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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이야기

마음이 복잡할 땐 역시 집안일이죠 : 조구만 스튜디오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by Keaton Kim 2021. 7. 30.

 

 

 

고3 딸아이 앞으로 책이 배달되었습니다. 응? 드디어 우리 딸이 책을 다 사고? 풀어보니 좀 맹한 공룡이 나오는 이 책이 나왔습니다. 친구가 선물로 보내줬다는군요. 책을 스르륵 넘겨보니 여백의 미를 대단히 많이 살린 책이라 술술 넘어갑니다. 음, 쉰 아빠가 보기엔 평범한 이야기에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그러나 열아홉 딸아이가 보기엔 뭐 그럭저럭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책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 진로 인터뷰 모음집이라는 책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간디학교에서 만든 책자로 딸아이가 가져 온 것 같았습니다. 간디학교는 고3 때 인턴쉽이라고 해서 자신이 흥미가 있는 분야의 회사 비슷한 곳에 가서 실제로 인턴 실습을 하는 과정이 있는데, 지금은 코로나라 갈 수 없어서 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유명인?과 인터뷰를 대신 하는 걸로 대신했다고 하네요. 그 인터뷰의 결과를 모은 책자입니다.

 

들이는 간디학교 선배인 최정문이라는 영화 감독을 인터뷰 했네요. 응? 영화에도 관심이? 하고 물어보니 학교 선배고 선생님이 추천해주었다는군요. 뒤적이다 들이 친구 수민이의 인터뷰가 눈에 띄었습니다. 인터뷰어가 바로 이 책의 저자들이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 읽은 책이라 인터뷰 내용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하는 일도 저와 비슷합니다.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고 상품도 만들어내는 일요. 아래는 인터뷰의 전문입니다. 좀 멋진 말은 굵게 처리했습니다.

 

 

1. 조구만 스튜디오를 차리게 된 계기가 있나요?

조디 : 거창한 계기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턴 생활로 사회의 쓴맛을 본 저는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저는 한국의 회사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같이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에 지쳐 있던 그 친구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거야.' 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저와 뜻이 맞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멤버가 한 번 바뀌어 이제는 아시다시피 벤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2. 스튜디오를 차린 지 얼마나 되셨나요?

조디 : 2016년 겨울부터 구상해서 처음 스튜디오를 세상에 공개한 것은 2017년 4월 1일입니다. 지금 모습을 갖춘 건 2018년 말 정도부터입니다. 어느덧 벌써 3,4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3. 조구만 스튜디오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벤 : 처음에는 수익이 없다 보니 다양한 외주 작업들을 병행하면서 저의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사업이 조금 안정화되면서, 현재는 '하찮은 공룡들' 캐릭터 시리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협업, 상품개발, 자체 프로젝트(조그만 실험실), 팝업 및 전시 등 캐릭터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4. 일이 진행되는 자세한 과정을 알려주세요.

벤 : 어떤 작업을 진행하는지에 따라, 심지어 같은 작업도 어떻게 접근해서 전개를 하는지에 따라 과정이 유동성 있게 진행됩니다. 상품 개발의 경우, 어떤 상품을 기획해보면 좋을지 회의를 통해서 결정하기도 하고, 그냥 단순하게 저희가 쓰고 싶어서 기획을 하기도 합니다. 제품의 시장성, 채산성, 수요, 화제성 등 여러 관점에서의 분석을 통해 어떤 제품을 기획할지 결정하게 됩니다. 제품이 확정된 후에는 제작 업체 선정, 홍보 수단 등 생산부터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진행하게 됩니다. 물론 그냥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유로 앞에서 설명 드린 과정 없이도 만들어지는 제품도 있답니다.

조디 : 그냥 끄적인 낙서나 그림에서, 말장난을 기록한 일기 등에서 시작될 때도 있습니다.

 

 

5. 스튜디오를 차리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조디 : 글쎄요, 스튜디오라고 이름 붙이긴 했지만, 처음에는 이걸 딱히 스튜디오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꼴랑 두 명이 하는데, 두 사람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조구"가 나왔고, 거기서 "만"을 붙여서 "작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두명이 작은, 아주 작디작은 무언가인데, 이걸 스튜디오라고 부르는 게 웃겼습니다. 디자인 브랜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몰랐기 때문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진행을 하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하나씩 배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프로젝트 자체의 일들뿐이었습니다.

 

 

6. 필요한 자격증이나 면허증이 있나요?

조디 : 없습니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프로그램을 잘 다루면 편리하지만, 자격증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딱히 툴을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적도 없고, 자격증도 없습니다. 필요에 따라 직접 툴 이것저것을 다뤄보고, 유투브로 검색해서 배우고, 친구들과 서로 가르쳐주면서 익혔습니다. 사실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모전 및 전시회 참가, 개인 작업 등 이쪽 분야와 관련된 경험을 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평상시에 낙서나 일기나 사진 등으로 자기 생각을 잘 기록해두는 것도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7. 조구만 스튜디오에서 하는 일을 위해서는 어떤 소질이나 적성, 품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벤 : 이것 역시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디 작가와 같이 창작하는 일을 생각 중이시라면 '끈기와 인내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물이 공개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끈기와 그 순간까지 단 하나의 디테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집요함이 필요합니다. 그 집요함을 위해서는 사실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그냥 대충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 수천 번 하게 됩니다. 조디 작가가 작업하는 과정을 보면서 느낀 것들입니다.

조디 : 조구만 스튜디오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하는 곳입니다(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고, 때에 따라 그것을 상품으로 만들기도 하지요). 평범한 일상의 것도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특별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걸 보려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관찰력이 필요합니다. 그걸 자기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내가 보고 느낀 걸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합니다.

 

 

8. 스튜디오를 차린 이후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가장 보람을 느낄 때나 힘들었을 때)

조디 : 매일 매일이 고난이고, 힘든 일도 정말 많습니다(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답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것 자체가 즐겁고, 저희가 만든 무언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캐릭터들과 이야기를 굿즈, SNS 게시글, 혹은 책을 통해서 접한 분들이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엮어서 소감이나 느낀 점을 보내주시곤 합니다. 얼굴을 모르는 분들이지만, 그 분들과 제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그 따뜻하고 소중한 마음이 분명히 느껴입니다. 그렇게 연결됨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행복하고 보람찹니다. 조구만을 통해 우리가 만나서 너무 반갑고 감사합니다.

 

 

9. 마지막으로 제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조디 : 당장 뭘가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험과 이야기가 쌓이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쌓을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해보고, 새로운 일들을 경험해보고, 그걸 만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다 읽고 책을 다시 찾아봤습니다. 뭔가 달라진 기분입니다. 책과 조금 친근해졌다고 할까요.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는 모두 평범합니다. 그런데 평범하기만 해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진 않겠지요. 인터뷰 내용에서 평범한 일상도 자신만의 눈으로 보면 특별한 것이 되고, 그렇게 하려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관찰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책의 내용이 그러합니다. 서두에 적은 글을 수정합니다. 이 책, 쉰인 아빠가 보기에도 그럭저럭 재미가 있습니다.

 

더해서, 마음이 복잡할 땐 역시 집안일이죠. 이 참에 대청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