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이야기

경쟁을 넘어 새로운 공간으로 : 김위찬, 르네 마보안 <블루오션 시프트>

by Keaton Kim 2018. 2. 20.

 

 

 

경쟁을 넘어 새로운 공간으로 : 김위찬, 르네 마보안 <블루오션 시프트>

 

 

 

"대형 서점같아 보였는데 열린 도서관이라 놀랐다.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저절로 발길이 닿았다. 도서관보다는 쇼핑하면서 쉴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보인다."

 

 

"한남동의 블루스퀘어 북파크랑 비슷한데 원목으로 꾸며서 더 따뜻한 분위기다. 지난 주말엔 윤동주 일대기 같은 전시도 재밌게 봤고 구석에서 펼쳐지는 작가와의 만남과 같은 이벤트도 좋았다."

 

 

 

책의 바다, 독서와 휴식, 도서 나눔의 장, 무료 개방, 명사 강연의 명소, 책 읽는 쇼핑몰, 문화 공간으로서의 서점, 리딩테인먼트, 24시간 양심 도서관,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 작년 오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오픈한 별마당 도서관을 표현하는 말이며, 이용자의 인터뷰(조선일보 2018년 2월 28일자 기사)이다. 코엑스의 죽은 공간을 세상에 없는 도서관으로 그것도 블루오션적으로 살려낸 대표적 케이스로 책의 부록에 실려 있다.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ERRC 그리드에 따라 별마당 도서관을 분석하면, 회원증/멤버십, 보안 시스템, 웹사이트/온라인 서비스, 대출을 제거(Eliminate)하고 장서 보유량, 좌석 수, 도서 정렬 및 배치, 정숙성이 감소(Reduce)했으며 접근성, 편의성, 잡지의 다양성이 증가(Raise)했고, 시각적 즐거움, 문화공간, 상업공간과의 연계성, 우연적 휴식과 힐링을 창조(Create)했다.

 

 

 

별마당 도서관을 마련하는 데 투입된 자금은 총 60억 원, 예상되는 운영비는 연 5억 원으로 만만치 않다. 면적당 매출액과 이익으로 평가받는 유통업에서 신세계는 왜 쇼핑몰 한복판 광장에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시설을 설치했을까?

 

 

경제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없지 않다. 많은 사람이 별마당 도서관을 찾으니 주변 상점의 매출이 늘었고 코엑스몰이 침체 분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는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별마당 도서관이 기존의 도서관과 완전히 구별되는 블루오션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존 도서관에서는 전혀 제공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도서관과의 경쟁을 무관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상업시설과 결합된 열린 문화 공간이라는 도서관의 새로운 영역을 창출했다. (p.469)

 

 

 

 

 

사진으로만 봐도 사람을 흡입하는 공간이다. 까페와 도서관과 서점을 합쳐 놓은 개념이다. 코엑스 전체를 살리는 이런 공간을 기획한 것만으로도 놀랍다. 도서관이지만 책을 빌리는 기능과 까다로운 보안 기능을 없애고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했고(그것도 먹을 것을 가지고) 기존 도서관의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좀 시끄러워도 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가보고 싶구나.

 

사진 출처 : http://formtv.co.kr/?p=3998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교수인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은 2005년 <블루오션 전략>을 펴내어 블루오션이란 단어를 전세계에 알렸던 경영의 구루다. 기존의 경쟁이 극심한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새로이 탄생한, 그래서 경쟁자가 별로 없는 시장인 블로오션으로 진입하라는 것이 <블루오션 전략>의 내용이며, 이번의 <블루오션 시프트>는 어떻게 블루오션으로 가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 어떻게?를 한 번 볼까?

 

 

 

1단계 : 시작한다. (과제를 선정하기에 적절한 곳을 선정한다.)

2단계 :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한다.

3단계 : 어디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상상해본다.

4단계 :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는다.

5단계 : 실행한다.

 

 

 

뭐, 간단하고 쉽다. 아주 쉽다. 그렇다. 블루오션에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회사도 블루오션이란 개념이 나오고 그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 14년 동안 온 힘을 다 쏟았음에도 레드오션에서 허우적 대고 있다. 블루오션을 찾았다고 막 떠들어 대서 정말? 하고 가보면 이건 뭐, 아무도 찾지 않는 적막하고 어두운 블랙오션이다. 경쟁자도 없지만 구매자도 전혀 없는 그런 시장 말이다. 그리고 소리 소문도 없이 블랙오션과 그 사업부는 사라진다.

 

 

 

그리고 블루오션 비슷한 푸르스름한 오션을 찾은 적은 간혹 있지만, 이 분야가 푸르스름한 바다래~~ 하면서 금방 소문이 나고, 레드오션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넘들이 개떼 같이 달려들어 서로 물어뜯기를 반복하여 이내 붉은 바다로 만들어버린다. 성공한 벤처기업은 나올 수 있어도 그걸 꾸준하게 꾸려간다는 건 무지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책에 나오는 블루오션 사례를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한다. 블루오션 시프트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이라크 청소년 오케스트라(전쟁의 아픔을 딛고 이라크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자선단체 코믹릴리프(동정심에 호소하기보다 재미난 방법으로 자선 모금), 그룹 세브의 전기 감자튀김 조리기 액티프라이(기름은 적게 들고 지방을 줄이면서 바삭한 감자튀김을 만드는 조리기), 말레이시아의 경범죄 교도소(군사실의 유휴지를 범죄자를 수용하는 시설로 개조하여 사용)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가치 혁신이 시장 창출의 토대가 되듯, 오직 새로운 가치-비용의 경계를 열고 전례 없는 구매자 가치가 창출될 때 블루오션 시프트가 성공한다. 가치 혁신은 기술의 독자성이 아니라 구매자에게 전하는 가치에 대한 혁신과 깊이 결부되어 있다. 가치 혁신은 새로운 기술이 있든 없든 성취할 수 있다. (p.84)

 

 

 

블루오션 전략가들은 경쟁자를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경쟁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기존 고객을 얻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 대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차지하는 데 집중한다. (p.101)

 

 

 

잡스 아저씨가 만든 아이폰은 뭐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게 아니다. 있는 기술을 가지고 가치를 만들었다. 아이폰을 산 사람들은 다른 휴대폰을 산 사람보다 더 큰 가치를 샀다고 생각한다. 아내의 공방에 적용해본다. 아내가 만든 상품을 사는 이들이 더 많은 가치를 샀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손으로 한땀한땀 만들어 세상에 하나 뿐인 상품? 사는 사람의 조건에 딱 맞출 수 있는 상품? 만든 이의 정성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충분히 전달되는 상품? 음, 고민 된다.

 

 

 

경쟁자를 이기려고 하지 않고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도 꽤 유의미하다. 하지만 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일단 옆집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잘 나가는 옆집은 어떻게 잘 나가는지 베낄 것은 베껴온다. 그러면 패스트 팔로우가 되는데, 거기서 블루오션으로 어떻게 뛰어오를 건가는 옆집을 벤치마킹해서는 답이 안나온다. 내가 만드는 상품의 본질을 깊이 이해해야 가능한 일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

 

 

 

책은 비지니스의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블루오션에 뛰어들려는 그 상품에 '나'를 대입해도 그럴싸해진다. 나 라는 상품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내가 가치를 만들어내며 경쟁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그래서 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 이건 뭐, 개인의 가치도 비지니스가 되버리는 건가. 그냥 읽으면 지루하고 별루 재미도 없는 책이다. 아내의 공방이라는 사업을 두고 블루오션으로 시프트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생각하며 읽으니 좀 낫다. 그 구체적인 방안을 어떻게 찾느냐는 이 책을 읽으도 여전히 어렵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