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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야기39

형편없이 살고 있는 나에게 :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친구 갑수는 지 입으로 울나라 3대 여행작가라고 했다. 그렇게 우기니 아니라고는 안했다. 대신 나머지 두 명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지도 모른댄다. 고3 시절 갑수랑 한 반이었는데,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갑수는 교실 뒤에서 장정일의 야한 소설을 읽었다. 자연반도 아닌데 국문과를 간다고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다. 그렇게 국문과를 갔다. 몇 년이 지나고 갑수의 시집이 나왔다. 그러고 또 몇 년이 지나고 여행책이 나왔다. 그 뒤로 줄줄이 책이 나왔다. 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그걸로 밥벌이를 한다. 이보다 더 행복한 직업이 있을까? 다른 친구들을 만날 때마나 우리 동기들 중에서 가장 잘 나가는 친구라고 갑수를 자랑했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 2021. 7. 17.
시가 쉬워졌어요 : 이문재 <혼자의 넓이> 철인삼종경기 내가 하도 학교, 새로운 학교 하니까 대체 어떤 학교를 만들고 싶은 것이냐고 물어오는데요, 그때마다 다음과 같이 짧게 답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악기 연주, 음식 만들기, 스포츠 활동 이 세가지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학교 같지 않은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악기를 다룰 줄 알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자기 감정을 에둘러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과도 쉽게 교감할 수 있습니다. 가령 하모니카를 잘 부는 소년이라면 중남미 고산지대나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 가서도 금세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겁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음악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음식 만들기도 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자기 혼자 먹는 음식에 정성을 다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준.. 2021. 6. 8.
내 인생을 지배한 열정은 무엇인가 : 김수영 <김수영 전집 2 산문> 내 인생을 지배한 열정은 무엇인가 : 김수영 단순하지만 매우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했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 추구, 인간의 고통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연민이 그것이다. 이 열정들은 마치 거센 바람처럼 나를 이리저리로, 고뇌의 깊은 바다로, 절망의 벼랑으로 휘몰았다. 내가 사랑을 추구한 첫 번째 이유는 사랑이 주는 황홀함 때문이다. 그 황홀함은 너무도 큰 것이어서 그 환희의 몇 시간을 위해서라면 나머지 인생을 모두 바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내가 사랑을 추구한 그 다음 이유는 사랑이 외로움을 덜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 끔찍한 외로움 속에서 인간의 의식은 몸서리치며 세상의 가장자리 너머 차갑고 측량할 수 없는 죽음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내가 사랑을 추구한 마지막 이유는 사랑의 합일 속.. 2020. 8. 6.
아내와 함께 강연을 다니는 저자 : 이국환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아내와 함께 강연을 다니는 저자 : 이국환 내가 들은 인생 조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친정어머니가 시집간 딸에게 해주는 말이었다. 탁자가 서너 개에 불과한 국밥을 파는 작은 식당이었다. 무람없이 밥을 먹는 딸의 표정은 어두웠고, 심각한 고민으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듯했다. 친정어머니는 천천히 국물을 뜨며 묵묵히 딸의 말을 듣기만 했다. 한참을 듣고 있던 어머니가 나직하게 말했다. "인생 살아보니 짧더라.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라." 어머니의 조언은 짧고 명료했다. 문득 돌아본 어머니의 담담한 말투보다 회한에 찬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는 정작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았을까? (p.22) 위의 글은 편에 나온다. 여기에서는 니체의 글을 인용하여 인생을 낙타.. 2020.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