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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국)

김동식의 소설보다 김동식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 김동식 <회색 인간>

by Keaton Kim 2020. 6. 23.

 

 

 

김동식의 소설보다 김동식의 인생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 김동식 <회색 인간>

 

 

 

김동식

 

1985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주민등록증이 나왔을 때, 바닥 타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구로 독립해 나왔다. 2006년에 서울로 올라와 성수동의 주물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창작 글을 올리기 시작해, 3년 동안 500여 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집필했다. 2017년 12월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를 동시 출간하며 데뷔하였고, 그 후 6권을 더 출간하여 총 9권의 소설집을 펴냈다. 

 

 

 

책 표지에 있는 저자의 소개글이다. 주물공장에서 공돌이를 하다 혜성같이 나타난 소설가. 김동식 작가는 예전에 <대리사회>의 김민섭 작가 강연에서 처음 들었다. 아주 특이한 이력을 가진, 아주 특이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소설집 3권을 한꺼번에 출간했고 그 뒤로 2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소설책을 6권이나 더 냈다. 그가 쓴 소설보다 '그'에 더 관심이 갔다. 근데 '그'가 울동네 도서관에 출현했다. 

 

 

 

도서관 뒷자리에 잔뜩 기대하고 앉았다.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고진감래의 전형이자 혜성같이 나타난 수퍼스타가 아닌가. 어쩌면 내 인생을 바꿔줄 만한 그런 이야기를 할지도 몰라. 하지만 강연을 기다리는 사이에 작가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니, 그들은 고귀하고 결점이 없는 성인이 아니다. 글을 좀 더 잘 쓰는 사람일 뿐이다. 내가 남보다 집을 잘 짓는 것처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 친구 대뜸 한다는 말이 "나는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 글을 쓰는, 그런 극적인 인간이 아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게 좋았다. 그리 힘들지도 않았다." 이랬다. 처음부터 기대를 파삭 깨버린다. 어눌하게 말하는 게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나중에 강의를 다 마칠 무렵엔 너구리의 탈을 쓴 여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묘하게 사람을 끄는 입담이다.)

 

 

 

주물공장에서 하는 일은 쇳물을 바가지로 퍼넣는 반복적인 일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화상을 입을까 조심조심 했는데 몇 달이 지나자 눈을 감고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익숙이 되었단다. 그때부터 일을 하면서 머리 속에 망상에 가까운 온갖 잡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외계인이 와서 그를 도와줬더니 소원 하나를 말하라고 한다. 투명인간으로 할까, 순간이동으로 할까. 투명인간이 되어 문에 끼어버리면 어떡하지?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피웠고 그 상상이 소설의 바탕이 되었다.

 

 

 

그렇게 온라인에 자신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댓글을 보며 사람들과 소통하며 힘을 얻었다고 한다. 댓글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또 글을 썼고 그 댓글로 자신감을 얻어 글을 쓰고. 자신이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을 '꾸준히 쓴 것'과 '좋은 태도로 소통한 것'으로 꼽았다. 댓글을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니 글쓰기에 대한 좋은 팁을 얻을 수 있었고, 책을 내었을 때 그 사람들이 구매인증 릴레이를 할 정도로 도와주었다고 했다.

 

 

 

예전엔 나쁜 넘들이 잘 먹고 잘 사는 시대였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게 연결된 시대인 지금은 평판을 숨길 수가 없단다. 이제는 이타적인 사람이 잘 사는 시대라고. 그래서 좋은 태도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몸소 경험했다고. 

 

 

 

 

 

 

주물공장에서 일하면서도 글을 쓰는 게 행복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순전히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꾸준히 할 수 있고, 내가 행복해진다. 그것이 돈이 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새 유명 작가가 되었다는 그의 말은 감동이었다. 인생에 있어 너무 내성적이라 다른 즐거움을 알지도 못하고 친구도 없는 오타쿠류의 작가가 글쓰기라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도구를 만나 읽는 이와 소통하며 꾸준히 했다. 이게 핵심이다. 나중에 뭐가 될지는 자신도 모른다. 우연히 운이 좋아 작가가 되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행복했을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역시 김동식의 소설보다 김동식의 인생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내 그럴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