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한국)27

무림 최강자가 되기 위한 잎싹의 여정 : 황선미 김환영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은 슬쩍 마당을 봤다. 늙은 개와 역시 늙은 수탉과 암탉, 날기를 포기한 오리 몇 마리가 있을 뿐이었다. 닭장에서 나가기만 하면 마당의 저들을 제압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닭장이었다. 자신의 노력으로 여기서 탈출하기란 불가능했다. 닭장을 들락날락하던 주인을 유심히 관찰한 잎싹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죽은 닭이나 알을 낳지 못하는 닭은 낡은 수레에 실려 나갔다. 잎싹의 머리는 번개같이 회전했다. 그날부터 잎싹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 배가 고파서 미칠 것 같았지만, 닭장을 탈출할 수 있다면야. 단식 닷새째가 되니 모가지를 가눌 수 없게 되었다. 다리에 힘도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이거, 닭장을 나가기 전에 먼저 죽는 거 아냐?"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 2021. 8. 19.
나를 이루고 있는 세상에 대하여 : 황정은 <연년세세> 바쁘다. 바쁘게 하루의 쳇바퀴가 돈다. 학교 수업, 과외 수업, 이틀 걸러 도자기도 구워야 되고,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도 많다. 세금계산서, 견적서, 남품서 등 서류도 많고. 그렇게 바쁘게 돌아간다. 바쁘게 돌아간다는 핑계로 나를 이루는 세상에 대해 심드렁하다. 어머니는 진주의 상류층에서 스물 다섯에 시골 대가족에 시집을 와서 굴곡의 시간을 보내고 그 상처로 지금 치매를 얻었다.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간다. 자존심은 또 강해서 병원에는 결코 가지 않으시려고 한다. 어머니의 인생이 이렇게 마감하나 싶으면 그저 안스럽다. 그럼에도 자주 찾아보지 못한다. 바쁘다고. 동생이 암에 걸렸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병행했다. 머리는 빡빡 밀었다. 피부가 갈라지고 야위어 갔다.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동생은 괜찮다며 .. 2021. 7. 4.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 정유정 <진이, 지니>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 정유정 보노보 영장목 서성이과에 속하는 유인원으로, 인간과 가장 유사한 DNA(98.7% 일치)를 가졌으며, 학계 일부에서는 현존하는 세 영장류(침팬지, 인간, 보노보)의 '원형'과 가장 닮은 꼴로 본다. 침팬지보다 체구가 작지만 공감 능력은 훨씬 뛰어나며, 온순하고 쾌활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적이고 다소 공격적이며 수컷 중심 사회를 이루는 침팬지와는 달리, 연대와 평화를 중요시하고 암컷 중심 사회를 이룬다. 무리 간의 성생활이 자유롭고, 성을 연대와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특성을 갖는다. (p.6) 요렇게 생긴 넘이다. 보노보라는 동물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암컷 중심 사회를 이룬다고? 그래, 그게 맞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는 모계 사회가 부.. 2020. 10. 5.
나도 읽었습니다. 한국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을.... : 한강 <채식주의자> 나도 읽었습니다. 한국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을.... : 한강 맨부커상 (Man Booker Prize Fiction) 영국에서 출판된 영어 소설을 대상으로 그 해 최고 소설을 가려내는 영국의 문학상. 2005년부터 맨부커 국제상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이 추가로 만들어졌다. 노벨 문학상, 프랑스 콩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남편이 보기에) 특별한 매력이 없는, 그렇다고 특별한 단점도 없는, 단지 브래지어 하기를 싫어하는 것이 남들과 다른 정도인 영혜는 어느날 갑자기 잘 먹던 고기를 아얘 먹지 않습니다. 먹지 않을 정도가 아니라 냉장고에 있던 모든 고기며 심지어 계란까지 내다 버립니다. 남편이 원인을 캐묻자, 영혜는 '꿈'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 2020.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