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외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아파르트헤이트, 그리고 그것들의 실체 : 존 쿳시의 추락

by 개락당 대표 2016. 8. 13.

 

 

 

남아프리카공화국와 아파르트헤이트, 그리고 그것들의 실체 : 존 쿳시의 추락

 

 

 

 

 

 

작가

 

 

 

영미권 최대 문학상인 부커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고, 그 외 커먼 웰스상, 예루살렘상, 페니나상 듣보잡 상이 많네. 나만 모르나?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 노벨 문학상도 받았다. 남아공에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건 1991년 네이딘 고디머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1974년 <어둠의 땅>으로 등단한 이후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대항하기보다는 야만스런 서구 문명에 그 근본을 찾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1980년 <야만을 기다리며> 로 주목을 받았으며 1983년 <마이클 K>로 맨부커상을 수상했고, 1999년 <추락>으로 또 부커상을 받아 사상 처음으로 두차례 부커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문학 활동을 한 이래 거의 은둔하며 지냈기 때문에 두 차례 모두 수상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이름조차도 존 맥스웰 쿳시, 존 마이클 쿠체 등으로 헷갈리며, 심지어 존 미스터리 쿳시로 불리기도 한다.

 

 

194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우스터에서 농장주의 아들로 태어나 영어와 아프리칸스 등 2개 언어를 동시에 배우며 성장했다. 케이프타운 대학교에서 수학했고 영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언어학을 전공하고 영문학을 강의했다. 1984년 케이프타운대 교수로 취임했고, 정년 퇴임 후 호주의 애들레이드로 이주해 생활하고 있다. 남아공의 절친 작가인 라이언 메일런은 "쿳시는 거의 사제와 같이 자기를 단련하며 창작에 헌신한다. 흡연이나 음주, 육식도 하지 않으며, 매일 자전거를 탄 뒤 아침마다 집필용 책상에 단정히 앉는 사람이다." 라고 평했다. 재미라고는 없는 사람이란 뜻인가?

 

 

글의 출처 및 인용 : 위키백과 및 동아일보 기사 (2003년 유용준 기자)

 

 

 

줄거리

 

 

 

주인공 데이비드 루리는 남아공의 대학교수, 백인, 50대, 이혼남이다. 대학에서 바이런을 가르친다. 어느날 여제자 멜라니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충동적인 관계를 갖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소문은 무지 빨라서 곧 온 동네방네가 다 알게 되고 대학 진상조사위원회에 소환된다. 그는 부적절한 관계는 인정하지만 진정으로 사랑했었네~~ 잘못했다고 고백하라는 대학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나와 흑인지역에 사는 딸 루시의 작은 농장에 은거한다.

 

 

한동안 딸의 영향을 받으며 불협화음 투성이의 삶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동물보호소 일을 거들거나 시장에서 전을 벌리기도 한다. 얼마간은 평화로운 생활이었으나, 곧 엄청난 사건이 터진다. 흑인 강도단이 농장에 침입하여 루리를 폭행하고 딸 루시를 강간한다. 졸라 분노하는 루리와는 달리 딸 루시는 흑인들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고 흑인 사회에 머무는 대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녀의 뱃속에는......

 

 

글의 출처 및 인용 : 예스24

 

 

 

읽고 난 후

 

 

 

'그는 이혼까지 한, 쉰둘의, 남자치고는, 자신이 섹스 문제를 잘 해결해왔다고 생각했다.'

 

 

소설의 첫 문장이다. 허걱! 이런 거 였어!! 흑인 여인이 나온다. 소라야라는 섹시한 이름을 가진 창녀다. 그 둘은 사랑을 나눈다. 이어지는 여제자와의 붕가붕가! 그 뒤로는 계속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 바보같으니라구! 교수 주제에 가당키나 하냐? 아무리 사랑해도 그건 아니지! 아니, 이건 사랑이 아니라 욕망이다.

 

 

그녀의 딸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을 폭행한 흑인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급기야 강간범의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 무슨 테레사 수녀도 아니고. 땅에 대한 집착도 대단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흑인의 첩으로 들어가서라도 그 땅에 뿌리내리고 살겠다고 고집핀다. 상식 수준에서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어건, 뭐, 내용이..... 도대체 저자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그리고 열공

 

 

 

# 1. 남아프리카 공화국

 

 

면적이 122만 제곱킬로미터. 한반도가 22만이니 다섯배가 넘는다. 인구는 53백만으로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많다. 국민소득이 5천달러 정도로 아프리카에서는 내노라하는 부유한 국가이다. 하지만 지니계수는 0.7에 육박해 세계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이다. 흑인들의 과반수 이상이 월 250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간다. 19세시 후반 영국에 정복되었고, 보어인들이 1899년 보어전쟁을 일으키지만, 전쟁에서 패하고 영국으로부터 피의 복수를 받는다. 영국으로부터 독립, 연방정부를 거쳐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건국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경제력이 강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범죄들은 소말리아 수준으로 일어난다. 총기 난사 사고는 거의 헬게이트라 할 수 있다. 만델라 정권이 출범한 1994년 살인 사건이 월 평균 1,400건 정도이고 하루에 47명이 살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울나라가 1년 동안의 살인 사건 사망자가 430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막장인지 알 수 있다. 강간도 무지 많고, 강도, 차량 도난도 어마무시하다. 그리고 AIDS의 천국이다. 사망자의 3할이 바로 이 병으로 죽는다.

 

 

 

# 2. 아파르트헤이트

 

 

냉전 시대 당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취한 악명 높은 인종차별 정책.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죄악. 아프리칸스어로 분리, 격리를 뜻한다. 1910년대 들어 법제화되었고 흑인들의 토지 거래권을 박탈하는 법의 시행과 더불어 악랄해진다. 피가 더러워진다고 해서 유색 인종과 백인간의 결혼도 금지했다. 섹스는 당근 금지. 이 정책이 절정기인 시절엔 백인이 흑인을 대한 태도가 '더러운 하층민'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인간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 정도의 의식이었다고 한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온 세계가 비방을 해도 백인 정부는 콧방귀를 뀌었으나 1990년 넬슨 만델라 석방 이후 1992년에는 흑인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고, 1994년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아파르트헤이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 숨어 살던 흑인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실업과 범죄가 더욱 늘어나고 에이즈도 창궐하게 되어, 남아공은 새로운 역사가 펼쳐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망했어여ㅠㅠ 가 된다.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남긴 최악의 유산이 바로 이거다.

 

 

 

# 3. 땅

 

 

남아공에서 토지란 무엇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 백년간 백인 정권의 역사는 흑인들에게서 땅을 빼앗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흑인들의 땅을 몰수하고, 그들을 한 곳으로 격리하고, 거주를 더 엄격히 제한했다. 1913년의 원주민 토지법을 시작으로 집단 거주법 등을 만들었고, 그 법을 핑계로 조직적으로 땅을 빼앗아 백인들에게 재분배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되자 흑인들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평등을 요구했다. 그 때까지 소리 없이 침묵했던 흑인들이 모두 제 목소리를 내었다. 경제적 평등의 목표는 자명했다. 땅을 되돌려 받는 것. 원래가 다 우리 땅이었다구! 내 꺼 내 놔!! 그들의 외침은 필연적으로 백인 농장주들과 첨예한 갈등을 낳았고 폭력으로 이어졌다.  

 

 

 

# 4. 넬슨 만델라

 

 

현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위인 중의 한명이자 평화의 화신이다. 그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아파르트헤이트의 철폐였다. 이를 위해 남아공 정부를 상대로 여러 투쟁을 행하고 결국 당국에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고 무려 27년 동안 투옥되었다. 그리고 대다수 흑인들에게 첫 투표권이 주어진 1994년 총선이 치러졌고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만델라가 대동령이 된 후, 정부에 있던 모든 백인들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지들도 잘못한 걸 아는 거지. 그런데 웬걸? 만델라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구성해 과거의 인권 침해 범죄에 대한 진실을 밝혔지만 그들을 사면했다. "용서하되 잊진 않는다."란 슬로건 아래 단 한 명도 과거사로 처벌하지 않았고 오히려 당시 남아공의 위기를 함께 해결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적으로도 이 한 수 덕분에 남아공 백인들이 남게 되어 그들의 경제력을 잃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무수한 몹쓸 짓을 한 보타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 5. 진실과 화해 위원회

 

 

극한으로 치닫던 두 정치 세력이 서로 때려부수고 죽이고 납치하고.... 하다보니 이 놈의 집구석에 남아나는 게 하나도 없네? 아~~ 씨바, 인자 우리 고마 하자. 이러다 굶어죽겠다. 그럼 어떻게 고만 싸울낀데? 니캉 내캉 잘못한 거 있으모 서로 고백하고 없던 걸로 치자. 됐제? 어~ 그러자. 나중에 딴소리 하기 없기다~~~ 요런 식의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탄생한 것이 '진실과 화해 위원회'이다. 1995년에서 1997년까지 2년 7개월 동안 존속했으며 7,112명이 사면을 신청해 849명이 사면을 받았다.

 

 

흑백의 갈등을 진정으로 용서하고 서로 화해하여 균등한 참여로 국가의 발전에 다함께 동참하자는 역사적 결단이었든, 서로 살아남으려는 정치적인 생존 방식의 가장 적합한 타협점이었든, 그 시대도 이제 지나갔다.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는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표면적으로나마 화해의 프로세서를 지향했다는데 역사적 의의를 가질 수 있으나,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흑인을 정말 괴롭혔던 나쁜 백인넘들이 버젓이 나돌아댕기고, 그 백인들에게 빌붙어 한때의 배를 채웠던 나쁜 흑인넘들도 여전히 잘 산다고 한다. 어디서 많이 보던 씨츄에이션이다.

 

 

글의 출처 및 인용 : 나무위키 및 cafe.daum.net/nohcy

 

 

 

 

 

 

소설과 현실

 

 

 

<추락>이 발표된 시기가 바로 '진실과 화해 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한 시점(1999년)이다. 남아공은 대타협의 희망과 새로운 세계가 이제부터 시작된다..... 는 개뿔,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이었다. 흑백의 인종 차별은 여전했으며, 토지를 둘러싼 전쟁 상황도 계속된다. 이 두 가지 남아공 최대의 역사적 과제에 대한 은유가 이 소설에서 보여준다.

 

 

따라서 루리와 여제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는 개인의 사적인 욕망에 관한 문제가 아니며, 진상조사위원회에서 그가 보여준 행동 - 혐의 사실은 인정하지만, 내 사전엔 반성이나 참회 따위는 없다. - 은 대학의 부당한 간섭에 대한 곤조 있는 넘의 배짱이 아니다. 대충 봉합한 진실과 화해 위원회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적절한 비유다. 이것 또한 아주 익숙한 시츄에이션.

 

 

딸 루시가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고 평화로운 삶이다. 남아공의 대지위에서. 그러나 그의 바램은 지극히 불안정한 바탕위에 있다. 백인 여성 농장주라는 것 자체가 그 시기에 남아공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이다. 루시가 착한 사람의 여부를 떠나서, 흑인들이 루시에게 가한 폭행은 역사적으로 볼 때 정당한 권리이다. 원래 그 땅의 주인은 흑인이었다. 루시는 아버지와는 달리 그런 맥락을 꿰뚫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껴안는 일종의 보시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결정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글 출처 및 인용 : http://blog.aladin.co.kr/findingtrace/2288745

 

 

 

다시 감상

 

 

 

이 소설은 백인 정권이 종식되고 흑인에게 정권이 이양된 남아프리카를 무대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파란만장한 남아프리카의 역사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저 단순한 것처럼 보이는 사건이나 대화나 행동에는 남아공의 비극적 역사가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묻어 있다. 그리고 수백 년에 걸친 백인 식민주의는 이 소설에서 벌어지는 흑백간의 갈등과 폭력의 원인을 제공한다. 남아프리카는 바로 지금, 그러한 폭력의 와중에 있다. (p.339 옮긴이의 말 중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이 소설의 퍼즐이 점점 맞춰졌다. 우리도 비슷한 아픈 경험을 했기에 오히려 더 이해가 수월했다. 주인공 루리의 관점에서 책을 읽었지만, 남아공과 동질감을 느낀 후, 그 시선은 루시로 옮겨가고, 또 책에 나오는 비겁하면서 약한 흑인들의 입장에서 기득권의 백인인 루리와 루시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소설 속에 나오는 거의 모든 이들의 말과 행동이 나의 몸으로 바로 들어왔다. 한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루리와 딸 루시의 마지막 대사는 그들의 다짐이자, 이 시간을 살아가는 남아공 모든 사람의 마음이다.

 

 

 

"정말로 굴욕적이구나. 그토록 원대했던 희망이 이렇게 끝나다니."

 

 

"그래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굴욕적이죠. 그러나 어쩌면 다시 시작하기에는 좋은 지점일 거예요. 어쩌면 저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걸 배워야 할 거예요. 밑바닥에서 출발하는 걸 배워야죠. 아무 것도 없이, 어떤 것밖에 없는 상태가 아니라, 아무 것도 없이. 카드도 없고, 무기도 없고, 재산도 없고, 권리도 없고, 위엄도 없고." (p.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