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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38

쇼츠를 끊고 싶습니다 :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화장실에 가면 30분은 기본이고 한 시간도 앉아 있습니다. 일 하다가 잠깐 핸드폰을 봤는데 한 시간이 넘게 지났습니다. 밤에 잘 때는 두어 시간은 그냥 가버립니다. 쇼츠 이야기입니다.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쇼츠를 비롯한 유튜브입니다.  쇼츠를 보는 시간도 아까울 뿐더러, 더 중요한 것은 이넘에게 질질 끌려다닌다는 겁니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뭐도 하고 뭐도 하고 해야지 하며 계획을 세웠지만 이넘 때문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또 후회하고,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에잇, 될대로 되라며 대충 삽니다.  핸드폰을 없애버릴까요? 아님 어르신 폴드폰으로 바꿀까요? 이런 극단적인 선택 외에는 방법이 없을까요? '쇼츠를 끊어버리자'는 결심만으로는 잘.. 2025. 1. 29.
장애는 가치가 있는가? : 수나우라 테일러 <짐을 끄는 짐승들> 싱어 : 당신이나 당신 아이의 장애를 치유할 수 있고, 그 비용도 겨우 2달러에 부작용도 전혀 없는 알약이 있습니다. 당신은 이 알약을 사용할 겁니까? 저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알약을 사용할 거라고 생각해요. 테일러 : 글쎄요, 제가 볼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약을 사용하려고 하겠지만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싱어 : 그럼 당신은 사용하지 않겠다고요? 테일러 : 절대 사용하지 않을 거예요! 싱어 : 정말요? 테일러 : 장애인들은 항상 그런 질문을 받아왔어요. 장애인들이 그런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할 수도 있다는 걸 비장애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울 겁니다.  싱어 : 그럼 왜 당신이 그 알약을 쓰지 않겠다는 것인지 좀 더 이야기해주세요. 테일러 : 저는 예술.. 2025. 1. 25.
사이보그지만 괜찮지 않아 : 김초엽 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 # 1. 아파트 경비원 민수는 1995년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이후 줄곧 의족을 착용한 채 일했다. 2010년 12월 민수는 근무하던 아파트 단지의 눈을 치우다 넘어졌고, 그 일로 의족이 파손되고 말았다. 업무 중 의족이 부서졌기에 민수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하여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산재에 해당된다. 민수의 산재 신청 결과는? # 2. 23살의 무용수 승희는 2013년, 우연히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코스 근처에 있었고, 폭탄 테러에 휘말려 다리 하나를 잃었다. 승희에게 잃어버린 다리는 좀 더 특별했다. 그는 단순히 다리 하나를 잃은 게 아니라 춤을 추며 살아왔던 시간과 앞으로 춤을 추며 살아갈 날들에 대한 꿈을 잃었다... 2021. 8. 24.
경계의 시간, 이름 짓기를 희망하다 : 허태준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동네 책방 에 저자의 초청 강의가 있었습니다. 책을 재미있게 읽은 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책방에 갔습니다. 잘 생긴 청년이 와 있었습니다. 마스크 속의 얼굴이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대면으로 하는 북토크는 이제 겨우 두 번째라 많이 긴장된다며 수줍게 웃었습니다. 청년은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존재를 증명받을 수 있다. '대학생', '군인', '직장인', '사회초년생'이라는 말 안에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의 서사가 녹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일하는 청년, 대학생이 아닌 이십대, 군인이 아닌 군 복무자였던 나는, 어느 쪽으로도 완전히 넘어가지 못한 채 경계 위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p.6) 책의 부제는 .. 2021. 8. 18.
우한의 참상이 아닌 우한의 아름다운 일상 : 팡팡 <우한일기> 1월 26일 봉쇄 4일 차 : 후베이성 공무원들의 모습이 바로 중국 공무원들의 평균 수준이다 우한의 공무원들은 사태 초기에 바이러스를 얕보았고, 봉쇄 전후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들의 무능함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고, 이는 우한 시민들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이 일에 대해 앞으로 자세히 쓰도록 하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은 후베이성 공무원들의 이런 모습이 바로 중국 공무원들의 평균 수준이란 사실이다. 이들이 다른 지역의 공무원들보다 무능한 게 아니라 단지 운이 나빴던 것이다. (p.29) 1월 31일 봉쇄 9일 차 : 아첨을 하더라도 제발 정도는 지켜달라 나는 상인들에게 이럴 때 문을 열면 감염될까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덤덤했다. "우리가 여기서 버티고 있어야.. 2021. 8. 11.
극한 직업인 대안 학교 교사들의 앞담화 : 류주옥 외 5인 <선생님들의 수다> 간디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은 자기 학교를 무척 좋아합니다. 학교 이야기를 주저리 하지는 않지만, 딱 봐도 보입니다. 근데 저도 우리 아이들만큼이나 간디학교를 좋아합니다. 학교 선생님도 좋구요, 아이들의 친구들도 좋고, 돌집과 도서관 사이의 오솔길도 좋아합니다. 큰 아이가 졸업을 하고, 둘째도 고3이라 이제 학교와 인연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간디 학부모 생활을 더 연장하기 위해 중3인 막내를 열심히 꼬시고 있습니다. 거의 넘어왔습니다ㅋㅋ. 사실 요즘 학교와 관련된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공간혁신 촉진자로 학생들과 함께 새 건물을 짓고,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바라는 환경과 공간을 만드는 거죠. 좋아하는 학교를 변화시키는 거라 꽤 부담감이 들긴 하지만 즐겁게 하고 있.. 2021. 8. 3.
오 나의 몸이여, 내가 언제나 질문하는 사람이 되게 하기를! : 염운옥 <낙인찍힌 몸> 차별금지법이 다시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차별금지법을 만들자는 국민청원이 10만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국민청원도 바로 올라와서 10만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취임한 젊은 여당 대표가 "입법 단계에 이르기에는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혀 더 논란이 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말 그대로 차별하지 말자는 법입니다. 그럼 무엇에 대한 차별일까요? 성별, 장애, 병력(病歷),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ㆍ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사회적신분 등입니다. 이게 당연한게 아닌가요? 당연.. 2021. 6. 24.
노인의 가난은 열심히 살지 않은 젊은 날의 결과인가 : 소준철 <가난의 문법> 나는 가난하게 자라지 않았습니다. 부유하진 않았지만 자식에게 넉넉한 편인 부모의 혜택을 듬뿍 받았습니다. 좋은 학교를 나왔고 좋은 직장에도 들어갔습니다. 직장에서 주는 월급으로는 가족들을 부양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가난을 잘 알지 못합니다. 책에서 배운 가난이 내가 알고 있는 전부입니다. 이제 자영업자가 되었습니다. 가난한 자영업자란 말이 떠오릅니다. 자영업자의 생태가 부유한 사람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가난한 사람이 자영업자가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저축해놓은 돈은 이제 바닥이 나고 월급 걱정을 해야 하는 가난한 자영업자가 되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가난의 모습은 늘 변해왔다. 전쟁이 끝난 후 갈 곳 없는 고아의 모습에서,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온 달동네의 모습과.. 2021. 6. 15.
진짜 영화보다 재미있는 책 : 김두식 <불편해도 괜찮아> 진짜 영화보다 재미있는 책 : 김두식 숨을 쉴 수 없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날 죽이지 마세요. 흑인 청년이 수갑을 찬 채 바닥에 엎드려 있습니다. 백인 경찰은 그 위에서 청년의 목을 무릎으로 누릅니다. 깔린 청년은 살려달라고 겨우 말하고 있으나 경찰은 요지부동입니다. 청년은 의식을 점점 잃어갑니다. 옆에 다른 경찰이 있었으나 보고만 있습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기도 하며 경찰을 향해 그러지 말라고 죽어간다고 외쳤으나 경찰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이내 코에서 피를 흘리며 미동도 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습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에폴리스에서 벌어진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은 난리가 났습니다. 체포 당시 촬영된 영상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 2020. 5. 27.
지구에 돈만 벌러 오지 않았다 삶이 아닌 건 살지 않겠다 : 서한영교 <두 번째 페미니스트> 지구에 돈만 벌러 오지 않았다 삶이 아닌 건 살지 않겠다 : 서한영교 어? 들이야. 이 책 그거 아이가? 맞아여. 어디서 났노? 안군이 줬어요. (안군은 들이 국어샘이다.) 읽어봤나? 네. 어떻대? 기억이 잘 안나요. 너거 학교 선배라 안했나? 맞아요. 2긴가? 학교에 강의하러 왔대메. 네. 어떻대? 기억이 잘 안난다구요! 아이가 다니는 간디학교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분명 학생들 중 누군가가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했다. 자기 학교 선배가 쓴 책인데 아주 재미있다고. 그 뒤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딸아이의 방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궁금해서 들이와 대화를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 실패다. 페미니스트 라는 주제로 딸과 대화를 나눌 절호의 찬스였는데..... 밴드 활동을 하던 열여덟 살.. 2020. 2. 26.
응? 침팬지보다 세상을 모른다구? :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팩트풀니스> 응? 침팬지보다 세상을 모른다구? :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에 관한 테스트입니다. 문제를 잘 풀어보세요. 1.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 A. 20% B. 40% C. 60% 가장 잘 맞춘 나라의 정답율 : 11% (스웨덴) 가장 못 맞운 나라의 정답율 : 4% (스페인) 울나라 사람의 정답율 : 10% (오호! 꽤 높음) 침팬지의 정답율 : 33% 정답 : C 2. 세계 인구의 다수는 어디에 살까? A. 저소득 국가 B. 중간 소득 국가 C. 고소득 국가 가장 잘 맞춘 나라의 정답율 : 39% (한국) 가장 못 맞운 나라의 정답율 : 17% (헝가리) 울나라 사람의 정답율 : 39% (아이 기분조타) 침팬지의 .. 2020. 2. 22.
시한부 인생의 기자가 어린 아들에게 남긴 책 : 이용마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시한부 인생의 기자가 어린 아들에게 남긴 책 : 이용마 사마천의 열전의 서문을 보면 천도시비론天道是非論이 나온다. 예전에 도척이라는 산적이 있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재산을 빼앗아 부를 축적했다. 그런데도 그는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고 천수를 다한 뒤에 죽었다. 이에 비해 열전의 첫번째 주인공인 백이와 숙제는 절개와 의리가 있는 선비들로, 부정하게 승계한 왕의 신하가 되지 않겠다고 벼슬을 박차고 나가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먹다가 굶어 죽었다. 사마천은 이를 비교하며 과연 천도, 즉 하늘의 도가 있느냐 없는냐, 도가 있다면 그 도가 옳으냐 그르냐를 따져 물었다. 나는 를 읽으면서 2000여 년 전 사마천이 했던 고민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을 했다. 독립운동가 자손은 삼대를 빌어먹고, .. 2020. 2. 6.
예쁘다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돼여 : 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예쁘다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돼여 : 홍성수 아빠, 여자애들한테 '예쁘다'는 말을 하면 안돼여. 얌마, 여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왜 안돼? 외모를 평가하는 말이라서요. 야, 이쁜 걸 이쁘다고 하지, 그럼 머라고 하냐? '매력적이다' 머, 이런 말로 해야지요. 그건 평가하는 말이 아냐? 우기지 마세여. 암튼 안돼여. 야 참, 학교가 별나다.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 녀석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나온 말입니다. 학교에선 여학생들한테 '예쁘다'는 말도 못하는 군요. 물론 남학생들한테도 '잘생겼다'는 말을 하면, 옆에 있는 '못생긴' 친구가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기에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될 겁니다. 애들이 너무 민감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딸.. 2019. 6. 1.
이제 나도 좀 행복해야겠습니다 :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제 나도 좀 행복해야겠습니다 : 오연호 '꿈틀리 인생학교' 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중3 졸업생을 대상으로 30명이 참여하는 1년 과정의 기숙학교로 2016년 강화도에 개교한 학교입니다. 입시 경쟁 속에서 학원을 오가며 쉴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야하는 청소년들에게 1년간 '옆을 볼 자유'를 줌으로써 스스로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는 취지로 만들었습니다.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를 우리나라에 우리식으로 적용하는 최초의 사례입니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선생이 만들었고 풀무학교의 정승관 선생이 교장으로 계십니다. 첫째와 둘째가 간디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이런 저런 방면으로 촉수를 뻗치다보니 이런 학교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척박한 땅에 이런 학교가 과연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무색하게.. 2019. 4. 12.
혼자는 외롭고 더불어는 버거운 사람들에게 : 조현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혼자는 외롭고 더불어는 버거운 사람들에게 : 조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단 며칠만이라도 쉬고 싶어." 일과 사람에 부대끼며 몸과 마음이 지친 저같은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 근데 막상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시간을 보내면 정말 힐링이 될까요? 처음엔 좋다가도 아무 자극이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분명 사람이 그리워질 겁니다. 혼자 가는 여행이 자유롭고 좋다지만,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 누군가와 함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에 '인간은 모순된 존재'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혼자는 외롭고 여럿은 버거워 합니다.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저자는 마을공동체를 제안합니다. 함께 살아가며 농사도 짓고, 밥도 해먹고, 여러 동아리를 만들어 취미를 공유하고, 공동.. 2019. 1. 31.
최저임금으로 인간다운 생활은 가능한가? : 바버라 에런라이크 <노동의 배신> 최저임금으로 인간다운 생활은 가능한가? : 바버라 에런라이크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입니다. 어느날 모 잡지사의 편집장과 저녁을 먹으면서 자신이 기고할 글에 대해서 얘기하다 최저임금을 받고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주제에 이르렀습니다. 바버라는 "이런 건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몸으로 취재해야 해." 라고 선빵을 날립니다. 그럼 누가? 편집장이 웃습니다. "당신이 해야지!" 이런, 아뿔싸. 이미 뱉은 말, 주워담을 수도 없고. 우씨~. 바버라는 우아한 저널리스트에서 최하층 육체 노동자로 변신합니다. 식당 종업원, 호텔 청소부, 요양원 보조, 월마트 매장 직원으로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에 걸쳐 당시 미국의 최저시급인 시간당 6~7달러를 받고 일을 합니다. 그 개고.. 2018. 11. 18.
그 빛나던 청춘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서명숙 <영초언니> 그 빛나던 청춘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서명숙 표지 그림이 유난히 시선을 붙잡는다. 저기 서 있는 여인은 분명 이 책의 주인공 '영초 언니'일텐데, 왜 사진이 아니고 그림일까? 학교 교정의 어디쯤일까? 언뜻 멈춰선 모습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기도 한데.....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키에 날씬한 몸매, 단아한 이목구비,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 첫눈에 봐도 단아한 도시형 미인' 이라고 저자는 처음 영초 언니를 만났을 때의 인상을 책에 썼다. 표지 그림의 '영초 언니'를 만나고 싶어 검색을 했다. 찾고 또 찾았으나 단아한 자태의 영초 언니는 찾을 수 없었다. 빛나던 청춘의 영초 언니는 활자로만 존재했다. 열심히 구글링을 해보니 영초 언니의 사진 몇 커트를 찾을 수 있었지만,.. 2018. 10. 24.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 : 이소희 외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 : 이소희 외 그러나 여전히 글쓰기는, 그 중에서도 출판물은 일부에게만 허락된 '영토'입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 학위와 명성이 있는 주류의 사람들에게는 쉽게 그들의 '영토'가 주어집니다. 신문사와 잡지사의 칼럼 기고란부터 단행본과 전집의 자리까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쉽게 멸시당하곤 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페이지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글쓴이가 돈을 벌기 위해 주로 하는 일은 '성판매'입니다. [중략] 글을 쓰는 이소희는 그렇게 으레 관심 없어 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기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자신의 작은 '영토'로 삼았습니다. "힘껏 외치는 투도 아니고 싸우는 투도" 아니었.. 2018. 10. 1.
맥주는 대동강 맥주가 맛있슴눼다 : 다이엘 튜더, 제임스 피어슨 <조선자본주의공화국> 맥주는 대동강 맥주가 맛있슴눼다 : 다이엘 튜더, 제임스 피어슨 백두산의 선셋 백두산 아래 (환하게 손을 흔들어 주는 언니가 인상적이다) 고려항공 승무원. 베이징에서 이륙 직후. 경찰이나 군의 검문을 피해 여러 갈래의 길을 이용한다. (사진 제목은 Long Way to Home이다. 아마도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주민들을 찍은 듯 하다.) 순안Sunan공항의 입국 심사대. 여권과 비자는 당근 필수. (저렇게 큰 모자를.... 근데 예..예쁘시다. 공항 이름이 Sunan이라고 적혀 있어서 수난공항? 이름치고는 좀 이상한데? 라고 생각하고 찾아봤더니 순안공항이라고 나온다. 평양의 공항 이름이 순안이다) 중국 접경지역에서 찍은 북한 군인 중국과의 국경. 국경의 군인 사진을 이처럼 찍는 것은 당근 금지되어 .. 2018. 5. 12.
불편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니 : 홍승은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불편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니 : 홍승은 괴물 -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 2018. 5. 5.
나중에 엄마 아빠가 꼭 찾아갈게 : 416 가족협의회 기억저장소 <그리운 너에게> 나중에 엄마 아빠가 꼭 찾아갈게 : 416 가족협의회 기억저장소 책을 폈는데 다짜고짜 백여 명이 넘는 아이들 이름부터 나왔습니다. 조짐이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니 머리말도 없이 이렇게 단 한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널 기억하는 우리 가족과 널 기억하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 늘 널 위해 기도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을 기억하렴. 예고 없이 훅 들어옵니다. 눈 주위가 뜨거워집니다. 사진 출처 : http://fishpoint.tistory.com/1577 이젠 아무리 찾아 헤매도, 불러 보아도 소용없는 일. 하늘을 원망도 해봤다. 나 자신이 미워진다. 이 모든 세상이 모두 싫다. 너무나도 원치 않는 이별로 빨리 가버린, 내 삶의 전부의 내 아들, 나만의 아들 혁아. 넌 이미 나에게 고마운 사.. 2018. 5. 1.
남아도는 쌀 좀 퍼줍시다요 :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남아도는 쌀 좀 퍼줍시다요 : 장 지글러 사진 출처 : https://ko.depositphotos.com/121035272/stock-photo-pork-cheese-hamburger-in-obese.html 북한의 기아는 얼마나 심각한가 1. 북한 총 인구의 70% 정도가 식량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다 2. 북한의 5세 이하 아이들의 3분의 1은 발육 부진 상태에 놓여 있다. 만성 영양실조로 정상적인 키와 몸무게 수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3. 북한의 5세 이하 아이들의 4%는 급성 영양실조로 심각한 저체중 상태에 놓여 있다. 4. 북한의 5세 이하 아이들의 3분의 1, 그리고 젊은 엄마들의 3분의 1은 빈혈을 겪고 있다. 5. 지난 18개월 간, 북한의 강수량은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 2018. 4. 14.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말해지지 않을 것들 : 이문영 <웅크린 말들>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말해지지 않을 것들 : 이문영 '우리'의 편안한 일상을 지탱하는 '우리'의 가혹한 현실을 발견하는 것이 이 시대의 언어와 문자의 최전선이다. (p.480) 사북의 폐광 광부와 강원랜드 노동자 시멘트 광산의 원주민과 노동자 구로공단 기륭전자 그리고 가산디지털단지의 노동자 삼성전자서비스의 에어컨 수리 기사 다양한 일터의 여러 알바생 대부업체 콜센타 직원 구룡마을의 넝마주의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 한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 근로자 15년 동안 한국에 살았으나 한국인으로 귀화하지 못한 티벳 사람 민수씨 간척 사업에 동원된 한센인 부부로 살아왔으나 부부가 되지 못하는 동성혼자 소양강의 수몰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 물대포에 맞아 세상을 뜬 농민 백남기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 2018. 3. 11.
레닌의 실패, 그리고 백년 후 : 슬라예보 지젝 <레닌의 유산 : 진리로 나아갈 권리> 레닌의 실패, 그리고 백년 후 : 슬라예보 지젝 오늘날 자유주의적 합의는 150년에 걸친 좌익 노동자들의 투쟁과 국가에 대한 압력의 결과다. 여기에는 백 년 전, 아니 그 보다 가까운 과거에 자유주의자들이 겁에 질려 내팽개쳤던 요구들이 포함되어 있다. 증거가 필요하다면 마지막에 나와 있는 요구 목록을 보기만 하면 된다. 그 가운데 두세 개만 빼면, 나머지는 오늘날의 합의에 포함되어 있다. 보통선거, 의무교육, 전 국민 건강보험, 노령자 보호, 아동 노동 제한 등. 간단히 말해서 오늘날의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의 내재적 발전의 결과가 아니라 프롤레타리아의 계급투쟁의 결과인 것이다. (p.341) 노력하면 달라진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한는 노오력은 무엇일까요? 남보다 나아지려고 하는 초등학생들의 여.. 2018. 2. 10.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 : 아누 파르타넨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 : 아누 파르타넨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은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1988년 노무현 초선의원 첫 대정부 질문에서 발췌 그렇습니다. 사는 곳 먹는 것 입는 것 걱정 좀 덜하고, 아플 때 병원비 별로 걱정 안하고 치료받을 수 있고, 배우고 싶을 때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히나 더.러.븐.꼬.라.지 안보는 것을 이상적인 사회의 .. 2018. 1. 2.
온몸이 귀어 되어야 겨우 들리는 아득한 말들 : 은유 <폭력과 존엄 사이> 온몸이 귀어 되어야 겨우 들리는 아득한 말들 : 은유 간첩 조작 사건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이 분이 생각납니다. 그 이름도 찬란한 기춘대원군 김.기.춘. 이 분은 1960년 대학교 3학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합니다. 서울과 부산에서 검사 생활을 하시다 1971년 법무부로 오십니다. 이 때 유신헌법 제정에 참여합니다. 중앙정보부에 있을 땐 육영수 여사를 쏜 문세광의 자백(사실 진위는 파악 안됨)을 받아내어 대공수사국장에 오릅니다. 서른다섯살에 중정에서 가장 막강한 부서 책임자가 된 겁니다. 김기춘 대공수사국장의 대표작은 1975년 '학원 침투 북괴간첩단' 사건입니다. 재일동포 유학생들을 무차별 간첩으로 만듭니다. 김효순 선생이 쓴 이란 책에서도 구체적으로 나오고, 얼마전 MBC 사장으로 간 최승호 PD의 영화.. 2017. 12. 23.
자발적 경계인이 몸의 언어로 쓴 책 : 김민섭 <대리사회> 자발적 경계인이 몸의 언어로 쓴 책 : 김민섭 강태공과 허생의 아내들 강태공은 내가 아는 가장 유명한 낚시꾼이다. 낚시터에서의 선문답을 통해 관직을 얻은 그는 폭군 주왕을 몰아내는 데 공을 세웠고, 제나라의 제후가 되어 화려하게 고향땅을 밟았다. 그는 바늘 없는 낚시대를 드리우고 한 시대를 들어 올렸다. 그러한 스토리텔링에 더해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일화가 있다. 그는 "쏟아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젊은 날의 강태공은 가난했다. 그러나 그는 집안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책만 읽었다. 그가 공부에 매진하는 동안 아내는 홀로 많은 것을 감당해야 했다. 어느 날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큰비가 왔지만 강태공은 여전히 책만 읽었다. 집에 도착한 아내는 마당에 널어둔 곡식.. 2017. 12. 11.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 박노자 <주식회사 대한민국>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 박노자 1. 저자는 을 통해 죽창의 그림자마저 쉽게 보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답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답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요인은 '성장 신화'의 지속이 아닌가 싶다. 여태까지 성장속에서 어느 정도의 생계 안정을 이룩한 부모 세대의 지원에 힘입어 실업자가 돼도 굶을 일은 없는 많은 젊은이들은, 한편으론 '헬조선 지옥도'를 그리면서도, 한편으론 경제성장과 각자의 노력이 결국 문제를 풀어줄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하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자기 탓'으로 쉽게 돌린다. 성장이 둔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크, 아직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모양이다. 재벌경제가 아무리 수출을 잘해도 다수의 삶이 나빠지기만 하는 경험을 앞으로 몇 년은 더 해야, '.. 2017. 3. 19.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그리고 노란 나비의 꿈 : 윤미향 <25년간의 수요일>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그리고 노란 나비의 꿈 : 윤미향 "아빠, 주말에 서울 올라갈께요." 엥? 서울 온다고? 설마 아빠랑 놀아줄라고 오는 건 아니..... 춤을 배우고 있는 딸은 서울에서 원뽀인트 레쓴을 신청했는데, 서울 구경도 할 겸, 아빠랑 놀 겸 해서 토요일 일찍 올라온다는 겁니다. 하~~ 온전히 딸과 보낼 수 있는 1박2일이 생겼습니다. 전화를 받은 이후로 갑자기 바빠집니다. 동선을 짜야 하고 숙박도 정해야 하고, 뭘 먹을지도 정해야 합니다. 아, 근데 진짜 어딜 가지? 그렇지! 토요일이니 저녁부터는 광화문 촛불 집회에 가면 되겠고나! 집회에 딸과 둘이라니!! 야~~ 신난다!! 그럼 낮에는? 사실 가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딸이 올라온다고 했을 때 바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곳입니다. 전쟁과.. 2017. 3. 6.
친밀한 관계속의 거대한 폭력에 관한 보고서 : 정희진의 아주 친밀한 폭력 친밀한 관계속의 거대한 폭력에 관한 보고서 : 정희진의 아주 친밀한 폭력 인류는 가족 제도의 응원 속에 한 인간이 '아내'의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그녀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를 건설해 왔다. 그것을 사소한 문제, 탈정치적 문제로 치부해 왔고 철저히 비가시화했다. 남성 문화는 자기가 '정복한' 여성은 구타해도 된다고 약속했다. 오랫동안 남성과 여성의 섹스는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고 소유되는 절차였다. 부부 강간이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다. 가정 폭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폭력이다. (책 머리말) 이슬람 여성들은 언제 어디에서도 무슬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그녀들의 독특한 의상 덕택입니다. 옷의 주 목적은 자신들의 모습을 감추는 데 있.. 2017.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