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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40

도시재생, 풀뿌리 민주주의의 선봉장 : 조진만 <그를 만나면 그 곳이 특별해진다> 우리 동네에 불암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 센터장이 음, 재미납니다. 출신부터 남다릅니다. 밀라노 공대 출신입니다. 그것도 건축학과. 밀라노 공대는 이탈리아 최대 규모이자 최고의 공과대학이며 세계적으로도 그 명성이 자자합니다. 특히 디자인과 건축 분야에서는 탑오브탑을 달립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은 알도 로시와 렌조 피아노가 밀라노 공대 출신입니다. 이런 학교를 나와서 도시재생 센터장을 하고 있습니다. 핥핥핥. 하지만 도시재생에는 진심입니다. 도시재생에 걸림돌이 되는 행정이나 제도에 대해 가끔 쓴 소리도 합니다. 그 만큼 열정이 있습니다.  도시재생이란 쇠락한 지역을 다시 활동적인 지역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낙후 지역을 바꾸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가장 보편적.. 2024. 9. 16.
옛 건축 툇마루에서 가을 정취를 맛보고 싶어라 : 류경수 <우리 옛 건축에 담긴 표정들> 옛 건축 툇마루에서 가을 정취를 맛보고 싶어라 : 류경수 밀양에 가면 밀양강과 단강천이 합류하는 언덕배기에 월연정이라는 정자가 있습니다. 이 정자에서 조망하는 경치가 일품입니다. 자연을 보는 탁월한 안목이라는 말이 딱 어울립니다. 월연정 자체도 아름답지만 그 자리에서 조망하는 자연은 훨씬 더 매력적입니다. 옛 건축가들은 이런 자리를 결코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영화 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용평터널, 일명 똥개터널에서 강을 따라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월연정이 나온다. 밀양 팔경 중의 하나라고 소개되었다. 원래는 월연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 중종 때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죽음을 당하자 같은 편이었던 이태 선생이 아이고 더러버라, 하면서 낙향해 여기에 별장을 지었다. 월연정을 알기 전엔 이태 선생을 들어.. 2020. 9. 30.
꿈을 향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 여행기 : 안도 다다오 <건축을 꿈꾸다> 꿈을 향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 여행기 : 안도 다다오 지난 여름 3개월간의 유럽 여행은 건축을 전공한 저에게 선물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참 잘 다녀왔다. 작년에 가지 않았으면 코로나 때문에 상당히 미뤄질 뻔 했다.) 여행의 목적이 건축 기행이라 루트도 보고 싶은 건축물 위주로 짰더랬습니다. 건축의 본향이라 할 수 있는 유럽 건축을 질리도록 보고 왔습니다. 생각치 않았던 뜻밖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나 예상 밖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으며, 잔뜩 기대를 하였지만 기대와는 달라 실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그 경험은 이 책처럼 건축에 대한 설명과 견해가 주된 내용인 책을 읽을 땐 더욱 빛납니다. 책을 읽으며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는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저자가 쓴 감상과 내가 느낀 바를 비교하는 맛이 쏠쏠합.. 2020. 7. 28.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공간도 그렇다 : 김종진 <공간 공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공간도 그렇다 : 김종진 스페인 여행 중 세계 3대 미술관이라 불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림에 무지 조예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날 공교롭게도 공짜라고 해서 갔습니다. 고2 아들넘이랑 함께 들렀는데, 일단 무지 넓었습니다. 그림도 억수로 많았습니다. 고야의 그림이 유명하다고 해서 봤는데 그닥 감흥이 없었습니다. 산아, 저 쪽에 그림은 억수로 크네. 그렇네요. 저거 그릴라믄 물감도 많이 들고 힘들었겠네요. 그렇습니다. 그림에 대해 무지한 아들과 나는 겨우 그림의 크기에 대해서 감탄합니다. 뭘 알아야 눈에 보일텐테 그렇지 못하니 보일리가 없습니다. 당연히 감동도 없지요. 그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여기서 며칠을 머물며 감상.. 2020. 5. 19.
건축이 행해지는 장소에 대해 미안해하는 건축가 : 정기용 <사람 건축 도시> 건축이 행해지는 장소에 대해 미안해하는 건축가 : 정기용 건축은 근사한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일이다. - 정기용 1. 건축과 도시는 인간의 삶을 다루되 공간을 매개로 하기 때문에 흔히 사람들은 착각에 빠진다. 즉 건축이나 도시를 바라볼 때 공간의 '형태'라는 시각적 대상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감각적으로 또는 감성적으로만 대하는 오류를 범한 나머지 심지어 건축을 조형예술의 한 분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건축을 구태여 학문적으로 분류하자면 예술이나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인문, 사회과학의 영역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왜냐하면 건축과 도시는 궁극적으로 사람의 삶을 조직하고 사회를 다루는 분야로 인문, 사회과학과 그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p... 2020. 4. 14.
우리 아이는 가장 이상적인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 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우리 아이는 가장 이상적인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 유현준 인근에 대안고등학교가 생겨서 놀러갔습니다. 아이들이 대안학교에 다니니 지들도 당연히 관심이 가는가 봅니다. 같이 갈래? 라고 던졌더니 덥석 뭅니다. 시내에서 한참의 벗어난 외진 시골 마을에 학교가 있습니다. 원래는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폐교가 되고, 거기에 다시 학교를 지었습니다. 올해 신입생을 받는 깡깡 새학교입니다. 지인인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구석구석 안내해 주셨습니다. 전교생이 45명인 작은 학교입니다. 하지만 넓은 도서관을 비롯하여 식당과 실습실, 전산실, 강당, 과학실 같은 각종 유틸리티 룸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층에서 보이는 시골 마을과 논의 풍경이 제 맘에 쏙 들었습니다. 게다가 기숙사는 압권이었습니다. 4인실의.. 2020. 3. 14.
버킷리스트가 또 늘었습니다 : 황철호 <건축을 시로 변화시킨 연금술사들> 버킷리스트가 또 늘었습니다 : 황철호 어떤 건축물에 대해 그것을 설명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건축물을 구성하는 재료로 이야기할 수 있구요, 구조나 형태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세부 디테일로도 가능하구요. 건축가의 설계 의도로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요즘은 스토리로 많은 얘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건축물이 언제 왜 지어졌고, 어떤 용도로 누가 사용했으며, 그래서 이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지요. 한마디로 그 건축물이 지닌 사연을 이야기하는 거죠.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요, 그 건축물을 보고 느낀 감상입니다. 재료의 질감이나 공간의 형태, 건물이 주는 분위기, 주변 건물과의 조화 등, 이런 것들은 직접 가서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책으로 공부해서 건축의 형태나 재료, 사연.. 2019. 5. 22.
예술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 : 김명식 <건축은 어떻게 아픔을 기억하는가> 예술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 : 김명식 는 우리 중 누군가 겪어야만 했고 여전히 경험하고 있는 슬픔, 고통, 비극을 함께 하며, 그 기억이 공간화되고 건축화된 현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정의 시작입니다. 조금이라도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아름다움의 근원을 헤아려보기 위해서지요. 이 책의 목적입니다. (p.9 서문 중에서) 영국의 비평가 러스킨은 고통을 이해하고 아름다움의 근원을 헤아려보는 것이 예술의 두 가지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고단한 근현대사를 가진 우리는 역사적으로 많이 아팠습니다. 아픔이 많았으니 그것을 기억하려고 만든 공간도 꽤 많습니다. 고통을 기억하려고 만든 공간에서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러스킨의 저 말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예술입니다. 건축이 예술이 되는 장면입니다. 건.. 2019. 3. 13.
나무, 바람, 흙, 그리고 따뜻한 나의 집 : 자크 클라인 <캐빈 폰 Cabin Porn> 나무, 바람, 흙, 그리고 따뜻한 나의 집 : 자크 클라인 우리는 모두 언제든 짓기만 하면 되는 통나무집 한 채를 마음속에 품고 삽니다. 통나무집을 지으려면 자재가 넉넉하게 들지만 보람은 크겠지요.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오롯한 나만의 안식처, 친구들을 따뜻하게 대접할 수 있는 장소가 생길 테니까요. 지난 6년간 우리는 최대한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 근체에서 자재를 구해 수작업으로 지은 1만 2000채가 넘는 나무집에 대한 사연과 사진을 모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 중에서 여러분에게 영감을 줄 만한 200채 이상의 집을 소개하고 열 가지의 특별한 이야기와 사진들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p.7) 벤처 기업 사장님이 있었습니다. 한적한 시골에 자신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책도 읽고, .. 2019. 3. 6.
이 시대 우리의 건축 그리고 문화 풍경 : 승효상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이 시대 우리의 건축 그리고 문화 풍경 : 승효상 지식인은 경계 밖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추방해야 하는 자다. 그는 애국적 민족주의와 집단적 사고, 계급과 인종에 관한 의식, 성적인 특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경구로 이 책은 시작한다. 다른 이의 집을 지어주는 고유한 직능을 가진 건축가는,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사용자와 새 땅을 만나 사색과 성찰로 작업해야 하며, 그렇기에 스스로 경계 밖으로 추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건축 설계는 우리의 삶을 조직하는 일이므로 기술적인 일이라기 보다는 인문학적 일이다. 사람들의 삶을 살피는 것이 먼저다. 건축가가 지식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경향신문에 칼럼으로 연재한 글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지.. 2019. 2. 27.
사람이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길들인다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나는 이 도시에 살고 싶다> 사람이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길들인다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방학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에 가서 한 달씩 살고 오는 지인이 있습니다. 이 양반이 올 겨울에 다녀온 곳은 독일인데요, 프라이부르크에 대해 쓴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전거의 성지라 불리는 이 곳은 인구 22만 명에 자전거가 26만 대라고 합니다. 자전거의 대수만 많다고 성지라 불리진 않겠죠. 자전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이라 그럴 겁니다. 도로와 분리된 신호등 없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기차역마다 있는 자전거 주차장, 주요 시설의 접근 동선 등이 모두 자전거 이용자가 편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네덜란드의 하우턴이라는 도시도 그랬습니다. 자전거를 탄 채 들어가는 세계 유일의 기차역이 있다는군요. 독일과 네덜.. 2019. 2. 10.
안녕, 난 건축이라고 해. 나에게 관심 좀 가져줄래? : 이석용 <건축, 교양이 되다> 안녕, 난 건축이라고 해. 나에게 관심 좀 가져줄래? : 이석용 오랜만에 가족들 모두 나들이를 나갔다. 부산의 힐튼 호텔, 더 정확히 말하면 호텔 안의 서점이 그리 좋다고 해서 함 가봤다. 서점 이름이 이터널 저니라나 뭐래나. 대형 서점이면서 다른 곳과는 뭔가 달랐다. 고급스럽지만 화려하지 않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다. 책도 꽂혀 있는게 아니라 그냥 얹어 놓았다. 보기에 편했다. 서점이 아니라 누군가의 고품격 서재에 온 느낌이었다. 쑤욱 한번 훑어보고는 건축 관련 책이 있는 곳으로 갔다. 대형 서점에 올 일이 없어 아예 작정을 하고 건축책만 봤다. 예닐곱 권을 샀다. 라는 제목에서, 교양 수준의 건축책이라면 나 같은 전문가?에겐 수준이 좀 그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머리말을 읽는데, 글이 재.. 2019. 2. 6.
건축 미생에게 전하는 젊은 건축가의 리얼 스토리 : 조성일 <한국에서 건축가로 살아남기> 건축 미생에게 전하는 젊은 건축가의 리얼 스토리 : 조성일 집을 짓는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뉩니다. 어떻게 짓겠다고 머리 속에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를 도면으로 나타내는 작업과 그 도면을 토대로 실제 집을 짓는 작업입니다. 전자가 설계, 후자가 시공입니다. 이 둘이 딱딱 맞아 떨어져야 좋은 집이 나옵니다. 좋은 설계가 기본이 되어야 하고 설계를 정확하게 구현하는 시공도 중요합니다. 둘 중 하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설계를 배우는 학생들은 5년제 '건축학과'로, 시공을 배우는 학생들은 '건축공학과'로 나뉩니다. 이십여 년 전, 제가 대학을 다닐 땐 이런 구분이 없어서 그냥 건축공학과에서 설계며 시공이며 다 배웠습니다. 그리고 졸업할 때 쯤 자기의 적성에 맞춰 설계사무소나.. 2018. 7. 19.
건축은 사물이 아니라 사연이다 : 김소연 <경성의 건축가들> 건축은 사물이 아니라 사연이다 : 김소연 한국의 현대 건축가는 항상 김중업 김수근으로 시작합니다. 근데, 그 이전은 어땠을까요? 두 분 선생이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가 1950년대이니 그 이전이라 함은 한국전쟁 이전, 일제강점기 시절이겠군요. 명동의 신세계 백화점 본점과 명동예술극장, 김구 선생이 살았던 집 경교장, 고대 연대 이대 등의 캠퍼스에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들 등 이 시기에 지어진 건물을 아직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들은 누구일까요? 솔직히 하나도 안궁금합니다. ㅋ 궁금하진 않았지만, 요런 책이 한 권쯤은 있을 줄 알았습니다. 이 책을 만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식은 '역시 있었군! 그럴 줄 알았어'를 한마디로 표현한 겁니다. 전통과 현대의 사이에 있는, .. 2018. 7. 7.
맑은 날의 바람과 비 갠 날의 달 : 허균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 맑은 날의 바람과 비 갠 날의 달 : 허균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book-more/221230124439 중국 정원의 대부분은 석가산石假山을 쌓고 태호석太湖石으로 바위 풍경을 조성하는 등 대규모의 인위적인 공간이 주경主景을 이루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정원이라 할 수 있는 소주의 졸정원, 성도의 두보초당을 보면 대부분 분경식盆景式으로 꾸며져 있다. 전체 평면이 담으로 구분된 크고 작은 공간 속에서 여러가지 감상용 경물들을 진열해 놓고 있어 밀도 높은 배치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정원 입구에 들어서도 정원의 경치가 잘 보이지 않게 되어 있다. 담장에 뚫린 몇 개의 문을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태호석이나 가산, 연못이나 정자, 당 등으로 어우러진 본격적인 정원 경관이.. 2018. 1. 14.
집에 대한 합리적이고도 독특한 단상 : 노은주 임형남 <사람을 살리는 집> 집에 대한 합리적이고도 독특한 단상 : 노은주 임형남 노은주 임형남 부부는 현역 건축가입니다. 홍익대 건축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온이라는 말은 순수 우리말로 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군요. 강의도 하고, 전시회도 하고, 책도 쓰고, TV에도 나오고.... 암튼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업은 역시 집을 짓는 일입니다. 저자들이 지은 여러 건축물 중에서 충청남도 금산 외곽의 진악산을 마주하는 자연 깊숙한 곳에 고즈넉이 앉아 있는 작은 집이 한 채 있습니다. '금산주택'이라 불리는 2011년도에 지어진 집입니다. 이 집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굉장한 찬사를 받았고 상도 많이 받은 건축물입니다. '한국 건축의 현대적.. 2017. 11. 28.
우리에게 '진짜 공간'은 무엇인가? : 홍윤주 <진짜공간> 우리에게 '진짜 공간'은 무엇인가? : 홍윤주 상대적으로 오래된 동네를 가면 왠지 신이 나서는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뛰듯이 걷고 있는 날 발견했다. 건축 전문가들이 훌륭하다고 하는 곳에서 느끼지 못했는 흥미를 이런 곳에서 느꼈고, '나중에 건축할 때 따라 해봐야지' 하는 것들도 이곳에 훨씬 더 많았다. 내가 그 곳에서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 번에 계획해서 만들어질 수 없는 어떤 것, 건축가가 통제한 조형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이 그때그때 필요해서 직접 덧붙인 공간과 장치들이었다. 사람들의 생활과 밀착되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공간. 건축가가 지은 작품으로서의 건축은 태어난 형태 그대로 죽지만, 얘네들은 죽기 전까지 꿈틀거리고 살아 움직인다. 참 멋지지 않은가. (p.15) 동대문 아파트의 .. 2017. 10. 22.
시대의 혁명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다 : 르 코르뷔지에 <건축을 향하여> 시대의 혁명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다 : 르 코르뷔지에 정말 비극적이다. 현대 사회는 한창 개조 중에 있다. 기계가 모든 것을 전복한 것이다. 세상은 지난 100년 동안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제네바에서는 장막을 치고 우리의 용법과 수단, 작업 결과를 거부했다. 우리 앞은 넓게 열려 있고, 전세계는 그곳을 향해 돌진해 가는 중이다. 그러나 국제연맹은 유감스럽게도 장막 뒤로 숨어 과거로 회귀해 버린 것이다. (p.19) 르 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느레, 제네바 국제연맹 청사 계획안 1927. 사진 출처 : http://ethanmontesadesigns.blogspot.kr/2015/07/the-comparison-between-le-corbusier-and.html#!/2015/07/the.. 2017. 9. 10.
다시 공부하는 서양 건축사 : 최경철 <유럽의 시간을 걷다> 다시 공부하는 서양건축사 : 최경철 오랜만에 제대로 된 서양건축사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서양건축사는 대학교 시절, 전공 필수 과목으로 배웠고, 그 후로도 여러 방면으로 서양의 건축물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가졌으나 여태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보기에 무식한 건축물은 로마네스크 양식, 뾰족한 건 고딕 양식, 뭔가 비례가 맞고 조화로운 건 르네상스, 화려한 건 바로크, 양식보다 기능이 위주인 건축물은 모더니즘 건축..... 머 이 정도가 답니다. 전문가 맞냐? 건축물은 그 당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짓는 것이고, 그래서 당연히 그 시대를 필수적으로 반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시대라 함은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와 문화, 종교를 통틀어 일컫는 말로 쉽게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즉, 건축물은 그 시대.. 2017. 8. 2.
보통 씨가 말하는 아름다움, 그 끝 없는 사유 : 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보통 씨가 말하는 아름다움, 그 끝 없는 사유 : 알랭 드 보통 알랭 드 보통은 파리 2구의 한 작은 호텔에서 여름을 보낸 적이 있다. 오래된 국립도서관에서 돌을 던지면 닿을 만한 거리였다. 호텔 옆에는 여행 안내 책자에서 자주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셰 안투안'이라는 까페가 있었는데, 꽤 활기차다. 이 까페에 앉아 여기에 들러는 우아한 여자와 학생들과 경찰관과 학자, 정치가, 매춘부, 관광객을 보고 있자면 며칠 동안 누구하고도 말 한 번 나누지 않았음에도 전혀 소외감을 느끼지 못했다. 영원히 파리에 살면서, 도서관에 다니고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셰 안투안'의 한쪽 구석 탁자에 앉아 세상을 지켜보며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없겠다고 상상했다. (p.256) 이런 동네를 20세기의 가장 똑똑하.. 2017. 6. 23.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 승효상 <노무현의 무덤, 스스로 추방된 자들을 위한 풍경>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 승효상 죽은 자를 기념하는 장소 # 스웨덴 스톡홀름 '우드랜드' 우드랜드 공동묘지.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시립묘지로 화장시설과 예배당, 묘지가 자연경관 속에 스며들어가듯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에릭 군나르 아스플룬드와 시구르트 레베렌츠의 공동작업. 1915년 설계를 시작하여 무려 25년만인 1940년에 완성됐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묘지 건축의 걸작. 글 및 사진 출처 : http://m.ajeju.co.kr/board/bbs/board.php? 우드랜드 안의 '회상의 숲'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공의 언덕과 열두 그루의 느릅나무는 레베렌츠가 만든 경건한 신전이며, 여기서 '부활의 교회'까지 1Km에 이르는 길은 긴장과 이완을 교차시키며 산 .. 2017. 5. 23.
굿바이 마이 딜쿠샤 : 최예선 정구원 <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 굿바이 마이 딜쿠샤 : 최예선 정구원 그것은 한 장의 오래된 흑백 사진이었다. 제법 높다란 언덕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 그 뒷편으로 꽤 큰 벽돌풍의 2층집이 있다. 교회에서나 볼 수 있는 길고 높은 창, 뾰족 지붕, 고상한 자태이지만 어딘지 모를 친근감이 있다. 앞쪽으로 난 문으로 금방이라도 금발의 아이들이 뛰어나오고 그 뒤를 따라 웃음을 머금은 마음씨 좋은 부부가 담소를 나누며 마당으로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언젠가 꿈에서 본 궁전이 바로 저 모습이려나.... 사진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85202 사진 출처 : http://article.joins.com/news/blognew.. 2017. 4. 29.
문풍지 사이로 가을 햇살이 들어오다 :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한옥, 구경> 문풍지 사이로 가을 햇살이 들어오다 :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보슬비가 오면 정확히 기단 아래로 마당이 고요히 젖어 들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저녁이면 고고히 안에서부터 빛을 내며 창문들이 서 있다. 장마가 오면 심장이 울릴 정도로 큰 빗소리가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겨울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마당 하나로 흰 눈이 가득했다. 잭 키츠의 그림 동화 의 피터처럼 우리들은 신나게 나가 눈을 치며 놀았다. (p.15) # 1. 대구 삼덕동 임재양 외과 한옥 병원과 일본식 주택이 마당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대구 삼덕동 임재양 외과.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소장이 설계한 이 병원은 2012년 대구시 건축상 금상을 수상했다. 기존 터에 자리한 한옥과 적산 가옥을 그대로 살려 켜켜이 쌓인 시간과 도시 역사.. 2017. 2. 27.
우리 시대의 건축학 개론서 : 서현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우리 시대의 건축학 개론서 : 서현 "저 건물은 멋있는 겁니까?" 이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잘못되어 있지 않다면 위험하다. 이 질문의 대답은 질문자 스스로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두 눈으로 보아야 한다. 대상의 감상과 판단은 스스로 하여야 한다. 건축의 가치은 멋있다고 표현될 수 있는 것 너머에 있다. 건축은 우리의 가치관을, 우리의 사고 구조를 우리가 사는 방법을 통하여 보여주는 인간 정신의 표현이다. (p.321) 사진 출처 : SPACE Magazine 사진 출처 : http://badabooks.tistory.com/299 김옥길 기념관은 콘크리트 건물이다. 콘크리트로만 만들어진 건물이다. 아니 콘크리트와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진 건물이다. 이것은 건축가의 집요한 작업 결과물이다. 건축가는.. 2017. 2. 19.
그 많던 궁궐은 어디로 갔을까? : 우동선 박성진 외 <궁궐의 건축, 백년의 침묵> 그 많던 궁궐은 어디로 갔을까? : 우동선 박성진 외 궁궐에 가면 가장 멋진 위치에 제일 크게, 제일 폼나게 자리잡은 건물이 있는데, 이걸 정전正殿이라 부릅니다. 경복궁의 정전은 근정전(부지런히 백성을 돌봐라)이구요, 창덕궁의 정전은 인정전(인자하게 백성을 돌봐라)입니다. 창경궁은 명정전(밝게 백성을 돌봐라)이구요, 덕수궁의 정전은 중화전, 경희궁慶熙宮의 정전은 숭정전崇政殿입니다. 근데 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은 두개랩니다. 설마라구요? 저도 안믿었습니다. 심지어 그 숭정전이 동국대학교 안에 있댑니다. 그럴리가?? 왜?? 이런 건 직업 눈으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생전 갈 일이 없는 동국대학교에 가 봤습니다. 이게 오리지날 숭정전이다. 응? 현판은 정각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렇다. 이 건물은 동국대.. 2016. 12. 16.
건축학개론에서 다 배웠을 터인데.... : 할 박스의 건축가처럼 생각하기 건축학개론에서 다 배웠을 터인데.... : 할 박스의 건축가처럼 생각하기 "나는 내 집을 직접 지을테야!" 인간이 사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을 의.식.주 라고 합니다. 음식은 남이 해 놓은 것을 사 먹기도 하지만 내가 직접 해 먹기도 합니다. 옷은 시장에 가서 맘에 드는 걸로 사 입습니다. 그치만 굳이 만들려면 만들어 입기도 합니다. 그러면 집을 어떤가요? 집도 옷과 비슷합니다. 남이 지어 놓은 집 중에서 맘에 드는 집을 골라 사서 그 집에 삽니다. 거의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내가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그 절차가 워낙 까다롭습니다. 그럼에도 직접 짓는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직접 짓는다'는 말은 스스로 벽돌을 한장 한장 쌓아 짓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물론 그런 분들이 아주 간혹 있긴.. 2016. 9. 25.
프랑스 아줌마의 한국 아파트 디비기 : 발레리 줄레조의 아파트 공화국 프랑스 아줌마의 한국 아파트 디비기 : 발레리 줄레조의 아파트 공화국 '집'이라는 주거 공간이 이렇게 획일화된 나라가 또 있을까요? '아파트'라는 이 거대한 콘크리트 공룡은 언제부터인가 하나둘 생겨나서 자리를 잡더니, 엄청난 번식력으로 대한민국의 곳곳을 다 잡아먹고 있습니다. 아파트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이젠 시골의 논밭에도 지 혼자 뻘줌하게 서 있는 공룡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넘은 절정기를 지나 쇠퇴기에 들어갈 때도 되었는데, 전혀 기세가 꺾일 것 같지 않습니다. 외국인의 눈에는 이게 어떻게 비춰질까요? 한 프랑스 지리학자가 울나라에 와서 이 거대한 공룡을 첨 만나게 됩니다. 뜨악~~~ 이게 머여? 거대한 충격과 호기심으로 대한민국의 아파트를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이 공룡은 언제, 왜 태어났고.. 2016. 7. 31.
감응의 건축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 정기용의 감응의 건축 감응의 건축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 정기용의 감응의 건축 나는 이 책을 건축가들이나 건축학도들만이 아니라 오히려 대한민국의 건축직 기술직 공무원들, 나아가서는 크고 작은 공공건축에 관여하는 모든 공무원들이 읽기를 바라며 특히 지방단체장인 시장 군수는 물론 지자체의회 의원들도 주의 깊게 애정을 가지고 읽기를 바란다. 그렇게 해서 농촌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방도를 찾고, 지혜를 모으기를 바란다. 전환기의 농촌문제는, 또한 도시에 사는 우리 모두의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깨달으면서 말이다. (p.5) 정기용의 무주 프로젝트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 1996 ~ 2006 건축가 정기용 마을회관, 면사무소(주민자치센터), 공설운동장, 군청, 재래시장, 청.. 2016. 6. 12.
우리 땅에 이런 건축이 있었구나 : 김봉렬의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우리 땅에 이런 건축이 있었구나 : 김봉렬의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우리 동네에 있는 은하사란 절입니다. 나름 유명해서 오래전에 '달마야 놀자' 라는 영화도 여기서 찍었습니다. 오래된 절집은 아니지만 들어가는 입구의 길은 몇번을 가도 새롭습니다. 가끔 산책하러 들러곤 합니다. 나에게는 언제라도 가보고 싶은 곳이자 머물고 싶은 곳입니다. 휘어진 나무들을 기둥으로 또는 대들보로 그대로 사용한 예는 한국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고창 선운사 만세루의 대들보들은 아름드리 휘어진 나무들이다. 심지어는 두 개의 나무를 이어붙인 것도 있다. 실내로 들어가면 혼통 휘어지고 거친 들보들로 단정한 맛이라고는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원초적이고 역동적인 감동이 가득하다. 섬세하게 단장된 다른 건물들과는 또 다른 .. 2016. 5. 1.
도시는 사람을 닮는다 : 유현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는 사람을 닮는다 : 유현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비브하우스 HABIB HOUSE 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정동길로 들어가다 보면 항상 경찰 아자씨들이 높은 담벽락 아래에서 뭘 하는지 모르지만 늘 있습니다. 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이 이 '영원히 팔린 땅, 하비스하우스' 인데요, 미국 대사관 사저입니다. 중명전과 덕수궁 사이에 있고, 높다란 벽으로 가려 놓아 안은 들여다 볼 수도 없습니다. 다만 꽤 넓겠구나 라고 짐작은 합니다. 미국 대사관은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광화문 광장에 붙어 있습니다. 여기도 경찰 아자씨들 졸라 많습니다. 거기다가 미국 비자 좀 받아 보려고 하는 사람들까지 항상 복작거립니다. 광화문 거리 혹은, 종로 구청 근처를 거닐다 보면 이 경찰 아자씨들때문에 짜.. 2016.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