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로망 '불륜' :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
" 한 남자의 순수한 사랑을 경험한 여자는 평생토록 고독을 느끼지 않는다 "
백년쯤 전에 독일 아자씨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한 말입니다. 이 아자씨는 여자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말을 천연덕스럽게 했을까요? 영화나 소설속에는 그런 여인들이 가끔 등장도 하지 말입니다. ㅎㅎ
머 그렇다고 칩시다. 그러면 '한 여자의 순수한 사랑을 경험한 남자는 평생토록 고독을 느끼지 않는다???' 라는 명제는 참 일까요? 거짓일까요? 남자가 일상생활에서 뭘 생각하는지를 곰곰히 살펴보니 80% 이상이 여자를 생각하고 있더라... 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머 마누라 생각은 아니겠죠???!!ㅋㅋㅋ 아무리 지가 신사인척, 고상한 척 한다해도, 머리 속에는 조거슬를 어떻게 함 꼬셔서 후르륵 해볼까나..... 이런 생각만 하고 있더라, 머 이런 이야기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이 새로 나왔댑니다. 일본 소설은 즐겨 읽지만, 하루키 행님의 소설은 그리 좋아하진 않습니다. 와인을 처 드시면서 째즈를 들으며 붕가붕가 이야기를 아주 고상하게 하는.... 도시의 상류 인간들인 척 하는 잉여들이 즐겨 읽는.... 머 그런 말도 안되는 선입관이 좀 있기도 하고, 취향이 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에 나온 소설은 남자들, 특히 중년 남자들의 오매불망 로망이자, 보다 원초적 욕구인 불륜에 관한 책이라고 합니다. 수록된 7편이 모두! 책 제목도 여자 없는 남자들입니다. 안 지를 수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역시나 실망했습니다. 불륜에 관한 내용이라고 했는데, 딱히 불륜이라 할 내용은 없습니다. 딱히 있음직한 남자와 여자의 사소한, 그저 그런 이야기를 그냥 담담하게, 그리고 조금 쓸쓸하게 읊조리고 있습니다. 생전의 아내가 바람핀 남자와 친구가 된 어떤 아자씨 이야기, 바람둥이 신사 아자씨의 상사병 이야기, 아내의 바람에 이혼하고 혼자 술집을 하는 아자씨 이야기, 사랑을 나눈 후에 자기의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해주는 어떤 유부녀 이야기..... 머 그런 내용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책의 내용중에, 여자라는 종족은 같이 살을 맞대고 살며,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라는 이야기는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여자는 어느 시점에 반드시, 그것도 아주 중요한 순간에 거짓말을 하는데, 얼굴 빛, 목소리 하나 바뀌지 않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거짓말을 하기 위한 특별한 독립기관이 있어서 그렇다... 머 이런 내용은 머리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결혼을 하고 만난 여인들은, 저의 직업적 특성관계로, 모두 업소 종사자 여성분들입니다. 그런 여성분들과 플라토닉 러브를 나누는 것이 저의 모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여성분들이 내게 잘해주는 이유는, 내게 필요한 여자가 되고자 해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들 중의 일부가 잠깐 필요해서 그런다는 것도 잘 압니다. 애초에 명제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겁니다. 지금 이 나이에 와서 가슴 설레고, 봐도 봐도 보고 싶은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자기의 처지나 생활의 사소한 것을 이야기하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서로 위로를 해 줄수 있는 그런 관계만 되더라도 사랑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마도 임자가 있는 있는 남녀들이 그런 관계로 발전하기가 더 쉬울 겁니다.
남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여자는 '처음 만난 여자'라고 합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보편적인 남자의 특성이 그렇댑니다. '한 여자의 순수한 사랑을 경험을 한 남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거는 그거고, 새로운 여자를 보면 모든 남성이 또 붕가붕가 생각을 합니다. 머 남자들의 특성이랩니다.
여하간, 언제나 새로운 사랑을 꿈꿉니다. 광석이 형도 나이 60이 되면 연애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말은, 연애의 그 애틋한 감정을 다시 찾고 싶다....는 말 일겁니다. 나도 그러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꿈일 뿐입니다. 마눌이 서슬 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 한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소설은, 그래서, 머.... 어쩌라구??? 에 대한 이야기는 안나옵니다. 그냥 그렇더라... 만 나옵니다. 단편소설들이 그러하듯, 한참 바람을 불어 넣다가 막판에 피슝~~ 하고 바람이 빠지는 전개입니다만, 남자와 여자의 사소하면서도 미묘한, 그렇지만 여자에 대해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여러 감정들에 대해서 아주 담백하고 가볍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루의 80% 이상을 붕가붕가만 생각하는 남자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렇지만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은, 역시나 하루키스러운 그런 소설입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사실 대부분의 여자들이 욕구보다는 다른 이유로 저와 잠자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설명을 할 수 없는 감정적인 이유 때문이었을 겁니다. 우연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욕구는 더더욱 아니고 말입니다. - 유부남이 사는 법 P 194 -
제목 아래에 있는 카피가 재미있습니다.
<내게도 아내 말고 다른 여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쉽게 구경하기 힘든 아르헨티나 소설입니다. 유부남이 사는 법 이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유부남의 사랑이 주된 이야기입니다. 아내 이외의 사랑요.....ㅎㅎ 머 그렇지만, 꼭 불륜이라고 꼬집을 만한 그런 사연은 안나옵니다. 더우기 그 불륜이라는게, 하고는 싶으나, 용기가 없어 할까 말까 하는 아주 꼬질꼬질한 남자들의 욕망을 다루고 있는 있습니다.
전혀 접해보지 못한 나라의 문화라 그런지, 책은 쉽게 적응이 안됩니다. 아르헨티나 식 유머도, 주인공인 유대인의 세계도, 남미의 정치 상황이나,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중남미 문학의 '마술적 사실주의' 같은 것도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얼핏 나오는 칠레의 아옌데나 피노체트 같은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남미 문화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수확입니다.
위의 구절은 남자들이라면 100프로 공감한다고 확신합니다. 결혼한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일탈입니다. 여자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남편말고 다른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모든 여자가 꿈꿀까요? 아내한테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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