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장에 꽂힌 지난 책들을 다시 보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이 책은 6년 전(벌써 6년이 되었네요) 유럽 여행 가기 전에 참고로 한 책입니다. 자전거로 유럽을 여행한 책인데 저자가 건축가이다보니 주로 건축물을 보고 감상을 적었습니다. 다시 읽으니 이 책을 참고로 해서 많이 다녔네요. 이 책에 비트라캠퍼스가 나옵니다. 나도 갔더랫습니다.
유럽 여행 일정에 바젤을 넣은 건 순전히 비트라 캠퍼스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비트라 캠퍼스는 스위스의 가구 브랜드인 비트라의 공장이 있는 곳입니다. 1981년 불이 나서 비트라 공장 대부분이 소실되었습니다. 이후 비트라의 사장인 롤프 펠바움이라는 양반이 공장 부지의 건축물들을 세계적인 건축가들에게 맡겼습니다. 프랭크 게리, 알바로 시자, 안도 다다오, 자하 하디드, 헤르조그 & 드뫼롱, 사나 등 이름만으로도 후덜덜한 건축 거장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돈은 상관말고 니 맘대로 만들어 보세요." 롤프 펠바움의 주문은 아마 이러지 않았을까요? 그 결과로 건축가들은 자신의 영감을 완전히 발휘하여 독특한 디자인의 건축물을 만들어냅니다. 하여 비트라 캠퍼스는 유명 건축 거장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건축 전시장이 되었습니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이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오랜만에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다시 들춰냅니다. 사진은 6년 전의 기억을 되살립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꽤 흘러 되살린 기억이 온전치 못합니다.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당시 여행하면서 긁적인 글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글을 적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보물을 발견한 기분입니다. 글과 사진을 조합하면서 추억의 여행 속으로 들어가봅니다.
스위스 바젤 중앙역. 날씨도 덥지 않고 선선하니 좋다. 여유 있는 아침이다.
중앙역에서 8번 트램을 타고 간다. 그리 멀지 않다.
트램에서 내려 영화에서나 보는 집들이 있는 길을 20분 정도 걸으면 비트라 캠퍼스가 나온다. 걷다 보니 문자가 온다. 독일이랜다. 나중에 지도를 찾아보니 진짜 독일에 있다. 비트라 캠퍼스에서 건축 투어를 신청했는데 스위스 프랑을 내니 여긴 독일이라고 유로를 내라고 한다. 바젤에서는 아침을 스위스에서, 점심을 독일에서, 저녁은 프랑스에서 먹는다더니 진짜 그렇다.
비트라 캠퍼스에서 가장 눈에 먼저들어오는 '비트라 슬라이드 타워'. 말 그대로 미끄럼틀이다. 건축물을 보러 왔기에 굳이 타진 않았지만, 긴 슬라이드를 보니 재미는 있을 듯.
저기 보이는 게 '비트라 하우스'. 정말 지 꼴리는 대로 지어놨다.
건축 투어는 10명 남짓으로 진행되었다. 한국 사람은 당연히 나 혼자 뿐. 설명은 더 당연히 영어로, 크헉. 투어의 첫번째는 비트라의 물류 창고. 저기 하얀 원형 건물이다.
이 거대한 물류창고는 SANNA가 설계했다. 사나는 일본의 건축가 세지마 카즈요와 니시자와 류에의 건축 사무소 이름이다. 2010년에 카나자와 21세기 미술관으로 프리츠커 상을 탔다. 축구장 2개 크기의 대규모 공간을 원형의 평면으로 설계했다. 밖에서 봤을 때는 거대한 하얀 케잌 같은 모양이다. 심플한 디자인과 구조, 자유로운 발상, 그리하여 발현된 아름다움이다.
마치 오로라를 연상케 하는 주름 외벽. 지지는 철골인줄 알았는데, 40센티의 공구리라고 했다. 아마 화재로 다시 지은 건물이니 불에 가장 강한 공구리가 최적이었겠지.
반원을 먼저 짓어 공장을 가동한 다음 나머지 반을 지었다고 한다. 내부는 이게 창고 맞나 싶을 정도로 깔금했다. 내부는 촬영 금지라 사진은 없다.
이동하면서 본 다른 공장 건물. 이것도 외벽이 심상친 않다.
이번에 볼 것은 안도 다다오의 컨퍼런스 파빌리온. 저 나무들이 체리 블라섬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체리 블라섬은 사쿠라 아냐? 벗나무 치고는 꽤 크다. 안도의 건물은 저렇게 나무 뒤에 숨어 있다.
멀리서 보면 입구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숨어 있다. 긴 담장을 따라 이렇게 가면 좁은 입구가 나온다. 담이라는 것도 동양적인 건축 요소다. 안도 건축의 특징은 현관까지 최단 거리로 가지 않는다. 일부러 빙빙 둘러서 건물에 진입하게 한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거지. 컴다운 컴다운 뭐 이런 거. 그러면서 주위도 한번 둘러보고.
한 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문. 안쪽에서 바라본 컷이다. 이렇게 작은 입구는 확실히 동양적인 거다. 우리의 절도 그렇지 않은가. 일부러 작게 만들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라는 그런 의도.
단층 건물로 보이나 들어오면 이렇게 아래에 거대한 공간이 숨어 있다.
지하를 통째로 파서 이렇게 선큰 공간을 만들었다. 밖에서는 소박한 건물로 보이나 실제 안으로 들어오면 깜짝 놀랄만한 볼륨의 공간이 있는 그런 건축 기교다. 제주도에 승효상이 설계한 추사 기념관도 이런 효과를 극대화한 건축물이다.
벽면은 노출 콘크리트다. 거푸집 한장의 크기는 900*1800이다. 그러니까 다다미 한장 크기. 딱 일본의 모듈이다.
벽도 천정도 오직 콘크리트다. 노출 콘크리트의 품질에 입이 벌어진다. 만드는 넘들을 일본에서 공수해왔나 싶을 정도. 천정을 이렇게 노출로 하는 건 상당한 시공 기술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건축물의 재료는 콘크리트와 바닥재의 나무 그리고 창이 전부다.
단순한 재료, 직선과 곡선, 미니멀리즘. 안도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노출 콘크리트라는 재료의 특성으로 다소 딱딱하고 차갑게 보인다. 하지만 이것을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적당하게 상쇄한다. 그러니 건축은 건축물 자체만이 아니라 주변 풍경과 함께 한다.
다음 작품은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다. 한눈에 작가를 알겠다. 프랭크 게리다. 비트라 캠퍼스의 첫 작품이자 게리의 첫 해외 작품이기도 하다. 딱 봐도 그 유명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랑 너무 닮았다. 음, 구겐하임 미술관의 초기 베타 버전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다를 거라고 가이드가 말했다. 방향이 아니라 볼 때마다 다르다. 입구의 저 압도적 볼륨의 캐노피는 도대체 왜?? 라는 물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이엠게리, 유노, 컴온.... 뭐 이런 거?
게리의 건축은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조형물이며 예술품이다.
내가 갔을 땐 인도 건축가 도시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인도에서도 다양한 건축적 시도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지, 인도라고 건축가가 없을까. 어떻게 건물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기여할까 하는 고민은 전 세계 건축가의 공통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건축 작품들
발크리슈나 도시는 주로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건축물을 지었다. 공동체의 상생을 중요시한 건축가다. 그런 그의 건축가 정신을 훌륭하게 평가하여 2018년에 건축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주었다. 인도 최초의 수상이다.
발크리슈나 도시에 관한 다큐도 상영하고 있었다. 밥하고 빨래하고 자고 대화하고 멍때리는 인도인들과 그 인도인들이 지내는 공간을 보여주는 다큐였다.
다음은 저기 보이는 버크민스터 풀러의 돔이다. 풀러는 돔 구조의 아버지다. 최소의 부재로 최대의 볼륨을 만들 수 있는 기하학적 형태를 고민했고, 그 결과로 돔 구조를 만들었다. 내부 기둥이 없는 가장 큰 공간감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이 돔은 미국 디트로이트에 설치되었던 풀러의 지오데식 돔을 본떠 만들었다. 돔은 폐쇄형이지만 적절한 햇빛의 투과로 조명이 따로 필요없다. 음향 효과를 시연해주었는데 장난이 아니다. 결혼식도 하고 전시장이나 회의장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요거는 장 푸르베의 주유소. 주유소라 캐서 주유소인지 알았다. 모듈형 주유소랜다.
1950년대에 프랑스에 설치된 주유소인데 복원해서 여기에 놓았다고. 옛날 주유소치곤 꽤 세련되었다.
다음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붉은 벽돌로 된 게 공장이고 공장보다 더 유명한 브릿지 로프다. 넘들 다 쓰는 붉은 벽돌 건물에 정방형 공장. 시자 선생, 이거 너무 심심한 거 아뇨? 그럼 포인트를 하나 주까? 난 신사니까 사람들 비 안맞게 루프를 하나 만들어주지. 그렇게 완성된 루프다. 저걸 저렇게 높게 만든 이유는 단지 앞에 보이는 자하 하디드의 소방서 건물을 가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가이드가 시자를 두고 젠틀맨이라고 할 만 하다.
비가 많이 오면 심지어 저게 내려온다고. 단순히 동행자들 비 안맞게 할라고 저런 육중한 구조물을, 그것도 움직이게.....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반대쪽에서 본 뷰다. 비트라캠퍼스의 건축물들이 칭송 받는 이유는 이래서다. 디테일이 살아있고, 남의 건축물을 배려하고. 우리는 쉽게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못짓겠냐 하지만, 돈만 있다고 이런 건축물이 나오는 건 절대 아니다.
시자의 공장 건축물. 정방형의 매스. 그러고 보니 그의 대표작인 포르투칼의 산타마리아 교회랑 많이 닮았다.
그럼 여기서 문제 하나. 이 건물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소방서입니다. 네, 소방서를 이따위로 지어놨습니다.
저 날아가는 캔틸레버를 좀 보소.
자하 하디드(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그 자하 하디드가 맞다)는 아주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너무 파격적이라 아무도 일거리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꽤 오랜 시간을 자신이 만든 건축물이 없는 '도면 건축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니까 지어지지 않는 건축물만 설계를 했다. 이 소방서를 짓기 전까지.
이 소방서는 실제로 지어지는 자하 하디드의 첫 작품이다. 그러니 얼마나 신났겠는가. 그의 열정을 모두 쏟아부었다.
사진으로는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저 벽이 수직이 아니다. 그러니까 기울어졌다. 건물에서 수직인 벽은 저 위의 사진에 검은 벽 뿐이다. 평면도 사다리꼴이다. 비트라 공장은 화재로 다시 지은 만큼 소방서가 공장 부지 안에 꼭 있어야 해서 만들었는데, 여기 소방관들이 건물에만 들어오면 어지럽다고 해서 결국 얼마 사용하지 못하고 소방서를 옮겼다.
화장실마저도 벽은 기울고 공간은 뒤틀렸다. 직접 경험해보니 소방수 아저씨들의 고충을 알 만하다. 건축 전공자도 이런데 일반인은 어떻겠는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다. 작가의 집념이 보인다.
심지어 천장도 수평이 아니다. 자하 아줌마의 설계도 설계지만 이걸 구현해 낸 기술자들도 제 정신이 아니다.
건물의 용도가 소방서라는 걸 알았을텐데, 이렇게 기하학적이고 파격적인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건 설계자의 의도를 넘어선 아집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긴 그런 똥고집이 있어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 위의 저 테이블과 의자도 모두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것이라고.
그러고 보면 비트라의 고집도 대단하다. 자하 아줌마의 그런 파격적인 설계를 모두 받아줬다. 이런 비트라의 대인배 모습에 자하 하디드는 이라크 출신에, 그것도 여성이라는 여러 핸드캡을 딛고 세계적 명성의 건축가로 발돋움했다. 아마도 하디드는 마음 속 깊이 비트라에게 고마움을 전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비트라캠퍼스의 메인인 비트라하우스다. 비트라 가구의 전시장이다.
몇 개나 쌓았어? 몰라 일곱 개? 여덟 개? 아직 더 쌓아! 몇 개나 더? 뭐 이런 대화가 오갔을 것 같은 집이다. 아이들이 집 모양의 모형을 만들어 대충 쌓아놓은 형태다.
멀리서 보면 장난감 같은데 가까이 가면 볼륨감이 어마무시하다. 12개의 집들을 불규칙하게 쌓아 올려 만들었다.
외부의 데크와 테크가 벽으로 올라간 듯한 매력적인 벤치.
안내 데스크 옆에 붙어 있는 비트라캠퍼스의 조감도. 건축 전시장이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꼭대기인 5층으로 올라가서 내려오면서 돌아보는 구조로 되어 있다. 큰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시원하다.
가구 전시장인데 이케아의 최상위 버젼이다.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가구들
심플하지만 눈길이 자꾸 간다.
거대한 프레임으로 보이는 압도적 풍경이다.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출 수 밖에 없다. 이런 풍광이 여러 방향으로 있다.
바깥에서 보면 겹겹이 쌓은 층이지만 내부에서는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 마치 숨박꼭질이라도 하는 냥 공간이 겹쳐지고 펼쳐진다.
이 건물의 설계자는 헤르조그 & 드뫼롱이다. 둘은 친구다. 이 동네(바젤) 출신이다. 세련된 건축 외면으로 유명하다. 냐오차오(새둥지)라 불리는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바이에른 뮌헨의 홈경기장인 알리안츠 아레나 등을 설계했다. 이 건물의 목적이 집을 장식하는 가구와 조형물을 전시하는 곳이라 장난감 집처럼 외부를 만들었고, 내부는 마치 가정집에 들어온 것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꾸몄다.
저 의자들이 탐이 난다구요?
네. 일찍 포기하심이 건강에 이롭습니다.
이동 공간인데 휴식 공간이다. 외부의 상자가 겹쳐진 부분은 이런 내부 공간이 가능해진다.
1층의 외부 모습.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이들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기는 비트라 샤우데포. 샤우데포(SchauDot)는 전시하는 창고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비트라가 소장한 빈티지 가구 컬렉션을 전시해 놓았다. 창문도 없는 육중한 빨간 매스가 인상적이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집이다. 아이들에게 집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그리는 집이다. 놀랍게도 이 작품 역시 헤이조그 & 드뫼롱이 설계했다. 벽돌의 매스는 오히려 알바로 시자의 벽돌 공장과 닮았는데. '우리도 이런 심플한 건축도 할 수 있어' 라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런 극도의 심플함을 강조한 건축물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비트라하우스의 기하학적이면서도 특이한 건물도 눈길이 가지만 나는 오히려 이 붉은 매스에 사로잡혔다. 역시 건축은 Less is More인가.
트램을 타고 다시 돌아간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숙소로 돌아와서 먹은 감자 몇 알. 여행 메모엔 고기가 먹고 싶어요... 라고 적혀 있었다.
다양한 건축가들의 작품들이 캠퍼스 내 여기저기에 툭툭 던져져 있었습니다. 그 덕에 눈과 머리는 아주 호강을 했습니다. 한 공간에서 이렇게 많은 건축가들의 작품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장소는 흔치 않습니다. 비트라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걸 만들었을까요?
캠퍼스 내의 처음 만든 건물인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은 게리가 유럽에 지은 최초의 건물이며 안도의 파빌리온 역시 일본 밖에서 지은 첫 작품입니다. 더우기 자하 아줌마는 비트라 소방서가 그의 첫 실제 작품이구요. 그러니까 이들 건축가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건축가들이 유명해지니 비트라의 건축들은 더 유명해졌습니다. 바젤 주위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건축을 공부하는 이들이 꼭 들러는 곳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터에 동네의 볼거리를 만들어 여가를 보낼 수 있게 만들었고, 그래서 사람들이 여기 와서 즐기고, 자신들의 상품은 더 홍보가 되고. 탁월한 전략입니다. 의도했건 그러지 않았건 비트라는 상생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고, 좋은 영향의 선순환이 되었습니다. 참 부럽습니다. 우리도 곧 되겠지요.
건축가와 사서인 오누이가 자전거로 유럽을 33일 동안 여행을 했습니다. 그들이 가서 본 것은 대부분 유명한 건축물이었습니다. 자전거 여행에서만 나올 법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있습니다. 그걸 엮어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책머리에 그 공간에 몸을 담그지 않으면 맛 볼 수 없는 감동을 위해 여행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나 역시 그게 제일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배낭 하나만 매고 90일 간 오로지 건축물만 봤더랬습니다. 오직 그 공간에서 존재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감동들을 잊어버렸습니다. 거의 잊고 살다시피 했는데, 지금 그 추억을 꺼내어 글을 쓰니 재미있네요. 쓰다 보니 이제 제대로 쓸 수 있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