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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이야기

선생님 부모님 말씀은 언제나 옳을까? : 이유선 조원희 <행복이 정말 인생의 목표일까?>

by Keaton Kim 2021. 8. 6.

 

1. 물건을 살 때 자유를 느낀다고?

 

바우만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를 소비자 사회라고 봐요. 사람들이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소비'라는 것이에요. 사람들은 오늘날 상품을 사는 데서 자유를 느끼고, 자신의 자유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거죠. 그것이 왜 자유로 느껴지냐면 세상에는 그 상품을 살 수 없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에요. 누군가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는 데서 소비자는 그것을 자유로운 행위라고 여긴다는 거죠. 자유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이렇듯 '차이'에서 비롯된 행위라는 거예요. (p.42)

 

 

2. 공부 안하면 저렇게 된다고?

 

마르크스는 노동을 괴로운 것으로 여기게 된 이유를 노동하는 사람이 그 결과물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고, 노동을 통해서 무엇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전혀 모른채 노동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인 현실 때문이라고 보았어요. 노동을 통해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야 하고, 의미가 공유되고, 자신의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기쁨을 얻을 수 있어야 해요. (p.46)

 

 

3. 오늘 거짓말을 몇 번 했니?

 

칸트는 매우 엄격해서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도덕적인 일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도덕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하는 것이지 그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고려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반면 밀이나 벤담 같은 공리주의자들은 칸트와는 달리 행동의 결과를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되면 그 행동의 결과, 누군가는 행복해지고 누군가는 고통을 받을 텐데, 전체적으로 보아서 더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해지는 쪽으로 행동하는 것이 옳다는 거죠. (p.53)

 

 

4. 왕따를 당하는 고통을 알고 있니?

 

먼 훗날 우리 자손들은 우리가 매우 힘든 세상을 살았다고 불쌍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우리가 노예제 사회를 살았던 노예들을 생각하듯이 말이죠. 어린 학생들이 잠을 줄여 가면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고, 여성들이 직장이나 가정에서 차별을 당하는 모든 것이 잔인하게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실제로 그렇게 보이는 세상이 온다면 아마도 도덕적인 진보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p.64)

 

 

5. 친구가 거짓말쟁이로 보여?

 

근대의 많은 철학자들은 우리가 이성을 발달시키면 인종, 국가, 성별 등에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을 가진 철학자들을 계몽주의자라고 불러요. 계몽주의자들은 이성을 통해서 선입견을 극복하면 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대 과학 기술을 발달은 그런 계몽주의적 생각과 관련이 있지요. 그들은 과학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세계에 대한 참된 지식을 많이 얻게 될 것이고 그만큼 우리의 삶이 행복해질거라고 믿었죠. (p.117)

 

 

6. 자살하면 안되는 이유는?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삶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느낌을 '부조리의 느낌'이라 불러요. 그런 느낌을 갖는 것은 성공한 사람이거나 실패한 사람, 부유하거나 가난한 사람, 주위의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거나 미움을 받는 사람, 건강하거나 아픔 사람, 행복하거나 불행한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어요. 그 느낌이란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어떻게 해서,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고 무의미한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물음을 갖게 되면서 시작되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까뮈의 대답은 우리의 삶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연적이라는 것, 우리의 삶 자체가 부조리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에요.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전지전능한 신이나 영원불변한 진리가 아니라 오히려 허무주의적인 관점이라는 거죠. 부조리의 긍정을 통해서만 우리는 자신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카뮈의 생각이에요. 자살은 부조리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므로 해답이 아니라는 거예요. (p.165)

 

 

7. 생활이 편리해지면 무조건 좋을까?

 

하버마스는 편리해진다는 것과 행복해진다는 것은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인간은 이성을 가진 합리적인 존재라서 자신의 삶을 더 낫게 바꾸려고 노력하는데 그 노력의 방향이 두 가지라는 것이에요. 과학 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도구적 이성'을 발휘하기 때문이에요. 도구적 이성이란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무엇인지를 찾는 이성이에요. 효율적인 도구는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가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고, 느낌을 공유하고, 서로 돕고,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공감하고, 이해는 데에서 행복감을 느껴요.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발전시켜 주는 것을 하버마스는 '의사소통적 이성'이라고 불렀어요. 이런 이성은 효율성을 위해 좋은 수단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두어요. (p.181)

 

 

8. 추상화를 이해 못하면 무식한 걸까?

 

우리가 만약 책을 읽는다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해요. 문자 언어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고 문자 언어로 된 책은 우리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쓰인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그림은 좀 달라요. 그림은 문자 언어와 달리 의미만을 전달하기 위해 그려지는 것은 아니에요. 화가들은 자신이 표현하는 것을 말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지도 몰라요. 그림이나 예술 작품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고 어떤 기분을 경험했담면 그걸로 충분한 거죠. (p.187)

 

 

9.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은 언제나 옳을까?

 

올바른 행동과 좋은 습관이란 학교의 규칙을 잘 지키고, 일찍 일어나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게임, 술, 담배 등을 멀리하는 것 등을 의미해요. 이런 '올바름'에 대한 상식은 늘 올바른 것일까요? 미셸 푸코는 이런 상식들이 생긴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요. 이성의 시대라고 불리는 서양의 근대가 시작되면서 이런 상식들이 우리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이 상식들이 우리에게 은연중에 강요하는 삶의 방식은 '근면', '성실' 같은 것이에요. 여러분 중에도 컴퓨터 게임을 몇 시간 하거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몇 시간을 보내고 나면 뭔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을 갖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것은 여러분 스스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 일종의 죄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그것은 우리 시대의 어떤 가치가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런 것이 늘 죄로 여겨질 필연성은 없어요. 조선 시대와 같은 신분 사회에서 양반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일은 마당쇠가 하면 되는 것이죠. 더욱이 출세를 포기한 양반들은 굳이 힘들게 살려고 하기보다는 풍류를 즐기는 데 관심을 가졌을 거예요.

 

하지만 근대와 더불어 시작된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생산적인 노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굴러가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시간은 곧 돈이 되었고, '효율성'에 위배되는 것은 제거되거나 극복될 필요가 있었어요. 사람들이 게으르게 생활하거나,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지 않거나, 상품을 소비하지 않거나, 경쟁하기를 싫어하게 되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돌아가지 않게 돼요. 그래서 서양의 근대는 이성과 합리성의 이름으로 근면, 성실, 빠름, 경쟁, 효율, 생산, 소비 등등을 정상적인 것, 올바른 것으로 만들고, 게으름, 불성실, 느림, 비효율, 무계획, 무능력, 일탈 등을 비정상적인 것, 나쁜 것으로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놀면서 느끼는 양심의 가책은 사실 '근대'라는 시대가 만든 일종의 규율 때문이라는 거죠. (p.219)

 

 

 

 

딸에게 연애는 할거냐고 물어보니 해야죠 합니다. 시집은 갈거냐고 물어보니 가야죠 합니다. 근데 연애나 결혼이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뭘 하고 살지가 큰 문제라네요. 고3인 딸은 비진학파라 졸업을 하면 바로 백수가 됩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나가는 게 좀 두려운 모양입니다. 그거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으니 남은 학교 생활 열심히 놀아라, 뭐 하고 살지는 졸업하고 고민해도 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뭐 하고 살지는 고등학교 졸업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딸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오십이 되어서도 뭐 하고 살지는 늘 고민입니다. 내가 되고자 하는 이미지가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딸에게 하니 딸도 좀 안심이 되는 모양입니다. 열심히 하면 뭐라도 되겠지 하다 끝나는 게 인생 같기도 합니다.

 

이 책은 철학에서 다루는 가장 기본적이 주제를 40가지의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만든 청소년용 철학책입니다. 청소년용이긴 하지만 재미있는 주제가 많아 읽어보려고 샀습니다. 읽어보니 재미있습니다. 어른들이 읽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뭐 하고 살지에 대한 답은 나와있지 않았지만요.

 

이 책 제목에 대한 대답을 책이 해줬는데요, 행복은 쾌락과 관련된 사람의 상태라 인생의 목표가 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합니다. 한 10년 전엔 부자되세요, 대박나세요가 인기 멘트였는데, 요즘은 행복하세요가 대세입니다. 저도 좀 못마땅하긴 했습니다. 불행한 것 보다야 행복이 훨씬 낫겠지만, 그게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목표가 되기는 어쩐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옆에 한창 F1 레이싱 게임을 하고 있는 중3 아들넘에게 물었습니다.

 

니 인생의 목표가 머꼬?

눕는거요!

 

네. 중학생 남자 아이는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게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