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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국)

나도 읽었습니다. 한국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을.... : 한강 <채식주의자>

by Keaton Kim 2020. 9. 16.

 

 

 

나도 읽었습니다. 한국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을.... : 한강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Man Booker Prize Fiction)

 

 

영국에서 출판된 영어 소설을 대상으로 그 해 최고 소설을 가려내는 영국의 문학상. 2005년부터 맨부커 국제상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이 추가로 만들어졌다. 노벨 문학상, 프랑스 콩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남편이 보기에) 특별한 매력이 없는, 그렇다고 특별한 단점도 없는, 단지 브래지어 하기를 싫어하는 것이 남들과 다른 정도인 영혜는 어느날 갑자기 잘 먹던 고기를 아얘 먹지 않습니다. 먹지 않을 정도가 아니라 냉장고에 있던 모든 고기며 심지어 계란까지 내다 버립니다. 남편이 원인을 캐묻자, 영혜는 '꿈'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단지 '꿈' 때문에 고기를 거침없이 요리하며, 자신도 즐겨먹던 고기를 완전히 끊어버립니다.

 

 

 

그러나 남편은 그 꿈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녀의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만 바라봅니다. 차츰 야위어가는 그녀를 보다못한 가족은, 설득에 실패하자 급기야 그녀의 입을 벌리고 억지로 먹이는 사태에 이릅니다. 그 순간 그녀는 스스로 자해를 하고 병원으로 옮겨집니다. 한국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는 그렇게 시작합니다.

 

 

 

그렇게 생생할 수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움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아니야, 거꾸로, 수없이 봤던 얼굴 같은데, 내 얼굴은 아니었어. 설명 할 수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생생한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p.19)

 

그림 출처 : 대학내일 https://univ20.com/35044

 

 

 

주인공 영혜가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되는 장면에서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찬찬히 책을 다시 보면서 어렴풋하게 이해가 될 듯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과 자신의 다리를 물어뜯었던 개가 맞게 되는 참혹한 결말의 트라우마, 그리고 결혼 후 '애초에 열렬히 사랑하지 않았으니 특별히 권태로운 것도 없는' 결혼 생활에서 남편은 은연중에 그녀의 기억 한켠에 남아있던 폭력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고 압박합니다. 그녀가 채식주의자 되고 나아가 나무가 되고자 하는 것은, 주변의 여러 폭력에 저항하는 그녀 나름의 방법이었습니다.

 

 

 

두번째 연작소설 '몽고반점'은 아내에게서 아직 몽고반점이 남아있는 처제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 이 몽고반점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삶의 활력과 예술혼이 활활 타오르는 영혜의 형부가 나옵니다. 그는 순수한 예술적 영감으로 영혜에게 접근하지만, 그것의 완성을 자신의 육체로 이루어 내고자하는 욕망에 못이겨 서로의 몸에 그림을 그린 채 극한으로 치닫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그의 아내는 그 광경을 고스란히 목격하게 됩니다. 아... 나는 여기서 책을 덮고 말았다. 아내는 꼭 그 장면에서 등장했어야 했나.....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려왔던 대로였다. 그녀의 몽고반점 위로 그의 붉은 꽃이 닫혔다 열리는 동작이 반복되었고, 그의 성기는 거대한 꽃술처럼 그녀의 몸속을 드나들었다. 그는 전율했다. 가장 추악하며,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의 끔찍한 결합이었다. 눈을 감을 때마다 그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물들이고 배와 허벅지까지 적시는 끈끈한 풀물의 푸른빛을 보았다. (p.140)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1부 '채식주의자'에서는 영혜의 남편의 시각에서, 그리고 2부 '몽고반점'에서는 영혜의 형부의 시각에서, 그리고 3부 '나무 불꽃'에서는 영혜의 언니의 시각으로 나무가 되고자 하는 영혜의 모습을 담담히 그렸습니다. 그리고 어찌보면 주인공 영혜보다 더 많은 아픔과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야 했던, 그리고 한번의 사건으로 인해 그녀의 가장 곁에 있었던 남편과 동생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그녀 자신의 모습도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는데, 그녀가 간절히 쉬게 해주고 싶었던 사람은 그가 아니라 그녀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열아홉살에 집을 떠난 뒤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서울생활을 헤쳐나온 자신의 뒷모습을, 지친 그를 통해 그저 비춰보았던 것뿐 아닐까. (p.161)

 

그림 출처 : 대학내일 https://univ20.com/35044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P.43)

 

 

 

주인공 영혜와 그녀의 남편, 형부, 언니.... 그들 모두 꽤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충분한 개연성을 가진 인물들입니다. 그러나 그 인물들이 얽히고 얽혀 결국 모두 불행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아니, 어찌 보면 모두 불행한 사람이었으나 애써 견디고 견디며 살아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꽃이 되는 관계로 나아갈 가능성도 보였는데, 결말은 참 쓸쓸하고 처연합니다.

 

 

 

<채식주의자>는 문체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서정적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의외로 쉽게 읽힙니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합리화된 폭력과 욕망이 한 개인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그리고 그것에 견디고 저항하는 개인의 삶은 어떠한지, 예술의 정의와 그것이 허용되는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각자의 열정으로 나름의 고통을 겪으며 이 공간을 살아나가는 개인의 군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읽은지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슴 한켠이 여전히 서늘합니다.

 

 

 

 

작가님. 상 받으신 거 축하혀유~~~

저두 책 읽었어유~~~

근데 책이 재미는 있는데 넘 어려워유~~~

암튼 좋은 소설 많이 써 주세유~~~ 열심히 읽을게유~~~

 

 

 

P.S.

 

이 글은 2016년 6월에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근데 며칠 전 난데없이 관리자에게 삭제되었다고 떴습니다. 아마도 벌거벗은 남녀가 안고 있는 영화 장면의 사진을 넣었는데 그게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근데 왜 지금? 그때 적었던 글에 사진만 교체하여 다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