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필요한 고민 상담소 :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 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마흔 네살 먹어도 중년티가 전혀 안나는....은 아니고, 꾹꾹 눌러보지만 이리저리 삐져 나오는 중년의 이미지에 가끔 좌절도 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저는 건축을 전공하고, 지금은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세 아이의 아빠이고, 가장입니다. 몇년 해외에서 근무하다 국내에 복귀한 지 이제 8개월이 좀 지났습니다.
예전에는 집을 짓는 일이 아주 멋있고, 보람있는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일이 재미가 없습니다. 재미가 없으니 의미도 없어졌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의미가 없어져서 재미가 없어졌는지도.... 여하간 지금은 집을 짓는 일이 그냥 밥벌이의 수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유추해보건데, 개인의 의견이 개무시되는 조직생활에 염증이 생기고, 대기업의 이기주의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그래서 어떤 것도 되고 싶지 않게 되고, 격렬하게 되지 않고 싶다 내 삶이 아니라 남의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고.... 머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겨우 8개월 만에요.
그래서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그게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8개월 전에 요르단 여행을 갔었는데, 무척이나 오랜만에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나만의 여행을 꿈꾸고 있습니다. 1년 정도 세계 여행입니다. 이 시간동안 그 새로운 뭔가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그런 시간을 꼭 여행을 가서 해야되나? 그리고 다녀오면 뭔가 달라질 것 같냐? 한창인 아이들과 아내는 어떻하고? 지금이 힘드니까 도망가려고 그러는 거 아냐? 머... 이런 이야기가 자꾸 들립니다. 현실적인 나입니다.
사실은, 막상 1년간의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나는 것도 쉽지가 않은 일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내려 놓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만, 내려 놓고 떠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머.... 이십대가 아니니까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에 대한 답도, 좀 막막합니다.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읽어봐도 별로 시원하지가 못합니다.
내가 원하는 새로운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를 가르친다거나, 혹은 글을 쓴다는 것은 해보고 싶은 일이긴 하지만, 아직 할 줄 아는 거라곤 집 짓는 일밖에 모릅니다. 40대 중반에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은 역시나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더 큽니다.
'어바웃 타임' 이라는 영화를 보면 아이와 탁구를 치기 위해 50의 나이에 은퇴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필요한 시기는 딱 그 순간입니다. 지나가 버리고 나면 서로가 서로를 필요치 않게 됩니다. 서로에 대한 그리움만으로 지내는 시기는 곧 가버릴 겁니다. 내게 일보다는 가족이 언제나 우선 순위지만, 실제 생활은 그러질 못합니다. 변화가 필요한 큰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이렇게 살다간 나중에 후회한다. 첫발을 내 딛는게 중요해. 일단 저지르고 보자' 라는 '나'와 '내가 여태껏 쌓아 온 여러가지 것들은 좀 더 발전시키면서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인내하자' 라는 '나'가 결론이 안나는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나미야 잡화점에서는 이런 고민에 대해 진심어린 답변을 해줍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상담 의뢰인들은 자신의 고민에 대해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좀 더 위로받고 싶어서, 혹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답을 실행할 용기를 얻고 싶어서 편지를 씁니다.
나도 나미야 잡화점의 그 할아버지의 신중한 답변, 혹은 소심한 세 도둑들이 장난 삼아 했던 철없던 답변이라도 좋으니, 진심어린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저의 이 고민에 대해 누가 답변해 줄 사람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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