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르크스를 생각하다 :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
저는 대학 강연 중에 "어떻게 하면 취업할 수 있습니까?" 하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이렇게 충고합니다. "도서관에 앉아서 스펙을 쌓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취직하려는 친구들을 모아 가장 번화한 거리에 가서 '못살겠다. 우리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인데도, 지금 정부는 무능하고 부패하여 일자리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라고 고함치는 것이 가장 빨리 일자리를 얻는 방법이다."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 P132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기업가는 냉정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노동자 수 이상은 절대 고용하지 않을 겁니다. 즉 우리가 졸라 노력해서 아주 빵빵한 스펙을 가졌다 하더라도, 들어갈 자리의 수는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구직자 모두 좀 더 빵빵한 스펙을 자지려는 노력때문에 서로 더 각박해 진다는 겁니다. 저자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은 참 각박합니다. 치열합니다. 어딜 가도 경쟁입니다. 그래서 여유가 없습니다.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의 사람들보다는 당연히 여유가 없고,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나라의 사람들보다 더 여유가 없습니다. "부자 되세요~~~" 라는 말이 최고의 덕담이 될 정도로 물질 만능시대에 물질 만능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외제차를 몬는 것이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의 외제차를 긁어 버린 할머니를 웃으면서 보내줄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인데 말이죠......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 Association of Free Individuals - 마르크스가 예측하는 미래사회입니다. 소련이 공산주의를 표방했지만, 그것은 국가에서 개인들에게 노동을 할당하여 주는 '계획경제'입니다. 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발휘하는 창조적 활동이 아니라, 국가의 관리하에 계획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노예노동이고, 이에 개인의 헌신, 창조성, 자발성이 전혀 발휘되지 않아 1991년도에 소련이 결국 붕괴되었다고 지은이는 말합니다. 소련의 공산주의는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시대 즉,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사회에서는 자유로운 개인들이 연합하여 스스로 경제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사회 전체의 온갖 문제를 함께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마르크스는 말합니다.
어찌보면 좀 허무맹랑하기도 합니다. 마르크스가 말한 사회주의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사람이 얼마나 더 성숙해져야 할까요.... 아니 사람은 이전에 비해서 성숙해가고 있는 걸까요?
노동자의 절대수를 감소시키는 생산력의 발달 - 즉 국민 전체가 총생산을 더 짧은 시간에 생산할 수 있게하는 생산력의 발달 - 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아래에서는 혁명을 유발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생산력의 발달은 인구의 다수를 실업자로 만들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에서는 이런 생산력의 발달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의 개성을 발달시킬 여가를 증가시킬 것이다. - 자본론Ⅲ : 316
'개인이 불행한 것은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자신의 계층에 대해 개선이 가능하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 자체가 자본가, 혹은 자본가들이 집권한 국가가 만든 논리입니다. 개인이 불행한 것은 물론 약간의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입니다.
이 책..... 어렵습니다. 김수행 교수가 아무리 자본론을 쉽게 설명해줘도 어렵습니다. 용어 자체도 어렵습니다. 하긴 당대 최고의 천재가 평생을 걸쳐 쓴 책을 몇시간 만에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강의를 좀 들을 수 있다면 책의 이해도가 훨씬 더 깊어질 겁니다만.....
그래서 어떻하면 돼??? 에 대한 대답은 이 책에서는 없습니다. 자본론에 대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김수행 교수의 다른 책에서는 혹시 이에 대한 해답을 써 놨을지도 모릅니다. 불과 삼십년전만 해도 마르크스를 이야기하거나 자본론 이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감옥에 갔었는데, 지금은 마르크스를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떨어 졌다고 생각되어 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돈" 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천민 자본주의가 가장 극에 달해 있는 지금의 시대에, 150년도 넘게 옛날의 사상가의 책을, 생각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부르주아지가 싫든 좋든 촉진하지 않을 수 없는 산업의 진보는, 경쟁에 의한 노동자들의 고립화 대신 결사에 의한 그들의 혁명적 단결을 가져온다. 그리하여 대공업이 발전함에 따라, 부르주아지가 생산물은 취득하는 토대 그 자체가 부르주아지의 발밑에서 무너진다.
......... 오늘날 부르주아지와 대립하는 모든 계급 중 오직 프롤레타리아트만이 참으로 혁명적 계급이다. 다른 모든 계급은 대공업의 발전과 더불어 몰락하여 멸망하지만, 프롤레타리아트는 대공업의 가장 고유한 산물이다. 하층 중간계급들, 즉 소규모 공장주, 소상인, 수공업자, 농민은 모두 중간계급으로 살아남기 위해 부르주아지와 투쟁한다. 그들은 반동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역사의 바퀴를 뒤로 돌리려 하기 때문이다.
- 공산당선언 중에서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이다.
공산당선언의 가장 첫줄이자 가장 핵심 문장입니다.
지배계급들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서 벌벌 떨게 하라. 프롤레타리아가 혁명 속에서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이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공산당선언의 가장 마지막 구절이자 가장 유명한 구절이기도 합니다.
"공산당선언"은 마르크스 30세, 엥겔스가 28세인 1848년에 자기들이 참석하는 작은 모임인 '공산주의자 연맹'의 강령으로 공동저술한 책입니다.
15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위의 두 구절은 아주 자주 회자되고, 인용되고, 비유되고, 심지어 비꼬아지기도 하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독립운동가들, 아나키스트들, 해방 후에는 여러 공산주의자들과 수많은 빨치산들, 칠팔십년대의 젊은이들이 진정 가슴으로 매혹된 문장이기도 합니다.
동서고금의 통틀어 가장 위대한 책의 목록에 들어있어서 10여년쯤 전에 사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책은 얇았지만, 그 때는 책의 어느 구석이 그토록 위대한 지 사실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다시 읽으면 위대한 구석을 좀 더 찾을 수 있을까요? 주말에 먼지가 쌓인 책꽂이를 다시 한번 들춰봐야 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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