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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타파, 복어는 한국으로 보내줘 : 쥴피 리바넬리 <어부와 아들> 무스타파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에게해에서 고기를 잡는 튀르키예의 어부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여러 생각들을 무스타파에게 물어보았다. Q가벼운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죠, 무스타파. 당신이 '아빠'라고 이름 붙인 돌고래가 아기를 당신에게 데리고 왔는데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A그건 돌고래를 무시하는 발언입니다. 돌고래는 자기들끼리 활발한 의사 소통을 합니다. 심지어 뒷담화도 하는 녀석들이에요. 기쁨과 슬픔을 느낄 줄 알고 기억력도 뛰어나고 아주 영리합니다. 그들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과 지능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인격체입니다. 인간과 다른 점도 있는데, 우리보다 훨씬 선하고 순수하지요. 인간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Q아, 그렇군요... 2025. 7. 12.
성매매 여성의 위대한 기록 : 봄날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46p내가 가난하고 못 배웠다고 성매매로 유입되어야 했을까? 내가 강간당하고 버림받았다고 성매매를 해야 했을까? 나는왜 성매매를 했을까? 내가 잘못한 것일까? 끝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그 이유를 찾아봤지만 나의 잘못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낸 것은 누구일까? 이 책은 18살 때부터 룸살롱, 성매매 집결지, 보도방, 티켓 다방 등을 전전하며 성매매 여성으로 20년을 살았던 여성의 위.대.한. 기록이다. 성매매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살기도 쉽지 않은데, 그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글로 썼다. 자신의 경험을 섬세하게 기록하여 기꺼이 독자들에게 나누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값지다. 작가는 동생의 학비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 2025. 7. 7.
아름답고 강렬하고 묵직하고 매혹적인 역사 소설 : 정찬 <발 없는 새> 90p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이 새는 나는 것 이외는 알지 못해. 날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딱 한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책의 화자(나)는 베이징 특파원입니다. 어느 날 본사의 부장에게서 전화가 와서 대뜸 영화 를 보았냐고 묻습니다. '나'는 네 번 정도 보았다고 대답하며 왜 그러느냐고 하니, 에 나온 장궈룽(장국영)이 자살을 했다며 취재를 맏깁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워이커씽은 베이징에서 만난 '나'의 친구로 술과 담배를 좋아하는 노인입니다. 하지만 이 노인은 장궈룽, 첸카이거 뿐만 아니라 경극 에서 우희를 연기한 대배우 메이란팡(매란방)와 친분이 있고, 문화 전반에 조예가 깊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워이커씽이 난징대학살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2025. 7. 6.
살아있는 동안 서두르자 : 폴 칼리니티 <숨결이 바람 될 때> 만약 내가 암 말기의 판정을 받는다면 남은 생은 어떻게 살아야할까. 36살의 외과의사 폴은 폐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는 남은 시간이 석 달이라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일 년이라면 책을 쓸 것이며, 십 년이라면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삶으로 복귀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는 죽는 날을 기다리는 대신 여태 살아온 것처럼 살자고 다짐한다. 치료를 받기 전에 아내 루시와 상의하여 아이를 갖기로 한다. 집중적인 치료로 폴의 상태가 나아져서 통증이 진정되자 병원으로 복귀하여 수술도 한다. 딸 케이디가 태어나고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과 느끼는 바를 글로 쓴다. 점차 펴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했으나 암은 재발하고 폴은.. 2025. 7. 5.
몽골 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 :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1> 1. 유길준의 과 이병한의 책의 시작은 유길준의 이다. 저자는 '유라시아 견문'을 준비하면서 여러 책을 읽었는데 유길준의 책에 대해서는 각별하게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하고 싶다고 썼다. 그 이유는 이 조선을 개혁하자는 제안서였기 때문이다. 32p막상 책을 펼치니 빠져들었다. 만만치 않았다. 간단치가 않았다. 과연 어설프게 아는 것은 모르는 것만 못한 법이다. 그가 궁리하는 개화開化의 개념과 방법이 발군이었다. 어떻게 조선의 근대를 자주적으로 이룰 것인가를 깊이 궁리하고 써내려간 국정개혁 제안서였다. 전혀 낯설지만은 않았다. 조선 사대부의 시무책을 잇고 있었다. 정치, 경제, 법률, 교육, 문화 등 다방면의 개혁안을 제시했던 연행록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었다. 저자는 현재를 서구적 근대의 종언이라 하며,.. 2025. 6. 30.
매력적인 도서관 엿보기 : 강예린 이지훈 <도서관 산책자> 도서관은 제가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주욱 잘 다니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지역엔 좋은 도서관이 많습니다. 학창 시절엔 김해도서관에 갔습니다. 라면 먹으러, 혹은 여학생 만나러 열심히 다녔더랬지요. 대학 다닐 땐 대학 도서관이 놀이터였습니다. 정기용 선생이 설계한 김해기적의도서관이 생기고는 나들이로 도서관 주위를 어슬렁거리도 했습니다. 일거리가 없어 거의 백수에 가까운 요즘 즐겨 찾는 곳은 와 입니다. 는 제가 나온 국민학교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도서관입니다. 그래서 은근히 정이 갑니다. 탁 트인 공간과 높은 층고가 보기에도 시원합니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와 더위를 피하기에도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은 헌쇠 박중기 선생이 소장하고 있던 책을 김해인물연구회에서 받아 만든 도서관입니다.. 2025. 6. 28.
지금 여기의 모습은 우리의 결과다 : 오찬호 <민낯들>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기계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를 비롯한 열두 사건을 드러내어 우리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우리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사건들입니다. 1. 살고 싶다는데도 별수 없다.- 성 소수자는 여기에 있다, 故 변희수 2. 심장이 찢어져도 별수 없다.- 말이 칼이 될 때, 故 최진리 3. 맞아도 별수 없다.-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라는 이들에게, 故 최숙현 4. 떨어져도, 끼여도, 깔려도 별수 없다.- 너는 나다, 故 김용균 5. 일가족이 죽어도 별수 없다.- 가난이 죄책감이 되지 않기를, 故 성북 네 모녀 6. 국가를 믿어도 별수 없다.- 내 몸이 증거다. 故 가습기 사망자 OOOO명 7. 우리는 더 날카로워질 것이다.-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다, 코로나 팬데.. 2025. 6. 18.
소비에트의 붉은 장미 :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콜론타이의 붉은 사랑> 여자는 노동자다. 직업은 편집공. 하지만 직접 일을 한다기보다 조직을 관리하여 잘 돌아가게 만드는 일이 주된 업무다. 그는 소년처럼 보였고 예쁘지는 않았으나 아름다운 눈을 가졌다. 공산주이자이고 볼셰비키다. 노동자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소박하고 수수하다. 남자 역시 공산주의자이나 아나키스트다. 미국에서 회계를 배워 조직의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잘 생겼으며 자유로운 영혼이다. 화려한 말솜씨를 가졌고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주위 사람을 즐겁게 한다. 조직 상부와 마찰은 있으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뛰어난 성과를 올린다. 둘은 어느 집회에서 만났고 데이트를 즐긴다. "내가 살던 고향 마을에는 시계가 없어서 우리는 별들에게 시간을 물어보았습니다." 남자는 이런 말로 여자를 유혹했고 여자도 금새 사랑에 빠진다... 2025. 6. 14.
대장정 15,500킬로미터, 중국을 보다 : 손호철 <레드 로드> 대장정은 마우쩌둥과 저우언라이를 비롯한 중국 공산상 지도부가 장세스의 국민당군을 피해 노동자와 농민으로 구성된 홍군8만 5천명을 이끌고 중국 남부 장시성을 떠나 1934년 10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약 1만 킬러미터를 이동한 사건을 말한다. 죽음의 늪과 초원 지대를 가로질렀고, 험악한 오지와 설산을 넘었고, 추위와 전염병을 견뎠다. 살아남은 이는 약 6,000명, 출발부터 끝까지 완주한 이는 3,0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죽음의 이동이었다. 저자인 손호철 교수는 이 붉은 길을 따라갔다. 사전에 준비하여 팀을 꾸려 2008년에 약 50일간 이 길을 따라 답사했다. 1차에 갈 수 없었던 곳을 추가하여 2011년에 다녀왔고, 2021년에 개정판을 내었다. 바로 이 책이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 2025. 6. 13.
조선을 이렇게나 삐딱하게 본다고? : 강명관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조선의 책벌레들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책 좀 읽는다는, 혹은 글 좀 쓴다는 조선시대 위인들의 고리타분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나의 선입견이었다. 강명관 선생의 예리하고 통렬한 비판이 책 전체에 삐죽삐죽 솟아있었다. 그 통렬함이 무방비의 나를 찔렀다. 조광조는 개혁을 추진하다 부패한 훈구세력에게 희생당한,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강직하고 깨끗한 인물이었다. 이황은 조선을 대표하는 대성리학자였고, 정조는 조선시대 3대 왕으로, 학문으로나 무예로나 흠결없는 다재다능한 왕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강명관 선생이 이들을 어떻게 비판했는지 살펴보자. 먼저 조광조에 대한 비판이다. 79p조광조에게는 여러 전설이 전한다. 가장 압권인 것은 이웃집 청상과부와 있었던 이야기다. 조광조의 훤칠한 모습을 흠모한 이웃집.. 2025. 6. 10.
지도는 언제나 나에게 말을 건다 : 팀 마샬 <지리의 힘> 이 책은 지리라는 타이틀이 붙긴 했지만, 지리의 관점에서 본 국제 정세의 이야기다. 나라간의 싸움은 지리때문에 일어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 지리라 함은 강이나 산맥, 바다 같은 물리적 지형뿐 아니라 기후, 천연자원, 인구, 문화, 민족, 종교 등도 포함한다. 어릴적 보던 사회과부도도 그랬던 것 같다. 책은 중국, 미국, 유럽, 러시아를 포함하여 한국과 일본을 거쳐 북극까지 총 10개의 지역으로 나눠 설명하는데, 책을 펴자마자 우리나라부터 읽었다. 첫 페이지에 우리의 상황을 두어 문장으로 짧게 정리했는데, 통찰력이 보통이 아니다. 161p중국은 북한의 행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건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통일 한국의 국경, 즉 자신들의 코앞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미국도 남한.. 2025. 6. 5.
대한민국, 이제 다시 시작이다 : 염무웅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으로 이재명이 선출되었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12월 4일 새벽 1시 1분 재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헌정 사상 최초로 통과시켰다.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 표결에 부쳐졌으나 무산되었고, 12월 14일 두 번째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었다. 12월 16일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의 실형이 확정되어 수감되었다. 2025년 1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 체포되었고 구속되었다. 1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집행에 반발하여 극우세력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침입하여 폭동을 일으켰다. 3월 10일 법원의 구속 취소로 윤석열 .. 2025. 6. 3.
마키아벨리가 이재명에게 :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왜 이런 책을 썼나? 피렌체의 노련한 정치가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의 군주인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바친 책이다. 여기서 로렌초 데 메디치는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그 '위대한 자' 로렌초가 아닌 그의 손자다. 이름이 같다.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를 통치하다시피 했는데 위대한 로렌초의 아들이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쫓겨났고, 이후 손자 로렌초가 햇병아리 군주가 된다. 이 어린 군주에게 바친 책이다. 당시 마키아벨리는 모략으로 감옥에 갔다가 풀려나 낙향해서 피렌체와 자신을 위해 '주먹으로 책상을 치면서' 이 책을 썼고 왕에게 올렸다. 하지만 왕은 슬쩍 보고 치웠다. 책의 내용은 '군주는 이러해야 합니다.'가 아닌, '군주는 이렇습디다.'이다. '내가 여러나라를 다녀보고 역사도 많이 공부했는데, .. 2025. 6. 2.
호시우보(虎視牛步)의 마음으로 걷자 : 박창희 <걷기의 기쁨> 15p걸을 때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걷기만큼 쉬운 것이 없지만, 제대로 걷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걸으면 감각이 깨어나고 머리가 맑아진다. 노폐물에 전 오장육부도 서서히 초기화된다. 잊힐 건 잊히고, 지울 건 지워진다. 머리가 가벼워지면 새로운 생각이 채워질 공간이 넓어진다. 오래 전 친한 후배가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왔다. 그보다 더 좋은 수는 없다면서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했다. 그가 보여준 사진을 보며 가고자 하는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안나푸르나가 뒷동산도 아니고 그리 쉽게 갈 수 있는 곳인가. 가끔 안나푸르나의 그 비경을 사진으로 찾아보기도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떤가. 걷는 이들의 로망아닌가. 다녀온 지인도 꽤 되고.. 2025. 5. 31.
문제는 분배야, 이 바보야! : 폴 크루그먼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 규제를 풀고 세금을 줄이면 경제가 살아난다. 위의 명제는 참인가 거짓인가. 우리나라 보수 정치가들은 이 명제를 진리로 안다. 이명박, 박근혜, 심지어 문재인 정부도 이렇게 했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심하게 했다. 그래서 경제가 살아났는가? 미국에서 신자유주의 시작은 레이건 시대로 본다. 레이건은 1980년부터 8년간 미국 대통령이었다. 이후 아버지 부시가 대권을 잡아 4년을 집권하여 12년 동안 보수인 공화당이 집권했다. 이 시기에 경제학에서 보수에 있던 사람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수 경제학자와 정부의 경제 기획가들은 이 정책이 미국의 경제를 살릴 것이라 판단했다. 145p보수주의 경제학이 약속하는 핵심은 단 한 마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성장이다. 주드 와니스키와 아더 래퍼 같은 강경한.. 2025. 5. 27.
도자기집 개락당 김씨는 왜 가난한가? :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자영업자가 가난한 이유 나는 자영업자다. 1999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직장에 다녔고 임금근로자였다. 2019년에 과감히, 자발적으로, 심지어 다니던 회사의 반대도 무릅쓰고, 임금근로자를 때려치고 자영업자의 세계에 들어왔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하루 근로 시간은 9.8시간이고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약 52시간이다. 직장인과 별로 차이가 안난다고?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여기에는 프리랜서나 전문직(의사, 변호사 등)도 포함되어 있고, 이것의 평균을 따지니 그렇게 나왔다. 음식점이나 까페는 주당 60시간 이상, 편의점이나 소매점은 55시간 내외다. 직장인보다 평균 20%정도 더 일한다. 그래서 얼마를 버냐 하면, 평균 연소득이 4,040만원이다. 이것도 평균의 함정이다. 의.. 2025. 5. 25.
1899년 미국 특권 계층 관찰기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베블런 효과 : 가격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떨어지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증가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요 공급의 원칙이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사치재라 불리는 것들은 다르다. 명품, 고가 자동차, 보석 등의 일부 비싼 물품은 가격이 오를수록 더 원하는 경향을 보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을 나는 가지고 있다. 너거는 이런 거 없지?" 이런 심리다. 그런데 이런 건 부자들에게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자신의 SNS에 명품 브랜드를 아주 살짝 노출되게 하여 올린다. 혹은 남들 일하는 시간에 .. 2025. 5. 22.
우리 시대의 진정한 어른, 김장하 : 김주완 <줬으면 그만이지> 전국민이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긴장한 얼굴로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외치던 그 분. 그 분은 일약 대한민국의 스타가 되었고 국민들의 찬사가 더해졌다. 그 분이 행했던 과거의 미담들이 회자되었고, 그 중에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의 발언이 화재가 되었다. 저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독지가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교 4학년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고 하신 말씀을 저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 분은 김장하.. 2025. 5. 20.
박수근과 박완서의 인생을 엿보았다 : 김금숙 <나목> 작년에 불암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마을 사람들과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마을 벽을 장식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그림의 주제는 불암이라는 동네를 상징하는 것으로, 불암에서 나온 부처바위와 불암의 풍경 등을 그렸다. 그 외에 우리의 옛 정서가 잘 드러나있는 박수근의 그림도 그려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함께 그렸다. 박수근의 그림은, 그 이유는 모르지만 끌린다. 빨래하는 사람, 아이업은 여인, 시장, 골목, 나무 등 그가 그리는 것들은 우리 주변에서 늘 보던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친숙하고도 따뜻하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먹먹함도 느껴진다. 그림을 그리는 공방의 선생님과 마을 사람들도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추천을 했을테고. 함께 힘을 모아 작품을 만들었다. 초상화부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 2025. 5. 17.
우리는 자유롭게 자라나는 나무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사회는 어디까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나 밀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는 하는 바는 뚜렷하다.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답을 하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개인을 그냥 놔둬라, 이다. 밀은 이를 설명하면서 세 가지의 자유를 강조했다. 첫째가 생각하고 표현하는 자유, 둘째가 내 삶을 내가 꾸릴 자유, 세째는 모임을 만들 자유다. 이 결사의 자유를 사회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라고도 했다. 밀은 당연한 이야기를 어렵게 썼다. 옳지 않은 의견에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되는 이유 특히 표현의 자유에서,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소수의 의견이 진실이거나 일부.. 2025. 5. 16.
나는 울면서 읽었다 : 정소연 <발달은 느리고 마음은 바쁜 아이를 키웁니다> 내 아이가 어느 날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나는 어떨까? 여기 그런 진단을 받은 평범한 엄마가 있다. 그 순간에 "인생의 두꺼비집이 갑자기 탁 하고 내려간 것 같았다."라고 그 엄마는 말한다. 도대체 왜 내 아이한테? 내가 뭘 잘못했기에? 절망이 먼저 오고, 현실을 부정하고, 인생을 복기해 본다. 부정과 분노의 단계를 거쳐 현실을 직시한다. 아이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살핀다. 하지만 조금 나아지는가 싶으면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힘겹지만 다시 시작한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다. 아이와 함께 웃고 아파하는 엄마의 이야기다. 온 마음을 다해 느린 다온이를 살피다, 미처 손길이 가지 못한 형 다준이의 상처를 발견하고 엄마가 무너지는 장면에서 나도 무너졌다. 둑.. 2025. 5. 15.
모르는 사람들의, 그러나 알아야 하는 이야기 : 이승우 <모르는 사람들> 11p아버지가 왜 떠났는지 오랫동안 궁금했다. 그 궁금증 속에는 아버지가 무엇으로부터 떠나려 했을까, 하는 질문이 숨어 있다. 무엇으로부터 떠났고 떠나려 했는지 안다면 왜 떠났고 떠나려 했는지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 것 같다. 그는 집을 떠나고, 일터를 떠나고, 나와 어머니를 떠나고, 나와 어머니가 포함되어 있는 가족을 떠나고, 그리고 여기, 이 세상을 떠났다. 이 세상은 견디는 것이다, 라고 말한 아버지가 11년 전 어느 날 흔적 없이 사라졌다. 러시아 국적의 보잉 747이 추락한 날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이름이 탑승자 명단에 없었음에도 그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고 믿었다. 아버지 회사의 광고 모델인 그 여배우의 이름이 탑승자의 명단에 있는 걸 보고서였다. 21p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 2025. 5. 12.
시스티나 성당에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 로버트 해리스 <콘클라베> 오늘 새벽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추기경단의 비밀 회의인 콘클라베 둘째날에 제267대 교황이 선출되었다. 수석 추기경은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하베무스 파팜 - 우리에게 교황이 탄생했다 - 을 외쳤다. 페루에서 오랫동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새 교황이 되었다. 이름은 레오를 택했다. 열네 번째 레오 교황, 레오14세의 탄생을 모두가 축하했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善終,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죽음을 뜻하는 말)하셨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그 착하게 생기신 얼굴이 인상적이었고,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직접 오셔서 유족들을 위로하셔서 우리에게도 친근한 교황이었다. 늘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 편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 2025. 5. 9.
이중섭의 꽃 같이 빛나던 시절 : 김탁환 <참 좋았더라> 이중섭 (1916 ~ 1956): 가장 따뜻한 그림을 남긴 가장 외로운 화가 사각의 링에선 복서래 달아날 곳이 없구, 사각의 원고지에선 문인이래 숨을 곳이 없구, 사각의 도화지에선 화가래 물러날 곳이 없다. (88쪽) 넷 중 혼자만 한국에 남은 뒤에도, 이중섭은 줄기차게 가족을 그렸다. 나랏법이 방해하고 바다가 가로막더라도,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고 확신했다. 당장 도쿄로 가진 못하지만, 그림은 얼마든지 보낼 수 있었다. 편지에 하나하나 정성껏 그렸다. 가족이 함께 끌어안고 노니는 그림으로 아내와 두 아들을 위로하고 응원했다. 문자보다 그림으로 생각과 감정을 더 많이 주고받아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35쪽) 가형께 배운 거이야. 골동을 알아보는 눈이 나보다 열 곱 탁월햇디. 딱딱한 이론이 아.. 2025. 5. 8.
봉하마을의 '부끄럼 타는 집' : 노무현재단 <노무현 대통령의 지붕 낮은 집> 시민 노무현을 만나는 충실하고 세심한 안내서 이 책은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대통령의집'에 관한 해설서입니다. 2018년 대통령의 집이 시민들에게 문을 열고, 이 집에 대해 시민들에게 안내하고 있지만, 집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다 들려드리기에는 부족하여 이 책을 발간했다고 서문에 나옵니다. 특히 뜻이 있어도 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책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인 봉하마을로 내려오게 된 계기, 설계자인 정기용 선생과 함께 집을 설계하면서 요구한 것들, 정기용 선생의 초기 스케치, 퇴임 후 이 집에 거주하면서 했던 다양한 활동, 집의 세부 공간에 표현된 건축적 의도에 대한 설명,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기억과 사연 등이 담겨 있습니다.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에.. 2025. 5. 7.
봄날 저녁 옥상의 북콘서트 : 김종희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더라 - 매창 (1573~1610) 어느 겨울 매창 뜸을 찾았습니다. 겨울 햇살을 덮고 누워있는 그에게 '이화우 흩날릴 제' 한 잔 올렸습니다. 육신은 비쩍 마른 연 대궁처럼 버석거려도 이화우 흩날리듯 걸어올 정인을 기다리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이화우 흩날릴 제' 음복주를 오래도록 혀에 담았습니다. 문살에 부딪히는 달빛 같은 향기가 목을 넘어가다 되넘어 왔습니다. 사랑이 깊은 만큼 외로움도 깊었을 그의 마음이 주련처럼 걸렸습니다. (82쪽, '이화우 흩날릴 제' 중에서) 한뫼책방은 김해인물연구회 산하의 독서모임입니다. 김해 출신인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 한뫼 이윤재 선생의 호를 따서 모임 이름을 지었다고.. 2025. 5. 2.
쿠르츠게작트의 코리아 이즈 오버 : 조국 <가불 선진국>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72입니다. 지금 한국인이 100명 있다고 가정해보죠. 여자는 절반인 50명입니다. 그럼 50명이 0.72의 출산율로 아이를 낳으면 36명이 됩니다. 100명의 한국인이 한 세대가 지나면 36명이 됩니다. 같은 방법으로 한 세대가 더 지나면 13명이 됩니다. 한국인 100명이 있었는데, 손자 손녀들은 13명이 된 겁니다. 그 다음 세대까지 계산해보면 5명입니다. 한 세대가 약 30년이라고 잡으면, 90년 후는 현재 인구의 5%가 되는 겁니다. 무슨 안드로메다 숫자 같이 느껴지지만,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닙니다. 제가 출생한 1972년도에는 약 95만3천 명이 태어났습니다. 첫째인 산이가 세상에 나온 2002년엔 49만6천 명이 태어났구요, 2024년엔 24만8천 명입니다. 제 아이.. 2025. 4. 28.
나는 그레고르의 가족을 비난한다 : 프란츠 카프카 <변신> 내 친구 용석이의 어머니는 10년 전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으나 몸은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의식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는 그나마 부여잡고 있던 의식도 끊어졌고 음식도 관을 통해서 넣는, 말하자면 기본적인 생체 기능만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용석이는 그런 어머니를 뵈러 한 달에 한 두번은 꼭 내려온다. "이제 엄마 보내드려라. 할 만큼 했다." 어제 함께 저녁을 먹으며 내가 말했다. "어제 엄마한테 갔는데, 컨디션이 좋아서 웃으시는 같더라. 내나 누나나 별 한 것도 없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지 가늠할 수 없지만, 나는 안힘들다." 라며 석이는 웃었다. 당신이 스스로 생명을 내려놓지 않는 한 친구는 의도적으로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결정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나는 .. 2025. 4. 26.
방호산, 조선의용군 장군에서 북한군 최고 전략가로 : 배대균 <마산방어전투> 북한군의 정예부대는 항일 투쟁의 조선의용군 출신이다. 6.25 전쟁은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싸운 비극입니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전쟁 초기 북한군 주력 부대의 대부분이 조선의용군과 팔로군을 경험한, 항일 투쟁에 몸 담았던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연합군의 상대가 독립운동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되어버리는 기막힌 운명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6.25전쟁은 당시 38선 최전선에 포진한 인민군 7개 사단, 21개 보병연대가 탱크와 중포의 엄호 하에 대남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다. 21개 보병연대 중에서 47%인 10개 연대가 만주에서 건너온 조선 의용군 부대이다. 이처럼 대남 공격의 제1진 병력에서 조선의용군 사단병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다. 7개 사단 가운데 제4사단장 이권무.. 2025. 4. 24.
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 : 제시카 브루더 <노마드랜드> 평생 쉼 없이 노동하는그러나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삶에 대하여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구매한 금융 기관들이 대출금 회수 불능 사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은행들과 은행에 투자했던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그리고 피해는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은행에 자산을 맡기고 주택 할부금을 내고 있던 사람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미국에서만 5조 달러 가량의 연금, 퇴직금, 저축이 증발했다. 2008년 기준으로 미국 내 주택 중 압류된 주택의 비율은 87%퍼센트에 달했고, 사태가 진정되었을 무렵에는 미국인 약 800만 명이 일자리를, 600만 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에 등장하는 노마드들 대부분은 이 시기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이다. (415쪽) 린다는 두 개의 건축공학 학위.. 2025.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