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 똥고집 영감탱이의 인생 철학 :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이 책에서 단편적인 기법이나 투자 비결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투자철학을 돌아보고 장기 전략을 가다듬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버핏으로부터 풍성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P 531 역자 후기 중에서
최근 1년 동안 주식 거래가 딱 한번 있었습니다. 그것도 거의 1년 전에 한 종목을 산 후 주식은 본채 만채 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들의 주가도 확인하지 않을 정도로 주식에서 관심이 멀어져 있습니다. 집을 제외한 나의 거의 모든 재산 (그래봤자 서울 아파트의 현관과 화장실 정도만을 살 돈이긴 하지만....ㅋㅋ)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 주식인데 말이죠.
"아니.... 너무 한거 아뇨!! 잡은 고기에 밥 안준다더니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내팽겨쳐 놓을 수는 없는 거요. 마누라도 아니고 말이쥐. 관심을 좀 가져달란 말입니다. 관심을!!!"
이렇게 외치는 주식들에게 살며시 미안해졌습니다. 그래도 살 땐 이리보고 저리보고 잘 클 넘인지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샀는데...... 그래, 미안하다. 내가 너무 무관심했구나. 이넘들아......
오랜만에 마음먹고 주식책을 사려고 서점에 갔습니다. '워런 버핏이 직접 쓴 유일한 책' 대번 눈에 띄었습니다. 매매의 기술이나 주식 가치를 판단하는 공식 등을 소개하는 책보다는 주식을 대하는 마음 자세에 대한 책이 필요했습니다. (주식을 첨 시작할 때 읽었던 존 템플턴의 영혼이 있는 투자 라는 책이 그러했습니다.) 이 책이 내가 원하던 딱 그 책입니다.
이따금 발생했던 공포와 탐욕이라는 초강력 전염병은 앞으로도 투자 세계에 영원히 발생할 것입니다. 이 전염병이 언제 발생할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염병에 의해서 시장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심하게 궤도를 이탈할지도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공포나 탐욕이 어제 왔다가 언제 떠날 것인지 예측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 목표은 더 소박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자 하며,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에만 탐욕스러워지고자 합니다. - P 294
그레이엄은 매우 싹싹한 친구 미스터 마켓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미스터 마켓은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와 가격을 제시하면서 당신의 지분을 팔거나 자신의 지분을 사라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회사의 실적이 안정적인데도 미스터 마켓이 제시하는 가격은 들쭉날쭉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가엾은 친구는 불치의 정서질환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미스터 마켓에게는 사랑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당신이 무시해도 그는 서운해하지 않습니다. 그가 오늘 제시하는 호가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그는 내일 다시 와서 새로운 호가를 제시합니다. 거래 여부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이런 조건이면 그의 조울증이 심할수록 당신에게 유리합니다. - P 150
우리가 신통치 않은 기업을 싼 가격에 사거나 우수한 기업을 비싼 가격에 사거나 둘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서슴없이 우수한 기업을 비싼 가격에 사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관심 있는 것은 우수한 기업을 싸게 사는 것입니다. - P 199
울나라의 가치투자 전도사 이채원의 운용 보고서를 받기 한국 밸류 10년 펀드에 들었습니다. 다른 펀드의 운용 보고서는 보지 못해서 머라 말을 할 순 없지만, 숫자만 나열한 울나라 펀드 운용 보고서 중에 그나마 이채원의 보고서가 가장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더군요.
버핏 옹은 투자자이기도 하지만 위대한 경영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업보고서를 직접 쓴다고 합니다. 그것도 무려 두달 전부터. http://www.berkshirehathaway.com/letters/letters.html 요기에 들어가 보심 쫙 나옵니다. 해석을 쫌 해보려하다가 바로 관뒀습니다. ㅎㅎ
그래서 좀 찾아보니 가장 최근의 주주서한인 2014년도 판을 울나라 말로 요약해 놓은 블로그도 있습니다. (검색해서 안나오는 것이 엄따. 대단한 인터넷이다. 열씨미 검색해보면 아마도 버핏 영감탱이의 꼬추 털도 나올 것 같다.) http://iluvmagic.tistory.com/1367#.VnlDryHUiM8 바로 여깁니다.
책에는 좀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나 회계나 세금 부분은 어느 정도의 기초 지식이 있어야 할배가 하는 말을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적 지식이 있어야 될 것 같기도.... 그렇지만, 주식을 좀 하고 있고, 아니 하지 않더라도 버핏 할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은 꽤나 재미있습니다. 마치 할배가 옆에서 이야기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깨알 같은 유머는 덤입니다.
자신이 죽으면 자신이 보유한 재산을 자선 단체에 어떻게 기부하라는 유언장 이야기도 나옵니다. 버크셔에서 한 해 내는 세금이 33억불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구여. 똥고집 할배의 삶에 대한 여유와 성찰, 그리고 고집을 이 책에서 보았습니다. 성공한 투자자의 경험담이 담긴 투자서로 시작했는데, 위대한 경영자의 인생 철학책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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