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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좋은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넛지>

by Keaton Kim 2020. 6. 20.

 

 

 

좋은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넛지> 

 

 

 

화장실 남자 변기에 파리 한 마리가 붙어있다. 오호, 성가신 파리놈. 오늘 네놈을 벌주리라. 파리를 정조준한다. 발사~~ 하지만 파리는 날아가지도 떨어지지도 않는다. 질긴 넘.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가지만 다음엔 꼭 네놈을 떨어뜨리고 말테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변기에서부터 시작된 이 파리놈은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우리나라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이게 넛지를 활용한 사례 중의 하나라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기존의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졌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완전무결한 우리의 이성으로 아주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거다. 근데 인간을 가만히 관찰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는 거다. 아주 병신 중의 개병신이다. 아니, 인간이 이렇게 멍청한 존재였어? (수술하면 살 확률이 90%입니다. 그럼 수술할께요. 수술하면 죽을 확률이 10%입니다. 그럼 수술 안할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다. 이 책에도 많은 예가 나온다.)

 

 

 

왜 이렇게 멍청하게 판단하지?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인간은 생각할 때 자동 시스템과 숙고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직관을 담당하는 이 자동 시스템이 이런 판단을 하도록 한다는 거다. (대니얼 카너먼의 벽돌보다 두께운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을 보면 무지 자세히 나온다. 참 잼나게 읽은 책인데, 알고보니 행동경제학의 바이블이었다). 이넘이 판단하는대로 따르면 우리는 완전히 편견 덩어리가 된다.

 

 

 

넛지에서는 우리가 멍청한 판단을 하는 두번째 이유를 설명하는데, 내 주위 사람 모두가 개를 보고 고양이라고 하면, 나도 개를 고양이라고 한다는 거다. 거짓말이 아니다. 여러 실험에서 증명했다. 사람은 주위 사람이나 사회 규범, 혹은 유행에 함께 하려고 무지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이들이 나의 행동에 크게 주목할 거라는 생각에 이렇게 한다. 하지만 그건 개뻥, 내가 생각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심지어 나의 아내도. 으읔ㅠㅠ).

 

 

 

인간은 때때로 멍청한 선택을 하고, 주변의 정황이나 사소한 변화로도 큰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최선의 결정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설정하는 것, 이게 넛지의 핵심이다.

 

 

 

 

 

 

 

 

 

 

 

사진 출처 : https://1boon.kakao.com/ttimes/ttimes_1710101923

 

 

진짜 기발하다. "뛰지 마세요!"보다 100배는 효과가 나는 메세지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라고 하니 더 재미있다. 당산역 지하철 역에 붙어 있는 포스터. 한국형 넛지의 대표 사례라고 한다. 이것의 핵심은 공감! 내가 현장에서 느낀 걸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9Dv-epfBMjw

 

 

 

근데 이걸 거꾸로 이용해서 우릴 속여 먹으려는 기업의 수법들도 다양하다. 아주 싼 값에 잡지를 정기구독했으나 구독 만료가 되면 자동으로 연장이 되는 거라든가, 휴대폰을 구입할 때 무상 서비스 1년 연장을 유료(상식적으로 비싼)로 선택하게 한다든가, 더 연장하는 걸 선택한다거나, 비행기 표를 살 때 여행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페이지를 디폴트로 띄우든가 하는 건 모두 넛지를 이용한 기업의 영악한 수법이다. 속지 말고 다시 보자!

 

 

 

우리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선택이 되는 값, 즉 디폴트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디폴트가 제대로 설정되어 있다면 큰 노력 없이도 우리는 적절하고 합리적인 선택이 자동적으로 될 수 있다는 거다. 이 디폴트를 설정하는 사람, 그러니까 넛지를 실행하는 사람이 굉장이 똑똑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도 뛰어나고 공부도 많이 한 사람이 넛지의 선택을 설계하면 우리의 삶이 좀 더 합리적으로 바뀔 수 있다. (내 삶의 디폴트를 설정하는 사람이 나니 이것도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넛지를 공방에 활용할 방안을 생각해본다. 일단 공방에 오는 사람을 관찰해보자. 어떤 손님들이 오고 그 손님들은 공방에서 어떤 행동들을 하나? 그래서 공방의 매출에 자연스레 기여할 수 있게 만들려면? 손님이 손쉽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게 공방의 도자기의 전시 위치를 바꿔본다면? 간단한 도자기 판매대를 만들어본다면? 다른 어떤 아이템을 만들어 공방에서 함께 판매해본다면? 손님들에게 무료로 대접하는 커피에 대해 다른 아이템으로 그 값을 치르게 한다면?

 

 

 

아, 생각거리가 많아지네. 근데 공방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면 재미있겠다. 손님들이 공감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개입. 내가 할 수 있는 넛지다. 공방을 취미로 운영할 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공방이 밥벌이가 되는 역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