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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야기39

동네 책방 특별 한정판이래 : 이미경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동네 책방 특별 한정판이래 : 이미경 "동네 서점용 특별 한정판 주문 받습니다." 동네 책방인 책방지기님한테서 카톡이 날라왔습니다. 동네 서점용 특별 한정판?? 아, 이런 거에 약합니다. 바로 주문합니다. 이틀 후에 오면 책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주문하고 까먹고 있다 오늘 책방에 들렀습니다. 책방지기님이 책방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택가 가운데 있는 고즈넉한 책방과 청소하는 책방지기님의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한 명화의 한 장면입니다. 예전의 책 은 사서로 있던 지인이 책을 빌려주어 읽었습니다. 돌려주기 아까와서 한 동안 우리집 책장에 꽂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살 기회를 잃었었죠. 이런 책은 집에 두고 천천히 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에 새 책이 나왔다니 안 살 수가 없습니다. 책을 공방으.. 2020. 6. 17.
솔로거나 나같이 솔로와 다름없는 이는 읽지 마라 : 장강명 <5년 만에 신혼여행> 솔로거나 나같이 솔로와 다름없는 이는 읽지 마라 : 장강명 아아, 좀 비키세요. 니가, 어, 이런 거 봐도 되는 나이가? 아아, 이거 제일 중요한 장면이란 말이에요. 니 열여덟 살 아이가. 아, 진짜. 방해하지 마세요. 아, 방해하지 말라고요~ 안된다. 이거 보믄 안된다. 열여덟은 안된다~~~ 아쒸, 오십 살 아빠! 쫌!! 안된다. 훌랄라~~ 안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익순이와 준완이가 뽀뽀하는 장면에서 내가 테레비를 막아선다. 딸은 뒤에서 아쒸~를 연발하며 왼쪽 오른쪽으로 고개를 내민다. 그럴 때마다 나는 춤을 추며 더 막는다. 장면이 지나가고 딸은 무지 아쉬워한다. 들이야, 엄마 아빠도 옛날엔 저랬다. 흐으으~~ 근데 결혼 19년이 되면 이래 된다. 좀 잘하지 그랬어요? 잘했으니까 엄마랑 결혼했지.. 2020. 5. 23.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쓴다 : 이기주 <언어의 온도>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쓴다 : 이기주 1. 극지에 사는 이누이트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스륵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충분히 멀리 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온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 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p.231) 2. 어쩌면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도착'이 아니라 '과정'인지 모른다. 그래서 난 장거리 이동을 할 대 비행기보다는 열차에 몸을 싣는 편이다. 기차를 타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찬찬히 응시할 수 있다. 이동의 과정을 음미하면서 멀어.. 2020. 5. 18.
네가 나를 밀어내 슬프다. 대신 안아주면 안될까? : 김선희 <내 남자 안아주기> 네가 나를 밀어내 슬프다. 대신 안아주면 안될까? : 김선희 나 : 들아, 아빠 또 외국에 나갈까? 딸 : 왜여? 일자리가 있어여? 아내 : 지발 쫌 가라. 인자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 나 : 니 그럴 줄 알았다. 니가 그래서 더 집에 딱 붙어 있을끼다. 아내 : 돈 벌러 안가나. 인제 출근 쫌 하지. 나 : 집에서 노니까 좋은데 왜. 아내 : 쫌 나가라. 그리고 안 들어와도 된다. 양육비만 부치고. 나 : 고렇게는 못하지. 아내 : 그라먼 내가 가출 할란다. 나 : 어이구, 네, 잘 가시오. 아내 : 가출하면 어째 되는지 아나? 나 : 우째 되는데? 집에 안들어오나? 아내 : 당연하지. 내 찾을 생각 마라. 나 : 안 찾는다. 걱정 마라. 그라믄 나도 해방이다. 아내 : 그래. 그라자. 나도 다른 남.. 2020.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