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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외국)43

바틀비를 인터뷰했다 :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바틀비, 이 문서를 함께 검증해보세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안 하는 편을 택하디니.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 머리가 어떻게 됐나? 여기 이 서류의 검증을 도와주게. 자, 여기 있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바틀비! 어서! 내가 기다리고 있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왜 거부하는 거지?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p.30) 이 책은 뉴욕 월가의 한 변호사가 바틀비라는 청년을 필경사로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설입니다. 바틀비는 창백하고 우울한 기운이 가득하나 다른 필경사와는 달리 기복이 없고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처리합니다. 그런 바틀비를 보고 변호사는 만족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바틀비는 "그 일을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며 변호사가 시키는 일을 거부합니다. 업무를 .. 2021. 7. 24.
스토너라는 남자의 이승 여행기 : 존 윌리엄스 <스토너>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네,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걸 소풍이라고 했습니다. 소풍을 마치고 저 세상으로 돌아갈 때, 여기가 아름다웠다고 말한댑니다. 어떻게 살면 내 삶이 아름다웠다 라며 죽을 수 있을까요? 아무나 할 순 없을 겁니다. 천상병 시인쯤 되면 가능했겠지요. 이 소설은 '스토너'라는 남자의 이승 여행기입니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평범한 남자가 대학에 가고, 학문에 눈을 뜨며 교수의 길을 걷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깁니다... 2021. 7. 23.
냄새로 느끼는 세상의 풍부함과 언어의 빈곤함에 대하여 :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독일 퀼른 인근의 바헨도르프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브루더 클라우스 예배당'에 갔습니다. 미니멀 건축의 거장 피터 줌터의 작품인데요, 넓은 밀밭 한 가운데 서 있는 조그만 예배당입니다. 진흙이 섞인 전통 방식의 콘크리트 건물로 태초에 시간이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한 것처럼 들판 한 가운데 우뚝 서있습니다. 삼각형의 육중한 문은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경계입니다. 그 문을 열고 '빛이 떨어지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온몸의 감각이 털이 서듯 일어납니다. "헉!" 줌터 할배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 들어갔을 때 나오는 소리입니다. 오직 저 외마디 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어떤 형용사나 부사로도 설명이 안됩니다. 저 공간을 언어로 표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저 공간에서 제가 체험한 것과 느낀 것과 감동 받은 걸 다른.. 2021. 7. 18.
모비딕, 그 매혹적인 자유로움에 대한 찬가 : 허먼 멜빌 <모비딕> 적도에서 먹이를 섭취하는 일이 한창일 때 적도에 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견디기 어려운 권태와 더위를 피해 북해에서 여름을 보내고 방금 돌아온 참이다. 잠시 적도의 산책길을 어슬렁어슬렁 오르내린 뒤에는 서늘한 계절을 기대하고 동방의 바다로 떠나서, 또다시 찾아올 더위를 피한다. (p.475) Q. 은 허먼 멜빌의 대표작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고전소설입니다. 나다니엘 호손은 이 책을 두고 현대판 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A. 어릴 때 문고판으로 백경을 읽은 적이 있다. 고집쟁이 외다리 선장과 거대한 하얀 고래와의 사투가 아직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다. 영화도 봤다. 거친 바다의 사나이들과 전투력 만랩의 고래가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드디어 완역본을 읽는다는 기대감이 하늘.. 2021.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