핵심은 단 한 마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성장이다. 주드 와니스키와 아더 래퍼 같은 강경한..
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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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집 개락당 김씨는 왜 가난한가? :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자영업자가 가난한 이유 나는 자영업자다. 1999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직장에 다녔고 임금근로자였다. 2019년에 과감히, 자발적으로, 심지어 다니던 회사의 반대도 무릅쓰고, 임금근로자를 때려치고 자영업자의 세계에 들어왔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하루 근로 시간은 9.8시간이고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약 52시간이다. 직장인과 별로 차이가 안난다고?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여기에는 프리랜서나 전문직(의사, 변호사 등)도 포함되어 있고, 이것의 평균을 따지니 그렇게 나왔다. 음식점이나 까페는 주당 60시간 이상, 편의점이나 소매점은 55시간 내외다. 직장인보다 평균 20%정도 더 일한다. 그래서 얼마를 버냐 하면, 평균 연소득이 4,040만원이다. 이것도 평균의 함정이다. 의..
202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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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미국 특권 계층 관찰기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베블런 효과 : 가격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떨어지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증가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요 공급의 원칙이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사치재라 불리는 것들은 다르다. 명품, 고가 자동차, 보석 등의 일부 비싼 물품은 가격이 오를수록 더 원하는 경향을 보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을 나는 가지고 있다. 너거는 이런 거 없지?" 이런 심리다. 그런데 이런 건 부자들에게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자신의 SNS에 명품 브랜드를 아주 살짝 노출되게 하여 올린다. 혹은 남들 일하는 시간에 ..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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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진정한 어른, 김장하 : 김주완 <줬으면 그만이지>
전국민이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긴장한 얼굴로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외치던 그 분. 그 분은 일약 대한민국의 스타가 되었고 국민들의 찬사가 더해졌다. 그 분이 행했던 과거의 미담들이 회자되었고, 그 중에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의 발언이 화재가 되었다. 저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독지가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교 4학년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고 하신 말씀을 저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 분은 김장하..
202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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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과 박완서의 인생을 엿보았다 : 김금숙 <나목>
작년에 불암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마을 사람들과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마을 벽을 장식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그림의 주제는 불암이라는 동네를 상징하는 것으로, 불암에서 나온 부처바위와 불암의 풍경 등을 그렸다. 그 외에 우리의 옛 정서가 잘 드러나있는 박수근의 그림도 그려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함께 그렸다. 박수근의 그림은, 그 이유는 모르지만 끌린다. 빨래하는 사람, 아이업은 여인, 시장, 골목, 나무 등 그가 그리는 것들은 우리 주변에서 늘 보던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친숙하고도 따뜻하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먹먹함도 느껴진다. 그림을 그리는 공방의 선생님과 마을 사람들도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추천을 했을테고. 함께 힘을 모아 작품을 만들었다. 초상화부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
202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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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유롭게 자라나는 나무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사회는 어디까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나 밀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는 하는 바는 뚜렷하다.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답을 하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개인을 그냥 놔둬라, 이다. 밀은 이를 설명하면서 세 가지의 자유를 강조했다. 첫째가 생각하고 표현하는 자유, 둘째가 내 삶을 내가 꾸릴 자유, 세째는 모임을 만들 자유다. 이 결사의 자유를 사회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라고도 했다. 밀은 당연한 이야기를 어렵게 썼다. 옳지 않은 의견에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되는 이유 특히 표현의 자유에서,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소수의 의견이 진실이거나 일부..
202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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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면서 읽었다 : 정소연 <발달은 느리고 마음은 바쁜 아이를 키웁니다>
내 아이가 어느 날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나는 어떨까? 여기 그런 진단을 받은 평범한 엄마가 있다. 그 순간에 "인생의 두꺼비집이 갑자기 탁 하고 내려간 것 같았다."라고 그 엄마는 말한다. 도대체 왜 내 아이한테? 내가 뭘 잘못했기에? 절망이 먼저 오고, 현실을 부정하고, 인생을 복기해 본다. 부정과 분노의 단계를 거쳐 현실을 직시한다. 아이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살핀다. 하지만 조금 나아지는가 싶으면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힘겹지만 다시 시작한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다. 아이와 함께 웃고 아파하는 엄마의 이야기다. 온 마음을 다해 느린 다온이를 살피다, 미처 손길이 가지 못한 형 다준이의 상처를 발견하고 엄마가 무너지는 장면에서 나도 무너졌다. 둑..
202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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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의, 그러나 알아야 하는 이야기 : 이승우 <모르는 사람들>
11p아버지가 왜 떠났는지 오랫동안 궁금했다. 그 궁금증 속에는 아버지가 무엇으로부터 떠나려 했을까, 하는 질문이 숨어 있다. 무엇으로부터 떠났고 떠나려 했는지 안다면 왜 떠났고 떠나려 했는지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 것 같다. 그는 집을 떠나고, 일터를 떠나고, 나와 어머니를 떠나고, 나와 어머니가 포함되어 있는 가족을 떠나고, 그리고 여기, 이 세상을 떠났다. 이 세상은 견디는 것이다, 라고 말한 아버지가 11년 전 어느 날 흔적 없이 사라졌다. 러시아 국적의 보잉 747이 추락한 날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이름이 탑승자 명단에 없었음에도 그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고 믿었다. 아버지 회사의 광고 모델인 그 여배우의 이름이 탑승자의 명단에 있는 걸 보고서였다. 21p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
202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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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티나 성당에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 로버트 해리스 <콘클라베>
오늘 새벽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추기경단의 비밀 회의인 콘클라베 둘째날에 제267대 교황이 선출되었다. 수석 추기경은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하베무스 파팜 - 우리에게 교황이 탄생했다 - 을 외쳤다. 페루에서 오랫동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새 교황이 되었다. 이름은 레오를 택했다. 열네 번째 레오 교황, 레오14세의 탄생을 모두가 축하했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善終,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죽음을 뜻하는 말)하셨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그 착하게 생기신 얼굴이 인상적이었고,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직접 오셔서 유족들을 위로하셔서 우리에게도 친근한 교황이었다. 늘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 편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
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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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꽃 같이 빛나던 시절 : 김탁환 <참 좋았더라>
이중섭 (1916 ~ 1956): 가장 따뜻한 그림을 남긴 가장 외로운 화가 사각의 링에선 복서래 달아날 곳이 없구, 사각의 원고지에선 문인이래 숨을 곳이 없구, 사각의 도화지에선 화가래 물러날 곳이 없다. (88쪽) 넷 중 혼자만 한국에 남은 뒤에도, 이중섭은 줄기차게 가족을 그렸다. 나랏법이 방해하고 바다가 가로막더라도,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고 확신했다. 당장 도쿄로 가진 못하지만, 그림은 얼마든지 보낼 수 있었다. 편지에 하나하나 정성껏 그렸다. 가족이 함께 끌어안고 노니는 그림으로 아내와 두 아들을 위로하고 응원했다. 문자보다 그림으로 생각과 감정을 더 많이 주고받아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35쪽) 가형께 배운 거이야. 골동을 알아보는 눈이 나보다 열 곱 탁월햇디. 딱딱한 이론이 아..
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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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의 '부끄럼 타는 집' : 노무현재단 <노무현 대통령의 지붕 낮은 집>
시민 노무현을 만나는 충실하고 세심한 안내서 이 책은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대통령의집'에 관한 해설서입니다. 2018년 대통령의 집이 시민들에게 문을 열고, 이 집에 대해 시민들에게 안내하고 있지만, 집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다 들려드리기에는 부족하여 이 책을 발간했다고 서문에 나옵니다. 특히 뜻이 있어도 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책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인 봉하마을로 내려오게 된 계기, 설계자인 정기용 선생과 함께 집을 설계하면서 요구한 것들, 정기용 선생의 초기 스케치, 퇴임 후 이 집에 거주하면서 했던 다양한 활동, 집의 세부 공간에 표현된 건축적 의도에 대한 설명,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기억과 사연 등이 담겨 있습니다.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에..
20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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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저녁 옥상의 북콘서트 : 김종희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더라 - 매창 (1573~1610) 어느 겨울 매창 뜸을 찾았습니다. 겨울 햇살을 덮고 누워있는 그에게 '이화우 흩날릴 제' 한 잔 올렸습니다. 육신은 비쩍 마른 연 대궁처럼 버석거려도 이화우 흩날리듯 걸어올 정인을 기다리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이화우 흩날릴 제' 음복주를 오래도록 혀에 담았습니다. 문살에 부딪히는 달빛 같은 향기가 목을 넘어가다 되넘어 왔습니다. 사랑이 깊은 만큼 외로움도 깊었을 그의 마음이 주련처럼 걸렸습니다. (82쪽, '이화우 흩날릴 제' 중에서) 한뫼책방은 김해인물연구회 산하의 독서모임입니다. 김해 출신인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 한뫼 이윤재 선생의 호를 따서 모임 이름을 지었다고..
20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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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츠게작트의 코리아 이즈 오버 : 조국 <가불 선진국>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72입니다. 지금 한국인이 100명 있다고 가정해보죠. 여자는 절반인 50명입니다. 그럼 50명이 0.72의 출산율로 아이를 낳으면 36명이 됩니다. 100명의 한국인이 한 세대가 지나면 36명이 됩니다. 같은 방법으로 한 세대가 더 지나면 13명이 됩니다. 한국인 100명이 있었는데, 손자 손녀들은 13명이 된 겁니다. 그 다음 세대까지 계산해보면 5명입니다. 한 세대가 약 30년이라고 잡으면, 90년 후는 현재 인구의 5%가 되는 겁니다. 무슨 안드로메다 숫자 같이 느껴지지만,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닙니다. 제가 출생한 1972년도에는 약 95만3천 명이 태어났습니다. 첫째인 산이가 세상에 나온 2002년엔 49만6천 명이 태어났구요, 2024년엔 24만8천 명입니다. 제 아이..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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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레고르의 가족을 비난한다 : 프란츠 카프카 <변신>
내 친구 용석이의 어머니는 10년 전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으나 몸은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의식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는 그나마 부여잡고 있던 의식도 끊어졌고 음식도 관을 통해서 넣는, 말하자면 기본적인 생체 기능만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용석이는 그런 어머니를 뵈러 한 달에 한 두번은 꼭 내려온다. "이제 엄마 보내드려라. 할 만큼 했다." 어제 함께 저녁을 먹으며 내가 말했다. "어제 엄마한테 갔는데, 컨디션이 좋아서 웃으시는 같더라. 내나 누나나 별 한 것도 없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지 가늠할 수 없지만, 나는 안힘들다." 라며 석이는 웃었다. 당신이 스스로 생명을 내려놓지 않는 한 친구는 의도적으로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결정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나는 ..
202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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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산, 조선의용군 장군에서 북한군 최고 전략가로 : 배대균 <마산방어전투>
북한군의 정예부대는 항일 투쟁의 조선의용군 출신이다. 6.25 전쟁은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싸운 비극입니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전쟁 초기 북한군 주력 부대의 대부분이 조선의용군과 팔로군을 경험한, 항일 투쟁에 몸 담았던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연합군의 상대가 독립운동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되어버리는 기막힌 운명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6.25전쟁은 당시 38선 최전선에 포진한 인민군 7개 사단, 21개 보병연대가 탱크와 중포의 엄호 하에 대남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다. 21개 보병연대 중에서 47%인 10개 연대가 만주에서 건너온 조선 의용군 부대이다. 이처럼 대남 공격의 제1진 병력에서 조선의용군 사단병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다. 7개 사단 가운데 제4사단장 이권무..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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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 : 제시카 브루더 <노마드랜드>
평생 쉼 없이 노동하는그러나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삶에 대하여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구매한 금융 기관들이 대출금 회수 불능 사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은행들과 은행에 투자했던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그리고 피해는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은행에 자산을 맡기고 주택 할부금을 내고 있던 사람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미국에서만 5조 달러 가량의 연금, 퇴직금, 저축이 증발했다. 2008년 기준으로 미국 내 주택 중 압류된 주택의 비율은 87%퍼센트에 달했고, 사태가 진정되었을 무렵에는 미국인 약 800만 명이 일자리를, 600만 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에 등장하는 노마드들 대부분은 이 시기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이다. (415쪽) 린다는 두 개의 건축공학 학위..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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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폭력이다 : 제임스 길리건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 살인과 자살이 늘더라 미국에서 폭력의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한 정신의학자가 있습니다. 그가 분석한 자료는 지난 100여 년 동안 미국 정부가 발표한 살인율과 자살율의 통계였습니다. 그는 자살율과 살인율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즉, 자살율이 올라가는 시기엔 살인율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또 있습니다. 사실 이게 훨씬 중요한 사실인데요, 살인율과 자살율이 급증하는 세번의 시기가 모두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집권한 시기와 겹친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당연하게 급감하는 시기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였습니다. 아니, 이런 무지막지한 우연이 있나? 하고 통계가 정확한지 여러각도로 꼼꼼하게 검토를 해보았으나 숫자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불평등이 커지면 살인과 자..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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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아픔 너머 희망의 다크 투어리즘 : 김명식 <공간, 시대를 기억하다>
김명식 작가의 전작 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책 제목처럼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려는 건축물들이 책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유럽 건축 여행, 특히 베를린에서는 이 책이 답사의 길잡이가 되어주었습니다. 4년 전쯤 동네 책방 '생의 한가운데'의 주인장에게 부탁하여 작가를 모시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더랬습니다. 그리고 이번 책 는 전작과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제가 입니다. 다크 투어리즘은 '흑역사 탐방'쯤으로 직역할 수 있으나, 아픈 기억을 품고 있는 공간에서 희망을 읽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손쉽게 다가갈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일상적인 공간으로 바꾸어 보려고 하는 작가의 바램도 담겨 있습니다. 책은 2022년에 나왔습니다. 꽤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의 건축책들..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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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마세요, 꼭 버티세요. : 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여자들은 무엇을 가지고 있나? 집과 가족.그리고 아이들고 음식.친구관계.일.세상의 일.그리고 인간다워지는 일.기억들.근심거리들과슬픔들과환희.그리고 사랑. 남자들도 그렇긴 하지만,그닥 비슷한 방식은 아니다. 때로,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특별히 행복하거나 만족스러운.그럴 땐 수많은 사람을 내가 다 먹여 살릴 수 있을 것만 같다.온 세상을 품에 안을 수 있을 것만 같고. 하지만 어떨 땐, 작은 방조하 겨우 가로지른다.나는 두 팔을 축 늘어뜨린다. 얼어버린다. 그럴 땐다시금 돌아간다.나의 할머니,내 어머니, 내 이모들,나의 자매, 나의 딸,내 손녀들,내 사촌들에게로.내 친구인여자들에게로. 우린 숱한 시간 동안서로 이야기해왔다. 가질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그리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그리고 정말이..
20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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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공개된 지리산 빨치산 수기 : 이태 <남부군>
대장 동무는 꼭 살아서 돌아가주세요.그리고 역사의 수레바뀌에 깔려 죽어간 우리들의 삶을 기록해주세요. 작가는 1950년 6월 29일 조선중앙통신사의 기자로 전주 지사에 내려갑니다. 9월에 조선노동당 전북 도당의 명령으로 엽운산 골짜기에 들어가 '조선노동당 전북도당 유격사령부' 대원, 즉 빨치산이 됩니다. 그의 나이 28살이었습니다. 이 때부터 산 속 생활이 시작되어 1952년 3월 지리산 기슭 덕선에서 체포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는 빨치산의 체험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으나 정상적인 사회 생활의 어려움, 그리고 그 악몽같았던 기억에서 멀어지고자 하는 잠재적인 본능으로 쉽게 시작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2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 그는 '내가 ..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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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구 1주택의 대안은 공동체의 공간 : 야마모토 리켄, 나카 도시하루 <탈 주택>
아이들 셋 모두 집을 떠나 산다. 강이는 회사 사장님의 집 한 칸을 빌려 살고, 산이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 살며, 들이는 자취방을 월세로 구해 살고 있다. 언젠가 들이와 서울 데이트 때 "아빤 뭐했어요? 대기업을 20년이나 다니면서 서울에 집도 하나 없고." 이렇게 물었다. "그러게, 뭘 했을까. 심지어 집 짓는 회사를 다녔는데." 사실 좀 쪽팔렸다. 특히 딸내미 집은 좀 좋은 걸 구해주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막내가 사는 화곡동, 딸이 사는 보광동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간 언덕배기에 조그만 집들이 꽉꽉 들어찬 모양새다. 근사한 거리에 깔끔하고 모던한 집들이 그렇게 많은데.... 이런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자기들이 사는 집에 만족한다. 서촌이나 삼청동 어디쯤에 마당이..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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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식이와 애순이, 윤이상과 이수자 : 윤이상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
엄마는 아빠가 절대적으로 내 편인 것 같지.아니야.엄마랑 나랑 붙잖아, 아빠 100% 엄마 편이야.내가 1번이면 엄마는 0번, 0번.아빠한테 엄마는 절대 반지라고 본다.건들면 죽어. 관식이에겐 애지중지 키운 딸 금명이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애순이다. 나이가 들어도 그 사실엔 변함이 없다. 그래, 그렇지, 그래야지. 딸이 아무리 예뻐도 마누라 다음이지. 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다르다. 신혼 혹은 아이가 자랄 땐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이 다 커서도 아내가 0순위인 남편이 몇이나 될까. 넷플릭스 드라마는 잘 안보는 편인데, 요즘 를 안보면 사람들이랑 대화가 되질 않아 나도 봤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었다. 애순이와 관식이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나와 나의 아내, 우리 엄마와 아부지, 그리고 우리 ..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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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랑의 노래로 위로를 받는다 : 초록담쟁이 <그 날들이 참 좋았습니다>
삶과 잠과 언니와 나 언니난 언니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참 좋았어나와 다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모습을언제까지라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내가 부끄러워하는 옷을 입고내가 부끄러워하는 소리로 웃고커다란 개와 커다란 차를 타고내가 어려워하는 길을 앞서 걸으며언니가 해주려 했을 말들이 난 궁금해쓰려 했을 일기와 주려고 했을 다음 생일 선물이 난 궁금해추려 했던 춤과 들으려 했던 음악읽으려던 책과 미처 열어보지 못한 중국에서 온 택배 언니사람들은 언니의 삶이 아깝다고들 말을 해10년, 20년 뒤였다면 모두 고개를 끄덕였을까언젠가 내 시간도 그리 귀하지 않은 때가 올까그때가 되면 무엇도 아까워하지 않고 우린 잠이 들까 삶과 잠과 언니와 언니의 자랑 들이야 무슨 노래 틀까?이랑이요. 이랑은 ..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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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빛을 품은 새벽이 나에게도 찾아오려나 : 세오 마이코 <새벽의 모든>
생리증후군의 그녀 후지사와 생리는 병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사람이 많다. 생리를 이유로 쉬면, 같은 여자인데도 염치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PMS가 병의 범주 안에 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고, 동정이나 걱정도 원치 않는다. 그래도 기분 문제는 절대 아니다. 몸이 도저히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 공황장애의 그 야마조에 간혹 고독이 밀려오는 순간이 있다. 얘기하고 싶다. 생각은 그렇지만, 상대가 없다. 나는 이렇게 혼자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앞으로도 내내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없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 우울했다. 벌써 몇 번이나 경험했지만, 발작은 여전히 무섭다. 생리증후군을 앓고 있는 그녀, 한 달에 한 번 짜증과 분노를 제어하지 ..
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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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현상이다 : 에밀 뒤르켐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
1.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 당 자살율은 얼마인가? (2023년 정부 통계 자료 기준) 그리스 : 3.9코스타리카 : 7.1오스트리아 : 11.0뉴질랜드 : 12.1미국 : 14.7일본 : 15.6울나라 : 27.3 (남자 38.3, 여자 16.5) 독보적 일등 2. 그래서 몇 명이나 자살하는데? 2023년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 : 13,978명매일 하루에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3. 10대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무엇일까? 1위 : 자살 46%2위 : 암 13%3위 : 교통사고 8% 참고 : 미국은? 1위 : 사고 36%2위 : 살인 21%3위 : 자살 18% 남에게 죽는 미국 청소년, 스스로 죽는 한국 청소년심지어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 4. 일하다가 죽는 사람..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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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공방의 컨텐츠를 먼저 보여주는 AI가 필요해 : 유발 하라리 <넥서스>
지난 주말 좀 멀리 있는 식당에 핸드폰을 두고 오는 바람에 꼬박 하루를 핸드폰 없이 생활하는 경험을 했다. 평소 잠자리에 들면 누워서 쇼츠를 본다. 뒤척거리며 보다 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난다. 핸드폰이 없으니 불 끄고 바로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알람도 없이, 평소 핸드폰 알람을 맞춘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잠에서 깼다. 평소보다 개운한 느낌이 분명히 들었다. 책을 읽었다. 읽은 분량이 핸드폰이 옆에 있을 때와 비교해서 두 배 이상이었다. 독서의 집중력도 훨씬 좋았다. 산책을 했다. 평소에도 산책을 하지만, 보통은 귀에 이어폰을 꼽고 뭔가를 들으면서 산책을 한다. 핸드폰 없이 산책을 하니 하늘이며, 나무며, 꽃이며, 전봇대의 전선이며, 사람들의 모습 등이 훨씬 선명하게 보였다. 겨우 하루 동안..
20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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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독립운동가 이야기 -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 김동우 <뭉우리돌의 바다>
1. 한국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 활동지 : 인도 델리 레드 포트 델리 레드 포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주인도 영국군 총사령부 주둔지로 사용된 곳이다.우리에겐 한국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 활동지로 의미가 크다. 인면은 인도와 버마를 뜻하고 전구는 전투 지역을 말한다. 이를 이어 붙이면 인도 버마 전투 지역에 파견된 공작대가 된다. 인도에 간 광복군, 좀 생소한 이야기이지 않나. 그들은 누구였고 어떻게 인도까지 가게 된 걸까. (30쪽) 생소한 이야기 맞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1943년 8월에 공작대 대장 한지성을 포함해 9명의 광복군이 해방될 때까지 인도에서 활약했다. 이들은 영국군과 연합하여 일본군과 싸웠다. 임시정부가 광복군을 인도까지 보낸 까닭은 2차 세계대전의 참전국 지위를 확보하기..
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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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독립운동가 이야기 - 러시아 네덜란드 : 김동우 <뭉우리돌의 들녘>
1. 최재형 고택 : 러시아 우수리스크 이범윤은 최재형과의 첫 대면에서 고종이 하사한 마패를 내보이며 지위로 상대를 억누르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장면은 이범윤의 성품을 대략 추측케 하는데, 처음부터 조선 황실의 피가 흐르는 자신과 최재형을 동격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불행하게도 이범윤과 최재형의 미묘한 신경전은 봉합될 기미 없이 악화일로를 겪게 된다. (75쪽) 연해주의 독립운동사에서 어딜 가나 나오는 사람이 있는데, '페치카'라 불리는 최재형이다. 페치카는 러시아어로 난로라는 말인데, 연해주의 거의 모든 한인과 독립운동 뒤에는 최재형이 있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저격에 총을 구해준 이도 최재형이다. 이범윤은 러시아 공사인 이범진의 동생이며 당시 간도관리사였다. 소설 에서 ..
20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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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성은 인간의 본성을 뛰어넘을 수 없나? : 유시민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세상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무역을 하면 기본적으로 좋은 물건을 싼 값에 얻을 수 있음에도 트럼프는 관세라는 채찍을 무기로 여러나라를 협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게 나라를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자원을 뺏을라고 굴욕적인 조약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유럽은 앞다투어 무기를 만드는데 더 많은 돈을 쓰겠다고 한다. 나라 간의 전쟁은 더 잔혹지고 있고,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는 이전보다 많은 쿠데타가 일어나서 백성들이 잘 살기는 더 어렵다. 중국의 독재는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한때 기후 위기를 걱정해서 세계가 힘을 모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으나 이젠 나만 잘 살면 된다고 외친다. 미국은 이미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으며 더 많은 석유를 캐려 하고 있다. 유럽도 에너지..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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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노인력을 아느냐 : 아카세가와 겐페이 <노인력>
그런데 그걸(라이카 M6 카메라) 잃어버렸다고 했다. 뭐라고? 어디에서 잃어버렸는데? 이렇게 묻자 그걸 알면 안 잃어버렸을 거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날 상황을 떠올려보면 술집이나 택시에서 잃어버린 듯 한데 술집이라면 다카나시 씨는 늘 가는 단골집이 있는데다가 사진 쪽에서는 유명하니 M6을 놓고 와도 잃어버릴 일은 없다. 그렇다면 역시 택시 아닐까. 노인력 덕분이다. 그럴 만했다. 이제 환갑도 지났으니 착착 진행된다. 기억은 꽤 날아갔고, 시력도 꽤 날아갔고, 다리와 허리도 꽤 날아갔으며, 수면 시간도 날아가 아침 일찍 눈이 떠지니 라이카 M6도 날아갔다. 그런데 너무 속상하다. 상당히 심각하다. 아니 노인력이 상당히 많이 강해졌다는 증거다."당신 실력이 꽤 늘었군." 이런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나..
20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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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하라 : 조너선 샤프란 모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그날 아빠가 빌딩에서 나한테 전화를 했단다.뭐라고요?아빠가 빌딩에서 전화를 걸었어.엄마 핸드폰으로요? 아빠가 뭐라고 했어요?거리에 있다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고 했어. 집으로 걸어가는 중이라고 그랬어.하지만 아니었죠.그래.엄마가 걱정할까 봐 거짓말을 한 거군요.맞아.하지만 아빠도 엄마가 안다는 걸 알고 있었죠.그래. 엄마가 다시 사랑을 해도 전 괜찮아요.다시 사랑을 하지는 않을 거야.엄마가 다시 사랑을 했으면 좋겠어요.절대로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을 거야.제가 걱정할까 봐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돼요.널 사랑한단다. (452쪽) 2001년 9월 11일, 나는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날은 휴일이었는데, 무슨 영화를 찍나 싶었다. 두 번째 비행기가 무역센터 빌딩에 부딪히는 장면은 실시간으로..
202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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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미틱한 삶을 살아가는 탈북민 이야기 : 주성하 <북에서 온 이웃>
1961년 8월, 당시 19세의 동독 병사 한스 콘라트 슈만은 철조망을 뛰어넘어 서베를린으로 넘어왔습니다. 베를린 장벽 건설 3일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서독의 사진 작가가 찍었고, 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사진은 그 다음 날 신문 1면에 기재되었고, 분단 독일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2011년 베를린 장벽 붕괴에 관한 문서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가 되었습니다. 서독으로 넘어온 슈만의 삶은 어땠을까요? 하루 아침에 영웅으로 취급을 받았고, 바이에른에 정착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습니다. 아우디 자동차 공장에서 오래 일을 했습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그는 진정한 해방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이후 그는 동독에 가서 가족을 만났으나 냉대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슈만..
20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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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보도연맹 학살 사건의 재구성 : 조갑상 <밤의 눈>
2024년 10월에 최대성 한림면장 추모사업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보도연맹 학살이 일어났던 1950년 8월, 최대성 한림면장은 당시에 구금되어 있던 100여 명의 면민을 모두 석방하였습니다. 김해에서 보도연맹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은 모두 272명이었는데, 최대성 면장의 이런 현명한 판단과 노력으로 한림 지역의 피해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국민보도연맹(보도연맹, 보련)은 좌익에 몸 담았다가 전향은 사람들을 가입시켜 만든 단체입니다. 이승만 정권이 빨갱이 전력이 있는 사람들을 쉽게 관리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이 많았고, 일반인들도 있었습니다. 625가 발발하고, 보도연맹 사람들이 북한군에 협조하거나 입대한다는 보고를 받은 이승만은 이 빨간 놈들을 모두 처단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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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라 캠퍼스에 다녀왔습니다 : 이용수 이정은 <자전거를 유럽 도시 읽기>
요즘 책장에 꽂힌 지난 책들을 다시 보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이 책은 6년 전(벌써 6년이 되었네요) 유럽 여행 가기 전에 참고로 한 책입니다. 자전거로 유럽을 여행한 책인데 저자가 건축가이다보니 주로 건축물을 보고 감상을 적었습니다. 다시 읽으니 이 책을 참고로 해서 많이 다녔네요. 이 책에 비트라캠퍼스가 나옵니다. 나도 갔더랫습니다. 유럽 여행 일정에 바젤을 넣은 건 순전히 비트라 캠퍼스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비트라 캠퍼스는 스위스의 가구 브랜드인 비트라의 공장이 있는 곳입니다. 1981년 불이 나서 비트라 공장 대부분이 소실되었습니다. 이후 비트라의 사장인 롤프 펠바움이라는 양반이 공장 부지의 건축물들을 세계적인 건축가들에게 맡겼습니다. 프랭크 게리, 알바로 시자, 안도 다다오, 자하 하디드, 헤..
2025.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