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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사실을 제대로 아는 것부터 시작이다 :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by Keaton Kim 2021. 6. 26.

다음의 삼단계 논증에 대해 옮고 그름을 판별해 보시오.

 

1) 세상에는 경제 여건이 훨씬 더 좋은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만 있다면 자기 나라에 있을 때보다 소득을 더 많이 올릴 것이 분명한 가난한 사람이 아주 많다.

2) 따라서 그들은 기회만 있다면 자기 나라를 떠나 우리나라에 들어올 것이다.

3) 그렇게 들어온 이주민들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서 임금을 내리누르는 압력으로 작용해 기존에 우리나라에 있던 사람 대부분의 경제적 상황이 전보다 악화될 것이다.

 

네, 아주 많이 듣던 이야기입니다. 언론에서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저렇게 떠들어댔습니다. 하도 들어서 세뇌당할 수준입니다. 그리고 일견 당연해 보이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 논증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내 쒸바, 그럴 줄 알았다. 내가 틀렸다는게 아니라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저자들이 그렇댑니다.

 

자기 나라를 벗어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에서도 아주 많은 사람이 그러지 않는댑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건, 저숙련 이주민이 노동시장에 많이 유입된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아~~주 희박하댑니다. 오히려 이주민이 들어오면 이주민뿐 아니라 도착국 사람들도 대개 경제적 상황이 전보다 나아진다고 합니다. 그들도 식당에 가고 머리도 자르고 장을 보면서 돈을 쓰며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 2장에서 70페이지에 걸쳐 그 이유를 세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이 책은 앞서 보았듯이, 언론이 만든 프레임과 그 프레임에 갖힌 편견에 대해서, 그 사실이 틀렸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자유 무역이 보호 무역보다 좋다"는 식으로 단언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하고 있고, 4장에서는 "미국에서는 흑인이, 인도에서는 무슬림이 범죄자가 많다"는 통계적 차별의 부당함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5장은 특히 흥미롭습니다. 콜카타의 릭샤꾼이 오후에 일을 쉬고 사랑하는 애인과 시간을 보내면 GDP가 내려갑니다. 나이로비에서 숲을 베면 투입된 노동과 산출된 목재가 GDP에는 잡히지만, 아름다운 숲과 시원한 그늘이 사라진 것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며 GDP로 상징되는 성장을 비꼽니다. 그리고 부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건 경제 성장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못을 박습니다.

 

6장은 기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대기를 오염시키는 탄소 배출은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소득이 10퍼센트 높아지면 탄소 배출이 9퍼센트 증가한다는군요. 온실가스는 대부분 부유한 나라에서 나오거나 부유한 나라 사람들이 소비하는 물건을 생산하는 데서 나오는데, 그 비용은 부유한 나라나 가난한 나라나 똑같이 부담합니다. 개도국에세 온실가스를 이유로 성장을 강제하는 건 진짜 사다리를 걷어차버리는 일입니다. 이도 저도 부당합니다.

 

7장은 로봇에 대한 글입니다. AI가 우리 일자리를 다 빼앗을까요? 200년 전에 방직기계가 방직공의 일자리를 위협했을때 그들은 방직기계를 부셨습니다. 그렇지만 기계는 없어지지 않았지요. 다행히 사람들의 일자리도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섣불리 미래를 예상할 수 없습니다. 이 장에서는 부유세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오는데요, 울나라에도 꼭 필요합니다. 지금의 시대는 돈이 곧 생산수단입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지요. 옛날에 토지(그 시대의 생산수단)를 가진 사람들에게 세금을 걷듯이 지금은 돈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에 해당하는 만큼 세금을 걷어야 합니다. 그래야 공평하지요.

 

8장에서는 국가가 더 많은 일을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세금을 걷고 그 세금의 혜택을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그 역할을 해야된다고 합니다. 여태 그리 못한 이유는 국가가 백성들을 하도 속여서 그렇댑니다. 맞습니다. 국가가 제대로 일을 하는 나라가 진정으로 좋은 나라입니다. 마지막 장은 기본소득을 설명하는 데 많이 할애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의 가장 큰 장점은 돈을 받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다는 점입니다.

 

영민한 자선사업가들은 좋은 경제학을 실천해서 개도국에서 HIV 감염자들에게 약과 진단 장치를 지원해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좋은 경제학이 무지와 이데올로기를 누르고 승리한 덕에 살충제를 뿌린 모기장을 아프리카에서 무료로 분배할 수 있었고 이로써 말라이라로 인한 아동 사망을 절반도 넘게 줄일 수 있었다.

 

한편, 나쁜 경제학은 부자들에게 막대한 혜택을 주고, 복지 프로그램을 축소시키고, 국가는 무능하고 부패한 존재라는 개념과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다는 개념이 퍼지게 하는 데 토대가 되었다.  그 결과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불평등을, 그리고 맹렬한 분노와 무기력한 패배감이 뒤섞인 상태를 가져왔다. (p.554)

 

이 책을 다른 말로 간단히 표현하자면 "편견 깨기"입니다. 경제학이라는 것이 어떤 조명 아래에서 보느냐에 따라 실체가 달라보이지만, 조명이 바뀌더라도 실체가 다르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자들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특정한 조명 아래에서 본 경제학이라고 반박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저자들은 나쁜 경제학이 만든, 세상에 만연해 있는 편견에 대해, 그것이 틀렸다고, 그리고 왜 틀렸는지 아주 상세하게 우리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가 옳은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나쁜 경제학이 만든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 책에 나에게 주는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