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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그림이 있는 200억원 짜리 고려청자를 아시나요? 이충렬 <간송 전형필> 학 그림이 있는 200억원 짜리 고려청자를 아시나요? : 이충렬 청자 상감 운학문 매명, 고려시대(13세기 중기), 국보 제 68호, 가격 200억원 일명 '천학매병'이라고도 불린다. 청자의 가치를 대번에 알아차린 간송 선생이 속전속결로 일본인 거간꾼 마에다로부터 2만원에 구입했다. 당시 서울의 기와집 1채가 천원 정도 했다고. 그러니까 기와집 20채 값이다. 2020년 9월의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을 따져보니 10억 3천만원이다. 당시 2만원을 지금 시세로 환산하면 200억이다. 일본인 대수장가 무라카미가 간송 선생에게 산 가격의 두 배를 줄테니 다시 팔라고 했는데, 선생은 어림도 없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사진 출처 : http://cafe.daum.net/gallerybern/EAKK/431?q=%E.. 2020. 10. 1.
옛 건축 툇마루에서 가을 정취를 맛보고 싶어라 : 류경수 <우리 옛 건축에 담긴 표정들> 옛 건축 툇마루에서 가을 정취를 맛보고 싶어라 : 류경수 밀양에 가면 밀양강과 단강천이 합류하는 언덕배기에 월연정이라는 정자가 있습니다. 이 정자에서 조망하는 경치가 일품입니다. 자연을 보는 탁월한 안목이라는 말이 딱 어울립니다. 월연정 자체도 아름답지만 그 자리에서 조망하는 자연은 훨씬 더 매력적입니다. 옛 건축가들은 이런 자리를 결코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영화 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용평터널, 일명 똥개터널에서 강을 따라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월연정이 나온다. 밀양 팔경 중의 하나라고 소개되었다. 원래는 월연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 중종 때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죽음을 당하자 같은 편이었던 이태 선생이 아이고 더러버라, 하면서 낙향해 여기에 별장을 지었다. 월연정을 알기 전엔 이태 선생을 들어.. 2020. 9. 30.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어떻게 살 건가? : 최진기 <한 권으로 정리하는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어떻게 살 건가? : 최진기 1.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제조업과 ICT가 결합하는 것이다. 기업적 측면에서는 제조업체가 ICT 기업이 되거나 ICT 기업이 제조업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제조업과 ICT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뜻한다. 이 책에서는 요렇게 정의내렸다. 나무위키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 되는 산업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나와 있다. 모든 사물과 대화하거나 제어하거나 사물이 스스로 뭔가를 하는 세상이다. (*ICT :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 2.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의 중요도는 어떨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은 더욱 중요해진다. 4차 산업의 본질은 제조업과 ICT 업체의.. 2020. 9. 26.
내가 경험했던 비극과 실패는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어요 : 박건웅 <아리랑> 내가 경험했던 비극과 실패는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어요 : 박건웅 류링 : 똑똑 김산 : (앗, 그녀다.) 김산 : 아이고, 기어코 찾아내고야 말았군. 류링 : 후후. 왜, 안 돼요? 류링 : 당신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받은걸요. 김산 : 당신은 마술사군. 쿨럭~ 류링 :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왔다갔다 하지 마세요. 김산 : (안절부절) 류링 : 나는 보기보다 그다지 무섭지 않아요. 김산 : 어찌하면 좋겠소? 류링 :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도 알고 있어요. 김산 : ..... 류링 : 안 그런 체 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나는 나 자신 만큼이나 당신에 대해서 알고 있어요. 김산 : 아아아. 베이징의 공산당 사무실에서 만난 류링이란 아가씨가 김산을 좋아합니다. 대놓고 고백도 합니다. 김산.. 2020. 9. 23.
유토피아 라다크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 : 헬레나 노르베리-호치 <오래된 미래> 유토피아 라다크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 : 헬레나 노르베리-호치 나는 공동체와 땅과의 긴밀한 관계가 물질적인 부나 고급기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았다. 나는 삶의 다른 길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41) '작은 티베트'라고 불리는 라다크는 비록 인도 영토의 일부로 편입되어 있지만, 천년 넘게 독자적인 언어와 티베트 불교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자급자족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1975년 라다크는 인도 중앙정부의 결정에 따라 외국 관광객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합니다. 스웨덴 출신의 여성학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치는 이 해에 라다크를 찾아간 소수의 서구인 중의 한사람입니다. 헬레나는 라다크 말을 배우고 그들을 들여다 봅니다. 거칠고 황량한 풍토 .. 2020. 9. 17.
나도 읽었습니다. 한국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을.... : 한강 <채식주의자> 나도 읽었습니다. 한국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을.... : 한강 맨부커상 (Man Booker Prize Fiction) 영국에서 출판된 영어 소설을 대상으로 그 해 최고 소설을 가려내는 영국의 문학상. 2005년부터 맨부커 국제상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이 추가로 만들어졌다. 노벨 문학상, 프랑스 콩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남편이 보기에) 특별한 매력이 없는, 그렇다고 특별한 단점도 없는, 단지 브래지어 하기를 싫어하는 것이 남들과 다른 정도인 영혜는 어느날 갑자기 잘 먹던 고기를 아얘 먹지 않습니다. 먹지 않을 정도가 아니라 냉장고에 있던 모든 고기며 심지어 계란까지 내다 버립니다. 남편이 원인을 캐묻자, 영혜는 '꿈'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 2020. 9. 16.
시대와 운명에 저항한 한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 : 김금숙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시대와 운명에 저항한 한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 : 김금숙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 김알렉산드라를 처음 만난 건 에서 였습니다. 그 뒤로 몇몇 자료에서 그 이름을 들었습니다. 그 이름 앞에는 항상 "조선인 최초의 공산주의자",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울나라 최초의 공산주의자이자 볼셰비키라니요. 그녀의 삶이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정철훈 작가가 쓴 를 원작으로 하여 김금숙 화백이 창작한 작품입니다. 그림체가 좀 익숙합니다. 김금숙이라는 이름도 어디선가 들어봤습니다. 아, 생각났습니다. 제주 4.3 사건을 그린 만화 을 지은 분입니다. 그래서 그림이 익숙했네요. 이 만화책도 한 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합니다. 투박하면도 강렬한 그림체가 아름답고 .. 2020. 9. 14.
냉담해지지 말고, 지치지 말고 : 김연수 <일곱 해의 마지막> 냉담해지지 말고, 지치지 말고 : 김연수 예를 들어 어떤 꿈들인가? 우선은 시집을 한 권 내고 싶었지. 제목은 사슴이면 좋겠고. 그건 이뤄졌고. 그 다음은? 시골 학교 선생이 되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으면 싶었고. 촌동네 소반처럼 소박하네. 그리고? 착한 아내와 함께 두메에서 농사지으며 책이나 읽고 살았으면 하지. 또? 그게 다야. (p.223) 오래 전에 젊은 시절 시인 백석의 흑백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와, 진짜 잘 생겼네." 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시는 또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를 읽고는 "이야, 야반도주를 이렇게 하자고 하면 따라가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하고 생각도 했더랬습니다. 시집을 내고, 시골 학교 선생이 되고, 착한 아내와 두메 산골에서 책 읽으며 살고 싶어했던 백석, .. 2020. 9. 13.
그날이 오면 기뻐서 죽사오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 박시백 <35년 6권, 7권> 그날이 오면 기뻐서 죽사오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 박시백 # 6권. 1936~1940 결전의 날을 준비하라 민족해방가 이천만의 동포야 일어나거라 일어나서 총을 잡고 칼을 잡아라 잃었던 네 자유와 너의 권리를 원쑤의 손에서 도루 찾으라 온 세계 인류와 똑같이 살기를 반일의 전선에 나가 싸우라 - 항일연군 여성빨치산이었던 김선의 수첩에서 나온 가사로, 옌볜에서 발행한 에 수록되었다. 1. 스페인 내전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활개를 치자 1935년 코민테른은 반파시즘 인민전선 노선을 채택했다. 물러가라 파시즘, 연대하자 노동자여. 이를 제대로 실천한 곳은 스페인이었다. 1936년 총선에서 승리한 인민전선이 토지개혁, 교회 재산 몰수 등 본격적으로 개혁을 실시하자 기득권이 교회, 지주, 자본가, 군부 .. 2020. 9. 11.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박시백 <35년 3권, 4권, 5권>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박시백 # 3권. 1921~1925 의열투쟁, 무장투쟁 그리고 대중투쟁 1922년 겨울 김원봉은 베이징에서 신채호를 만난다. "선생님께서 의열단의 정신을 글로 써주셨으면 합니다." "기꺼이." 그리하여 나온 것이 조선혁명선언이다. "민중은 우리 혁명의 대본영이다. 폭력은 우리 혁명의 유일 무기이다. 우리는 민중 속에 가서 민중과 손을 잡고 끊임없는 폭력, 암살, 파과, 폭동으로써, 강도 일본의 통치를 타고하고, 우리 생활에 불합리한 일체 제도를 개조하여, 인류로서 인류를 압막치 못하며, 사회로써 사회를 수탈하지 못하는 이상적인 조선을 건설할지니라." - 의열단의 정신이 된 신채호의 '조선혁명선언' 마지막 구절 님 웨일즈의 에 따르면 의열단원.. 2020. 9. 10.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박시백 <35년 1권, 2권>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박시백 이 드디어 완간(총7권 세트, 당시의 세계 정세를 그린 별권은 덤 본책보다 재밌음)이 되었습니다. 야호! 신납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초판 발행일을 보니 2018년 1월에 나왔네요. 2년 7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기간 동안 열심히 그린 작가도, 그리고 완결이 나오기를 기다린 나도 대단합니다ㅋㅋ. 일제 35년, 이 시기엔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요렇게 집중적으로 다뤄 주는 책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더 없이 반가웠죠. 책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읽다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은 자료를 찾아가며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 연관되는 인물이나 사건이 나오면 다시 앞 권을 뒤적였습니다. 여태 내가 알고 있는 독립운동에 대한 각론과 인물들이 이 책으로 스르르 모여서.. 2020. 8. 31.
아내가 여태 함께 산 그 여자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 루안 브리젠딘 <여자의 뇌> 아내가 여태 함께 산 그 여자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 루안 브리젠딘 1. 경제적 능력이 충분한 멜리사 역시 본인은 의식하지 못했을지라도 짝을 찾는 방식에 있어서 바우어새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수컷 바우어새는 암컷에게 특이한 방식으로 구애를 하는데, 바로 둥지를 짓는 것이다. 암컷 바우어새는 짝을 지을 때 가장 아름답고 튼튼한 둥지를 짓는 수컷을 선택한다. (p.115) 2. 엄마들은 딸에게 새 남자친구에게 너무 빨리,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이것은 엄마들이 의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현명한 충고다. 포옹과 같은 스킨십은 특히 여자에게서 옥시토신이 방출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옥시토신이 방출되면 옂는 더욱 쉽게 상대 남자를 신회하게 된다. 남자가 말하는 것이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무.. 2020. 8. 22.
윤희순 작사 작곡 '안사람 의병가'라고 들어보셨나요? : 권숯돌 정용연 <의병장 희순> 윤희순 작사 작곡 '안사람 의병가'라고 들어보셨나요? : 권숯돌 정용연 동학농민운동이 일본과 청나라의 방해와 진압으로 실패로 끝나고 그들은 서로 조선을 자기네들 거라고 우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두 나라는 한판 붙고 여기서 이긴 일본은 더욱 기고만장해졌습니다. 급기야 1895년 명성황후를 죽였습니다. 조선 사람들에게 머리를 깍게 하고 검은 옷을 입게 했습니다. 이에 유생을 중심으로 대규모 의병을 일으켜 일본을 물리치고 나라를 바로잡고자 했습니다. 윤희순의 남편 유제원과 시아버지 유홍석은 이 의병의 핵심 인물이었고 집을 떠났습니다. 홀로 남은 윤희순은 의병들에게 밥도 해먹이고, 자금 조달책의 노릇도 하고, 의병 노래도 지어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1907년 헤이그에 특사를 보냈다는 이유로 일본은 고종을 끌.. 2020. 8. 15.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어쨌든 쓴다'다 : 김민식 <매일 아침 써봤니?>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어쨌든 쓴다'다 : 김민식 김민식 피디하면 생각나는 건 바로 "김장겸은 물러가라!"는 구호지요. 2017년 MBC 파업 때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MBC 사옥에서 혼자 큰 소리로 외치던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당시엔 김장겸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 잘 몰랐는데, 김민식 피디가 하도 물러가라고 떠들어대니 김장겸 사장이 진짜 나쁜 인간이구나 라고 짐작했습니다. MB의 삽질을 다룬 영화 에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더 대단한 건 김장겸이 진짜 물러났습니다!! 정말 구호가 현실이 된 거죠. 인디언 기우제가 생각나네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고 하는 인디언요. 김민식은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구호를 외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사장 물러가라고 외치는 똥배짱은.. 2020. 8. 13.
나와 나의 세계가 선명해진다 : 채사장 <열한 계단> 나와 나의 세계가 선명해진다 : 채사장 하나의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은 우리를 먹고살게 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게 하며 사회를 발전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 세계의 전부라면 그 삶은 너무나도 아쉽다. 우리는 노동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즐기고 여행하고 놀라워하기 위해 온 것일 테니까. 인생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세계의 다양한 영역을 모험하는 가장 괜찮은 방법은 불편한 책을 읽는 것이다. (p.17) 그래서 채사장은 자기가 살아오면서 다른 세계로의 문을 열어줬던 책과 인물을 이 책에서 다룬다. , , , , , 와 붓다, 체 게바라, 상대성 이론, 메르세데스 소사를 소개한다. 젊은 날의 채사장이 이들과 대화하며 성장한다. 그의 경험을 읽으면서 나는 감탄한다. 사색의 깊이와 해박한 지.. 2020. 8. 9.
내 인생을 지배한 열정은 무엇인가 : 김수영 <김수영 전집 2 산문> 내 인생을 지배한 열정은 무엇인가 : 김수영 단순하지만 매우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했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 추구, 인간의 고통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연민이 그것이다. 이 열정들은 마치 거센 바람처럼 나를 이리저리로, 고뇌의 깊은 바다로, 절망의 벼랑으로 휘몰았다. 내가 사랑을 추구한 첫 번째 이유는 사랑이 주는 황홀함 때문이다. 그 황홀함은 너무도 큰 것이어서 그 환희의 몇 시간을 위해서라면 나머지 인생을 모두 바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내가 사랑을 추구한 그 다음 이유는 사랑이 외로움을 덜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 끔찍한 외로움 속에서 인간의 의식은 몸서리치며 세상의 가장자리 너머 차갑고 측량할 수 없는 죽음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내가 사랑을 추구한 마지막 이유는 사랑의 합일 속.. 2020. 8. 6.
그는 왜 조선의용대의 영혼이라 불리는가 : 김영범 <의열단, 민족혁명당, 조선의용대의 영혼 윤세주> 그는 왜 조선의용대의 영혼이라 불리는가 : 김영범 윤세주는 민족사의 가장 어둡고 괴로웠던 시대에 그 질곡을 걷어내는 독립운동과 민족혁명의 의열정신을 온몸에 담아내며 헌신한 인물이다. 중국 태항산 항일전장에서 전사 순국했다시피, 신념과 실천의 합일을 끝까지 추구하는 진정성의 인간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를 의열단, 민족혁명당, 조선의용대를 표상하는 불멸의 영혼으로 기억함이 마땅하다. (책 표지 글) 독립운동과 관련된 여러 책에서 윤세주라는 인물을 자주 만났습니다. 만나긴 했는데 인물의 모습이 단편적이었습니다. 윤태옥 선생의 에서 윤세주의 무덤을 만났고, 조선희 선생의 에서 태항산 전투로 목숨을 잃는 윤세주를 만났습니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언급되는 윤세주의 전체 모습이 궁금해졌습니다. 동네 책방을 어슬.. 2020. 8. 5.
내 앞에 드러난 현상 세계는 내 마음이 지어낸 것 :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내 앞에 드러난 현상 세계는 내 마음이 지어낸 것 : 채사장 우주의 개수는 무한개다. 지구의 나이는 46억 살이다. 우주의 나이는 137억 살이고. 100년 전에 허블이라는 냥반이 별을 관측하다 별이 멀어진다는 걸 발견했다. 별은 움직이니 그럴수도 있지 뭐, 하고 생각했는데 관측한 모든 별이 다 멀어졌다. 심지어 별과 별 사이도 멀어졌다. 아, 우주는 팽창하구나. 그래서 팽창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허블 상수라는 걸 만들었다. 우주가 팽창하는 거라면 과거로 갈수록 우주의 크기는 작아질 것이다. 그래서 역으로 계산해보니 137억 년 전에는 우주가 모래 알갱이만 했다는 얘기다. 그 모래 알갱이가 폭발해서 우주가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과학자들이 밝혀낸 정설이다. 그럼 그 전에는 뭐가 있었어? 우주는 딱 .. 2020. 7. 29.
꿈을 향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 여행기 : 안도 다다오 <건축을 꿈꾸다> 꿈을 향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 여행기 : 안도 다다오 지난 여름 3개월간의 유럽 여행은 건축을 전공한 저에게 선물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참 잘 다녀왔다. 작년에 가지 않았으면 코로나 때문에 상당히 미뤄질 뻔 했다.) 여행의 목적이 건축 기행이라 루트도 보고 싶은 건축물 위주로 짰더랬습니다. 건축의 본향이라 할 수 있는 유럽 건축을 질리도록 보고 왔습니다. 생각치 않았던 뜻밖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나 예상 밖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으며, 잔뜩 기대를 하였지만 기대와는 달라 실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그 경험은 이 책처럼 건축에 대한 설명과 견해가 주된 내용인 책을 읽을 땐 더욱 빛납니다. 책을 읽으며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는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저자가 쓴 감상과 내가 느낀 바를 비교하는 맛이 쏠쏠합.. 2020. 7. 28.
여행은 타인이 된 나를 연인으로 맞아들이는 일이다 : 조문환 <괴테를 따라 이탈리아 로마 인문 기행> 여행은 타인이 된 나를 연인으로 맞아들이는 일이다 : 조문환 하동의 악양 면장님을 지낸 분이 이탈리아 여행을 하고 책을 냈단다. 그런데 이 양반, 시인이고 작가란다. 지금은 하동에서 지역 여행사를 하고 있고. 책보다 사람이 궁금했다. 동네 책방에 강의를 온다니 저자의 책을 사서 미리 읽었다. 저자가 겪고 느낀 이탈리아가 궁금했다. 가는 비 사이로 언덕 위의 로툰다가 내 손에 잡힐 듯하였다. 한폭의 그림 같은 로툰다, 이와 같은 것들을 두고 픽처레스크한 건축이라고 한다. 이는 중세풍의 저택에서 볼 수 있듯이 비대칭적 형태로서 재미있고 변화가 풍부한 건물을 가리킨다. 좋은 건축물은 그려보면 안다. 사람도 그림이 되는 사람이 있다. 아름다운 것은 그림이 될 수 있다. (p.53) 서양건축사를 공부할 때 자주 .. 2020. 7. 27.
반야심경, 괴로움을 벗어나는 방법 : 야마나 테츠시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야심경> 반야심경, 괴로움을 벗어나는 방법 : 야마나 테츠시 아내에게 애인이 생겼다. 아, 생긴 게 아니라 애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그 애인이란 넘은 나도 아는 사람이다. 예전에 함께 놀러 다니고 했던 사이다. 나는 아내의 공방 일을 도와주는 친한 지인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 뒤로도 가끔 함께 어울렸지만 그 둘이 그런 사이인 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내의 그 반응을 보기 전까지는. 그넘은 내가 그리 좋아할 만한 타입의 인간은 아니었으나 아내랑 아주 친한 사이라 공방에 무지 자주 오고 해서 마주칠 일이 잦았다. 그러다 그넘의 인간성을 확인하게 되는 사건이 생겼다. 그넘은 좋을 때만 좋은 사람이었다.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도움 받은 거는 생각치 않고 오로지 도움.. 2020. 7. 20.
느릿느릿 완행열차를 타고 모리오카, 시즈쿠이시까지 가보고 싶어라 : 아사다 지로 <칼에 지다> 느릿느릿 완행열차를 타고 모리오카, 시즈쿠이시까지 가보고 싶어라 : 아사다 지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요시무라 간이치로'라는 사무라이입니다. 일본 에도 막부 시대 말기 신센구미의 말단 무사지요. 시대 배경은 '보신 전쟁'이라 부르는 신 정부와 구 막부의 내전입니다. 사무라이들이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싸웠지요. 일본 역사에서 요 시절은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역사 곳 인물 중에서 일본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사카모토 료마를 비롯해서 정한론의 주창자이자 세이난 전쟁의 주범인 사이고 타카노리, 그리고 신센구미의 검객을 위시해서 칼 좀 쓴다는 사무라이들이 우르르 등장하는 시기입니다. 세키가와라 전투와 더불어 일본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역사의 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막부 시대의 역사를 좀 찾아.. 2020. 7. 15.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보이지 않았네 : 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보이지 않았네 : 이탈로 칼비노 건축가들의 책을 읽다 계속 걸리는 책이 있었다. 승효상 선생의 글에서, 정기용 선생의 글에서, 김종진 선생의 글에서 이 책을 언급했다. 예전부터 눈에 가시 같았는데, 이제서야 만났다. 반가움에 와락 달려들었다.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 "뭐야, 이 책은?" 이라는 외마디가 절로 나왔다. 그래도 꿋꿋하게 읽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서도 내가 뭘 읽었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베네치아 출신의 젊은 여행자 마르코 폴로와 몽골의 황제 쿠빌라이 칸의 대화로 이루어진 책이다. 마르코 폴로는 자신이 여행하면서 보고 겪은 도시를 황제에게 알려준다. 하나의 도시에 대해 두세 페이지에 걸친 짧은 묘사로 쉰다섯 개의 도시에 대해 이.. 2020. 7. 6.
아내와 함께 강연을 다니는 저자 : 이국환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아내와 함께 강연을 다니는 저자 : 이국환 내가 들은 인생 조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친정어머니가 시집간 딸에게 해주는 말이었다. 탁자가 서너 개에 불과한 국밥을 파는 작은 식당이었다. 무람없이 밥을 먹는 딸의 표정은 어두웠고, 심각한 고민으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듯했다. 친정어머니는 천천히 국물을 뜨며 묵묵히 딸의 말을 듣기만 했다. 한참을 듣고 있던 어머니가 나직하게 말했다. "인생 살아보니 짧더라.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라." 어머니의 조언은 짧고 명료했다. 문득 돌아본 어머니의 담담한 말투보다 회한에 찬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는 정작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았을까? (p.22) 위의 글은 편에 나온다. 여기에서는 니체의 글을 인용하여 인생을 낙타.. 2020. 6. 28.
이게 외설이라고? :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채털리 부인의 연인> 이게 외설이라고? :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당신 엉덩이는 정말 예뻐유. 당신은 누구보다도 더 예쁜, 가장 예쁜 엉덩이를 가졌슈. 정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제일로 예쁜 엉덩이에유. 그리고 구석구석 전부 정말 여자다운 엉덩이에유. 엉덩이가 단추구멍만 해서 사내아이들 것이나 다름없는 지지배들의 엉덩이가 아니에유. 정말이에유! 당신 엉덩이는 부드럽게 휘어져 내린 굴곡이 있어서 남자라면 당신 배 속의 창자까지 진짜로 사랑하게 해유. 이 세상을 받쳐 들 수 있는 엉덩이에유, 정말이에유. 나는 그것이 좋아유. 그것을 좋아해유! 그리고 딱 십 분을 산다 하더라도 당신 엉덩이를 쓰다듬고, 그것을 알게 된다면 한평생을 제대로 산 거라고 생각할 거에요. 알겠쥬! 산업사회의 제도든 뭐든 상관할 거 없어유! 여기에 내.. 2020. 6. 24.
김동식의 소설보다 김동식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 김동식 <회색 인간> 김동식의 소설보다 김동식의 인생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 김동식 김동식 1985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주민등록증이 나왔을 때, 바닥 타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구로 독립해 나왔다. 2006년에 서울로 올라와 성수동의 주물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창작 글을 올리기 시작해, 3년 동안 500여 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집필했다. 2017년 12월 , , 를 동시 출간하며 데뷔하였고, 그 후 6권을 더 출간하여 총 9권의 소설집을 펴냈다. 책 표지에 있는 저자의 소개글이다. 주물공장에서 공돌이를 하다 혜성같이 나타난 소설가. 김동식 작가는 예전에 의 김민섭 작가 강연에서 처음 들었다. 아주 특이한 이력을 가진, 아주 특이한 소설을.. 2020. 6. 23.
좋은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넛지> 좋은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화장실 남자 변기에 파리 한 마리가 붙어있다. 오호, 성가신 파리놈. 오늘 네놈을 벌주리라. 파리를 정조준한다. 발사~~ 하지만 파리는 날아가지도 떨어지지도 않는다. 질긴 넘.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가지만 다음엔 꼭 네놈을 떨어뜨리고 말테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변기에서부터 시작된 이 파리놈은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우리나라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이게 넛지를 활용한 사례 중의 하나라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기존의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졌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완전무결한 우리의 이성으로 아주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거다. 근데 인간을 가만히 관찰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는 거다. 아주 병신.. 2020. 6. 20.
동네 책방 특별 한정판이래 : 이미경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동네 책방 특별 한정판이래 : 이미경 "동네 서점용 특별 한정판 주문 받습니다." 동네 책방인 책방지기님한테서 카톡이 날라왔습니다. 동네 서점용 특별 한정판?? 아, 이런 거에 약합니다. 바로 주문합니다. 이틀 후에 오면 책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주문하고 까먹고 있다 오늘 책방에 들렀습니다. 책방지기님이 책방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택가 가운데 있는 고즈넉한 책방과 청소하는 책방지기님의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한 명화의 한 장면입니다. 예전의 책 은 사서로 있던 지인이 책을 빌려주어 읽었습니다. 돌려주기 아까와서 한 동안 우리집 책장에 꽂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살 기회를 잃었었죠. 이런 책은 집에 두고 천천히 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에 새 책이 나왔다니 안 살 수가 없습니다. 책을 공방으.. 2020. 6. 17.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시궁창이라구 : 이응준 <국가의 사생활>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시궁창이라구 : 이응준 유럽을 여행할 때 주로 기차를 이용했다. DB라는 독일 기차앱과 SBB라는 스위스 기차앱을 사용했는데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연결편이 자동으로 쭉 나온다. 예를 들면 스위스 몽트뢰 출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도착으로 찍으면 로잔, 베른, 프랑크푸르트에서 갈아타고 총 12시간 37분이 걸린다고 나온다. 무지 편하다. 가끔 기차가 연착해서 탈이지만. 이걸 이용하다가 혹시나 하고 도착지를 평양으로 입력해봤다. 그랬더니..... 우왓! 결과가 나온다. '베를린 ~ 바르샤바', '바르샤바 ~ 모스크바', '모스크바 ~ 우수리스크', '우수리스크 ~ 평양'으로 나온다. 순수하게 기차를 타는 시간만 98시간 걸린다고. 하, 신기하다. 이 앱 대단한 걸. 근데, 가능하구.. 2020. 6. 15.
우리가 빛의 속도로 읽을 수 없다면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읽을 수 없다면 : 김초엽 고백하건데 김초엽 작가는 이름도 생소했을 뿐더러 북콘서트에 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김해시에 등록되어 있는 독서모임은 의무 참석이라는 협박?이 와서 신청했고, 그래서 책도 샀더랬습니다. 빛의 속도로 책을 읽고 빛의 속도로 자전거를 타고 율하도서관에 갔습니다. 스물댓 명이 참석했습니다. 근데 모두 여잡니다. 사람 모이는 자리는 원래 불편해서 잘 가지 않는데, 청중도 여자고 작가도 여자고, 남자라곤 사회를 보는 이와 시에서 나온 관계자처럼 보이는 사람 뿐입니다. 이거 어떡할겁니까. 갑자기 불편해졌습니다.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강의가 막 시작할 무렵에 나이가 좀 있으신 남자 청중이 한 분 들어오시더군요.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작가는.. 2020.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