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하는 것이 낫다 : 김동조의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마크 로스코 Mark Rothko <Yellow, Orange, Yellow, Light Orange> 1955
마크 로스코 Mark Rothko <Black in Deep Red> 1957
사진 출처 : http://magazine.notefolio.net/features/mark_color
자신의 작품 앞에 선 로스코
위의 작품 및 사진 출처 : http://magazine.notefolio.net/features/mark_color
환자들이 죽기 전 마지막 몇 주를 보내는 요양원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브로니 웨어 쓴 <죽을 때 후회하는 다섯 가지>라는 책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 가진 후회의 목록은 비슷하다고 하는 군요.
첫째,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삶을 살았다. 꿈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내 선택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죽기 전에 깨닫고 가슴 아파했다.
둘째, 많은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가족과 함깨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일을 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것을 후회했다.
세째, 좋아하는 친구들을 원하는 만큼 충분히 만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죽기 직전에야 비로소 친구의 가치를 깨닫고 힘들어했다.
네째,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갖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다른 사람들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고 결과적으로 너무나 평범한 존재가 되었다.
다섯째, 죽기 직전 돌아본 인생이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없음을 슬퍼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 선택의 문제란 사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면 행복을 이루기 어렵다는 사실을 죽기 직전에야 깨달았다. (p.46)
이 책은 세상을 읽는 트레이더 김동조의 생각의 담은 책입니다. 사랑과 사회, 종교와 정치, 윤리와 경제, 인생과 관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거의 모든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가 일관되게 내세우는 것은 우리 삶이 '선택'의 연속이며, 선택의 결과들이 모여 곧 삶을 이룬다고 말합니다. 시장이 강요한 선택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선택을 한 인간만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피터 비에리?
저자는 세상의 모든 일이 트레이딩과 관련이 있다고 믿는 현직 트레이더입니다. 그 방면에서는 꽤 유명하다고 합니다. 개인 홈페이지(http://seoul.blogspot.kr) 를 운영하는데, 최신의 글은 유료이고, 몇 주 전의 글은 회원들에게만 공개한다고 합니다. 뭐... 대단한 자신감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고, 또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책에서도 얼핏 나옵니다. 이런 게 삐딱하게 안 읽혀야 되는데... 핥핥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다르다. 철학으로서의 윤리학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당위의 문제를 다룬다. 경제학은 당위 대신 현상의 문제를 다룬다. 경제학은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만 하는지 말하는 대신 어떤 사람하고 결혼하고 있는지 현상을 분석한다. (p226)
당위의 문제보다는 개인의 경험과 현상의 문제가 당연히 재미있습니다. 윤리학보다는 경제학이 인간을 훨씬 잘 분석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책의 앞부분의 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뒤로 갈수록 사회, 정치, 경제에 많이 할애합니다. 세월호, 보수와 진보, 교육 개혁에 대해 말합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통일의 경제학' 이었는데, 냉철하면서도 날카로운 저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말년에 빠져들었던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등장합니다. '단순함이 최고의 가치이자 아름다움' 이라고 한 잡스가 로스코의 작품에 매료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두에 로스코의 작품을 올려 놓았습니다만, 그의 그림은 복잡한 생각을 단순화하여 관람자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본 그의 작품은 강렬했습니다. 실제로 본 사람들은 작품이 뿜어내는 기氣에 압도된다고 합니다. 그 단순한 그림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된 이유가 있습니다.
잡스나 나나 다 존엄합니다. 인간은 모두 존엄하니까요. 그러나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잡스의 하루와 그저 하루를 흘러 보내기도 힘든 남의 시간을 살고 있는 나의 하루는 결코 같을 수가 없습니다. 버릴 것은 버리고 뺄 것은 빼버린, 오로지 삶의 정수만이 남은 단순함...... 아, 절로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게 됩니다.
트레이더는 자신의 포지션이 굉장히 중요할텐데, 사실 책의 포지션은 좀 애매합니다. 일종의 자기 계발서로 읽히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며, 사회 과학 서적이면서 경제학 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장은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습니다. 저자의 기질이 엿보입니다. 김동조에게 가장 매력 없는 인간은 '도전하지 않고 그저 무위의 순간을 누리는 보노보노' 일 것입니다.
경제학에 있어 '미래를 예측하는 단서는 반드시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지금의 상황이고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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