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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어쨌든 쓴다'다 : 김민식 <매일 아침 써봤니?>

by Keaton Kim 2020. 8. 13.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어쨌든 쓴다'다 : 김민식 <매일 아침 써봤니?> 

 

 

 

김민식 피디하면 생각나는 건 바로 "김장겸은 물러가라!"는 구호지요. 2017년 MBC 파업 때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MBC 사옥에서 혼자 큰 소리로 외치던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당시엔 김장겸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 잘 몰랐는데, 김민식 피디가 하도 물러가라고 떠들어대니 김장겸 사장이 진짜 나쁜 인간이구나 라고 짐작했습니다. MB의 삽질을 다룬 영화 <공범자들>에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더 대단한 건 김장겸이 진짜 물러났습니다!! 정말 구호가 현실이 된 거죠. 인디언 기우제가 생각나네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고 하는 인디언요. 김민식은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구호를 외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사장 물러가라고 외치는 똥배짱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럴 배짱이 보이는 인상은 아닌데.....ㅎㅎ. 여하튼 이 냥반,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

사진 출처 : http://blog.daum.net/typicalworld/4344

 

 

 

김민식 피디의 블로그에는 가끔 들어갑니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라는 제목인데요, 책과 여행, 영어, 그리고 자신의 일상에 대해 쓴 글이 가득합니다. 글이 무겁지 않고 깔끔합니다. 그래서 잠깐 머리 식히려 몇 꼭지 읽습니다.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자의 블로그 : https://free2world.tistory.com/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플랫폼도 많아졌구요. 예전엔 읽을 거리가 책 뿐이었다면 요즘은 블로그도 그 수준이 대단합니다. 단순한 지식뿐만 아니라 진귀한 경험이나 전문적인 지식, 자신만의 독특한 견해가 담긴 하이퀄리티의 블로그가 즐비합니다. 블로그에 기초한 글이 책으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나오는 인기 있는 책의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는 김민식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자 자신의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공대에 들어가서 영업직으로 취직했다가 통역대학에 들어가고 결국 PD가 된 자신의 지난 경험담과 그 경험에서 배웠던 것들이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블로그에 글을 써야 하는지, 왜 매일 써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글을 쓸건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1.

글을 매일 쓰려면 일상이 즐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독서가 즐거워야 책 리뷰를 쓰고 여행이 즐거워야 여행 이야기를 쓴다고요. 일상이 즐거우면 일상 이야기를 쓰겠지요. 그리고 자신이 쓴 글을 사람들에게 드러내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근데, 어떻게 매일이 즐겁겠습니까? 즐겁지 않은 날도 있겠지요. 저자가 MBC 파업 때 노조 부위원장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유치장에 있었는데, 거기서 한 생각이 '내일 블로그에 올릴 글감은 하나 나왔군'이었다고 합니다. 발상 자체가 대단합니다.

 

 

 

2.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피디가 되는 건 꿈이 아니라고 합니다.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변호사가 되어 정의를 실천하고, PD가 되어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는 게 진짜 꿈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요. 의사가 아니라도 아픈 사람을 도울 방법은 많지요.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는 건 유튜브도 있고 팟캐스트도 있구요. 요즘은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이 참 다양하게 잘 갖춰져 있습니다. 꿈만 찾으면 됩니다.

 

 

 

3.

은퇴를 준비하는 40~50대 남자들에게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당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라. 가족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에서 벗어나라.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독립적이어야 한다. 즐겁고 재미나게 사는 일에 죄의식을 가지지 말라." 이 글은 한혜경의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라는 책에서 인용한 글입니다. 은퇴 후에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실제로 아무도 안놀아줍니다. 지가 혼자 놀 궁리를 해야 됩니다. 

 

 

 

4. 

그래서 무엇을 하고 놀 때가 제일 즐거운지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인생의 즐거움은 재미에서 나온다네요. 그걸 찾아내는 것이 진짜 공부입니다. 그리고 그 놀이를 찾아내었다면 공을 들여야 된다고 합니다. 진짜 일하듯이 열심히 놀다보면 준전문가의 영역까지 올라가고 그러다 어느 순간 그게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는 시점이 온다고 강력하게 말합니다. 물론 저자의 경험입니다.   

 

 

 

 

 

 

이 책은 자신의 경험담에서 나온 유익한 책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좋은 글과 팁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자세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주 유쾌하게요. 즐거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읽을 만합니다. 너무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저자의 모습에 배가 아프고, "잘났어, 정말." 이라는 혼자말이 나오긴 하지만요. 그렇지만 저자가 진짜 대단한 건 매일 아침 쓴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쓸까 하고 고민하기보다는 어쨌든 씁니다.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요. 최선의 글이 아니더라도 매일 쓴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매일 쓰는 냥반이 쓰니까 이렇게 되더라는 말을 하니 반박할 여지가 없습니다.

 

 

 

맞습니다. 중요한 건 "어.쨌.든. 쓴.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