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바람, 흙, 그리고 따뜻한 나의 집 : 자크 클라인 <캐빈 폰 Cabin Porn>
우리는 모두 언제든 짓기만 하면 되는 통나무집 한 채를 마음속에 품고 삽니다. 통나무집을 지으려면 자재가 넉넉하게 들지만 보람은 크겠지요.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오롯한 나만의 안식처, 친구들을 따뜻하게 대접할 수 있는 장소가 생길 테니까요.
지난 6년간 우리는 최대한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 근체에서 자재를 구해 수작업으로 지은 1만 2000채가 넘는 나무집에 대한 사연과 사진을 모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 중에서 여러분에게 영감을 줄 만한 200채 이상의 집을 소개하고 열 가지의 특별한 이야기와 사진들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p.7)
벤처 기업 사장님이 있었습니다. 한적한 시골에 자신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책도 읽고, 가끔 친구들을 불러 파티도 할 수 있는 그런 오두막 같은 공간 말이죠. 그래서 직접 짓기 시작합니다. 이제 나만의 캠프가 생겼습니다. 짓다 보니 재미있습니다. 오두막 블로그를 만듭니다. 오두막(Cabin)과 포르노(Pornography)를 합해서 '캐빈 폰'이라고 이름 붙입니다. 응? 오두막 포르노? 사람들이 나도 지었어 하며 자신의 오두막을 저자의 블로그에 올립니다. 이 웹사이트는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그 기록을 모아 낸 책이 <캐빈 폰>입니다.
예쁜 오두막 사진들이 많습니다. 오두막을 지은 이의 사연도 함께 곁들여 있습니다. 책에 나와 있는 몇 장의 사진과 글을 옮겨봅니다.
# 시냇물이 흐르는 숲 속에 가족의 쉼터를 짓다
그레그와 캐시에게 유르트는 단순한 쉼터만은 아니었다. 그곳은, 그들이 땅에 닻을 내리고 정착한 '안정감'을 주는 존재였다.
두 사람은 손수 집을 짓고 싶었다. 그러나 그레그는 목공 경험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도시에 직장이 있는 부부가 낼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았다. 한 친구가 부부에게 유르트라는 원형 가옥을 제안했다.
유르트는 북아메리카 전역에서 “대지로 되돌아가자”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한참 인기를 얻고 있었다. 수천 년 동안 중앙아메리카 유목민들이 사용해 온 유르트는 접이식 목재 골조를 천으로 덮고 밧줄로 한데 고정한 천막 비슷한 구조물이다. 손수 집을 짓고 싶지만 목공 경험도 없고 시간도 충분치 않은 그들에게 유르트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계획 같은 건 없었어요. 하나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걸 하게 되고 그렇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썩 근사한 게 나왔죠. 그렇게 건물이 완성되었고, 부부는 이곳을 '펜트리 아일랜드'라고 부르기로 했다. 위 사진은 팬트리 아일랜드 근처에 만들어 놓은 장작을 때는 나무통 사우나다.
그래그와 캐시는 여기서 캠프 생활을 한 세월이 수년에 달했다. 촛불을 켜놓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기도 했다. 아이들은
책에 나와 있는 오두막이 지어진 곳은 오지중의 오지로 보입니다. 심지어 전기도 안들어오는 곳들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야생 자연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군요. 그런 곳에 직접 자신의 꿈을 지었습니다. 책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Cabin을 짓고, 집에 얽힌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먹고 자고 일하며 보낸 생애의 빛나는 순간들이 나와 있습니다. 머찝니다.
혹시나 하고 저자가 만들었다는 사이트(https://cabinporn.com/)에 들어가봤더만, 어마어마한 사진 자료가 있었습니다. 세계 여러나라들의 아름다운 오두막이 뽐내듯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사이트에 올라 있는 멋진 오두막 사진을 몇 장 소개합니다. (사실 오두막이라기 보다는 별장이 더 어울리는 말인듯 합니다.)
Remote Cabin in Italy
Clifftop bach near Cook Strait, New Zealand
Velika Planina, Slovenia
Seen amongst the glaciers in Greenland
Hannah Byrnand and Duncan MacDonald in Moyston, Victoria, Australia
Garden cabin in the South of Belgium.
Icelandic earth house at Drangey Cliff. One of the most stunning bird cliffs in Iceland.
Natural roof cabin in Belgium
울나라에도 저 비슷한 곳에 사시는 분들이 계시죠. 윤택이 나오는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시는 분들입죠.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며 자급자족하고, 땔감을 직접 구하고, 토굴이나 동굴을 이용하여 천연 냉장고를 만들고, 기껏해야 라디오나 낡은 TV가 오락거리이며, 문명의 이기와는 아주 떨어져 사시는 분들 말입니다. 근데 좀 다른 것은, 책에 나오는 오두막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온 가족이 함께 한다면 더 정겹겠죠.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래서 그 삶을 사는 공간과 형태도 매우 다양합니다. 어떤 이는 화려한 인테리어의 고급 아파트를 좋아하고, 어떤 이는 도시와 좀 떨어진 곳에서 주택을 짓기도 합니다. 자연 속 한가운데에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자신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가족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주인공들이 행복해 보입니다. 샘이 납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 로슬랜드의 북아메리카산 솔송나무로 지은 통나무집. 책에 담겨진 집의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이 집을 보는 순간 퇴계 선생의 다산초당이 떠올랐다. Less is More는 세계 공통이다.
어쩌면 건축에서 최고의 인테리어는 자연 그대로의 풍광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고요한 은신처에서의 삶, 어떨까요? 외딴 시골에 저런 오두막 하나를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용기와 확신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게 어렵다구요? 그럼 이 책과 함께 잠깐 꿈을 꾸심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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