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 이야기42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는 찌질이가 아니다 : 남문희 <전쟁의 역사> "This Is Spartaaa!" 제랄드 버틀러 형님이 빤쭈에 빨간 망토만 걸치고 세상 가오는 혼자 다 잡는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다. 스파르타의 최정예 300명이 테르모필레에서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100만 대군과의 싸움이 주된 내용이다. 주인공은 그리스를 대표하는 영웅 중의 한 명인 스파르타의 레오디나스 왕이다.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300명의 스파르탄과 함께 페르시아 100만 대군과 제대로 한타를 뜨는 장면은 압권이다. 근데, 영화에서 페르시아의 군대는 미개한 괴물 집단으로 묘사된다. 더우기 왕인 크세르크세스는 완전 열폭 찌질이로 망가진다. 문득 궁금했다. 진짜 저랬을까?  아케메네스 왕조, 일명 페르시아 제국은 기원전 550년부터 330년까지 220년 동안 실제한 이란의 고대 왕조다. 오리엔.. 2024. 10. 14.
아는 만큼 들린다 몰라도 잘 들린다 : 남문성 <Paint It Rock> 막내가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밴드 경연대회에 나간댑니다. 기타 유민제, 베이스 변재현, 드럼 한바다, 기타 겸 보컬 김강으로 구성된 입니다. 공연과는 달리 순위를 매기는 경연이라 긴장하는 눈치였습니다. 무슨 곡을 할거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처음엔 비밀이라더니 나중에 김광석의 와 산울림의 로 정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경연 3일 전에 아이들이 모두 우리집에 모였습니다. 친구한테서 드럼도 빌려오더니 합숙 훈련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의견도 많이 나누고, 장난기도 쏙 빼고 제대로 연습을 했습니다. 살짝 들여다보니 편곡 실력이 상당합니다. 두 노래 모두 매력적으로 변했습니다.  경연은 훌륭했습니다. 무대의 퍼포먼스도 좋았고 무엇보다 연주의 수준이 높았습니다. 다른 팀도 잘했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 2024. 10. 4.
한국의 다니구치 지로 : 정용연 권숯돌 <1592 진주성> 진주대첩 김시민 장군을 주축으로 조선군 3,800명이 일본군 30,000명을 막아낸 전투(1차 진주성 전투). 이 책의 배경이며 임진왜란 발발 후 조선이 수성전에서 일본군을 완벽하게 물리친 첫 전투라고 책에 나온다. 책의 부제가 '전라도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이는 전라도의 곡창지대를 온전히 보호하고 이순신의 수군 전력을 유지시킨 대단히 중요한 전투라 행주대첩, 한산도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불린다. 개빡친 일본군이 이듬해 6월 10만 대군으로 다시 진주성을 공격한다. 2차 진주성 전투라 불리며 임진왜란 중에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처절한 전투다. (결국 진주성을 함락한 일본군의 피로연에 19살의 논개가 일본군 장수를 안고 강에 뛰어들었다.) 책의 주인공은 김시민 장군과 진주성의 민초들이.. 2024. 9. 30.
고시엔, 고교 야구 열혈 청춘의 그 정점에서 : 모리타 마사노리 <루키즈> 쇼츠에서 고시엔의 한국 교가를 들은 건 8강이 끝나고였다. 고시엔이 어떤 곳인가. 일본에서 야구 좀 한다는 고등학생들이 그토록 밟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가 아닌가. 지면 바로 짐 싸서 고향으로 가야 하는 살벌한 토너먼트 경기다. 탈락한 학생들이 울면서 고시엔 경기장의 흙을 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슬픈 드라마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만 산다는 정신으로 부서져라 몸을 던진다. 그런데 그 꿈의 무대에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학교가 8강까지 올라갔다고? 교토국제고는 4강에서 아오모리 야마다고등학교에 3대2 짜릿한 역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이긴 팀의 교가를 선수들이 함께 부르는 건 고시엔의 성스러운 의식이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 2024. 9. 15.
마음이 복잡할 땐 역시 집안일이죠 : 조구만 스튜디오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고3 딸아이 앞으로 책이 배달되었습니다. 응? 드디어 우리 딸이 책을 다 사고? 풀어보니 좀 맹한 공룡이 나오는 이 책이 나왔습니다. 친구가 선물로 보내줬다는군요. 책을 스르륵 넘겨보니 여백의 미를 대단히 많이 살린 책이라 술술 넘어갑니다. 음, 쉰 아빠가 보기엔 평범한 이야기에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그러나 열아홉 딸아이가 보기엔 뭐 그럭저럭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책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 진로 인터뷰 모음집이라는 책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간디학교에서 만든 책자로 딸아이가 가져 온 것 같았습니다. 간디학교는 고3 때 인턴쉽이라고 해서 자신이 흥미가 있는 분야의 회사 비슷한 곳에 가서 실제로 인턴 실습을 하는 과정이 있는데, 지금은 코로나라 갈 수 없어서 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유명인?과 인터뷰.. 2021. 7. 30.
청소를 이렇게 훌륭한 컨텐츠로 만드시다니 : 김예지 <저 청소일 하는데요?> 컨텐츠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를 콘텐츠라 부른다. 사실상 한국에서는 저작물, 창작물이라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특히 문화콘텐츠라는 신조어는 문화산업을 의미하는 동시에 각 매체에서 제공되는 정보도 포함한다. 뉴스 등의 언론에서 제공하는 정보도 콘텐츠에 포함된다. 또한 이북이나 인쇄매체 등의 책에서 전달하는 정보도 포함한다. 네, 지금은 컨텐츠의 시대입니다. 위에 나무위키에 나온 컨텐츠의 정의를 적었습니다. 여러 정의를 찾아봤지만 제가 생각하는 컨텐츠에 가장 가까웠습니다. 컨텐츠는 내가 만들어 타인이 보는 거죠.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것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아주 좋은 컨텐츠의 소재입니다만 그것만으로 컨텐츠가 될 순 없습니다. 그걸 다른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게 정리해서 미디어에 올려.. 2021. 7. 15.
롱샹 성당을 직접 가서 보니.... : 김홍철 <건축의 탄생> 건축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장 가 보고 싶은 건축물을 꼽으라는 설문에서 항상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건축물이 있습니다. 저도 학부 때 이 건축물에 대해 익히 듣고, 건축물의 사진을 보고, 공부도 했습니다. 바로 노트르담 뒤 오 라고 불리는 성당입니다. 프랑스 롱샹 지역에 있어서 통상 롱샹 교회라 부릅니다. 사실 하도 롱샹 롱샹 해서, 어떻길래 저렇게 우리를 괴롭히나 싶어 오기가 생겨, 산넘고 물건너 갔더랬습니다. 그래서, 직접 가서 보니, 사람들이 왜 그토록 이 건물에 대해 찬양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헐~ 이라는 감탄사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건물이 주는 감흥, 정기, 분위기, 건물을 보러 온 다양한 사람들을 눈에 담느라 꽤 오랜 시간을 머물렀습니다. 이번 간디학교 건축 수업 시간에 .. 2021. 7. 14.
4,700년을 살아온 불멸의 소년 이야기 : 교육공동체 다나, 송동근 <피터 히스토리아> 4,700년을 살아온 불멸의 소년 이야기 : 교육공동체 다나, 송동근 대학 교수가 종신교수직도 거절하고 이사를 하려 합니다. 동료들은 자그마한 환송회를 열어줍니다. 환송회 자리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 중 교수는 폭탄 선언을 합니다. 자신이 14,000년 전부터 살아온 사람이라구요. 동료 교수들은 웬 농담을 진짜 같이 하냐고 웃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논리 정연한 교수의 답변에 놀라기 시작합니다. 영화 의 줄거리인데요, 오래 전에 봤음에도 꽤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의 집에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걸로 끝납니다. 인물들이 오두막에 모여 앉아 말만 하는 영화인데도 몰입감이 상당했습니다. 주인공이 부처의 가르침을 중동에 전하려다 졸지에 예수가 되어버렸다는 장면에서는 정말 '허걱'이.. 2020. 12. 30.
시우다드 후아레스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 : 보두앵, 트룹스 <브라보, 나의 삶>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오로지 책 표지에 그려진 그림에 이끌려 산 책이다. 만화책인데, 좀 이상하다. 일단 그림체가 익숙치 않다.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서 조금 불편하다. 엉성하게까지 느껴지지만 언뜻언뜻 내공이 보이는 그림들도 있다. 내용은 더 이상하다. 저자가 후아레스라는 멕시코의 도시에 가서 거기에 사는 사람들을 그리는 게 다다. 기승전결 이 따위 것들이라곤 없다.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리다가 책은 끝이 난다. 책의 서문에 시우다드 후아레스라는 도시에 대해 꽤 길게 설명한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미국의 앨패소와 마주보고 있으며, 과거에는 막시밀리안 제국에 대항하던 근거지였고, 멕시코 혁명의 주동자였던 판초 비야가 가장 좋아한 도시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현실판 헬게이트이자 짐승들의 도시, 마약상들의 .. 2020. 12. 22.
내가 경험했던 비극과 실패는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어요 : 박건웅 <아리랑> 내가 경험했던 비극과 실패는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어요 : 박건웅 류링 : 똑똑 김산 : (앗, 그녀다.) 김산 : 아이고, 기어코 찾아내고야 말았군. 류링 : 후후. 왜, 안 돼요? 류링 : 당신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받은걸요. 김산 : 당신은 마술사군. 쿨럭~ 류링 :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왔다갔다 하지 마세요. 김산 : (안절부절) 류링 : 나는 보기보다 그다지 무섭지 않아요. 김산 : 어찌하면 좋겠소? 류링 :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도 알고 있어요. 김산 : ..... 류링 : 안 그런 체 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나는 나 자신 만큼이나 당신에 대해서 알고 있어요. 김산 : 아아아. 베이징의 공산당 사무실에서 만난 류링이란 아가씨가 김산을 좋아합니다. 대놓고 고백도 합니다. 김산.. 2020. 9. 23.
시대와 운명에 저항한 한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 : 김금숙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시대와 운명에 저항한 한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 : 김금숙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 김알렉산드라를 처음 만난 건 에서 였습니다. 그 뒤로 몇몇 자료에서 그 이름을 들었습니다. 그 이름 앞에는 항상 "조선인 최초의 공산주의자",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울나라 최초의 공산주의자이자 볼셰비키라니요. 그녀의 삶이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정철훈 작가가 쓴 를 원작으로 하여 김금숙 화백이 창작한 작품입니다. 그림체가 좀 익숙합니다. 김금숙이라는 이름도 어디선가 들어봤습니다. 아, 생각났습니다. 제주 4.3 사건을 그린 만화 을 지은 분입니다. 그래서 그림이 익숙했네요. 이 만화책도 한 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합니다. 투박하면도 강렬한 그림체가 아름답고 .. 2020. 9. 14.
그날이 오면 기뻐서 죽사오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 박시백 <35년 6권, 7권> 그날이 오면 기뻐서 죽사오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 박시백 # 6권. 1936~1940 결전의 날을 준비하라 민족해방가 이천만의 동포야 일어나거라 일어나서 총을 잡고 칼을 잡아라 잃었던 네 자유와 너의 권리를 원쑤의 손에서 도루 찾으라 온 세계 인류와 똑같이 살기를 반일의 전선에 나가 싸우라 - 항일연군 여성빨치산이었던 김선의 수첩에서 나온 가사로, 옌볜에서 발행한 에 수록되었다. 1. 스페인 내전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활개를 치자 1935년 코민테른은 반파시즘 인민전선 노선을 채택했다. 물러가라 파시즘, 연대하자 노동자여. 이를 제대로 실천한 곳은 스페인이었다. 1936년 총선에서 승리한 인민전선이 토지개혁, 교회 재산 몰수 등 본격적으로 개혁을 실시하자 기득권이 교회, 지주, 자본가, 군부 .. 2020. 9. 11.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박시백 <35년 3권, 4권, 5권>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박시백 # 3권. 1921~1925 의열투쟁, 무장투쟁 그리고 대중투쟁 1922년 겨울 김원봉은 베이징에서 신채호를 만난다. "선생님께서 의열단의 정신을 글로 써주셨으면 합니다." "기꺼이." 그리하여 나온 것이 조선혁명선언이다. "민중은 우리 혁명의 대본영이다. 폭력은 우리 혁명의 유일 무기이다. 우리는 민중 속에 가서 민중과 손을 잡고 끊임없는 폭력, 암살, 파과, 폭동으로써, 강도 일본의 통치를 타고하고, 우리 생활에 불합리한 일체 제도를 개조하여, 인류로서 인류를 압막치 못하며, 사회로써 사회를 수탈하지 못하는 이상적인 조선을 건설할지니라." - 의열단의 정신이 된 신채호의 '조선혁명선언' 마지막 구절 님 웨일즈의 에 따르면 의열단원.. 2020. 9. 10.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박시백 <35년 1권, 2권>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박시백 이 드디어 완간(총7권 세트, 당시의 세계 정세를 그린 별권은 덤 본책보다 재밌음)이 되었습니다. 야호! 신납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초판 발행일을 보니 2018년 1월에 나왔네요. 2년 7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기간 동안 열심히 그린 작가도, 그리고 완결이 나오기를 기다린 나도 대단합니다ㅋㅋ. 일제 35년, 이 시기엔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요렇게 집중적으로 다뤄 주는 책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더 없이 반가웠죠. 책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읽다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은 자료를 찾아가며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 연관되는 인물이나 사건이 나오면 다시 앞 권을 뒤적였습니다. 여태 내가 알고 있는 독립운동에 대한 각론과 인물들이 이 책으로 스르르 모여서.. 2020. 8. 31.
윤희순 작사 작곡 '안사람 의병가'라고 들어보셨나요? : 권숯돌 정용연 <의병장 희순> 윤희순 작사 작곡 '안사람 의병가'라고 들어보셨나요? : 권숯돌 정용연 동학농민운동이 일본과 청나라의 방해와 진압으로 실패로 끝나고 그들은 서로 조선을 자기네들 거라고 우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두 나라는 한판 붙고 여기서 이긴 일본은 더욱 기고만장해졌습니다. 급기야 1895년 명성황후를 죽였습니다. 조선 사람들에게 머리를 깍게 하고 검은 옷을 입게 했습니다. 이에 유생을 중심으로 대규모 의병을 일으켜 일본을 물리치고 나라를 바로잡고자 했습니다. 윤희순의 남편 유제원과 시아버지 유홍석은 이 의병의 핵심 인물이었고 집을 떠났습니다. 홀로 남은 윤희순은 의병들에게 밥도 해먹이고, 자금 조달책의 노릇도 하고, 의병 노래도 지어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1907년 헤이그에 특사를 보냈다는 이유로 일본은 고종을 끌.. 2020. 8. 15.
살아 있는 것과 사유하는 것은 결국 같은 거야 : 켄 크림슈타인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살아 있는 것과 사유하는 것은 결국 같은 거야 : 켄 크림슈타인 악의 평범성 1960년 5월 이스라엘 비밀경찰이 아르헨티나에서 나치 전범 한 명을 체포했습니다. 나치스 친위대 중령으로 유대인을 학살한 혐의가 있는 그는 독일이 패망할 때 아르헨티나로 도망쳐 15년을 숨어 지냈다가 드디어 발각된 것입니다. 바로 아돌프 아이히만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특별 취재원 자격으로 이 재판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그런데 그녀에게 아이히만의 모습은 아주 충격적이었습니다. 무려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에 가담한 살인마가 아닌가? 인간이라면 도저히 그런 미친 짓은 못하지. 머리에 뿔리 달리고, 남의 고통을 즐기며, 피에 굶주린 악마임에 분명하리라 생각했는데, 아이히만은 너무나 평범한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심지어 평소에 매우 .. 2019. 4. 17.
어피덩 별곡,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 : 김은성 <내 어머니 이야기> 어피덩 별곡,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 : 김은성 진짜 이야기가 있구나, 여기에는. 이야기에는 진짜가 있어야 하거든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우리 모두가 하나의 역사고, 우리 모두가 현대사라는 것을 보여준 정말 위대한 작품입니다. 이런 책은 사라져서는 안돼요. 세상에는 사라져서는 안 되는 책들이 있어요.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강력 추천했답니다. 그런가부다 했습니다.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이라고 김영하 작가가 극찬을 했습니다. 살짝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만화길래.... 책 표지를 보니 투박한 판화체의 그림입니다. 아아, 제 경험으로는 이런 소박한 그림체의 만화는 무조건 재미있습니다. 4권의 책을 차례차례 읽어나갔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난 소감은 이랬습니다. ".. 2019. 3. 6.
살암 시민 살아진다 : 정용연 <목호의 난, 1374 제주> 살암 시민 살아진다 : 정용연 라는 만화책이 있습니다. 아프고 힘든 우리 근현대사를 살아온 이름 없는 백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인데, 작가 정용연의 가족사이기도 합니다. 읽는 이의 시선이 단 1초도 머무르지 않을 장면 하나를 위해 하루종일 매달려, 무려 7년의 작업 끝에 완성합니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와 그 여운이 꽤 오래가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작가 정용연을 처음 알았습니다. 가 2012년에 나왔으니 꽤 오래되었지요. 그 뒤로 여러 매체에 짧은 만화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책을 베껴서 먹고 사는 사람인 용서인傭書人에 대한 이야기, 정약용이 아내가 시집올 때 입었던 옷에 그려 딸에게 선물로 준 그림 매조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아래에 소개한 조선시대 역에서 말을 돌보는 노비에 관한 이야기인 청파역.. 2019. 2. 24.
아무렴, 만화는 이래야 만화지 : 맹기완 <야밤의 공대생 만화> 아무렴, 만화는 이래야 만화지 : 맹기완 연재하는 내내 만화의 탈만 썼을 뿐 1도 재미없는 교육만화와 달리 재미있는 과학만화를 그리자고 생각했습니다. '야공만'은 여러분에게 과학을 배우려고 보는 만화가 아니라, 엄마가 공부하라고 사주는 교육만화가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서 보는 만화였으면 좋겠습니다. (p.387 저자 후기 중에서) 책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인류 역사상 엄청난 천재 수학자, 과학자들을 한 명씩 소환해서 그들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대단한 천재들이지만 대부분 전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분들이고 그 중 몇 분은 고등학교 시절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 근본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 천재 양반들이 평범한 인류를 위해 엄청난 고생 끝에 이러이러한 것을 발명했다는 이야기.... 는 개뿔,.. 2018. 12. 14.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구요~~ : 마스다 미리 <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구요~~ : 마스다 미리 이 만화의 주인공은 결혼 11년차 부부인 치에코씨와 사쿠짱입니다. 아이 없이 둘이서 살아갑니다. 치에코씨는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구요, 사쿠짱은 자신의 구두 수선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치에코씨는 일을 마치면 남편에게 들러 함께 저녁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밥을 지어 둘이서 먹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요. 이 부부의 일상은 평범합니다. 각자 일을 하고, 함께 장을 보고, 밥을 먹고, 가끔 외식도 하구요. 때론 서로 다투기도 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주 소.소.한. 일상입니다. 그 소소한 일상에서 이 부부는 죽이 잘 맞습니다. 참 편안해 보이고 또 행복해 보입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결혼하고 10년쯤 지나면 서로 소 닭 보듯 .. 2018. 12. 12.
싸리문 하나 열기가, 책 장 하나 넘기기가 두려운 만화 : 권가야 <남한산성> 싸리문 하나 열기가, 책 장 하나 넘기기가 두려운 만화 : 권가야 남한산성은 굴레다. 조선의 굴레다. 역사의 굴레다. 그 시대를 살다간 그들의 굴레에서 우리는 자유로운가. 나는 여인을 품었던 것이 아니다. 조선을 품었던 것이다. 아무도 함락시킬 수 없는 견고한 산성을 쌓으려는 혜령의 의지를 넌 보지 못했다. 짓밟힐수록 끈질긴 생명력으로 꿋꿋이 되살아나는 정복되지 않는 조선. 전쟁의 역사에서 대의명분을 걷어내고 나면 남는 것이 눈물이다. 그 눈물은 어린 아이의 눈물이고,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눈물이고, 겁탈당한 처녀의 눈물이고, 대의명분이 무언지 모르는, 이념이 무언지 모르는 무지한 촌부의 눈물이다. 그 눈물이 우리의 한의 눈물이다. 何事非君 何事非民 누가 다스린다고 임금이 아니며 누구를 섬긴다고 백성이 .. 2018. 10. 11.
아직도 끝나지 않은 광주 이야기 : 김성재 변기현 <망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광주 이야기 : 김성재 변기현 큰 아이 학교에서 '물레제'라는 축제를 합니다. 거기에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을 판매하는 장터가 열리는데, 광주에 사는 민주 아빠가 이 책을 판매한다고 올라왔길래 얼른 샀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 30주년을 기념하여 5.18 기념재단에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2010년에 나온 책이니 꽤 오래 되었네요. 시중에 판매하는 책이 아니라 비매품입니다. 광주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되었고 5.18 관련 역사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광주의 이야기는 4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여러 장르에서 그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강호형이 주연을 맡아서 당시 광주의 참상을 해외에 알린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택시운.. 2018. 8. 11.
산책,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방법 : 다니구치 지로 <산책> 산책,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방법 : 다니구치 지로 - 뭐가 좀 잡히나요? - 글쎄, 뭐가 잡힐까. 난, 그저 이 자리가 좋아서 나와 있어요. - .... - 날이 좋으면 여기 앉아서 낚시꾼 흉내만 내고 있죠. 이왕이면 아무것도 안 잡히는게 좋아요.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편이 나아요. 이만하면 됐잖소. 느긋하게 쉬면 그걸로 됐어요. - 느긋하다.... 느긋하다.... 하아 - 가끔 떠나고 싶을 때가 있어 - 나한테서? - 아니, 아니. 매일 아침 눈을 뜨기가 괴로울 때가 있다는 거야. 현실을 떠나서 영원히 꿈속에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지. - 아직 소녀 같은 구석이 있네? - 그런가? 저는 인간이나 동물이 원래 조용한 생명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큰 소리를 지르거나 야단스럽게 우는 사람을 일상.. 2018. 7. 13.
초등학교 6학년이 혁명적이라고 평가하는 만화 : 시니, 혀노 <죽음에 관하여> 초등학교 6학년이 혁명적이라고 평가하는 만화 : 시니, 혀노 아부지, 여기 죽관 있어요! 응? 그게 뭔데? 라는 만환데여, 이거 혁명적인 만화에여. 혁명적인 만화? 네. 뭐가 혁명적인 거야? 그냥, 딱, 혁명적이에요..... 오랜만에 막내와 서점에 들러 만화 코너를 둘러보던 중 아이가 외칩니다. 혁명적인 만화! 혁명적이라는 단어를 알고나 하는 말일까. 여튼, 아이가 그렇게 흥분하는 만화라고 하니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럼 사까? 네, 사여! 초등학교 6학년이 혁명적이라고 평가하는 만화 를 샀습니다. 뭐가 그리 혁명적일까 하며 읽었습니다. "그때보다 좀 더 가볍소" "당신이 없었으니까 그렇지" 할아버지는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저승에 들어가려고 하니 그 동안의 삶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1.. 2018. 3. 30.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집밥 한 끼 : 이가라시 다이스케 <리틀 포레스트>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집밥 한 끼 : 이가라시 다이스케 들아, 영화 머 하는고 좀 봐봐. 보러 가게. 음, '리틀 포레스트'요. 머하는 영환데? 시골에서 음식 해먹는 영화라고 하는데요.... 보러 갈까? 그렇게 재미있을 것 같진 않은데여, 잔잔한 영화 같아여. 여보야는 어때? 나가기 귀찮은데..... 토요일 저녁에 집에 갔다 일요일에 올라오는 빡빡한 여정에 영화를 보자곤 하였으나 피곤에 절어서 방바닥과 등이 한 몸이 되어서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아이랑 아내랑 볼까말까 실랑이만 하다 방바닥과 작별하지 못해 결국 영화를 보지 못하고 일터로 올라와 버렸습니다. 근데, 그 영화가 은근히 맘에 걸렸습니다. 도시의 생활을 접고 시골에 혼자 내려와 혼자 농사를 짓고 그걸로 맛나는 음식을 해먹는 영화라..... 저,.. 2018. 3. 10.
제 자신도 어쩌지 못해서 뚫고 나오는 송곳 같은 인간들 : 최규석 <송곳> 제 자신도 어쩌지 못해서 뚫고 나오는 송곳 같은 인간들 : 최규석 나는 노동자다. 아침 7시까지 출근하고 야근은 밥 먹듯 한다. 가끔 철야도 한다. 요즘은 바빠서 일주일에 하루만 쉰다. 쉬는 날도 다음 날 일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게 더 문제다. 그렇다고 월급을 많이 주느냐, 음, 많이 준다. 돈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밥도 주고 옷도 주고 심지어 숙소도 제공한다. 쉴 때도 놀지 말고 공부하라고 자기 계발비도 나온다. 이 정도면 엄청 좋은 회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어느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성과에 대한 엄청난 압박, 개인의 의견이나 판단 따위는 개무시하는 관행, 언제 짤릴지 모르는 불안감은 늘 존재한다. 나는 노동자이긴 하지만 회사와 어떻게 대화하는지 모른다. 대화의 필요성도 못 느꼈다. 가장 중.. 2018. 2. 15.
절제와 여백의 작가 아다치 미츠루의 초기 걸작 : 아다치 미츠루 <미유키> 절제와 여백의 작가 아다치 미츠루의 초기 걸작 : 아다치 미츠루 히로시마에서 일할 때의 일입니다. 현장의 대빵은 미와 소장이라는 분인데 이 양반이 술을 엄청나게 좋아했습니다. 이 분이 자주 가시는 사이죠 시내의 스나꾸가 있는데 술집 이름이 미나미였습니다. 저도 가끔 따라가다 보니 마담과 말을 트는 사이가 되었죠. 어느 날 술집 이름이 왜 미나미(남쪽)냐고 물었습니다. 니시(서쪽)도 있고 키타(북쪽)도 있고 히가시(동쪽)도 있는데 말이죠. 마담이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만화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 가게 이름을 미나미로 지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미나미는 그 만화의 여주인공 이름입니다. 연유를 알고 나니 가게가 더 이쁘고 사랑스럽게 보였습니다. 술집의 .. 2017. 9. 24.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 오멸 원작 김금숙 그림 <지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 오멸 원작 김금숙 그림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녁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아아.... 아아....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제주 4.3 사건 제주도 역사상 최대의 비극 반민 특위 해산, 한강 다리 폭파, 보도연맹 학살, 사사오입 개헌, 3.15 부정선거 등과 함께 이승만 정권의 대표적 흑역사 근, 현대사에서 제주도를 슬픔의 섬, 침묵의 섬으로 바꾼 한국판 제노사이드.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양민학살로, 일본제국의 패망 이후 남북한의 이념 갈등이 발단이 되어 봉기한 남로당 .. 2017. 9. 7.
죽은 자를 심판하는 열명의 왕 : 주호민 <신과 함께> 죽은 자를 심판하는 열명의 왕 : 주호민 저승시왕 : 죽은 자를 심판하는 열명의 왕. 1. 도산지옥 진광대왕 첫번째는 도산지옥을 담당하는 진광대왕이다. 도산지옥은 칼이 산처럼 쌓인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대표적인 형벌은 칼선 다리 타기가 있다. 말 그대로 칼날 위를 걷는 형벌이다. 죽을 만큼 아픈데 죽진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칼선 다리의 형태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겨 끝이 없다는데 있다. 진광대왕과 화탕지옥의 초강대왕, 한빙지옥의 송제대왕은 형제로 진광대왕이 제일 형이고 송제대왕이 막내다. 저승의 첫번째 관문이라 처리해야 될 사람이 가장 많고 대왕의 성격도 대체로 널널해서 대강대강 통과시키는 면이 있다. 뒤의 동생들이 잘 해 줄거라고 믿고. 2. 화탕지옥 초강대왕 두번째 관문은 화탕지옥이다. 화탕.. 2017. 8. 14.
다른 사람들도 똑같을까? 그들도 우리처럼 살아갈까? : 송아람 <두 여자 이야기> 다른 사람들도 똑같을까? 그들도 우리처럼 살아갈까? : 송아람 1부 대구의 밤 아니, 같이 사는 나한테는 자존심 안 상해? 안 부끄러워? 내가 번 돈 갖다 쓰는 건 괜찮고 부모님 돈은 안 되냐고? 대단한 효자 나셨지 뭐야! 어머님도 그렇게 시집살이 하셨다는데, 그걸 똑 같이 며느리들한테 시키고 싶을까? 아니, 그리고 남자들이 지들 조상 모시는데 왜 그 뒤치다꺼리를 여자들이 대신 하냐고? 이게 뭐야? 돈도 벌어야 되고, 남편 눈치 시부모 눈치 다 살펴야 되고, 애는 껌딱지고, 명절만 되면 노예가 따로 없고..... 야, 넌 절대 결혼하지 마라, 씨발! 2부 서울의 밤 나만의 공간을 간절히 원했었다. 집에 돌아오면 늘 부딪혀야 하는 가족들이 지겨웠다. 그래서 도망치듯 집을 떠나왔는데 나는 지금 외로움에 몸부.. 2017.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