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이야기

우리는 생각만큼 합리적이지 않다 : 대니얼 커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by Keaton Kim 2019. 3. 16.

 

 

 

우리는 생각만큼 합리적이지 않다 : 대니얼 커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이 사진을 한번 보시죠.

 

 

 

 

 

 

남매 같습니다. 소풍 나왔나 보네요. 둘 다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사진을 보고 떠올리는 생각입니다. 실은 아무 생각없이 보기만 했는데 보자마자 머리속에서 그리 판단했습니다. (네, 울 아이들입니다. 당근 무지 사랑스럽지요.)

 

 

 

자 그럼 다음은 어떨까요?

 

 

 

34 × 26

 

 

 

아, 씨 곱셈이네. 이걸 어떻게 계산하라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속으로 암산을 하기 시작합니다. 아, 근데 잘 안됩니다. 시간이 좀 걸립니다. 한 10초 정도를 들이다 계산기~~를 외칩니다ㅋㅋ.

 

 

 

하나 더 해볼까요? 다음 문장을 보고 꼭 따라해보세요.

 

 

 

흰곰 생각하지 않기

 

 

 

어떤가요? 잘 되나요? 저 글을 보는 순간 머리속에는 흰곰이 나타났을테고 또 한쪽에서는 야, 흰곰 나오지마! 라고 말리는 넘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흰곰을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벌써 흰곰은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더 강렬하게요.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두 개의 시스템이 있댑니다. 앞서 사진을 보자마자 내가 명령한 것도 아닌데 머리속에서 저절로 연상이 되는 것은 시스템 1의 작용입니다. 그리고 곱셈을 하려고 애쓰는 머리는 시스템 2의 작용이구요. '흰곰 생각하지 않기'에서 흰곰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흰곰이 떠오르는 건 시스템 1의 작용이구요, 그 흰곰 생각이 나지 않게 노력하는 건 시스템 2의 작용이라고 합니다.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1

 

저절로 빠르게 작동하며 대부분의 정보는 여기서 처리된다.

노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으며 통제가 불가능하다.

본능, 충동, 직관이라 부른다.

생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다.

주변이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느낄 때 두드러지고 활성화된다.

 

 

 

시스템 2

 

게으르고 느리며 시스템 1이 곤란해 할 때 일을 시작한다.

복잡한 계산 등,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을 수행한다.

시스템 1의 복잡하고 추상적인 생각들을 정돈하고 정리한다.

이성, 절제, 합리, 의심이라 부른다.

주변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때 두드러지고 활성화된다.

 

 

 

시스템 1은 상대방의 목소리나 표정을 통해 기분을 읽거나, 도로를 운전할 때, 시스템 2는 두 스마트폰의 사양을 비교할 때, 토론하면서 논리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펼칠 때 사용합니다.

 

 

 

여기서 문제 하나를 풀어볼께요.

 

 

 

야구 방망이와 공 세트가 1달러 10센트이다.

방망이는 공보다 1달러 비싸다.

공은 얼마인가?

 

 

 

시스템 1이 10센트! 라고 재빠르게 답합니다. 그래 10센트가 맞아! 라고 하면 시스템 2가 너무 게을러서 그런 겁니다. 시스템 2가 제대로 작동되는 경우라면, 야, 잠깐만!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그냥 10센트가 답이라고 지나치는 사람은 시스템 2가 별로 작동하지 않는 겁니다. 10센트.... 가 아니야, 차근히 봐보자! 라고 하는 사람은 시스템 2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사람이고, 보자마자 5센트! 라고 답하는 사람은 시스템 2가 아주 발달한 사람입니다.

 

 

 

자, 그러면 인간의 선택과 행동을 좌우하는 것은 시스템 1일까요? 시스템 2일까요? 이성과 합리를 관장하는 시스템 2라고 당연히 답을 하겠지만, 사실은 시스템 1의 강한 영향력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최신의 연구라고 합니다. 인간이 아주 똑똑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는 겁니다. 시스템 1의 영향을 빨리, 직관적으로 멍청하게, 비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가' 라고 하는 별 희한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연구 결과를 책으로 내었습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라는 사람입니다.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을 만드신 분입니다. 이게 뭐냐 하면, 실제 인간이 하는 생각과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고 이 인간의 행위로 경제를 설명하는 아주 현실적인 학문입니다. 이전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 라는 대전제가 있었는데, 카너먼이 가만히 살펴보고 실험을 해보니 그렇지 않더라 라고 말합니다. 의외로 비합리적이고 멍청한 선택을 많이 하더라는 거죠. 이걸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습니다.

 

 

 

"저는 고정관념에 기초한 인간의 두루뭉실한 사고와 편향성에 관해 연구했습니다. 인간이 모두 비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리성'이라는 개념은 매우 비현실적입니다. 저는 '합리성'이란 개념 자체를 부정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 분이 2002년 노벨경제학상 시상식에서 한 말이라는 군요.

 

 

 

사람들이 깜짝 놀랍니다.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카너먼은 그게 본래 그렇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사고 메커니즘이 원래 비합리적으로 하게 되어 있다고요. 위에서 설명한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사례가 그렇습니다. 보통은 시스템 1에 휘둘리게 되죠. 음, 그러니까 내가 아주 똑똑한 것 같아도 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네요. 근데 그건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으니 내 잘못은 아닙니다ㅋㅋ.

 

 

 

이 책의 원제는 'Thinking, Fast and Slow'입니다. Fast에 해당되는 넘이 시스템 1이고 Slow는 시스템 2가 되겠지요. 그걸 '생각에 관한 생각'으로 책 제목을 지었네요. 좀 있어보이는 제목입니다. 카너먼은 이 책에서 두 시스템이 활약하는 다양한 상황과 과정을 여러 예시를 통해 보여줍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시스템 1이 이깁니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건 본능, 직관, 충동이라 불리는 시스템 1입니다. 카너먼의 몇 가지 실험을 소개합니다.

 

 

 

동전 뒷면이 나오면 100달러를 잃고 동전 앞면이 나오면 150달러를 딴다

어떻게 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기에 응하지 않는다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린다는 31세의 미혼 여성으로 , 직설적이고 아주 똑똑하다. 철학을 전공했다. 학생 때는 차별과 사회정의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반행 시위에도 참여했다.

다음 둘 중 어느 경우가 더 흔하겠는가?

1. 린다는 은행창구 직원이다.

2. 린다는 은행 창구 직원이고, 여성운동에 적극적이다.

대학생의 85%가 2번을 골랐다. 답은 당연히 1번이다. 충분조건 필요조건은 중1 때 배운다.

 

 

 

당첨 확률이 무지 낮은 복권은 많이 산다

감염 확률이 무지 낮은 광우병에 걸릴까봐 소고기는 안먹는다

 

 

 

지난해 김씨의 연봉은 2000만원이고 이씨의 연봉은 8000만원이었다

올해 김씨의 연봉은 3000만원이고 이씨의 연봉은 7000만원이다

누가 더 행복할까

김씨가 훨씬 행복하다

부가 많을 수록 효용이 높아진다는 상식을 깬다

 

 

 

단지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해 구슬을 꺼낸다. 빨간 구슬이 나오면 상품을 받는다.

A단지 : 구슬이 10개 있고, 그중 한 개가 빨간 구슬이다.

B단지 : 구슬이 100개 있고, 그중 여덟 개가 빨간 구슬이다.

어떤 단지를 택하겠는가?

그렇다. 당연하다. 근데, 놀랍게도 30%~40%의 학생들이 B단지를 택했다. 구슬이 많다는 이유로.

 

 

 

대학생들에게 두 가지 숫자(10, 65)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그리고 UN회원국 중 아프리카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물어본다

10을 선택한 대학생들이 답한 아프리카 국가의 비중은 평균 25%, 65를 선택한 대학생은 45%라고 답했다.

 

 

 

많은 나라에서 운전면허증에, 사고로 사망할 경우 장기 기증을 할지 안할지 표시해둔다.

다음은 각 나라의 장기 기증율이다.

오스트리아 : 95%, 독일 : 12%

스웨덴 : 86%, 덴마크 : 4%

이웃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차이가 나는 까닭은 질문의 형식이다. 기증율이 높은 나라는 기증하고 싶지 않다면 거부 칸에 따로 표시를 해야 하는 나라다. 반면에 기증율이 낮은 나라는 찬성 칸에 따로 표시를 해야 하는 나라고.

시스템 2의 게으름이 낳은 결과다.

 

 

 

의사가 말한다.

'수술해서 살 확률이 90%입니다.'

환자 대부분 수술한다.

'수술해서 죽을 확률이 10%입니다.'

환자 대부분 수술하지 않는다.

 

 

 

 

 

 

두 자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가 있다군요. 찬물에 손을 담그는 실험을 합니다. 60초간 꽤 고통스러울 정도로 찬물에 손을 넣습니다. 두번째는 60초간 손을 담그고 더하여 마지막 30초에는 약간 따뜻한 물을 흘려줍니다. 그리고 어떤 걸 선택할래? 라고 물으면 대부분 두번째 실험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쓸데없이 고통을 30초 더 떠안는 걸 선택하더라는 거죠. 시스템 1이 좌우하는 기억은 고통이나 쾌락이 가장 강렬했던 순간과 그것이 끝날 때의 느낌을 대표적으로 기억한다고 합니다. 즐거운 경험을 위해 여행을 떠났는데, 정작 사진만 잔뜩 찍고 오는 경우도 기억하는 자아가 시키는 겁니다.

 

 

 

사람은 과거의 경험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여 판단하지 않고, 기억 자아에 의존해 내가 하고 싶은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상합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사는 게 지금처럼 힘이 들 때가 없다고 생각해서 내 인생 자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후회합니다. 하지만 지금이 그렇다고 과거에 내가 경험한 수많은 좋은 일들이 없었던 것처럼 되는 건 기억하는 자아의 횡포입니다. 나는 좋은 삶을 살았고 지금 단지 좀 힘들 뿐입니다.

 

 

 

행복에 관해서도 한 말씀 하십니다. 행복을 측정하는 지수로, 하루 중 불쾌한 상황에 소비하는 시간의 비율을 나타내는 U(Unpleasant)지수라 부릅니다. 예를 들어 하루 중 깨어 있는 16시간 가운데 4시간을 불쾌한 상황에 소비하는 사람은 U지수가 25%입니다. 당연히 불쾌한 상황을 줄여야 합니다. 반대로 즐거운 시간이 늘어나면 행복하겠지요.

 

 

 

예를 들어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움을 얻으려면 음식을 먹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 여자와 프랑스 여자는 먹는 데 거의 같은 시간을 쓰지만, 프랑스 여자가 먹는 행위에 두 배 더 주목하는 성향이 있었댑니다. 먹는 즐거움을 얻으려면 핸드폰 보면서 먹으면 안됩니다. 행복감을 느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신이 즐기는 행위를 하는 시간을 늘이면 됩니다. 내 시간 사용을 내가 통제하면 됩니다. 저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면 된다는군요. 그렇습니다. 참 쉽습니다ㅎㅎㅎ.

 

 

 

돈과 행복도 일정 부분까지는 비례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7만 5천 달라 이상 넘어가면 행복이 커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돈이 있으면 돈을 들여 더 즐거운 경험을 할 순 있지만, 돈이 들 더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은 오히려 떨어진다는군요.

 

 

 

행복감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당신의 사용 시간을 통제하는 것이다. 당신은 즐기는 일을 할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가?

 

 

 

내 머리 속의 매커니즘, 즉 '빠른 직관'의 시스템 1과 '느린 이성'의 시스템 2를 잘 이해했습니다. 시스템 1이 지 맘대로 하게 내버려 두면 멍청한 선택을 꽤 하겠군요. 게으른 시스템 2를 자주 작동시켜야 하겠습니다. 훈련으로도 가능하댑니다. 근데, 그 보다 더 좋은 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겠지요.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벽돌만큼의 두께를 가진 책입니다. 너무 두꺼워 라면 받침으로도 불편해 보입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사람 행동에 관한 호기심 개론서 같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