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렴, 만화는 이래야 만화지 : 맹기완 <야밤의 공대생 만화>
연재하는 내내 만화의 탈만 썼을 뿐 1도 재미없는 교육만화와 달리 재미있는 과학만화를 그리자고 생각했습니다. '야공만'은 여러분에게 과학을 배우려고 보는 만화가 아니라, 엄마가 공부하라고 사주는 교육만화가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서 보는 만화였으면 좋겠습니다. (p.387 저자 후기 중에서)
책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인류 역사상 엄청난 천재 수학자, 과학자들을 한 명씩 소환해서 그들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대단한 천재들이지만 대부분 전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분들이고 그 중 몇 분은 고등학교 시절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 근본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 천재 양반들이 평범한 인류를 위해 엄청난 고생 끝에 이러이러한 것을 발명했다는 이야기.... 는 개뿔, 안나온다.
예를 들다면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슈뢰딩거가 나오는 편에서는 바람둥이였다는 얘기만 나오고, '보어의 원자 모형'의 주인공 닐스 보어 편에서는 보어가 머리가 엄청 컸다는 얘기만 한다. 작가는 그들의 위대한 업적고 생애, 뭐 그딴거엔 관심이 별로 없다. 사실 나도 안궁금하다. 그래서 재미난다. 만화란 교육이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서 보는 거여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는 완전 성공했다.
작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는 폴 디랙의 이야기를 발췌했다. 과학자들은 사회성도 떨어지고 인성도 좋지 않아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는 경우가 드문데, 디랙이라는 냥반은 심각할 정도로 사회성이 없었음에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잘 살았다고 한다.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것만큼이나 좋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뭐, 당연한 말을....
위의 만화 출처 : http://www.ddanzi.com/ddanziNews/115640398
작가는 서울대를 나오고 현재는 미국 카네기 머시기 대학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근데 이런 재미난 만화도 그렸다. 생긴 것도 배우 뺨 친다. 이런, 완전 엄친아의 전형이잖아ㅠㅠ. 갑자기 이 친구 꼴 뵈기 싫어질라구 그런다. 우연히 산 테블릿 펜에 할 게 없어 심심풀이?로 만화를 그려 서울대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구 한다. 결국엔 출판까지.... 역시 엄친아는 뭘 해도 다 된다. 우라질.
책에는 온갖 패러디가 난무한다. 슬램덩크는 기본이고 공공의 적 강철중, 원피스의 샹크스, 300의 크세르크세스가 등장하고 '호통 판사' 천종호 판사도 소환한다. 도대체 이런 적재 적소의 패러디는 어떻게 생각한거야? 혹시 짤방 폐인 이런 거 아냐? 관측하기 이전에는 물리량이 결정되지 않다가 관측하는 순간 확률적으로 물리량이 결정된다는 '코펜하겐의 해석'을 여자에게 말을 거는 순간 차이는 그림으로 예시하는 부분에서는 진심 작가가 천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책에는 주석으로 인터넷에 연재할 당시의 댓글이 실려있는데, 이것도 아주 잼난다. 읽다가 빵빵 터지기도 하고 미친 넘처럼 혼자 낄낄거리는 만화를 오랜만에 만났다. 이 책은 등장 인물만 실존이고 주제만 과학인, 그냥 무지무지 재미있는 만화다. (그래도 '오일러의 등식'이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어떤 건지는 이 만화 덕에 좀 알게 되었다.)
그래. 아무렴, 만화는 이래야 만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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