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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이야기16

관식이와 애순이, 윤이상과 이수자 : 윤이상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 엄마는 아빠가 절대적으로 내 편인 것 같지.아니야.엄마랑 나랑 붙잖아, 아빠 100% 엄마 편이야.내가 1번이면 엄마는 0번, 0번.아빠한테 엄마는 절대 반지라고 본다.건들면 죽어.    관식이에겐 애지중지 키운 딸 금명이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애순이다. 나이가 들어도 그 사실엔 변함이 없다. 그래, 그렇지, 그래야지. 딸이 아무리 예뻐도 마누라 다음이지. 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다르다. 신혼 혹은 아이가 자랄 땐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이 다 커서도 아내가 0순위인 남편이 몇이나 될까.  넷플릭스 드라마는 잘 안보는 편인데, 요즘 를 안보면 사람들이랑 대화가 되질 않아 나도 봤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었다. 애순이와 관식이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나와 나의 아내, 우리 엄마와 아부지, 그리고 우리 .. 2025. 4. 8.
나는 이랑의 노래로 위로를 받는다 : 초록담쟁이 <그 날들이 참 좋았습니다> 삶과 잠과 언니와 나 언니난 언니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참 좋았어나와 다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모습을언제까지라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내가 부끄러워하는 옷을 입고내가 부끄러워하는 소리로 웃고커다란 개와 커다란 차를 타고내가 어려워하는 길을 앞서 걸으며언니가 해주려 했을 말들이 난 궁금해쓰려 했을 일기와 주려고 했을 다음 생일 선물이 난 궁금해추려 했던 춤과 들으려 했던 음악읽으려던 책과 미처 열어보지 못한 중국에서 온 택배 언니사람들은 언니의 삶이 아깝다고들 말을 해10년, 20년 뒤였다면 모두 고개를 끄덕였을까언젠가 내 시간도 그리 귀하지 않은 때가 올까그때가 되면 무엇도 아까워하지 않고 우린 잠이 들까 삶과 잠과 언니와 언니의 자랑      들이야 무슨 노래 틀까?이랑이요. 이랑은 .. 2025. 4. 2.
제 영광의 시대는 지금입니다 : 오주환 <잘 살고 싶은 마음> 간디고등학교는 3학년이 되면 졸업작품을 만듭니다. 음악을 하는 강이는 자작곡으로 음악 앨범을 만든다고 합니다. 맛봬기만 조금 들려줘 라고 부탁했으나 단호히 거절당했습니다. 졸업 작품 발표회에 쇼케이스를 한다고 했습니다. 안가볼 수가 없습니다.  앨범은 3년 동안 만든 곡 중에서 9곡을 골라 다시 편집하여 비일상화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힘들거나 우울할 때, 누구보다 더 잘하고 싶을 때, 누군가를 떠나 보낼 때, 사랑을 느낄 때, 내 모습이 미묘하게 다를 때, 바닥 밑 지하를 보았을 때, 더러운 마음을 씻어낼 때, 지나쳐간 것을 성찰할 때 라는 테마를 담았다고 합니다. 만들면서 정신적으로, 기술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으며 성장했다고 합니다. 쇼케이스 콘서트는 훌륭했습니다. 절친들의 연주도 좋았고, 곡.. 2024. 12. 22.
경근쌤, 부디 잘 가셔요 : 엄경근 <산복도로 오딧세이아> 엄경근 2024  엄경근 2024  엄경근 2024  엄경근 2024 (이 그림과 함께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가 게시됨)  엄경근 2023  엄경근 2023  그림을 그리는 아이에게 미술실 뒷통수를 자처한 아이.미술 교사인 나보다 더 오래 미술실을 지키는 아이.뭘 그렇게 열심히 만들고 그리는지,한번 앉은 자리에서 몇 시간을 일어설 줄 모른다. 강제가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집중의 시간임을 알기에혹여 내가 그 흐름을 깨진 않을까, 발걸음도 조심스러웠다. 무엇을 그렸나, 얼마나 잘 그렸나 하는 궁금증보다,집중하는 그 모습 자체가 예뻐서훔쳐보는 내내 뿌듯하고 가슴 벅차기도,때로는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보다'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오늘의 미술 교육 현주소를 고민하.. 2024. 11. 9.
평범함의 매력을 연기한 배우 : 고레에다 히로카즈 <키키 키린의 말> 이 할매를 좋아하게 된 영화는 입니다. 팥의 장인인 할매가 도라야키 가게 알바로 일을 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벗나무 가득한 도라야키 가게 풍경이 예전에 살던 도쿄 신밤바와 똑 닮았더랬습니다. 스토리도 좋았고, 할매의 웅얼웅얼 연기는 일품이었지요. 원래도 좋아했던 도라야키를, 영화를 보고 난 후 애써 파는 곳을 찾아 사 먹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몇 해 전 할매가 암으로 세상을 뜨고, 아~ 했는데,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책 표지에 웃고 있는 할매의 모습이 너무 반가와서 후다닥 사버렸습니다.  책은 영화 감독인 코레에다 히로카즈가 키키 키린과 나눈 대화를 엮었습니다. 두 사람은 를 시작으로 , , , , 등 총 6편의 작품을 함께 했습니다.  감독이 할매를 처음 만난 건 영화 의 초고가 완성되.. 2024. 11. 7.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 류이치 사카모토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요즘 도마의 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강이가 혼자 기타를 치며 부르고 있길래 물어보니 이 노래라고 합니다. 노래가 경쾌하고 특히 아들 녀석이 맛깔나게 부르니 더 멋져 보입니다. 듣다보니 좋은 건 멜로디 뿐만이 아닙니다.  슬픔은 저어기 골목 끝까지 갔다가 내가 부르면 다시 달려오고슬픔은 저어기 시장통에 구경 갔다가 밥 짓는 냄새에 돌아오지 밥 짓는 냄새에 돌아오는 슬픔이라, 어쩜 이리 감성적인 가사를 쉬이 만들었을까요? 나이도 엣되어 보이는데요. 그런데, 벌써 오래 전에 고인이 되었다네요. 헐, 이 피지 못한 청춘을 어찌 할까요. CTR사운드에 가면 도마의 서약서가 있댑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2집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내용으로요. 그런데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고 합니다. 남은 절친.. 2024. 9. 17.
동네 책방 특별 한정판이래 : 이미경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동네 책방 특별 한정판이래 : 이미경       "동네 서점용 특별 한정판 주문 받습니다."   동네 책방인 책방지기님한테서 카톡이 날라왔습니다. 동네 서점용 특별 한정판?? 아, 이런 거에 약합니다. 바로 주문합니다. 이틀 후에 오면 책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주문하고 까먹고 있다 오늘 책방에 들렀습니다. 책방지기님이 책방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택가 가운데 있는 고즈넉한 책방과 청소하는 책방지기님의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한 명화의 한 장면입니다.   예전의 책 은 사서로 있던 지인이 책을 빌려주어 읽었습니다. 돌려주기 아까와서 한 동안 우리집 책장에 꽂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살 기회를 잃었었죠. 이런 책은 집에 두고 천천히 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에 새 책이 나왔다니 안 살 수가 없.. 2020. 6. 17.
강호의 노름마치들에게 바치는 사무친 살풀이춤 : 진옥섭 <노름마치> 강호의 노름마치들에게 바치는 사무친 살풀이춤 : 진옥섭       밀양 영남루. 평양의 부벽루, 진주의 촉석루와 함께 이 땅의 3대 명루. 누마루에 난간을 돌리고 사방을 훤히 터두어 밀양 산천이 배경막이 된 무대였다. 대청마루에 올라선 그의 춤은 벌써 침묵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무심한 지경에 이르러버린 멈춤에서 춤을 찍어내야 했다. 움직인다 해도 형제가 만들어지지 않고 그저 흐를 뿐인 춤, 포진한 카메라에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 누가 저 정적을 춤이라 할까마는, 분명코 춤 중의 춤이었다.   동작 없는 춤, 실없는 소리로 일축할지 몰라 비유해보자면, 쌈꾼이 하이킥을 차지 않는 이치다. 도장에서야 폼 나지만 실전에서는 에너지 절약과 허점 노출 방지 원칙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동작보다 음악에 따른 흐름.. 2020. 5. 21.
76살에 붓을 든 화가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76살에 붓을 든 화가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미국의 어느 가난한 집 10남매 중 세째로 태어난 여인이 있습니다. 1860년이었습니다. 그녀는 12살부터 부유한 집 가정부로 일했습니다. 비록 가정부였지만 그녀의 삶은 즐거웠습니다. 27살에 남편을 만난 결혼을 하고 버지니아에서 농장 생활을 시작합니다. 남편과 함께 임대 농장에서 일하면서 버터를 만들고 감자 튀김을 만들어 내다 팔기도 했습니다. 이후 뉴욕의 이글 브리지에 정착을 하게 되고 틈틈히 자수를 놓기 시작했습니다. 70대에 들어 관절염이 심해져 바늘에 실 꿰기가 어려워져서 더 이상 자수를 놓기 어려워지자 그녀는 붓을 듭니다.   76살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에 개인전을 열었고, 88세에 '올해의 젊.. 2018. 9. 25.
엄니가 해주시던 맑은 조기탕이 생각나누나 : 박찬일 <미식가의 허기> 엄니가 해주시던 맑은 조기탕이 생각나누나 : 박찬일    한겨울 새벽에 장을 보면, 내가 먹는 밥도 아닌데 목이 멜 때가 있다. 막 짐을 부려놓고 추운 길가에서 식은 밥을 먹는 사람들이 보이는 까닭이다. 시장이란 본디 툭 터진 노상이라 바람 가릴 막조차 없게 마련이다. 배달받아서 먹는 그들의 밥상이 초라해 보이지는 않지만, 먹먹해지는 감정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배달이라도 받아 뜨신 밥을 드는 축은 낫다고 할까. 시장 노점에서 초라한 도시락밥을 꺼내어 국물도 없이 삼키는 할머니들을 보면, 아 이놈의 세상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p.244)   노가다라는 직업의 특성상 삼시세끼를 모두 밖에서 먹는다. 아침은 고봉민 김밥집에서 주는 아침 정식을 먹는다. 김치와 가지무침, 멸치볶음 같은 기본 반찬에 된.. 2018. 6. 8.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낀다 : 오주석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낀다 : 오주석       위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그림입니다. 잘 보고 다음 물음에 답을 해보세요.  1. 이 씨름은 누가 이길까요? 2. 씨름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넘어질까요? 3. 다음 판에 나올 선수는 누구일까요? 4. 씨름 시합을 한 지는 얼마나 되었을까요? 5. 계절은 어느 때일까요? 6. 현대 씨름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7. 틀린 그림을 찾아보세요. 8. 구경꾼 중에서 빠진 사람은 누구인가요? 9. 이 그림은 주로 누가 볼까요?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폐사지에 굴러 다니는 돌맹이들도 그 유래를 알면 제대로 달리 보입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건축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물의 유래와 담긴 사연을 알고 형태와 구조, 재료에 대해서 알면 .. 2017. 12. 9.
반가사유상을 만나다 :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반가사유상을 만나다 : 최순우         반가사유상이 지닌 아름다움의 특색은 사색하는 부처님으로서의 깊고 맑은 정신적인 아름다움이 인체 사실寫實의 원속한 조각 솜씨와 오묘한 해화를 이루어주는 데에 있다. 슬픈 얼굴인가 하고 보면 그리 슬픈 것 같이 보이지도 않고 미소 짓고 계신가 하고 바라보면 준엄한 기운이 입가에 간신히 흐르는 미소를 누르고 있어서 무엇이라고 형언할 수 없는 거룩함을 뼈저리게 해주는 것이 이 부처님의 미덕이다.   인자스럽다, 슬프다, 너그럽다, 슬기롭다 하는 어휘들이 모두 하나의 화음으로 빚어진 듯 머리속이 저절로 맑아오는 것 같은 심정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그러한 부처님이 중생에게 내리는 제도濟度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355)  ** 제도 : 부처가 생과 사를 끊임없.. 2017. 8. 21.
오로지 영화에 대한 절절한 사모곡 : 정성일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오로지 영화에 대한 절절한 사모곡 : 정성일    나는 영화가 진정으로 흥미롭게 생각되는 시간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할 때라고 믿는다. 우리는 영화를 경유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다음 별달리 할 이야기가 없을 때, 심지어 영화가 끝나자마자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이미 무엇을 보았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을 때, 그래서 내가 오늘 오후에 두 시간 동안 사실상 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서 거리를 오가면서 느낀 풍경의 아름다움만이 유일하게 위로가 될 때, 나는 영화관을 나서면서 문득 스산한 시간의 공허를 느낀다.    우리가 무언가 했는데 거기서 배움이 없을 때 그 시간은 죽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p.33).. 2017. 2. 19.
별로 안 궁금했던, 그러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질문 : 유선경의 문득 묻다 별로 안 궁금했던, 그러나 삶를 풍성하게 해주는 질문 : 유선경의 문득 묻다   아름다운 여인을 대표하는 3대 그림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사진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17593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사진 출처 : http://www.hankookilbo.com/v/7b9a4d0655f14df0981d21a8c7929b49   귀도 레니의 사진 출처 :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pds&wr_id=107042&page=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게 있댑니다. '뛰어난 예술작품을 봤을 때 극도의 감동에 휩싸여 잠시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현상'을 뜻하는 .. 2016. 8. 21.
그도 나와 같은 인간이었다 : 빈센트 반 고흐의 반 고흐, 영혼의 편지 그도 나와 같은 인간이었다 : 빈센트 반 고흐의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슬픔   1882년  연필 스케치  인물화나 풍경화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이 화가는 깊이 고뇌하고 있다고,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흔히들 말하는 내 그림의 거친 특성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 거친 특성때문에 더 절실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면 자만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들지만,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  사진 인용 : P 57, 글 인용 : P 64사진 출처 : 위키디피아 (사진 속 모델은 고흐 일생에 유일하게 함께 살았던 여인 시엔입니다. 불행한.. 2016. 3. 19.
그림이라는 예술에의 입문 : 김선현의 그림의 힘 그림이라는 예술에의 입문 : 김선현의 그림의 힘    암리타 쉐어 길 / 옛이야기꾼 Ancient Storyteller / 1940 / 캔버스에 유채 / 인도 국립박물관 건물과 언니의 모습에서 이슬람 나라의 어느 보통의 가정인듯 싶다. 할배와 할배 곁에 모인 손주들이 정겹다. 메누린지 딸인지 모를 언니도 정스럽고, 아무 장식도 없는 집 자체도 웬지 따스하다. 나는 요런 따땃하고 정겨운 풍경이 좋다.   조지 클로젠 / 울고 있는 젊은이 Youth Mourning / 1916 /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언니야, 왜 울어? 울지마~~~ 옆에서 손을 잡아 주고 머라도 덮어 주고 싶다. 머가 그리 슬픈 건지 그 이야기도 듣고 싶고..... 십자가가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의 무덤이 아닐까? 다 벗고 운다는.. 2015.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