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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이야기43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 하종강 외 7인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 산이는 간디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대학을 안간다길래 "집구석에 빈둥빈둥 하는 꼴 못본다."라고 말해두었더니 졸업 후 3개월만에 군대에 갔습니다. 지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보기에는 수월하게 군대를 마쳤습니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두어 번 하더니 에버랜드에 알바를 하러 갔더랬습니다. 일 년 가까이 에버랜드의 식당에서 구르더니, 내려와서는 올해 그 더운 여름, 집 근처 워터파크에서 가이드로 두어 달 일하기도 했습니다.  "아빠, 일본에 우프를 가려고 하는데 어느 지역이 좋겠어요?" 하고 얼마 전에 물어왔습니다. "도심보다는 시골이 낫지 않겠냐? 그리고 이왕 시골에 가려거든 동북지방이 깡시골인데." 라고 답을 해주었습니다. 호스트에게 메일을 보낸다 어쩐다 하더니 일본에서 가장 시골인 이와테현의 하치만타이라는.. 2024. 10. 1.
고전의 지혜는 나를 현명하게 만들어 줄까? 전호근 <사람의 씨앗> 1. 사람이 다쳤느냐? 에 기록된 내용을 읽어보면 참으로 이상하다. 난생 처음 듣는 신기한 이야기도 아니고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칠 만큼 재미난 이야기도 아니고 가슴 불타는 정의감을 불러일으키는 말도 아니기 때문이다. 에 나오는 이야기는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다. 마구간에 불이 났다. 공자가 퇴근하여 그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물었다. "사람이 다쳤느냐?" 그러고는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p.17) 즐겨보는 드라마 에 겨울이가 정원이에게 자기 집안의 개판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아빠는 가정 폭행범이고 엄마는 아빠한테 맞아서 반병신이 되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고. 정원이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니 탓이 아니야. 니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라고 위로한다. 의 저 구절이 생각났다. 논어는 이천오백 년 .. 2021. 8. 28.
얼른 글 쓰고 유튜브 봐야지 : 김성우 엄기호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하루의 모든 일을 마치고 방에 눕습니다. 그리곤 유튜브를 봅니다. 새로운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긴벌레의 턱걸이 영상, 하하하의 고양이 영상, 곽튜브의 러시아 여행기, 믈브의 야구, 장삐쭈의 군대 이야기, 오늘 있었던 바둑 하이라이트, 새로운 영화 소개까지,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보면 두 시간은 후딱 가버립니다. 누워서 뒹굴거리며 유튜브 보는 시간이 가장 편안한 시간입니다. 책을 읽으면 잠이 잘 오는데 동영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기만 하면 됩니다. 유튜브가 다 결론까지 알아서 내줍니다. 하지만 단점이 있습니다. 볼 땐 재미있는데 다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건 거의 없습니다. 하루에 두 시간이면 십이분의 일을 사용하는데 좀 허망합니다. 그 시간에 책을 봤다면 남는 .. 2021. 8. 13.
선생님 부모님 말씀은 언제나 옳을까? : 이유선 조원희 <행복이 정말 인생의 목표일까?> 1. 물건을 살 때 자유를 느낀다고? 바우만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를 소비자 사회라고 봐요. 사람들이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소비'라는 것이에요. 사람들은 오늘날 상품을 사는 데서 자유를 느끼고, 자신의 자유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거죠. 그것이 왜 자유로 느껴지냐면 세상에는 그 상품을 살 수 없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에요. 누군가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는 데서 소비자는 그것을 자유로운 행위라고 여긴다는 거죠. 자유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이렇듯 '차이'에서 비롯된 행위라는 거예요. (p.42) 2. 공부 안하면 저렇게 된다고? 마르크스는 노동을 괴로운 것으로 여기게 된 이유를 노동하는 사람이 그 결과물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고, 노동을 통해서 무엇이 만들어지고 .. 2021. 8. 6.
유머 감각은 키우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는 것이다 : 김찬호 <유머니즘> 어제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건축 강의가 있었습니다. 어찌어찌 마쳤습니다만, 밤에 누워 가만히 강의를 돌이켜보니 이불킥이 절로 나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감동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저 건축물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는데, 그 감동을 학생들한테 온전하게 전달하기가 참 힘듭니다. 말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학생들 표정을 봐도 멀뚱멀뚱했습니다. 전혀 몰입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고민이고 숙제입니다. 그런 걸 고민하니 강의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자기의 경험을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강사가 참 많습니다. 말을 참 재미있게 잘 합니다. 듣다가 자지러지게 웃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세바시'에 나오는 대부분의 강사가 그렇습니다. 그런 건 타고 나는 걸까요, 아니면 .. 2021. 7. 7.
늘 깨어 있어라 : 고병권 외 9인 <리영희를 함께 읽다> 큰 아들넘이 군대에 갔습니다. 편지를 써달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시했으나 훈련병이 가장 기다리는 게 편지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편지가 부담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정약용이 아들에게 썼던 편지가 떠올랐습니다. 책 읽으라고 썼습니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썼습니다. 아, 나도 그렇게 쓰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책이라고는 읽지 않았던 아들넘이 책에 관한 편지를 읽고선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뻔하게 보였지만, 뭐, 그건 지 일이고, 저는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썼습니다. 그러면서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떤 책들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도 함께 가졌습니다. 그랬더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리영희 선생의 였습니다. 저 책으로 세상을 .. 2021. 7. 3.
매순간 있는 힘껏 사랑하라 :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고래를 사랑하는 영화 감독은 일본의 포경 허용 지역으로 취재를 갑니다. 그 지역 경찰과 사람들은 이 이방인을 경계하고 위협합니다. 그런데 그 삼엄한 경계 속에서 그가 본 것은 돌고래를 집단으로 죽이는 겁니다. 아니, 왜? 그 이유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참치를 많이 잡으려고, 그래서 참치의 포식자인 돌고래를 살육한 겁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감독은 수산업의 이면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쉽게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이 바다의 생명들을 위협한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실제 바다 쓰레기의 대부분은 어업 폐기물이라고 합니다. 쓰고 버린 그물이 가장 치명적이라는 거죠. 바다의 여러 생명체들은 이제 얼마 못가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질 운명입니다. 바로 인간때문입니다. 마구잡이로 모든 물고기를 잡아버리는 인간의 .. 2021. 6. 27.
우리나라 철학자 조상님들이 이렇게나 매력적이었다니.... : 전호근 <한국철학사> 1. 사회주의적 분배 방식 차병직의 이라는 책을 보면 어떤 한국인이 헝가리에 갔다가 거기서 사회주의적 분배 방식이 어떤 건지 깨달았다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사과 장수 할머니가 사과를 팔고 있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과를 사 가는데 그 할머니가 하나는 좋은 것, 하나는 나쁜 것 이런 식으로 섞어서 팔아요. 한국 사람이 할머니에게 "돈을 더 줄테니 좋은 것만 달라"고 했더니 할머니가 "너한테는 안팔아" 했답니다. 왜 그 사람들은 그렇게 살까요? 어리석어서? 왜 한국 사람은 모두 좋은 것만을 원할까요? 다 나름의 입장이 있죠. 할머니 얘기는, 먼저 온 사람이 좋은 것 다 가져가면 뒤에 온 사람은 뭘 가지고 가느냐는 거고, 한국 사람은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났으니까 좋은 걸 가져갈 자격이 있다, 이렇게 생.. 2021. 6. 8.
유토피아 라다크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 : 헬레나 노르베리-호치 <오래된 미래> 유토피아 라다크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 : 헬레나 노르베리-호치 나는 공동체와 땅과의 긴밀한 관계가 물질적인 부나 고급기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았다. 나는 삶의 다른 길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41) '작은 티베트'라고 불리는 라다크는 비록 인도 영토의 일부로 편입되어 있지만, 천년 넘게 독자적인 언어와 티베트 불교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자급자족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1975년 라다크는 인도 중앙정부의 결정에 따라 외국 관광객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합니다. 스웨덴 출신의 여성학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치는 이 해에 라다크를 찾아간 소수의 서구인 중의 한사람입니다. 헬레나는 라다크 말을 배우고 그들을 들여다 봅니다. 거칠고 황량한 풍토 .. 2020. 9. 17.
아내가 여태 함께 산 그 여자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 루안 브리젠딘 <여자의 뇌> 아내가 여태 함께 산 그 여자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 루안 브리젠딘 1. 경제적 능력이 충분한 멜리사 역시 본인은 의식하지 못했을지라도 짝을 찾는 방식에 있어서 바우어새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수컷 바우어새는 암컷에게 특이한 방식으로 구애를 하는데, 바로 둥지를 짓는 것이다. 암컷 바우어새는 짝을 지을 때 가장 아름답고 튼튼한 둥지를 짓는 수컷을 선택한다. (p.115) 2. 엄마들은 딸에게 새 남자친구에게 너무 빨리,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이것은 엄마들이 의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현명한 충고다. 포옹과 같은 스킨십은 특히 여자에게서 옥시토신이 방출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옥시토신이 방출되면 옂는 더욱 쉽게 상대 남자를 신회하게 된다. 남자가 말하는 것이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무.. 2020. 8. 22.
나와 나의 세계가 선명해진다 : 채사장 <열한 계단> 나와 나의 세계가 선명해진다 : 채사장 하나의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은 우리를 먹고살게 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게 하며 사회를 발전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 세계의 전부라면 그 삶은 너무나도 아쉽다. 우리는 노동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즐기고 여행하고 놀라워하기 위해 온 것일 테니까. 인생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세계의 다양한 영역을 모험하는 가장 괜찮은 방법은 불편한 책을 읽는 것이다. (p.17) 그래서 채사장은 자기가 살아오면서 다른 세계로의 문을 열어줬던 책과 인물을 이 책에서 다룬다. , , , , , 와 붓다, 체 게바라, 상대성 이론, 메르세데스 소사를 소개한다. 젊은 날의 채사장이 이들과 대화하며 성장한다. 그의 경험을 읽으면서 나는 감탄한다. 사색의 깊이와 해박한 지.. 2020. 8. 9.
내 앞에 드러난 현상 세계는 내 마음이 지어낸 것 :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내 앞에 드러난 현상 세계는 내 마음이 지어낸 것 : 채사장 우주의 개수는 무한개다. 지구의 나이는 46억 살이다. 우주의 나이는 137억 살이고. 100년 전에 허블이라는 냥반이 별을 관측하다 별이 멀어진다는 걸 발견했다. 별은 움직이니 그럴수도 있지 뭐, 하고 생각했는데 관측한 모든 별이 다 멀어졌다. 심지어 별과 별 사이도 멀어졌다. 아, 우주는 팽창하구나. 그래서 팽창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허블 상수라는 걸 만들었다. 우주가 팽창하는 거라면 과거로 갈수록 우주의 크기는 작아질 것이다. 그래서 역으로 계산해보니 137억 년 전에는 우주가 모래 알갱이만 했다는 얘기다. 그 모래 알갱이가 폭발해서 우주가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과학자들이 밝혀낸 정설이다. 그럼 그 전에는 뭐가 있었어? 우주는 딱 .. 2020. 7. 29.
반야심경, 괴로움을 벗어나는 방법 : 야마나 테츠시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야심경> 반야심경, 괴로움을 벗어나는 방법 : 야마나 테츠시 아내에게 애인이 생겼다. 아, 생긴 게 아니라 애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그 애인이란 넘은 나도 아는 사람이다. 예전에 함께 놀러 다니고 했던 사이다. 나는 아내의 공방 일을 도와주는 친한 지인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 뒤로도 가끔 함께 어울렸지만 그 둘이 그런 사이인 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내의 그 반응을 보기 전까지는. 그넘은 내가 그리 좋아할 만한 타입의 인간은 아니었으나 아내랑 아주 친한 사이라 공방에 무지 자주 오고 해서 마주칠 일이 잦았다. 그러다 그넘의 인간성을 확인하게 되는 사건이 생겼다. 그넘은 좋을 때만 좋은 사람이었다.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도움 받은 거는 생각치 않고 오로지 도움.. 2020. 7. 20.
공감의 능력은 어떻게 키우냐고 물었더니 : 제러미 리프킨 <공감의 시대> 공감의 능력은 어떻게 키우냐고 물었더니 : 제러미 리프킨 # 실험 1 두 개의 인조 어미 원숭이를 실험실에 놓았다. 첫 번째 것은 나무토막을 스폰지 고무로 덮어 보풀이 이는 부드러운 면으로 감싸 놓은 원숭이였다.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백열전구를 뒤에 놓았다. 두 번째 어미원숭이는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게 만드었다. 철망으로 만들어 방사열로 따뜻하게 만든 것이었다. 두 원숭이 모두 젖이 나왔다. 하지만 새끼 원숭이들은 천으로 만든 어미에게만 안기려 했다. 젖이 떨어졌을 때도 새끼 원숭이들은 천으로 만든 어미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철망으로 만든 어미에게 가면 젖이 나오는데도 그쪽으로 가려 하지 않았다. 새끼 원숭이들은 배고파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러도 철망 어미에게는 가지 않았다. (p.27.. 2020. 6. 9.
지식보다 지혜가 필요한 시기 : 서동욱 외 <한평생의 지식> 지식보다 지혜가 필요한 시기 : 서동욱 외 과거 원시인들은 우리보다 더 지혜로웠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우리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삶은 사냥하는 시간과 향유하는 시간으로 양분된다는 사실을. 당연히 그들은 사냥하는 시간은 향유하는 시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향유하는 시간은 사냥하는 시간이 아니라 사랑하는 시간, 공유하는 시간, 그리고 창조하는 시간이다. 물론 그들은 사냥하는 시간을 무시하지 않았다. 사냥을 하지 않는다면, 향유도 사랑도 창조도 불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사냥하는 시간을 통해 아무리 많은 사냥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일정 정도이 사냥감만을 가지고 부족과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 정도.. 2020. 5. 28.
강호의 노름마치들에게 바치는 사무친 살풀이춤 : 진옥섭 <노름마치> 강호의 노름마치들에게 바치는 사무친 살풀이춤 : 진옥섭 밀양 영남루. 평양의 부벽루, 진주의 촉석루와 함께 이 땅의 3대 명루. 누마루에 난간을 돌리고 사방을 훤히 터두어 밀양 산천이 배경막이 된 무대였다. 대청마루에 올라선 그의 춤은 벌써 침묵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무심한 지경에 이르러버린 멈춤에서 춤을 찍어내야 했다. 움직인다 해도 형제가 만들어지지 않고 그저 흐를 뿐인 춤, 포진한 카메라에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 누가 저 정적을 춤이라 할까마는, 분명코 춤 중의 춤이었다. 동작 없는 춤, 실없는 소리로 일축할지 몰라 비유해보자면, 쌈꾼이 하이킥을 차지 않는 이치다. 도장에서야 폼 나지만 실전에서는 에너지 절약과 허점 노출 방지 원칙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동작보다 음악에 따른 흐름을 중시하는 하.. 2020. 5. 21.
왕 니만 잘하면 된다 : 김태완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왕 니만 잘하면 된다 : 김태완 광해군 :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임숙영 :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입니다. 니만 잘하면 됩니다. 파주 헤이리 이안수 촌장이 추천한 책입니다. 프랑스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 철학 논술 시험 문제를 읽고는 우리 대입 시험이 그렇게 초라해 보였답니다. 그러다 조선시대 과거 시험의 논술 문제와 선비들의 답인 이 책을 읽고는 한 없이 자랑스러워졌다고 합니다.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나라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물었는데 임숙영이라는 분이 실제로 위와 같이 답을 했으니 당시 선비들의 똥배짱도 알만 합니다. (자신의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해답을 보고 광해군이 졸라 화를 내며 "탈락시켜!!" 했는데, 영의정 이덕형, 좌의정 이항복 등이 막 말려서 무마되었다는 후일담이 책.. 2020. 5. 9.
배 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 박웅현 <여덟 단어> 배 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 박웅현 1. 스님도 도를 닦고 있습니까? 닦고 있지. 어떻게 하시는데요?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에이, 그거야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까? 도 닦는 게 그런 거라면, 아무나 도를 닦고 있다고 하겠군요. 그렇지 않아. 그들은 밥 먹을 때 밥은 안 먹고 이런저런 잡 생각을 하고 있고, 잠 잘 때는 안 자고 이런 걱정에 시달리고 있지.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입니다. 밥 먹을 때 걱정하지 말고 밥만 먹고, 잠 잘 때 계획 세우지 말고 잠만 자라는 거죠. 마치 개들처럼요. 이 삶의 지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입니다. 순간을 산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p.135) 밥 먹을 때 밥만 먹는 게 무지 어려운 시대다. 나도 잘 안된다. 우리 아이들도 안된다. 폰을 보.. 2020. 4. 28.
개념이 마구 생기는 인문학 사전 : 남경태 <개념어 사전> 개념이 마구 생기는 인문학 사전 : 남경태 공동체 공동체Community는 중세 후기 유럽의 자치도시에서 생겨난 코뮌Commune을 원형으로 한다. 신분 질서가 엄격한 영주의 장원을 피해 도시로 몰려든 농노들은 모두 같은 처지였으므로 누가 누구를 지배한다는 관념이 없었고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이렇게 처음부터 평등과 자치가 관철되었다는 점에서 코뮌은 인류 역사상 인간 해방의 이념에 가장 가까운 집단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코뮌은 1871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하고 나폴레옹 3세의 반동적인 제2제정이 몰락했을 때 파리 시민들이 조직한 파리 코뮌이다. 3월 18일에서 5월 28일까지 72일 동안 시민들은 자치와 자율에 기반한 해방구를 만들어 정부에 맞섰다. 결국 정부군에 진압되고 2만.. 2020. 4. 25.
내가 고양이 혹은 진돗개 동영상을 보는 이유 :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내가 고양이 혹은 진돗개 동영상을 보는 이유 : 유발 하라리 이 대머리 아자씨의 전작들은 그야말로 쇼킹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였다. 그런 문제를 제기하고 명쾌한 해답도 내놨다. 놀라울 따름이었다. 과거에 우리 인간들은 어떠했냐는 질문에 로 답했다. 지구 한쪽 구석에서 보잘것 없이 찌그러져 있던 인류가 이야기의 힘을 믿고 인지, 농업, 과학 이 세 가지의 혁명을 거치며 지구를 평정했다는 이야기다. (농업혁명은 거대한 사기극이었다고 거침없이 내뿜는 대머리 아저씨의 사이다는 덤이다.) 그럼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건가? 라는 질문에 로 답했다. 기아, 질병, 전쟁과 같은 위협을 물리치고 과학 기술에 힘입어 인류는 불멸과 같은 신의 영역에 도전할 정도가 되었으며, 그것이 역.. 2020. 3. 10.
아빠, 근의 공식 이딴거는 왜 배워요? : 이권우 <배우면 나와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아빠, 근의 공식 이딴거는 왜 배워요? : 이권우 딸 : 아빠, 근의 공식 알아요? 나 : 알지. 이에이분의 마이너스비 플러스마이너스 루뜨... 딸 : 근데, 이딴거는 왜 배워요? 나 : ..... 그러게. 그딴거는 왜 배우고 그럴까. 나도 그거 배워서 시험칠 때 말고는 써먹어 본 적이 없는데. 논리력과 사고력의 증진? 아서라. 나도 자신이 없는데 고1 딸이 설득될리 만무하다. 아이에게 해줄 답이 궁하다. 나도 30년 전에 저딴거를 배웠을텐데 왜 배우는지 몰랐다. 그냥 외우라니 외웠던 기억밖에. 그래도 딸은 저런 질문을 한다. 배움에 대해 의문을 느끼는 딸이 그 시절의 나보다 낫다고 해야 하나. 다음 세대가 묻는다 ▶ 늘 공부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이권우가 답한다 ▶ 나만 잘사는 세계에서 벗어.. 2019. 5. 5.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 채사장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 채사장 식구들이 놀아주지 않는다. 우씨~~. 고딩 큰 넘은 학교에 무슨 개꿀을 발라놓았는지 집에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만나야 놀아주지. 답답한 내가 지 만나러 산청에 있는 학교까지 간다. 둘째 중딩 딸은 뭐가 그리 바쁜지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뮤지컬인지 뭔지를 하는데 주말엔 온종일 거기에서 논다. 그게 아니면 춤추러 가던가. 주말에 아빠한테 놀러오라고 했더니 바빠서 안.돼.요. 단칼에 짤렸다. 휴일 아내는 더 바쁘다. 시간도 없을 뿐더러, 아예 나랑 놀아줄 생각이 없다. 그나마 초딩인 막내가 나랑 놀아주는 유일한 가족이다. 근데 이 넘도 약속이 생기면 아빠보단 친구다. 주말에 집에 오면 혼자 TV를 보거나 도서관 가기 일쑤다. 직장에서는 눈치가 따갑다. 얼마전 현장.. 2018. 10. 14.
아부지한테서 편지 왔는데 또 책 읽으래 : 정약용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아부지한테서 편지 왔는데 또 책 읽으래 : 정약용 조선 오백년의 기간 동안 가장 뛰어난 천재를 꼽으라면 이분이 다섯 손가락 안에 무조건 들어갈 겁니다. 그 시절의 주류 학문이었던 유학부터 시작해서 정치면 정치, 법이면 법, 철학과 행정, 그리고 과학까지, 학자이면서 엄청난 저술가였고 엔지니어이기도 했습니다. 스무살에 우주간의 모든 일을 다 깨닫고 그 이치를 완전히 정리해내려 했다고 하니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잘 안됩니다. 이런 천재와 함께 동시대를 같이 산 사람들은 복 받은 겁니다. 하지만 이 분과 조선 탑 쓰리의 왕이 만났음에도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전세계적으로 대변혁의 시기였으며 조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리막이던 조선의 역사를 반짝하고 다시 일으.. 2018. 8. 8.
친구가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친구가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 이오덕, 권정생 이오덕 선생님. 다녀가신 후, 별고 없으셨는지요? 바람처럼 오셨다가 제弟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가셨습니다. 일평생 처음으로 마음 놓고 제 투정을 선생님 앞에서 지껄일 수가 있었습니다. (p.9, 1973년 1월 30일 권정생) 거기 일직교회는 햇볕이 앉을 곳도 없었던 것 같던데 얼마나 추울까요. 약을 계속해서 잡수셔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어디 돈을 빌려서라도 약을 잡수시면 제가 가서 갚겠습니다. 그렇게 쇠약하신데도 책을 읽고 싶어 하시니, 저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반성됩니다. (p.124, 1979년 11월 9일 이오덕) 1973년 1월, 학교 선생님이자 아동문학가인 이오덕 선생이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을 찾아갑니다. 마흔 아홉의 이오덕 선생.. 2018. 7. 26.
나를 위한 넓고 방대한 지식 :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나를 위한 넓고 방대한 지식 : 채사장 우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부터 생각해보자. B는 창고에 가득 쌓인 구두 재고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배를 한 척 구입한 다음 창고에 쌓여 있던 구두를 모두 실었다. 그러고는 멀고 먼 길을 항해해 아마존에 도착했다. B가 듣기로는 아마존에 있는 사람들은 아예 신발을 신지 않는다고 하니, 그곳은 정말 블루오션일 것이다. 배 구입비용, 인건비 등 시간과 비용이 매우 컸지만, 모두 해결하고도 큰 이익이 남을 것이다. 배가 해안에 도착하자 머리에 깃털을 꽂고 나뭇잎으로 하반신만 가린 원주민들이 환영했다. B가 말했다. "구두 팔러 왔어." 원주민 족장이 말했다. "줄 게 없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다. 원주민들은 가진 게 없어서 구두.. 2018. 6. 22.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 신영복 <담론>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 신영복 # 1. 초등학생들과 시 암송 모임을 하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비싼 과외 못하는 애들을 모아 놓고 시를 암송하는 공부 모임입니다. 그 중 한 아이의 학교 소풍 때였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앞에 나와서 각기 장기자랑을 하는 순서였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나와서 유행가도 부르고 유명 그룹의 춤도 멋지게 흉내 내는 등 화려한 장기자랑을 펼쳐 보였습니다. 그 아이 차례가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 암송 모임에서 공부한 윤동주의 를 암송했다고 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놀랍게도 그것이 그날을 석권했음은 물론이고 그 후 그 가난한 아이가 일약 스타가 되었다고 .. 2018. 1. 28.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낀다 : 오주석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낀다 : 오주석 위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그림입니다. 잘 보고 다음 물음에 답을 해보세요. 1. 이 씨름은 누가 이길까요? 2. 씨름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넘어질까요? 3. 다음 판에 나올 선수는 누구일까요? 4. 씨름 시합을 한 지는 얼마나 되었을까요? 5. 계절은 어느 때일까요? 6. 현대 씨름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7. 틀린 그림을 찾아보세요. 8. 구경꾼 중에서 빠진 사람은 누구인가요? 9. 이 그림은 주로 누가 볼까요?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폐사지에 굴러 다니는 돌맹이들도 그 유래를 알면 제대로 달리 보입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건축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물의 유래와 담긴 사연을 알고 형태와 구조, 재료에 대해서 알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 2017. 12. 9.
양으로 태어났으나 무리 짓지 않아 자유롭다 : 가토 슈이치 <양의 노래> 양으로 태어났으나 무리 짓지 않아 자유롭다 : 가토 슈이치 "그런 일은 알고 싶지 않아. 난 그저 평화를 즐기며 살고 싶을 뿐이라네." 하고 그 실업가는 말했다. "설사 안다고 한들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확실히 어떻게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러니까 알고 싶지 않다'는 인간과 '그래도 알고 싶다'는 인간이 있을 것이다. 나에겐 전자가 틀렸다는 논리는 없다. 다만 나는 나 자신이 후자에 속한다는 것을 기억할 뿐이다. (p.201) 그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역사적으로, 유대인의 강재수용소를 몰랐던 독일인이나 베트남 전쟁의 참혹함에 무심했던 미국인, 이란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고개를 돌렸던 유럽과 미국, 가까이는 사대강, 개성공단 폐쇄, 세월호의 진실과 촛불 혁명의 배경에 대.. 2017. 10. 30.
지식인, 스스로 추방을 택한 망명자 : 에드워드 사이드 <지식인의 표상> 지식인, 스스로 추방을 택한 망명자 : 에드워드 사이드 제가 생각하는 지식인의 모델은 스스로 추방을 택한 망명자입니다. 지식인에게 망명과 추방의 의미는 관례적인 단계를 거쳐 '성공'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삼는 보통 삶의 경로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망명은 언제나 주류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여, 지식인으로서 수행하는 일은 미리 정해진 행로를 밟아갈 수 없기에 스스로 꾸려나가야만 합니다. 에드워드 사이드 (1935 ~ 2003)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난 미국의 사상가. 현대 중동학에서 가장 인정 받고 있는 학자 중의 하나로, 대표적인 저서 으로 제국주의에 근거한 서양 위주의 사고방식을 비판하였다. 평생 조국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였다. 글 출처 : 위키백과 사진 출처 : https://historyo.. 2017. 9. 23.
반가사유상을 만나다 :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반가사유상을 만나다 : 최순우 반가사유상이 지닌 아름다움의 특색은 사색하는 부처님으로서의 깊고 맑은 정신적인 아름다움이 인체 사실寫實의 원속한 조각 솜씨와 오묘한 해화를 이루어주는 데에 있다. 슬픈 얼굴인가 하고 보면 그리 슬픈 것 같이 보이지도 않고 미소 짓고 계신가 하고 바라보면 준엄한 기운이 입가에 간신히 흐르는 미소를 누르고 있어서 무엇이라고 형언할 수 없는 거룩함을 뼈저리게 해주는 것이 이 부처님의 미덕이다. 인자스럽다, 슬프다, 너그럽다, 슬기롭다 하는 어휘들이 모두 하나의 화음으로 빚어진 듯 머리속이 저절로 맑아오는 것 같은 심정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그러한 부처님이 중생에게 내리는 제도濟度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355) ** 제도 : 부처가 생과 사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세상에.. 2017.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