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장 가 보고 싶은 건축물을 꼽으라는 설문에서 항상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건축물이 있습니다. 저도 학부 때 이 건축물에 대해 익히 듣고, 건축물의 사진을 보고, 공부도 했습니다. 바로 노트르담 뒤 오 라고 불리는 성당입니다. 프랑스 롱샹 지역에 있어서 통상 롱샹 교회라 부릅니다. 사실 하도 롱샹 롱샹 해서, 어떻길래 저렇게 우리를 괴롭히나 싶어 오기가 생겨, 산넘고 물건너 갔더랬습니다.
그래서, 직접 가서 보니, 사람들이 왜 그토록 이 건물에 대해 찬양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헐~ 이라는 감탄사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건물이 주는 감흥, 정기, 분위기, 건물을 보러 온 다양한 사람들을 눈에 담느라 꽤 오랜 시간을 머물렀습니다.
이번 간디학교 건축 수업 시간에 롱샹 교회에 대한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건물에 대한 설명과 내가 느낀 감동을 이야기했습니다. (전혀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멀뚱멀뚱 했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ㅠㅠ.)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했습니다. "나이 오십이 다 되어 봐도 이런 감동을 주는데, 20대에 보면 과연 어떠했을까?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러니 조금이라도 젊을 때 여행을 다녀라."
이 책에는 가우디를 시작으로 미스 반 데어 로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르 코르뷔지에, 발터 그로피우스, 알바 알토, 루이스 칸, 이오 밍 페이, 김수근, 프랭크 게리, 알도 로시, 렌초 피아노, 안도 다다오, 램 콜하스, 자하 하디드 등 15명의 건축가가 나옵니다. 건축 전공자에게는 무지 익숙한 이름들이며 비전공자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현대 건축의 거장들입니다.
책의 내용은 그리 특이할 것이 없습니다. 각 건축가들의 일생과 대표 건축물, 그리고 그 건축물이 탄생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내용의 일반 책이었다면 아마 사지 않았겠지요. 근데 이게 만화책입니다. 만화로 표현된 건축가와 건축물이 아주 매력덩어립니다. 작가가 건축물을 하나하나 스케치를 했는데, 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뭐 하는 냥반이길래? 하고 보니 저자는 미대를 졸업하고 건축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 아주 재미있고 매력적인 책이 탄생했습니다.
오랜만에 건축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을 읽었습니다. 핵심을 알기 쉽게 잘 전달해서 좋았습니다. 만화라서 더 흥미로왔습니다. 더우기 지난 여행에서 직접 만난 건축물들, 예를 들자면 자하 하디드의 비트라 소방서, 프랭크 게리의 댄싱 빌딩, 이오 밍 페이의 그랑 루브르,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르 코르뷔지에의 유니테 다비타시옹 등을 이 책에서 보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건축물을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축가는 무슨 생각을 이곳에 담았고, 여기에 머무는 사람은 어떤 삶을 원했을까?' 라고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라고 이 책을 소개하며 건축가 오영욱이 말했습니다. 그 답은 사람마다 각자 다를 겁니다. 나도 여행에서 많은 건축물을 보며 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 질문의 종착점은 결국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로 귀결되겠지요.
롱샹을 젊은 시절에 봤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요? 그런 가정은 이제 무의미합니다. 중요한 건 이제라도 롱샹을 봤고 감동을 느꼈다는 겁니다. 젊은 시절에 보았더라면 더 좋았을테지만, 그 꿈을 잊지 않고 간직하여 결국은 실현했다는 게 나에게는 더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나를 조금씩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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