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매장을 만들면 고객은 온다 : 마스다 무네아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머하는 데야?
도쿄의 다이킨야마라는 동네에 있는 책방이야.
아, 그럼 마스다 무네아키라는 이 아저씨는 책방 사장님이네?
그래. 근데, 책방이 그냥 책방은 아냐.
책방이 책방이지 그럼 머냐?
책방인데, 커피도 팔고, 음악 시디도 팔고, 미술이나 필기도구도 팔고, 사진 전시도 하고, 영화 관련 아이템도 팔아. 젤 중요한 건 분위기를 파는 거지. 한마디로 니 취향이 거기 다 있어.
사진 출처 : https://fashionpost.jp/news/11668/2
일본의 매장들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세련되고 편안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매장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 있는 일본 브랜드 매장도 그렇습니다. 저는 생활용품 브랜드인 MUJI를 좋아하는데요, 비싸서 잘 사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좋아 가끔 들러 아이쇼핑을 하곤 합니다. 츠타야 서점이 그렇댑니다. 요즘은 울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가면 꼭 가는 핫플레이스라고 하는데요, 사진만 봐도 얼른 가보고 싶어지네요.
마스다 무네아키는 츠타야 서점을 책, 음반, 영화를 파는 곳이 아닌 사람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할 장소라는 말이죠. 이를 두고 '혁신'이라 불렀습니다. 기존에 있던 것을 조합하여 여태 없던 전혀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아이폰의 짭스 행님이 겹쳐집니다.
일본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이라고 줄여서 CCC라 불리는 그룹이 있습니다. 츠타야 서점은 이 CCC의 전국 브랜드입니다. 35평의 작은 대여점에서 시작해 현재 일본에 1400개의 매장에 연 매출 2조원의 국민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이 그룹의 보스가 저자입니다. 그의 경영 철학을 담은 <지적자본론>이라는 책에 츠타야를 소개했습니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는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이 10년간 사내 블로그를 통해 사원들에게만 공유했던 기록을 정리한 책입니다.
다이칸야마에 티사이트T-SITE를 만들 때도
주위로부터 "이렇게 하라"는 말을 듣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런 곳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내가 가슴이 뜨거워지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p.33)
이 냥반, 시작은 여기서부터입니다. 마스다의 초심이 느껴집니다. 30년 전에 자그마한 음반 대여점을 시작할 때부터 마음이 뜨거워지는 공간에 집중했습니다. 특정한 공간의 모방이 아니라 자신이 오롯이 생각한 공간을 구체화했습니다. 내 가슴이 뜨거워지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남도 그럴 것입니다. 이곳을 방문하게 될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위해 시간이나 날씨에 따라 주변을 직접 거닐어 보기도 하고, 통근하는 고객의 기분을 이해하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직접 걸어서 와보기도 합니다.
서점의 책을 카페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북까페를 만들었다. 하지만 만든 당시에는 아무도 서점의 책을 카페로 들고 가서 읽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이칸야마는 지금 그것이 당연하다.
오늘 아침, 쇼난 티사이트 오픈 때 그 안에 자리한 스타벅스에 갔다. 만든 사람은 모든 고객이 책을 들고 스타벅스에 가서 읽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쇼난의 손님은 그런 경험이 없어 아무도 책을 들고 스타벅스에 가지 않는다. 이런 손님의 선입관을 바꿀 전쟁이 시작된다. (p.195)
머여, 이 아저씨가 북까페의 시초인 것이여? 그렇군요. 까페에서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는 것은 요즘은 흔해졌지만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겠지요. '이노베이션이란 선입관과의 전쟁이고 새로운 상식을 낳는 작업이다.' 라는 말이 딱 들어맞군요. 늘 생각은 하지만 참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고객의 니즈Needs를 파악하여 그에 맞는 어떤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원츠Wants, 즉 수요를 낳은 것이 진정한 기획이라고 합니다. 이 아자씨, 좀 멋찝니다ㅎㅎ.
고객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고객이 방문했을 때 이름으로 반기면
고객은 기뻐한다.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고객은 산다.
가고 싶은 매장을 만들면
고객은 온다. (p.308)
다이칸야마 츠타야를 다녀온 사람 중의 한 분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좋은 책과 음악과 멋진 분위기, 그곳에선 마치 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어쩌다 한번 들러는 공간이 아니라 또 가고 싶다고 느끼는 곳, 츠타야는 그런 곳이라고 합니다. 물론 상업적이긴 하지만 만들어 놓으면 계속 사람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 말이에요. 이런 곳은 주변 지역 전체를 바꾸는 힘을 지녔습니다. 츠타야처럼 대규모는 아니지만, 우리네 골목 한켠에서 볼 수 있는 책방도 이러한 공간입니다.
읽다 보면 좀 꼰대 아저씨 냄새도 나고 저 냥반 밑에서 일하는 사람은 장난이 아니겠는걸 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어떤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초심을 잃지 말고, 고객이 원하는 분위기, 어떤 마음으로 방문하는가 하는 디테일까지 생각하라는 내용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려는 저에게는 대가의 운기조식을 옆에서 조금 맛볼 수 있는 책입니다. 진짜 공간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요. 너무 고수라 아직 저자가 하는 말이 다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내공이 좀 더 쌓이고 다시 읽으면 그의 말이 더 와닿겠죠.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고, 나아가 그 주변의 분위기를 바꾸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저의 목표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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