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는 과연 위대한가? :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 위대한 개츠비의 서문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 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 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P.15)
# 개츠비의 키스
데이지의 하얀 얼굴이 자신의 얼굴에 닿는 순간 그의 심장은 점점 더 빨리 뛰었다. 이 아가씨와 입을 맞추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꿈을 그녀의 불멸의 숨결과 영원히 하나로 결합시키면, 그의 심장은 하느님의 심장처럼 다시는 뛰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별에 부딪힌 소리굽쇠가 내는 아름다운 소리에 귀를 귀울이며 잠시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그의 입술에 닿자 그년는 그를 위해 한 송이 꽃처럼 활짝 피어났고, 비로소 화신化身이 완성되었다. (p.160)
# 개츠비의 줄거리
가난한 중서부 출신인 제이 개츠비는 켄터키 주 캠프 테일러에서 장교로 근무하던 중 미모의 여성 데이지 페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미국이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면서 그는 유럽 전선으로 떠나고 데이지는 연인을 떠나보낸 슬픔도 잠시, 곧 시카고 출신의 돈 많은 톰 뷰캐넌과 결혼한다. 그로부터 오 년 뒤 전쟁이 끝나 귀국한 개츠비는 첫사랑을 다시 찾기 위하여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많은 재산을 모아 화려한 파티를 열고 데이지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p.263)
# 개츠비의 시대
재즈 시대란 바로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세계 대전을 겪은 뒤 서구 문명 자체에 깊은 회의를 보이면서 재즈에 심취하던 미국의 1920년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재즈 시대와 관련하여 피츠제럴드는 어느 작품에서 "그것은 기적의 시대였고, 예술의 시대였고, 과도의 시대였으며, 풍자의 시대였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p.259)
재즈 시대는 1차 세계대전과 1929년의 경제대공황 사이의 어마어마한 성장과 쾌락과 타락의 시대였다. 무얼하든 대박이었고 어디서든 돈이 넘쳐나는 시대였다. 마치 마지막 불꽃이 더없이 아름답게 타오르는 것처럼.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는 별명은 그래서 붙었다.
개츠비의 비니지스 파트너인 울프심의 모델은 뉴욕 지하세계의 왕 아놀드 로스스타인이다. 검은 양말 스캔들이라 불리우는 월드시리즈도 조작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졌다. 금주법 시대에 개츠비의 부의 원천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 개츠비의 환상
지나가던 고양이의 그림자가 달빛에 어른거리는 것이 눈에 띄어 자세히 보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15미터 떨어진 곳에 또 한 사람의 모습이 옆집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나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른 채 서서 은빛 후추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한가로워 보이는 동작과 잔디를 굳게 딛고 서 있는 안정된 자세로 미뤄 보아, 이 지역의 하늘 중 어디까지가 자기 몫의 하늘인지 살펴보려고 나온 개츠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상한 방식으로 어두운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뻗었는데, 나와 멀리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그는 확실히 부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초록색 불빛이 작게 반짝이는 것을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p.42)
# 개츠비의 연인
계절이 바뀌면서 데이지는 또다시 이 황혼의 세계 속에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녀는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대여섯 명의 사내들과 데이트를 했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이브닝드레스에 달린 구슬과 시폰이 침대 옆 방바닥에서 시들어 가는 난초 사이에 뒤엉키도록 내버려 둔 채 꾸벅꾸벅 졸곤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줄곧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소리가 아우성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삶이 지금 당장 어떤 형태를 갖추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 결단은 어떤 힘에 의해 이루어져야 했다.
그 힘이라는 것은 봄이 무르익어 갈 무렵 톰 뷰캐넌이 출현하면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풍채와 사회적 지위에는 건강한 무게감이 감돌았고, 데이지는 그런 무게감에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데이지가 얼마간 갈등을 겪었던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만 안도감 같은 감정 역시 느꼈음에 틀림없다. (p.213)
# 개츠비의 집착
"당신 부인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 않아요. 당신을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요. 나를 사랑하고 있을 뿐." 개츠비가 말했다.
"당신 미쳤군 그래!" 톰이 자기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개츠비가 잔뜩 흥분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었단 말입니다. 알아듣겠소? 그녀는 내가 가난했던 탓에 기다리다 지쳐서 당신과 결혼한 것 뿐이오. 그건 아주 큰 실수였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나 말고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던 거요!"
개츠비가 그녀에게로 걸어가서 옆에 섰다.
"데이지, 이젠 모든 게 끝났소. 저 사람에게 진실을 말하기만 하면 되는 거요..... 그를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 (p.185)
# 개츠비의 장례식
개츠비의 장례식에 참가한 차량은 고작 네대였다. 비에 젖은 영구차, 개츠씨와 목사와 화자인 닉이 탄 리무진, 하인 네댓 명과 웨스트에그에서 온 우편배달부 한명이 탄 스테이션왜건, 그리고 올빼미 안경을 낀 남자가 몰고온 차. 개츠비가 주최한 화려한 파티에 온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비지니스 파트너인 울프심도 오지 않았다. 데이지조차 조문 전보 한 장, 조화 한 바구니 보내오지 않았다.
# 개츠비의 꿈
나는 그곳에 앉아 그 오랜 미지의 세계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개츠비가 데이지의 부두 끝에서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을 것이다. 그 꿈이 이미 자신의 뒤쪽에,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이 밤 아래 두루마리처럼 펼쳐저 있는 도시 너머 광막하고 어두운 어떤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 -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리 것이고 좀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맑게 갠 날 아침에....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p.253)
# 개츠비의 위대함
무엇이 그토록 위대한가? 여인에 대한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위대한가? 여자를 차지하고 말겠다는 사내의 집념이 위대한가? 돈과 의지로 한 사람의 과거까지 바꾸겠다는 무모함이 위대한가? 광란의 시대에 자신만의 꿈과 환상을 실현하려는 순수함이 위대한가? 이도저도 아니면 짧은 시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이 위대한가?
"적어도 꿈과 환상을 간직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온갖 희생을 무릅쓴다는 점에서 개츠비는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라고 옮긴이는 말했다.
# 내가 만난 개츠비
개츠비는 데이지가 있어 개츠비가 되었다.
데이지라는 여인이 그의 모든 것을 걸 만큼 가치가 있지 않다는 건, 다 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개츠비가 안타깝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그를 이 만큼의 인물로 만든 것도 데이지를 차지하기 위한 그의 의지 때문이다. 개츠비에 있어 데이지는 그의 모든 것이었음에야.....
개츠비는 그 주위의 악취나는 쓰레기와는 달랐다. 타락의 시대에 인간의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어쩌면 개츠비는 마지막 순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데이지는 이미 그가 좇던 꿈과 환상이 아니라는 걸.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고고했으며 인간의 품격을 유지했다.
"그 인간들은 썩어 빠진 무리예요. 당신 한 사람이 그 빌어먹을 인간들을 모두 합쳐 놓은 것만큼이나 훌륭합니다." 닉 캐러웨이의 이 말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고, 어쩌면 작가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느낌이다.
전쟁 중에 데이지를 깨끗이 잊었다면, 전쟁이 끝나고 이제 남의 여자가 된 데이지를 발견하고 뒤돌아 섰다면, 막대한 부를 쌓고 난 후 데이지보다 더 아름답고 순수한 여인을 만났으면, 재회 후에 데이지의 과거까지 바꾸려는 무모함을 자제했더라면, 데이지와 둘이서 야반도주를 해서 고향인 중서부로 돌아갔더라면.....
이 모든 가정은 부질없다. 정답도 없다. 인생은 선택의 결과이고, 개츠비의 선택은 개츠비를 만들었다. 다만 그 대가도 오직 개츠비의 몫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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