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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외국)

당신의 현실은 소마가 필요한가요? :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by Keaton Kim 2016. 10. 16.

 

 

 

당신의 현실은 소마가 필요한가요? :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 1. A.F. 632

 

이 시대에는 포드력을 쓴다. 미국의 자동차 발명가 포드가 T형 자동차를 만든 해가 포드력의 원년이고 따라서 책의 시대적 배경인 After Ford 632년은 꽤 먼 미래이다. 포드력을 쓰는 시대의 신은 말할 것도 없이 포드다. "오 마이 포드!" 사람들은 놀랐을 때, 당황했을 때, 절망했을 때, 희망을 소원할 때, 모두 저렇게 이야기한다. 지저스도 붓다도 마호메드도 없다. 오직 포드가 있을 뿐이다. 이 시대에는 종교로 인한 갈등 따위는 없다. 

 

 

 

# 2.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이 시대의 인간은 인공부화로 태어난다. 하나의 난자에서 세포분열하여 수십 혹은 수백의 태아를 부화시킨다. 같은 난자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들은 얼굴과 지능이 같은 쌍둥이이다. 이들은 태어나면서 부터 계급이 결정된다. 그리고 철저한 맞춤식 교육이 주입된다. 알파는 물론 사회 지도층으로 키워지고 베타는 그들을 보좌하고 엡실론은 가장 밑바닥의 일을 하지만, 각 계층의 사람들이 불평불만 없이 자기의 일을 수행한다. 오히려 밑의 계급 사람들은 알파나 베타의 어렵고 막중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행복감을 느낀다. 각기 맡은 소임을 책임있게 수행하고 자신의 일에 만족한다.

 

 

 

# 3. 젊음

 

멋진 신세계에서는 죽음은 있어도 늙음은 없다. 의학이 무지 발전해서 인공 수액을 공급받아 모든 사람이 20대의 싱싱함을 유지한다. 20대의 피부를 유지하고, 20대의 몸매를 유지하고, 20대의 활동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죽음은 극복하지 못한 문제라, 생명이 다한 순간에는 기별도 없이 갑자기 죽는다. 아프지도 늙지도 않은 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 4. 소마

 

아무리 멋진 신세계가 행복의 나라라 할지라도 가끔은 짜증날 때나 우울해질 때, 혹은 슬플 때가 있다. 이럴 땐 소마 반그램을 복용한다.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감정들이 없어져버리고 행복한 상태로 유지시키는 마법의 약이다. 이 약은 부작용이 없다. 그저 가볍게 삼키기만 하면 순수의 행복 그 자체가 된다. 사는 게 힘이 드는가? 여기 소마가 있다.

 

 

 

# 5. 만인은 만인의 소유

 

모든 이들은 모두의 것이다. 결혼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으며 소유의 개념도 없다. 한 이성만을 일정기간 이상 만나면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기 일쑤다. 모든 남자는 모든 여자와, 모든 여자는 모든 남자와 관계가 가능하다. 그들에게 있어서 관계하는 일은 사랑 그 자체이다. What a Brave New World. 이토록 멋진 신세계라니!

 

책에서 존과 레니나의 아주 슬픈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야만인인 존은 '야만인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려 한다. 선물을 준다거나 낭만적인 분위기 연출한다거나 시를 읽어주는 행동을 보인다. 문명인인 레니나는 '문명인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려 한다. 그녀가 표현하는 사랑의 방식은, 흠흠..... 말로 하기 좀 부끄럽다. 첨 본 순간부터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 표현이 달라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서로는 헤어지게 되는 아주 안타까운 스토리다.  

 

 

 

# 6. 야만인

 

황무지와 같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에서 옛 풍습을 고집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사는 곳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격리되어 있고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다. 물론 그들도 쉽게 나올 수 없다. 이들은 문명인의 관점에서 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이라는 것을 보기도 하며, 일부일처제라는 아주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구습을 따르고 있다. 원래는 문명인이었으나 야만인 보호구역에 여행을 갔다 사고를 당해 혼자 낙오된 린다라는 여인이 야만인 보호구역에 살면서 이 남자 저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가 그 부인들에게 머리채를 뜯기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어떤가요? 정말이지 멋진 신세계이지 않나요?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발표한 소설 <멋진 신세계>는 디스토피아 소설의 3대 고전이라고 합니다. 나머지 두 작품은 그 유명한 조지 오웰의 <1984>와 러시아 작가 자먀친의 <우리들> 이라는 소설이라고 나무위키가 알려줍니다. 엥, 근데 디스토피아가 머냥?? 유토피아의 반대말인가?? 디스토피아는 얼핏 보면 유토피아로 보이지만 실상을 파고들면 암울하고, 부정적이고, 기술문명을 무지 발달한 것 같은데 인간의 문명은 오히려 더욱 비관적이 되고 쇠퇴해버리는.... 머 그런 개념이라고 합니다. 근데, 이 소설이 디스토피아 소설의 본좌라구요?   

 

 

 

모든 것이 제대로 통제되고 고통이라고는 없으며 이 멋진 신세계에 사는 모든 이들은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러나 어느 사회에도 '변종'이 있습니다. 책에서 나오는 '버나드 마르크스'라는 친구입니다. 본래 문명인들은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까?' 혹은 '나의 존재의 이유는 무얼까?' 라는 아주 저속한 생각은 아얘 안하지만, 이 친구는 좀 별종입니다. 육체적인 쾌락, 오늘을 만족하는 삶, 머 이런게 별로 맘에 맘에 안듭니다. 멋진 신세계의 만병 통치약 소마도 거부합니다. 아름다운 여인 레니나도 얼핏 정상적인 문명인 같이 보이나, 한 남자와 오래 사귄다든지 하는 걸 보면 약간은 별종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버나드와 레니나는 보통의 문명인이면 절대 가지 않을 야만인 보호구역에 놀러 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야만인인 '존'을 데리고 문명 사회로 옵니다. 그리고 존은 자신의 어머니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문명인들의 사회에 발을 담그게 됩니다. 당근 적응을 못합니다. 자라온 환경의 차이가 너무 큽니다. 전투력이 상당한 존은 좌절은 커녕, 도리어 문명인들의 쾌락주의에 반기를 들며, "너거뜰, 이래 살아서는 안된다. 인간의 본성은 결코 이런 게 아니다." 라고 외치며 그들을 선동하기까지 합니다.

 

 

 

야만인의 대표 '존'과 문명인의 대빵 '무스타파 몬드 이름조차 문명인스럽다'의 혈투가 소설 마지막에 나옵니다. 존이 문명인들이 사는 사회를 겪어본 후 무스타파에게 원한 것은 바로 '불행해질 권리' 입니다. 불편해질 권리, 늙을 권리,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몰라 불안에 떨 권리, 온갖 고민에 시달릴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죠. 역시 야만인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문명 사회의 통치자인 무스타파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당연히 거절합니다. 존의 요구는 여태 인류가 애써 만들어 놓은 체제와 시스템, 그리고 방향성에 대해 거부할 권리를 달라는 것이니, 타협이 이루어 질 수가 없습니다. 결국 존은 야만인의 구역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헐..... 근데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존이 그런 문명인을 대상으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에 각성한 하부 문명인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그들을 통제하는 지도자를 무찌르고 문명 사회를 탈출해서 존은 새로운 세계의 지도자가 된다... 이런 것이 기대했던 스토리이지 않나요? 제가 영화를 넘 많이 봤나요? ㅋㅋㅋ

 

 

 

소설속의 여주인공 레니나는 섹시함 그 자체다. 이 여인의 묘사를 보면서 머리속에는 누군가가 연상되는데...... 앗! 알아냈다. 영화 아일랜드의 스칼렛 요한슨이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기본적인 줄거리도 닮은 것 같기도...... 소설은 무려 80년도 전에 나왔는데, 그렇다면 80년전의 헉슬리의 상상력은 어마무시하다. 진정 천재일지도. 사진은 영화 아일랜드의 한 장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을 가만히 살펴보면, '멋진 신세계'로 조금씩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소수의 저항들이 있긴 하지만, 흘러가는 방향성은 그 쪽이 틀림이 없습니다. 과거 한 때나마 '모든 인간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함께 더불어 잘 살아 보자.'는 야만인들이 주장하는 쪽으로 기울기도 했으나, 지난 수년간의 현실은 대한민국의 통치자가 <멋진 신세계>를 향해 제대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모든 것이 통제되는 사회, 소수의 다른 의견은 나와서도 안되고 나올 수도 없는 사회, 걱정과 불안을 없애주는 신약의 개발, 계급의 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한 평생 그 계급에 맞는 신분과 직업을 갖는 사회, 한 여자 혹은 한 남자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이성과 아름다운 관계가 가능한 사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향이고, 실제로 소설에 나오는 것 보다 훨씬 더 이른 시간안에 우리는 '멋진 신세계'를 이룩할 지도 모릅니다. 아... 위대한 대한민국의 위대한 통치자!!

 

 

 

이 소설을 디스토피아의 본좌라고 한 이야기는 틀렸습니다. 진정 유토피아를 그렸습니다. 당신도 동의하신다면 당신은 소마가 필요한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현실도 레니나와 소마가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