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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외국)43

느릿느릿 완행열차를 타고 모리오카, 시즈쿠이시까지 가보고 싶어라 : 아사다 지로 <칼에 지다> 느릿느릿 완행열차를 타고 모리오카, 시즈쿠이시까지 가보고 싶어라 : 아사다 지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요시무라 간이치로'라는 사무라이입니다. 일본 에도 막부 시대 말기 신센구미의 말단 무사지요. 시대 배경은 '보신 전쟁'이라 부르는 신 정부와 구 막부의 내전입니다. 사무라이들이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싸웠지요. 일본 역사에서 요 시절은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역사 곳 인물 중에서 일본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사카모토 료마를 비롯해서 정한론의 주창자이자 세이난 전쟁의 주범인 사이고 타카노리, 그리고 신센구미의 검객을 위시해서 칼 좀 쓴다는 사무라이들이 우르르 등장하는 시기입니다. 세키가와라 전투와 더불어 일본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역사의 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막부 시대의 역사를 좀 찾아.. 2020. 7. 15.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보이지 않았네 : 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보이지 않았네 : 이탈로 칼비노 건축가들의 책을 읽다 계속 걸리는 책이 있었다. 승효상 선생의 글에서, 정기용 선생의 글에서, 김종진 선생의 글에서 이 책을 언급했다. 예전부터 눈에 가시 같았는데, 이제서야 만났다. 반가움에 와락 달려들었다.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 "뭐야, 이 책은?" 이라는 외마디가 절로 나왔다. 그래도 꿋꿋하게 읽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서도 내가 뭘 읽었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베네치아 출신의 젊은 여행자 마르코 폴로와 몽골의 황제 쿠빌라이 칸의 대화로 이루어진 책이다. 마르코 폴로는 자신이 여행하면서 보고 겪은 도시를 황제에게 알려준다. 하나의 도시에 대해 두세 페이지에 걸친 짧은 묘사로 쉰다섯 개의 도시에 대해 이.. 2020. 7. 6.
이게 외설이라고? :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채털리 부인의 연인> 이게 외설이라고? :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당신 엉덩이는 정말 예뻐유. 당신은 누구보다도 더 예쁜, 가장 예쁜 엉덩이를 가졌슈. 정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제일로 예쁜 엉덩이에유. 그리고 구석구석 전부 정말 여자다운 엉덩이에유. 엉덩이가 단추구멍만 해서 사내아이들 것이나 다름없는 지지배들의 엉덩이가 아니에유. 정말이에유! 당신 엉덩이는 부드럽게 휘어져 내린 굴곡이 있어서 남자라면 당신 배 속의 창자까지 진짜로 사랑하게 해유. 이 세상을 받쳐 들 수 있는 엉덩이에유, 정말이에유. 나는 그것이 좋아유. 그것을 좋아해유! 그리고 딱 십 분을 산다 하더라도 당신 엉덩이를 쓰다듬고, 그것을 알게 된다면 한평생을 제대로 산 거라고 생각할 거에요. 알겠쥬! 산업사회의 제도든 뭐든 상관할 거 없어유! 여기에 내.. 2020. 6. 24.
왜 나는 너를 미워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왜 나는 너를 미워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책장 한 구석에 있는 이 책을 일부러 찾은 건 순전히 박웅현 때문이다. 에서 언급한 이 책의 몇 구절들이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그렇게 매력적인 책이었어? 내 기억엔 좀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랑 이야기였었는데..... 그리하여 박웅현의 독법처럼 문장 하나하나를 씹어가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주인공인 '나'가 클로이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약간의 권태기를 거쳐 이별하는 이야기다. 문장을 꼭꼭 눌러가며 이 진부하고도 독창적인 연애 소설을 읽었지만, 역시 재미는 별로 없다. '나' 라는 녀석이 너무 분석적이고 철학적이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를 꼬셔서 (실은 클로이가 결정적인 순간에 "라면 먹고 갈래요?" 라며 대시했다) 뜨거운 정.. 2020.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