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기 보단 더불어 소박하게 살자 : 강수돌의 살림의 경제학
올해는 정말 위기입니다. 우리 다같이 허리띠를 졸라 맵시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신년사를 보면 늘 한결습니다. 그러고보면 참 지조있는 회사야!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초일류 기업인 삼성도 그렇고 웬만한 기업이면 다 하는 이야기입니다. 회사가 진짜 위기일때도 좀 잘나갈 때도 언제나 저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좀 오래 회사를 다닌 친구들은 그저 그러려니 합니다. "이제 회사 사정이 좀 나아졌으니 올해는 일도 적당히 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신년사는 아무래도 어렵겠죠???
나라도 별 다를게 없어 보입니다. 가장 높은 곳에 계시는 분들의 최대 화두도 역시 경제, 경제, 경제입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던 MB의 정책들이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고, 그네여사의 정책들도 별로 달라진 것이 보인지 않지만, 여전히 경제 위기를 외칩니다. 며칠 전 기사에 올해도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뉴스가 났습니다. 2만 달러를 돌파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올해도 내년에도 3만 달러에 진입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3만 달러에 진입하는 것이 곧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1960년대에는 대망의 70년대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고, 70년대엔 대망의 80년대를 기대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80년대에는 대망의 90년대를 꿈꾸며 허리띠를 더욱 졸라맸고, 1997년 우리는 대大망亡했다. 그리고 2016년을 사는 우리는 여전히 더 잘사는 내일을 꿈꾸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조르고 졸라야 하나? 대체 어디까지 달려가야 하나? 사진 출처 - 조선 비즈
자본주의가 종교가 된지는 벌써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돈은 신이 되었습니다. IMF가 터지고 리먼이 망하면서 신자유주의는 날개를 활짝 피고 전세계의 구석구석을 누빕니다. 좀 더 잘 살자고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우울함 그 자체입니다. 성장률 3%의 붕괴, 조선과 해운업의 몰락과 구조조정,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직장을 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오히려 열정 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노동에 몸 마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현재의 패러다임안에서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국민 여러분,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으니 일주일에 스무시간 정도만 일하고 나머지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일 하시고 개인과 이웃의 행복을 위해 사시기 바랍니다." 이런 멘트는 결코 들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경제 패러다임은 끊임없이 목표치를 높이고 그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사회 전 구성원이 노력해야 겨우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현재의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을 사다리 질서에 기초한 '돈의 패러다임' 이라 규정하고, 진정 우리가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자 한다면 돈이 아닌 '삶의 패러다임' 으로 가치관을 재형성하고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며 정책과 제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P 219
참된 삶의 여유란 결코 '하루 30분 명상'과 같은 값싼 방식으로는 오지 않는다. 차라리 가정, 학교, 직장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하루 30분'씩이라도 이런 근본적 문제의식을 나누는 데 쓰기 시작하면 어떨까? 생존의 욕구를 넘어 진정한 내면의 행복감을 느끼며 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생활습관을 깨야 한다. 단순히 몸 건강히 일해서 돈 잘 벌어 자식을 대학 보내는 것으로 참된 행복은 오지 않는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라는 속담처럼 처음부터 차근차근 '제대로' 내디뎌야 한다. - P 137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생산성 향상 운동보다는 '생산성 저하' 운동을, 모두 부자되기 운동보다는 '두루 소박하게 살기' 운동에 힘써야 한다. 더 적게 일하고 더 적게 먹고 더 적게 쓰면서 더 많이 존재하고 더 많이 관계하며 더 많이 행복해지는 그런 삶이 가장 보편적 해답이 아닐까? - P 72
지금의 체제에서는 경쟁속에서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인간성의 피폐를 초래하고, 모든 자연을 이윤으로만 보는 개발 행위가 자연의 파괴를 가져오는 죽임의 경제라고 저자는 규정합니다. 이를 극복할 대안이 바로 '살림의 경제'입니다. 살림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들 개개인의 인식이 중요합니다. 느리게 가더라도 옳은 길로 가겠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연대가 중요합니다.
책에서는 이를 '혁명' 이라고 했습니다. 웬지 이 단어가 마음에 듭니다. 처음 나오는 것이 '밥상혁명' 입니다. 소박한 밥상과 정겨운 대화가 있는 가정입니다. 모두가 바라는 거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텃밭 가꾸기를 제시합니다. 똥과 오줌으로 거름을 만들어 채소를 가꾸고 남은 음식물로 가축을 기른다면 순환형 살림살이가 가능하고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교육혁명' 입니다. 이 혁명을 달성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교육 경쟁에서의 자발적 이탈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지금 행복해하면 잘 하고 있는 겁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세째는 '생활혁명' 입니다. 대안적 식생활 운동, 생협 운동, 귀농 운동, 대안 교육 운동, 마을 공동체 운동 등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이 하는 일상에서, 저자는 주 20시간 정도만 일하자고 한다. 그 정도만 해도 세상은 충분히 돌아간다고. 꿈 같은 일이다. 모두가 소박하게 살면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남보다 더 가지고 화려하게 살겠다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까 한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서구의 사회에서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가 되기 까지 100년도 넘게 걸렸다. 개인의 희생은 말할 것도 없고. 주 20시간 노동을 꿈이 아닌 현실로 바꾸려면 얼마나 많은 개인의 희생과 용기가 필요할까. 사진 출처 : 이코노미인사이트
"나 혼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세상이 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강수돌 교수가 말하는 대안에 대해서는 그리 확실하게 와 닿지가 않았습니다. 그리 새로울 것두 없구요. 책 내용도 대안보다는 비판에 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 냥반 이력이 굉장히 특이합니다. 교수이지만 동네 이장도 겸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골에 흙집을 지어 3대 가족이 같이 살면서 농사를 지으며, 책에 쓴 대안들을 직접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이 아자씨 정말!!! 그저 배운 집 자식의 책상머리 대안이 아니었습니다. 진보 좌파 경제학자의 뻔한 스토리의 책이라는 생각은,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저자의 실행력때문에 완전히 쏙 들어가버렸습니다.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경쟁속에 살아야하는 자본주의 체제이서, 이것을 깨 버릴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다 알고는 있습니다. 문제는 실천입니다. 희망의 씨앗을 일단 뿌리고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자도 나부터 실천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책의 마지막 구절이 울림으로 다가 옵니다. "더불어 느긋한 마음으로, 올바르고 행복하게 걸아가면, 그것이 곧 길이 되고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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