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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이야기

아직도 끝나지 않은 광주 이야기 : 김성재 변기현 <망월>

by Keaton Kim 2018. 8. 11.

 

 

 

아직도 끝나지 않은 광주 이야기 : 김성재 변기현 <망월>

 

  

 

큰 아이 학교에서 '물레제'라는 축제를 합니다. 거기에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을 판매하는 장터가 열리는데, 광주에 사는 민주 아빠가 이 책을 판매한다고 올라왔길래 얼른 샀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 30주년을 기념하여 5.18 기념재단에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2010년에 나온 책이니 꽤 오래 되었네요. 시중에 판매하는 책이 아니라 비매품입니다. 광주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되었고 5.18 관련 역사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광주의 이야기는 4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여러 장르에서 그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강호형이 주연을 맡아서 당시 광주의 참상을 해외에 알린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택시운전사, 그리고 광주 시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도 참 실감나게 봤구요, 좀 오래되긴 했지만 강풀의 만화 <26년>도 아직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아마 광주를 소재로 한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 이어지겠지요. 환하게 웃는 광주를 볼 때까지는 말이에요.

 

 

 

 

 

 

 

 

2010년 전 안기부 차장 엄기웅이 총에 맞아 죽습니다. 범인은 김세환. 그가 사용했던 총은 녹슨 칼빈 총으로 30년 전 광주 시민들이 사용했던 총입니다. 이 사건으로 김세환의 아들 김태진은 검사 임용이 취소됩니다. 김태진은 분노합니다. 아부지, 저한테 왜 이러세요? 사람 구실이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안하던 아버지가 자신의 창창한 앞길을 막았다고 생각한 김태진은 아버지의 과거 행적을 찾기 시작합니다.

 

 

 

1980년 광주는 살기 위해 싸웠습니다. 김세환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프락치가 되는 선택을 하였고 그 선택으로 함께 싸우던 시민군 동지들이 광주의 한 자락에 암매장을 당했습니다. 물론 그의 외사랑까지도요. 그 후 그는 말을 잃었고 그저 숨만 쉬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그렇게 살 순 없었습니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의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미안하다'는 그 한마디의 말을요.

 

 

 

 

 

 

 

 

 

 

 

 

전직 계엄군 : 지금 날 죽인다고 뭐가 달라지나?

전직 시민군 : 미안... 미안하다고 말해줘. 당신이 날 속인 거라고.

 

 

전직 계엄군 : 난 폭도 빨갱이들을 처리했을 뿐이야. 조국을 위해 그래야 한다!

전직 시민군 : ...... 타앙!

 

 

 

위의 두 커트는 책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광주 항쟁이 있고 30년이 지난 후 김세환은 전직 계엄군 대위였던 엄기웅을 죽이려고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기회를 줍니다. 어쩌면 미안하다는 한 마디만 했더라면 김세환의 선택을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엄기웅은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당당합니다. 당시 많은 시민군을 죽이고, 살아 남은 사람은 죽음보다 못한 세월을 살아왔는데 말이죠. 

 

 

 

5.18 민주화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5.18 민주화운동은 아직도 완료되지 않은 진행형의 운동입니다. 직접적으로는 당시 무고한 시민들에게 발포를 명령한 책임자가 규명되지 않았고, 실종자를 포함한 사망자 수의 발표가 정확하지 않으며, 발표된 것 중 많은 사실들이 왜곡되거나 은폐된 채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언젠가 총체적으로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욱 중요하게 5.18 민주화운동이 아직도 진행형이며 유효한 까닭은 항쟁을 통해 지키고자 했던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훼손되거나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발간사 중에서)

 

 

 

책은 광주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그림은 광주가 왜 아직 끝나지 않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요즘 전두환 아저씨의 치매설이 나오는 걸 보면 그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기는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치매가 아니더라도 그런 말을 할 것 같지는 않다). 한 세대가 바뀌는 시간이 흘러 이제 그만 됐다고, 잘잘못을 가리기 보다는 화해해야 할 때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이 책은 단호하게 아직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광주는 한 번도 못가봤군요. 내년 오월이 오기 전까지는 한 번 다녀와야겠습니다. 그래야겠지요. 민주네도 만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